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가 VR의 핵심…VR 현주소 및 전망
과거 페이스북이 오큘러스(Oculus)를 인수하고 삼성이 기어 VR을 내놓을 때 많은 이들은 VR이 폭발적으로 성장할 것으로 기대했다. 하지만 시장의 반응은 미지근했고, 하드웨어(플랫폼)와 콘텐츠를 사이에 두고 업계의 의견이 갈렸다. VR시장의 더딘 성장세는 종사자들에게 힘겨운 생존의 시기였다.
하지만 희망의 빛이 반짝였다. 대중이 위치 기반 엔터테인먼트(LBE)에 반응한다는 것이 확인됐다. 이와 더불어 5G망 보급 및 6DoF를 지원하는 기기가 늘어나면 보편적 대중화가 가능할 것으로 관계자들은 전망하고 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국내외 사업자들은 어떤 형태로 데스밸리(죽음의 계곡)을 지나 시장을 개척해 나가고 있을까.
김호규 서틴플로어 전략담당이사가 구글캠퍼스서울에서 열린 ‘캠퍼스토크’에서 전반적인 VR 시장 현황과 전망을 공유했다. 그는 콘텐츠의 힘을 강조하며 “킬러 콘텐츠에 대한 고민이 없다면 시장의 성장세를 보장하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서틴플로어는 시네마틱 VR, 인터랙티브 VR 콘텐츠를 개발하는 회사로, 인터랙티브 미디어랩에서 Unity/Unreal 3D 엔진으로 게임 및 의료 콘텐츠도 개발하고 있다. 이하 이날 강연 및 질의응답 정리.
VR이란
1인칭 콘텐츠, 현실 세계와 동떨어진 세계관을 바탕으로 콘텐츠를 전개하는 게 특징이다. 2D에서 터치 기반 인터페이스, 현실세계와 개연성으로 제작되는 AR 콘텐츠와 차이가 있다.
VR은 3DoF, 6DoF 등으로 나눠진다. 우리는 x,y,z 등 회전하는 축을 기준으로 둘러보는 3DoF, 둘러보는 게 아닌 몸이 그 방향으로 움직이는 6DoF로 경험한다. 실제로 게임할 때 총을 쏘고 바닥을 기는 게 아니라, 2D에 맵핑한 3D 환경에서 앞,뒤, 위, 아래가 움직이고 타이밍에 맞게 버튼을 누르며 게임을 즐기고 있는 것이다.
이를 위해 유저는 수십만원짜리 디바이스를 사는 것에 주저하지 않는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단순히 디바이스를 위해 돈을 쓰지 않는다는 거다. 콘텐츠가 가치 있고 재미있어야 기꺼이 하드웨어를 구매한다.
게임 VR 시장의 태동 및 발전
2016년 4월, 오큘러스VR이 출시되었고 HTC의 바이브가 나왔다. 중국의 VR방이 1천개 가량 생겨난 것도 이 제품이 출시됐기 때문이었다. 지금까지 약 300만대 정도 판매됐다. 이후 삼성, 샤오미 등에서도 제품을 내놨다. 더불어 VR콘텐츠의 확산에 필요한 ‘망’환경도 조성되기 시작했다. 4K, UHD 콘텐츠는 100기가 정도가 필요한 게 요즘 세상이다. VR이 일상에서 자연스럽게 녹아들기 위해선 5G 망이 본격적으로 도입된 뒤 최소 2,3년의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
VR 시장에서 중요한 건 ‘콘텐츠’
플랫폼에선 좋은 콘텐츠에 대한 니즈가 늘 있다. 2016년 VR방이 우후죽순으로 생겼다가 사라진 것도 좋은 콘텐츠가 공급되지 못하면서 VR방 재방문이 급락했기 때문이었다. 현재 중국은 이 시기를 지나 다시 시네마틱 VR 콘텐츠를 보는 환경으로 분위기를 반등시켰다. 이를 보면 좋은 콘텐츠가 꾸준히 늘어야 한다는 걸 알 수 있다. 킬러콘텐츠에 대한 고민을 하지 않는다면 제작되는 콘텐츠의 재생시간을 담보하기 어렵다.
국내 VR 시장 규모는 전세계 상위 5위 수준…성장률은 높지 않아
현재 업계는 공간 사업과 게임 사업자 두 축으로 나눠져 있다. 중국, 미국, 일본이 전세계 시장 규모를 대부분 차지하고 있는 가운데, 한국을 비롯한 영국,독일, 러시아 등이 상대적으로 작지만 의미 있는 비율을 가지고 있다. 특히 한국은 VR시장에서 글로벌 규모 5위 내에 든다. 성장률은 높지 않지만 어느정도 성숙한 시장으로 변모했다고 추정된다.
