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한국인 2018] “중국기업은 연장자가 아니라 실력자를 존중한다”
중국으로 이직하면 경력을 인정받을 수 있을까, 내부 조직문화는 정말 수평적일까. 혹은 이직할 때 나이가 걸리지는 않을까.
국내에서 중국으로 이직해 전무로, 디자이너로 ,팀장으로 근무한 3인에게 청중의 질문이 끊임 없이 이어졌다. 이들은 과연 무엇이라고 답했을까.
23일 스타트업 얼라이언스와 플래텀 주최로 네이버 그린팩토리에서 개최된 ‘제3회 중국의 한국인’에선 중국에서 커리어 쌓기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가 오갔다. 차승학 전 바이트댄스 팀장, 이재철 푸싱그룹 전무, 강소연 텐센트 시니어디자이너는 각자 경험한 이야기를 풀어내며 청중과 소통했다. 이날 패널토론은 조상래 플래텀 대표의 모더레이팅 아래 진행됐다.
중국 IT기업 대부분이 평균 30세를 넘지 않는다. 30세를 넘으면 나이든 사람 취급 받기도 한다. 이렇게 ‘어린’ 분위기의 중국 기업 내에서 연장자를 존중하는 문화가 존재하나. 동시에 중국 기업으로 이직을 고려할 시 몇 살까지가 마지노선일까.
이재철 푸싱그룹 전무(이하 ‘이재철 전무’): 연장자를 존중하기보다 실력 있는 자를 존중한다. 그 자리에 부합하는 리더십과 가치관을 가지고 있는 지만 보는 거다. 실제로 알리바바의 타오바오 부서의 한 사업부장은 85년생이다. 연장자라는 개념은 언어, 문화와 밀접하다고 본다. 중국어엔 존칭이 없다. 아울러 기업 회장과 직원이 편히 얘기할 수 있는 분위기가 자리잡은 곳이기도 하다. 중국 기업으로의 이직을 고려한다면 한 살이라도 어릴 때 가서 책임과 권한을 많이 가지는 방향으로 가길 권하고 싶다.
강소연 텐센트 시니어디자이너(이하 강소연 디자이너): 중국에선 인턴이 매니저급과 허심탄회한 토론이 가능하다. 내가 다녀본 화웨이, 텐센트 둘 다 그랬다. 나이는 상관이 없다고 본다. 다만 다른 얘기일 순 있지만 디자이너는 소통 능력도 좋아야 한다. 개발자와 기획자와 같이 일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중국에서 좋은 디자이너의 덕목 중 하나가 ‘소프트 커뮤니케이션’ 능력이다. 이는 이직에 영향을 미친다.
차승학 전 바이트댄스 팀장(이하 차승학 전 팀장): 앞선 두 분의 의견에 동의한다. 첨언하고 싶은건, 중국엔 다양한 서비스가 있고 그에 걸맞는 연령대가 있다는 거다. 특히 ‘틱톡’과 같이 타깃 유저가 어린 서비스를 제공한다면 팀원 나이가 어릴수록 공감대를 형성하기 쉬워 업무에 장점이 된다고 본다.
바이트댄스를 포함해 많은 중국 신생 IT기업이 젊은 인력을 채용 중이다. 재직자 입장에서 이에 따른 장단점이 있었다면.
차승학 전 팀장: 유저 타깃(10~20대)에 맞는 고민을 하기는 좋은 것 같다. 트렌드를 따라가기에도 적합하며 의사결정 또한 빠르다. 다만 기업 분위기가 산만해진다는 단점은 있겠다.
강소연 디자이너: 어리면 아무래도 업무 체력이 좋다. 넉달간 내리 야근을 했음에도 지치지 않는 팀원들도 봤다. 그 뿐인가. 사상도 젊고, 받아들이는 것과 실행력도 빠르다. 텐센트의 경우 성과가 있으면 어린 나이에도 승진이 가능하다. 팀장 또한 4,5년차 경력임에도 팀장까지 다다른 이들도 꽤 된다. 이는 개인에게는 동기부여가 되지만 업무에 있어 전반적인 경력이 부족하단 인상도 준다. 장점이자 단점이라고 본다.
중국에선 자유롭게 토론이 가능하다고 했는데, 결론은 날것 아닌가. 최종 컨펌은 어떻게 이뤄지나.
