[Startup’s Story #426] 한국인 유학생에게 중국 취업문 열어주는 채용 플랫폼
“중국에서는 대학 2학년 때부터 학생들이 진로를 정해, 졸업할 때 즈음이면 최소 4개의 인턴십 경험을 가지고 있습니다. 한국처럼 졸업 학기가 되어서야 취업 준비를 시작하다가는 실패한 유학생 되기에 십상이죠.”
중국에서 채용 플랫폼 500커리어(500CAREER)를 창업한 손동경 대표는, 중국 내 유학생 취업의 벽을 그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인물이다. 스스로가 외국인으로서 중국 비명문 대학을 나와, 이른바 ‘골드 칼라(Gold-collar)’로 불리는 전문직 종사자로 일해 본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완벽하지 않은 중국어 실력, 업과 무관한 전공, 비명문대라는 한계를 뛰어넘기 위해 하루 3시간씩 쪽잠을 자며 고생했다고 그는 회상했다.
‘중국 명문대도 나온 똑똑한 한국인 학생들이 취업에 실패해 집에 돌아가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 질문에 대해 고민하던 손동영 대표는 결국 능력이 없는 것이 아니라 방법이 틀렸기 때문이라는 답을 내렸다고 한다. 모든 사회가 그렇듯, 중국 역시 상위 1%의 인재가 걷는 길은 따로 정해져 있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500커리어는 더 많은 한국 유학생들을의 ‘포춘 500대 기업’ 입성을 목표로 이 사업을 시작했다.
■ “중국에선 출근 첫날부터 돈 벌어다 주는 인재를 원한다”
2017년 기준 중국 교육부 통계에 따르면 중국 내 한국인 유학생의 수는 7만500명이다. 대부분의 한국인 유학생들이 중국 명문대에 진학하지만, 현지 취업률은 매우 낮은 편이다. 반면 명문대 출신 중국인 졸업생의 취업률은 89~99% 수준. 격차가 크다. 현지 학생들의 경우 30위 권 내 대학에 입학하기만 하면 취업은 수월한 편이다. 얼마나 더 좋은 기업을 갈 수 있는가의 문제다.
“한국인 유학생들의 문제가 뭘까를 고민했더니, 결국 방법이 틀렸다는 결론이 나왔어요. 중국의 우수한 학생들은 빠르게는 고등학교 때, 늦어도 대학 2학년 때에는 진로를 결정해요. 그때부터 방학마다 인턴십을 하면 졸업할 때 즈음 최소 4개의 경력이 생기죠. 중국 기업은 우리나라처럼 연수 프로그램을 제공하지 않아요. 돈을 주는 첫날부터 일하는 사람이 이윤을 창출하길 원합니다. 이렇게 경험 있는 학생들은, 현직 종사자들과도 실력 면에서 거의 차이가 없죠. 반면 한국인 유학생들은 한국에서처럼 졸업 학기가 되어서야 진로를 고민하기 시작해요. 업계 종사자들과의 네트워크도 없으니 알짜배기 정보를 알 턱이 없죠. 경쟁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손동경 대표와 이종화 COO는 본인들의 중국 유학, 직장 생활을 바탕으로 한국인 유학생들에게 어떤 도움이 필요한지를 파악했다. 손동경 대표가 오랫동안 몸담고 있던 금융 커뮤니티 역시 사업의 자산이 됐다. 중국 금융 기업 에더캐피탈(Ether Capital)이 주도하는 이 모임에는 금융권, 벤처캐피털, 창업계 유명 인사가 다수 모여있다. 이 커뮤니티가 운영되는 방식에 대한 이해와, 손동경 대표가 모임을 통해 개인적으로 쌓은 인적 네트워크 등이 500커리어의 밑바탕이 되었다는 설명이다.
■ “사람을 엑셀러레이팅하는 것이 우리의 비즈니스 모델”
그렇다면 구체적으로 어떤 비즈니스 모델로 이 문제를 해결한다는 것일까? 손동경 대표와 이종화 COO는 “한국인 유학생들을 엑셀러레이팅 해서 우수 기업에 취업할 수 있게 돕는 것이 우리의 일”이라고 말했다.
간단히 말해 500커리어는 취업을 위한 일대일 전문 카운셀링 서비스다. 유학생과 진로 방향을 결정한 뒤, 해당 기업과 직종의 연봉부터 시작해서 향후 진출 방향에 이르는 전체적인 상담을 진행한다. 이후 입사를 위해 필요한 봉사활동, 멘토 교류, 각종 네트워킹 기회, 인턴십 기회 등을 제공하며 취업에 이르는 전 과정을 돕는 것이 500커리어의 서비스다. 연회비 기반의 수익 사업이다.