국내 VR기업의 투자 양상을 보면, 2016년엔 디바이스 기업에 투자하는 경우가 많았고 지난해 상반기엔 솔루션 쪽으로 투자가 이뤄졌다. 미국, 중국 기업 뿐만 아니라 삼성과 정부 펀드 등도 VR 업계에 적극적인 투자를 감행하고 있다.
투자사든 기업이든 콘텐츠 개발에 투자해야 한다.
콘텐츠 기업이 좋은 콘텐츠를 많이 제작해야 VR 시장에서 좋은 기회를 얻을 수 있다. 킬러콘텐츠에 대한 고민을 꾸준히 해야 한다.
(이하 질의응답)
Q. 5G가 상용화되면 VR시장이 어떤식으로 성장한다고 보나. 콘텐츠 속도, 제공되는 인프라 등 다양한 게 있을 텐데.
기본적으로 잘 만들어진 게임이 현재 약 10기가 정도 된다. 그 외에 4K 콘텐츠를 보더라도 망 환경이 좋아야 한다. 다운로드가 1,2분 안에 이뤄지지 않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만약 망 환경이 지금보다 더 좋아진다면 VR을 제대로 즐길 수 있을 거다. 예컨대 아이폰이 3G망에서 출시 됐지만, 4G망에서 큰 성장 모멘텀을 가졌다. 리니지 등 모바일 게임 시장에서 크게 성장했기 때문이다. VR도 마찬가지라고 본다.
Q. 게임 외 산업 쪽 시도나 기대는 없나.
물론 있다. 의료 분야에선 시뮬레이션 용으로 직접적인 투자가 이뤄지고 있으며 장기적으로 관련 시장도 성장할 거란 전망이 있다.
Q. VR 게임 콘텐츠의 경우, ‘피지컬’이 강조된다. VR콘텐츠도 체력이 좋은 2,30대층에서만 한정적으로 소비될 가능성은 없을까. 동시에 헤드마운트디바이스인 경우, 영상콘텐츠를 감상하는 2시간 내내 사용하기도 어려울 듯 한데.
준비하고 있는 콘텐츠 중 요양환자를 위한 시네마틱 콘텐츠도 있다. 다만 당장 수익화가 어려운 편이다. 콘텐츠엔 연령대마다 다르게 소비되는 킬러 콘텐츠가 있다. 이에 맞게 계속 개선하고 보완할 계획이다. 헤드마운트디바이스엔 배터리 플레이 시간 및 발열에 따른 사용 제약이 있다. 현재로선 한 영상을 내리 시청하기 어렵다. 다만 이 점 또한 개선해나가야 하는 게 업계의 숙제다.
Q. VR 콘텐츠를 만드는 입장에서 주목하는 게임 장르가 있다면.
VR에선 조금 다른 재미와 템포가 있다. 상대적으로 느린 박자를 이용하면서도 6DoF 경험을 적당히 유지시키야 한다. ‘클라이밍’ 같은 콘텐츠가 훌륭한 게임이 될 수 있다. 이 외엔 칼싸움과 복싱도 좋다고 본다. 다만 게임 인터랙션 문법을 활용해 기획 해야 한다. 정답은 없다. VR 게임 콘텐츠 중엔 그래픽이 화려하지 않아도 충분히 내용을 고민한 흔적이 느껴지는 게임이 인기를 얻는 경향이 있다.
Q. VR과 햅틱기술간 연결-구현은 어디까지 와 있나. 향후 어느 정도까지 발전할까.
햅틱 디바이스에 대한 수요는 지속적으로 있고 의료 개발사도 햅틱 디바이스를 만들고 있다. 우리도 대학병원과 관련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다만 어디까지 발전할지 예측하기는 어렵다. 시장 니즈에 따라 갈 듯 싶다.
Q. 어떤 게 ‘킬러콘텐츠’가 될 수 있을까.
국가 성향을 고려한 이야기가 탄탄한 콘텐츠가 킬러 콘텐츠가 되는 듯 하다. 최근 일본의 VR아케이드를 보면 피지컬, 디지털 인터랙션이 부족해도 괜찮은 성과를 내는 콘텐츠가 있다. 기기마다 캐릭터를 부여한 뒤 그 기기에서 멀티플레이를 할 수 있는 것도 인상 깊었고, IP에 적합한 스토리가 탄탄하단 느낌을 받았다. 여기서 몇 가지 시사점을 얻었다.
Q. 이동에 대한 불편함은 VR시장의 한계라 본다. 대중화를 위해선 이동이 자유로워야 하지 않을까.
현재 VR에선 이동하는 느낌을 쓰지 않는다. 이유는 어지러움 때문이다. 주체는 움직이지 않는데 주변 정보가 너무 많은 상황에서 움직이면 인지부조화로 인한 어지러움이 유발된다. 이를 해소하는 방법으로 트랙패드를 둔 뒤 걷게 하는데, 저가형이라도 많이 비싸다. 직관적이지 않아도 사용하는 것 자체가 공간의 제약을 뛰어넘을 수 있는 방법론을 통해 개선해야 한다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