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구글 국내 매출 최대 5조 추정…네이버보다 많다.
한국미디어경영학회 주최로 19일 프레스센터에서 ‘해외 사업자에 대한 세금 부과의 문제점’을 주제로 세미나가 개최되었다. 이번 세미나는 최근 국내 인터넷 기업에 대한 역차별을 해소하기 위해 발의된 법안들의 실효성을 논의하는 자리였다.
첫 번째 발제자로 나선 이태희 국민대학교 교수는 구글코리아의 사례를 중심으로 외국계 유한회사의 세원잠식 행태를 비판했다. 그는 적절한 세금을 부과하기 위해서는 정확한 매출 파악이 우선해야 하는데, 구글은 한국에 발생하는 매출을 공개하지 않고 있으며, 심지어 싱가포르 등 법인세율이 낮은 국가로 매출을 이전해 세금을 회피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영국의 사례를 언급하며 우리나라에서 구글코리아가 매출을 공시한다고 하더라도, 이는 우리나라 소비자들에 의해 발생된 매출 총량이 아니라 싱가포르 법인으로부터 구글코리아가 받는 수수료일 뿐이라고 말했다. 영국에서는 유한회사도 재무제표를 공시하도록 하고 있어, 구글 영국 법인의 매출이 공개되었지만 아일랜드 법인에서 영국 법인으로 지급되는 수수료만을 매출로 잡아 영국 정치권에서 이를 지적하며 우회이익세를 도입한 바 있다.
이에 이 교수는 구글코리아의 국내 매출 규모를 보다 구체적으로 예측하기 위해 우리나라의 사업보고서 개념인 ’10-K 리포트’와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분석기업 앱애니의 자료를 활용해 새로운 분석을 시도했다.
구글의 모회사 알파벳은 지난해부터 10-K 리포트에 구글의 아태지역 매출을 명시하고 있는데, 해당 매출을 기반으로 앱애니의 구글플레이스토어 지역별 매출 정보를 활용해 한국에서 발생한 매출을 역산한 결과, 구글코리아의 지난해 매출은 4조 9천여억 원으로 추정됐다. 구글의 매출을 광고 수익과 구글플레이스토어 수수료 등의 기타 수익으로 구분해, 한국의 비중을 각각 계산한 보수적인 추정치도 3.210조원으로, 기존 업계 추정치보다 무려 1조 이상 높게 나타났다.
이 교수는 ‘최근 유튜브를 통한 검색이 늘어나면서 구글의 동영상 광고 매출도 커지고 있는데, 이러한 현실을 좀 더 반영한 결과라고 볼 수 있다’라면서, ‘기존 업계 추정치는 수치에 대한 근거를 밝히지 않았는데, 구글이 공시한 데이터를 근거로 구글코리아의 매출을 추정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고 강조했다.
뒤이은 발제에서 최민식 상명대학교 지적재산권학과 교수는 글로벌 인터넷 기업의 공평 과세를 위해 우리나라가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를 검토했다. 특히, EU에서 논의중인 ‘디지털서비스세(Digital Service Tax)’를 국내에 도입하려는 시도는 오히려 국내 기업에 대한 이중과세가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디지털세는 법인세와는 별도로 역내 매출의 일정 비율을 세금으로 부과하는 제도다.
최 교수는 ‘EU가 디지털세를 도입하게 된 배경에는 구글, 페이스북 등 미국 기업에 의한 자국 기업 역차별을 방지하려는 의도가 있다’며, ‘유럽과 우리나라의 상황 차이를 고려하지 않고 디지털세를 무비판적으로 수용한다면 다양한 문제가 발생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해외 기업은 매출을 공개하지 않기 때문에 다른 나라로 매출을 이전하는 등의 방법으로 조세를 회피할 수 있는 반면, 법인세와 소득세를 성실하게 납부하고 있는 국내 기업만 세금 부담이 가중된다는 것이다. 최 교수는 디지털세에 대해서 국제 사회, 심지어 EU 내부적으로도 의견이 분분한 상황에서, 국내 조세 체계에도 맞지 않는 제도를 성급히 도입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최 교수는 국내 콘텐츠 생태계를 외면하는 등 사회적 책임을 회피하는 구글의 행태도 지적했다. 최 교수는 “구글은 국내에서 5조 가까운 매출을 일으키면서 세금도 제대로 안내고 국내 콘텐츠 시장에 재투자도 하지 않는 등 사회적 책무를 피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 교수는 ‘역차별 해소를 위해서는 새롭게 입법을 하기보다는 현행법의 집행력을 높이는 것이 관건’이라고 강조하며, 해외 기업을 규제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면 차라리 규제를 철폐해서 국내 기업이 동등하게 경쟁하도록 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이어진 토론에서는 해외 기업에 대한 국내 법의 집행력에 대한 문제가 제기됐다.
이상원 경희대 교수는 “규제 집행력 확보가 중요한데, ‘정부에서 이에 대한 관리감독이 가능할까’라는 의문이 있다”면서, “규제를 만들 때 이에 대한 대처까지 고려하고 있는지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차재필 인터넷기업협회 실장은 “디지털세는 손해 볼 자국 인터넷 기업이 없는 상황에서 적절한 규제인데, 우리나라는 그런 점에서 EU와 사정이 다르다”면서, “자칫하면 디지털세도 지난 20년간 되풀이해온 것처럼 우리 기업만 옥죄는 규제가 될까봐 업계의 우려가 크다”고 말했다.
이지은 법무법인 동서남북 변호사는 “디지털세를 걷으려면 세원을 정확히 파악해야 하는데, 구글이 제대로 신고를 안해도 조사가 어렵다”면서, “현재로서는 국내 기업에만 디지털세가 부과될 것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김보라미 경실련 변호사는 “구글코리아, 구글 본사와 진행 중인 소송에서는 우리 하급심 법원까지는 구글 본사에 우리 법이 적용되는지에 대해 애매하게 판단이 나왔고 아직 대법원 판결이 나오지 않은 상황”이라며, “법적 집행력이 담보되지 않는 이상 국내 대리인 지정 제도 역시 형식적인 것이며 한계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