강소연 디자이너: 디자인을 끝내고 나면 우선 상사에게 보고를 한다. 이후 팀원 모두에게도 확인을 거쳐야 한다. 토론에서 합치가 이루어지면 기획자에게 공유한다. 가끔 개발자도 참석해 의견을 내놓기도 한다. 사공이 많아서 힘들 때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좋은 건 모두가 함께 생각해낸 결과가 도출될 때다. 냉정한 피드백을 받고 나면 상처를 받을 때도 있지만, 더 나은 길로 가자는 의견개진 아닌가. 24시간 채팅방을 열어놓고 토론하고 있다. 이견이 없으면 의사 결정은 빠른 편이다.
차승학 전 팀장: 큰 회의실에 들어가 의견을 나눴다. 과정은 혼란스럽지만 결국 결정은 책임과 권한을 가진 이들이 내린다. 수평적인 의사소통은 매력적이지만 결정자가 있다는 것은 한국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중국이나 미국 등 글로벌 회사에 입사하게 될 경우 언어의 중요성은 얼마나 될까.
이재철 전무: 논리적으로 명확하게 표현하는 게 중요하다. 아울러 중국어의 형식적인 표현은 알아두는 게 좋을 것 같다. 중국 팀원들과 회의하다 보면 ‘괜찮다’고 말할 때가 있는데, 실제 함의는 ‘안 괜찮다’고 통용되는 경우가 있다. 이런 표현의 차이를 습득해두길 권하고 싶다.
이직할 때 한국에서의 경력이 고스란히 인정됐나.
차승학 전 팀장: 내 경우는 한국에서 창업에 실패한 경험도 회사에서 좋게 봐줬다. MCN 회사를 다녔던 경력도 마찬가지였다. 그런 게 잘 반영됐다. 모든 기업이 그렇다는 것은 아니다. 한국 기업은 창업 경력을 중국만큼 높게 봐주진 않았다.
강소연 디자이너: 중국에 한국은 디자인을 잘 하는 나라로 알려져 있다. 덕분에 한국에서의 경력이 더 높게 인정 받았다. 한국에선 10년을 근무해야 시니어로 대접해주지만, 중국에선 5년만 근무해도 가능했다. 특히 한국 대기업에서 근무한 경험은 더욱 큰 도움이 됐다.
이재철 전무: 중국선 경력에 따른 연차를 중시하지 않는다. 회사가 원하는 자리에 인재가 부합하는 지를 본다. 연봉은 업계마다 조금씩 다른데, 일정 경력을 쌓으면 회사 주식을 받을 수도 있다. 공통점으론 5년차 이상부턴 좋은 기회가 주어진다는 점이겠다.
이 전무는 푸싱그룹에 입사하기 전 투자 관련 경력이 전무했다. 그런데 투자업무를 보고있다. 이를 위해 사전에 공부를 해뒀나.
이재철 전무: 나는 투자 기술이 뛰어나서 입사 제안을 받은 건 아니었다. 물론 시간을 할애해 책도 읽고 전문가도 만나며 관련 지식을 쌓았다. 하지만 그런 지식보다 투자를 잘 하려면 ‘소비자의 선호도’를 파악하는 것이다. 고객이 좋아할 수 있는 서비스를 선별하는 눈, 적절한 투자시점을 찾는 게 이 업의 관건이라고 생각한다.
토종 한국인이 중국에서의 커리어를 이어가는 중이다. 중국어는 원래 잘 했나.
이재철 전무: 중학교 때 부모님을 따라 상하이에서 3년간 살면서 배우긴 했다. 다만 대학 진학 후 약 10년 간 전혀 쓰지 않아 많이 잊었다. 그래서 군대에서 중국어 통역병을 지원해 2년간 복무하며 감을 안 잊으려 노력했다. 그 과정에서 어감이 좀 살아나더라.
텐센트나 iQiyi 같은 동영상 플랫폼은 안정적인 성장그래프를 그렸다. 그에 비해 숏비디오는 점유율 변화가 심했다. 3년 뒤엔 이 추이가 어떻게 변화할까.
차승학 전 팀장: 어려운 질문이다. 중국을 깊게 따져봐야 할 것 같다. 기본적으로 아직까지 숏비디오는 무한한 가능성을 가졌다고 본다. 어린 유저들도 많이 쓰고 있으니 말이다. 이들이 꾸준히 사용하는 습관을 가진다면 틱톡은 숏비디오를 넘어 영상 플랫폼으로 진화할 가능성도 있다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