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서형의 손에 잡히는 스마트TV] 스마트TV와 사용자 경험(UX)
한 때 위와 같은 사진이 온라인 유머 게시판에 떠돌았다. 사진의 제목은 ‘할머니의 리모컨’이었다. 사진을 본 첫 순간에는 리모컨의 버튼을 테이프로 덕지덕지 가려버린 외형에 눈이 가지만 조금 더 바라보고 있자면 할머니가 실제로 사용할만한 키만 남겨둔 배려가 눈에 들어온다. 할머니의 입장에서 리모컨을 가장 편하게 쓸 수 있도록 사용자 경험(User eXperience)이 고려된 리모컨인 것이다.
스마트TV, 어울리는 옷을 찾기 위해 고민하다
사용자 경험UX이란, 사용자가 어떤 제품이나 서비스를 이용할 때 느끼는 총체적인 경험이라고 말할 수 있다. 따라서 서비스와 디바이스를 사용하는 주체와 용도에 따라 다를 수 밖에 없다. 스마트TV의 경우엔 어떨까? 스마트TV 애플리케이션의 화면 구성이나 조작방식은 스마트 폰, 태블릿 등 다른 스마트 디바이스들과 확연히 다르다. 터치기반으로 조작하는 위의 디바이스들과 달리 TV는 사용자가 일정 거리를 두고 떨어져 앉아 리모컨으로 조작하기 때문이다. 쉬운 이해를 위해 ‘아리랑TV’의 예를 살펴보자. 아리랑TV의 PC버전 홈페이지에 들어가면 여러 콘텐츠들이 각기 다양한 크기와 형태로 한 페이지에 모두 표시되어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사용자는 마우스를 통해 원하는 콘텐츠를 탐색하거나 선택할 수 있다. 한 편, 스마트TV의 ‘아리랑TV’ 앱은 큼직큼직한 박스형태의 메뉴와 썸네일들이 정렬되어 리모컨으로 조작하기 쉽게 구성되어 있다. 한 화면에 표시되지 못한 콘텐츠들은 좌우로 넘겨서 보거나 하위 페이지를 통해서 보여주는 형태이다. 이처럼 동일한 콘텐츠일지라도 사용자는 디바이스에 따라 직간접적으로 다른 느낌과 경험을 인지하게 된다.
UX에 대한 고민은 서비스 내에서만 이뤄지는 것이 아니다. TV 제조사들은 각각 중요하게 생각하는 UX에 따라 리모컨의 모양과 기능을 결정한다. 2013년형 삼성 스마트TV의 스마트 터치 리모컨은 과감히 숫자버튼을 모두 없애고 리모컨 중앙에 작은 터치영역을 삽입하였다. LG 스마트TV의 매직모션 리모컨은 레이저처럼 TV화면 상의 포인터를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는 리모컨으로 유명하다. 구글TV는 검색어 입력을 편리하게 할 수 있도록 리모컨의 뒷면에 키보드 자판을 탑재하였다. 애플TV의 셋톱박스 리모컨은 iPod을 연상시키는 소수의 동그란 버튼만을 남겨 심플함을 추구하는 애플 특유의 디자인 컨셉을 유지했다. 리모컨 이외의 입력장치에 대한 고민도 계속되고 있다. 스마트TV가 직접 사용자의 손동작이나 음성을 인식하는 기술, 스마트 폰을 무선 연결하여 입력장치로 사용하는 기술 등을 적용한 사례들이 점차 늘어나고 있다. 새로운 입력방식의 등장 가능성도 무궁무진하다. 모바일 시장에서는 사용자의 눈동자를 인식하는 기술까지 상용화 된 단계이며, 콘솔 게임 시장에서는 이미 게임조작을 위한 다양한 액세서리(입력장치)들이 판매되고 있다. 그야말로 이제는 기술력 자체보다 사용자를 감동시킬 UX 전략이 경쟁력이 되는 시대가 된 것이다.
사용자에게 경험을 디자인해주는 사람이 되기 위해 갖춰야 할 요건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UX는 모든 서비스와 제품에 필수적인 요소이면서도 정해진 답이 없는 애매한 영역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UX 전략을 구상하는 사람(UX 디자이너)의 입장에서는 어떻게 해야 세련되고 편리한 UX를 제공할 수 있을까? ‘손에 잡히는 삼성 스마트TV 앱 개발(핸드스튜디오 著)’에서는 이에 대한 답변으로 UX 디자이너가 갖춰야 할 세 가지 태도를 제시한다.
‘손에 잡히는 삼성 스마트TV 앱 개발’ 관련기사 (https://platum.kr/archives/10483)
첫째, 사람에 대한 관심이 있어야 한다. UX 디자이너는 효과적인 UX 디자인을 위해 기획자의 의도와 사용자의 니즈를 명확히 파악하고 있어야 한다. 전달하고자 하는 것과 전달받고자 하는 것 사이에 다리를 놓는 역할에 실패할 때, UX는 방향을 잃고 만다. 따라서 사람들의 일상적인 행태뿐 아니라 그러한 양상을 보이게 된 이유와 역사, 문화까지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
둘째, 기술과 트렌드에 빠르게 반응해야 한다. 현실에서 동떨어진 UX 전략은 존재가치가 사라진다. UX 전략이 아무리 뛰어나도 현재 기술 수준으로 구현할 수 없다면 뜬구름 잡는 이야기로 끝날 위험이 있다. 반대로 이미 트렌드에 뒤처진 방식이라면 사용자들로부터 환영 받기를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셋째, 관련 분야에 대한 기본적인 지식을 쌓아야 한다. 사용자는 특정 상황 속에서 하나의 요소에 의해 경험을 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변수의 조합을 통해 경험하게 된다. 따라서 UX 디자이너는 사용자에게 영향을 미치는 요소들이 무엇인지 정확히 알아야 한다. 아래 도표는 UX 디자인을 하기 위해 거치게 되는 단계를 표현한 것이다.
위 프로세스의 각 단계에서 전문성을 올리기 위해서는 다양한 분야의 지식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리서치 단계에서는 민속학(Ethnography) 등의 조사 방법론을 공부하는 것이, 사용자의 니즈를 분석하는 단계에서는 인지심리학(Cognitive psychology)이나 행동경제학(Behavior economics) 등이 도움이 된다.
모바일은 터치 입력이 가능해지고 크기가 다양해지면서 혁신적인 UX적 변화를 경험하였다. PC도 마우스라는 입력장치가 등장하며 오늘과 같은 사용자 경험을 완성하였다. 이에 비해 스마트TV는 아직 다양한 시도와 고민을 하며 몸에 잘 맞는 옷(UX)을 찾는 중이다. 디바이스의 성능 향상과 타 디바이스와의 융합 시도가 사용자들에게 다채로운 경험을 제공할 수 있는 기회들을 만들어내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성과가 본 리포트의 도입부에서 인용했던 ‘할머니 리모컨’의 ‘테이핑 신세’가 되지 않으려면 스마트TV의 차별화된 UX전략에 대한 고민이 반드시 함께 진행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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