“중국의 엘리트 학생들은 봉사활동조차도 특별한 경로를 통해서 하고 있습니다. 자신이 원하는 진로와 관련되지 않는 봉사활동이라면 아무리 많이 해도 쓸모가 없죠. 봉사 기구 중에서도 중국 내 거물들이 만든 곳들이 존재하고, 그런 기관들은 지정 대학에서만 지원자를 받아요. 유학생과 현지 학생을 구분하지 않고 선발함에도 불구하고, 한국인 유학생들은 이에 대한 정보를 접할 기회조차 없죠. 시작점이 다를 수밖에 없고, 계속해서 뒤처질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500커리어와 같은 서비스가 이들에게 큰 도움을 줄 수 있으리라고 봅니다.”
손 대표의 설명에 따르면 위와 같은 특수한 봉사활동에 참여하는 것은, 단순히 경력 사항을 늘리는 것을 넘어 업계 주요 인사로부터 무언가를 배울 기회를 얻는 것이다.
“중국 유력 기업의 인사팀 직원들 30명가량을 초빙해 학생들이 모의 면접을 할 수 있는 기회도 커리큘럼에 포함이 됩니다. 각종 네트워킹 기회도 물론 제공이 됩니다. 단순히 인맥을 쌓으라는 것이 아니에요. 실제 현장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논리와 일하는 방식을 배울 수 있는 기회인 거죠.”
500커리어가 벤치마킹하는 기업은 미국의 채용 사이트인 ‘유니커리어(Unicareer)’다. 모건스탠리에서 일하던 중국인 빈단(Bin Dan) 대표가, 아는 후배들의 취업을 개인적으로 돕다가 아예 전문적인 기업을 세웠다. 온라인을 통해서는 취업과 관련한 동영상 강의를, 오프라인에서는 다양한 멘토링과 네트워킹 서비스를 제공한다. 500커리어가 나아가고자 하는 방향도 이와 비슷하다.
500커리어의 타깃 고객층은 중국 대학에 재학 중이거나 앞으로 지원할 예정인 한국인이다. 포춘 500대 기업 이외의 중소기업, 스타트업으로의 취직 또한 500커리어에서 준비가 가능하다. 향후에는 중국 대학 진학을 원하는 한국의 고등학생으로도 타깃을 확대할 계획이 있다고 손 대표는 설명했다.
■ “중국은 포춘 500대 기업이 모두 진출해 있는 유일한 국가”
시장 상황은 어떨까? 작년 한 해 동안은 사드 여파로 인해 중국 기업의 한국인 채용 선호도가 바닥을 쳤다. 학사 졸업자의 경우 해당 분야에서 2년 경력을 쌓아야만 취업 비자를 발급받을 수 있었기 때문에, 석사 과정을 밟는 것 이외에는 도리가 없었다. 또 중국에 진출한 한국 기업 역시, 현지화 전략을 취하며 한국인 채용 비율을 낮췄다. 이처럼 한국 유학생들이 통과해야 할 바늘구멍이 점점 좁아지고 있는 어려운 상황이다.
500커리어에겐 이러한 중국 정부의 태도가 위험 요소가 될 수 있다. 그러나 자력을 통한 구제가 어려워질수록 외부 도움에 의존하려고 하는 인간 심리를 생각해본다면, 500커리어와 같은 컨설팅 서비스가 오히려 흥할 가능성도 있다. 뚜껑을 열어봐야 알 수 있는 문제이긴 하지만 말이다. 이제 막 사업을 시작한 500커리어의 단기 목표는 1천 명의 회원을 모집하는 것이다. 그 이후에는 현지에서의 투자 유치도 준비해 나갈 예정이다.
“중국은 포춘 500대 기업이 모두 진출해있는 유일한 국가입니다. 그것도 북경, 상해 두 도시에 각각 말이죠. 창업한 지 몇 개월 되지 않은 회사가 순식간에 유니콘 기업이 되기도 하고요. 중국어도 현지 취업도 결코 쉽지 않지만, 능력만 있다면 그만큼의 보상도 제대로 해주는 것이 중국의 기업입니다. 기초적인 조건들이 받쳐주지 않았던 제가 해냈다면, 그 누구라도 할 수 있어요. 한국인 유학생들의 꿈을 꾸고, 그 꿈을 이뤄낼 수 있도록 도움이 되는 500커리어가 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