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人사이트] 국내 최대 규모 스타트업 이벤트를 만드는 자원자들
‘헤이스타트업!’은 국내 스타트업 간 교류를 활성화시키고, 스타트업 생태계에 대한 대중의 관심을 높이기 위해 기획된 행사입니다. 2015년부터 시작된 헤이스타트업!은 가든파티, 국제 컨퍼런스, 박싱데이 등 매해 새로운 컨셉이 부가되어 진행됐고, 지난해에는 15,000여 명이 방문한 대규모 행사로 발전했죠.
흥미로운 점은 이 행사가 민간의 자발적인 참여로 기획, 운영된다는 점입니다. 매해 운영진의 면모도 달라집니다. 그간 스타트업 종사자, 관계자, 학생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이들이 조직을 꾸려왔습니다. 올해 기수 또한 스타트업을 사랑한다고 자처하는 이들이 참여했습니다.
자신의 결혼식 청첩장에도 행사 홍보 문구를 넣고, 행사를 위해 합숙도 마다 않는 이들을 이끌게 한 동기는 무엇일까요. 이달 열리는 ‘2018 헤이스타트업! & 스타트업 박싱데이‘을 준비 중인 운영진을 만나 얘기를 나눠봤습니다.
세 분은 헤이스타트업에 어떻게 합류하셨나요?
백지연 헤이스타트업 운영팀장(이하 ‘백지연’): 본업은 키즈 스타트업의 COO입니다. 평소부터 스타트업에 관심이 많았고, 헤이스타트업 행사가 국내 생태계를 만드는 멋진 행사라 여겨 참여 했어요. 프로그램을 만들고 운영하는데 신경쓰고 있어요.
최지원 헤이스타트업 대외협력팀장(이하 ‘최지원’): 한 학기 남은 휴학생입니다. 스타트업 생태계에서 지원업무를 해보고 싶어 아산나눔재단에서 인턴 근무를 잠시 했고, 연장선에서 헤이스타트업 운영진에 지원해 활동 중입니다.
조수빈 스타트업 박싱데이 총괄(이하 ‘조수빈’): 저도 스타트업 생태계에 관심이 많았습니다. 미국 회사를 다니고 있는데, 잠시 파견을 나와있던 중 행사를 알게 됐어요. ‘무조건 재밌겠다’는 생각에 지원했습니다. 스밥(스타트업, 식사는 하셨습니까?) 3기 운영진이었어요.
행사가 이번 주말이에요. 막바지라 합숙을 하며 준비 한다고 들었습니다.
조수빈: 모든 팀원이 합숙하는 건 아니에요. 시간을 줄이는 차원에서 6,7명 정도 돌아가며 하고 있어요. 다들 이동시간이 상당해서 그걸 줄이면 시간을 벌 수 있거든요.
4년차 행사입니다. 꾸준함이 중요한 스타트업 현장에서 이는 눈여겨볼 만한 가치인 듯 해요.
최지원: 의미있는 행사에 동참하는 것에 뿌듯함을 느껴요. 요즘 큰 스타트업 행사가 많잖아요. 차별점에 대한 고민을 많이 했어요.
‘공감’과 ‘연대’가 컨셉이라고요.
최지원: 함께하는 모든 이가 그런 분위기로 행사를 즐겨주었으면 해요. 개인적으론 벤처투자자, 스타트업 종사자, 지원기관 모두 모인 행사로 치러지는 것도 차별점이라고 봐요.
조수빈: 내년이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이 되는 해에요. 그래서 저희 컨셉도 대한민국 100년, 이후 100년 동안 성장할 수 있는 기업을 응원하는 마음으로 준비했어요. 최대한 대중과 접점을 많이 만들어 내려고 해요.
최지원: ‘페스티벌 페어’ 임을 강조하며 홍보 중이에요. 즐길 거리와 먹거리가 있는 실내 축제가 될거에요. 푸드트럭협회도 이번 행사에 함께 해 주시거든요. 다채롭게 준비하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비영리로 운영되는 행사에 업체를 참여시키기 위해선 많은 노력이 필요했을 듯 싶습니다.
최지원: 관련 DB를 모았어요. 대표 전화번호로 콜드콜 했고요. 이후 담당자를 지정 받아 진행했습니다. 이메일을 보내거나 지인을 수소문하고, 인터넷 공개모집 등 안 해본 게 없어요. 다행히 행사를 언급했을 때 알아봐주는 분이 많았어요. 처음 치르는 행사가 아니어서 어느 정도 레퍼런스가 쌓여 있으니까요. 물론 행사와 업체간 사업적 점접을 찾는 게 어렵긴 했어요. 이 점을 피력하는 게 힘든 한편 보람도 있었습니다.
내부적으로 이번 행사서 주안점을 둔 부분이 있다면요.
백지연: 조직의 성숙도를 높이는 것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어요. 운영진의 특징은 처음 보는 이들이 합류해 새로운 경험을 하는 거에요. 압축 성장을 하는 긍정적인 측면도 있지만, 시스템이 부재하다는 측면도 있어요. 주먹구구로 진행되기도 해요. 그럴 때마다 성장통을 겪게되죠. 이런 부분은 먼저 행사를 경험한 OB들이 많이 도와줬어요. 하지만 결정은 현 팀원이 해야 해요. 후배가 성장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거죠.
어찌보면 연대감만으로 모인 조직이에요. 이탈도 있을텐데요.
조수빈: 군 입대자 외엔 한 명도 없어요. 소소하게는 포지션을 바꾼 정도고요. 13명으로 시작해 현재는 32명이 함께 하고 있습니다.
초기 헤이스타트업 행사를 두고 ‘행사의 취지를 모르겠다’, ‘행사 제안자는 누구냐’는 등 여러 말이 오갔습니다. 주변의 만류는 없었나요.
조수빈: 왜 없었겠어요. 스밥 운영진이던 시절부터 종종 들었습니다. ‘공짜로 밥 사주는 의도가 불순하다’, ‘그 자리에서 스타트업의 아이디어를 빼가는 것 아니냐’는 말부터 다단계에 빠진 것 아니냐며 부모님께서 걱정을 하신 분도 계세요. 기우라 말하고 싶어요. 확실한 건 헤이스타트업은 100% 자원자들이 행사를 만든다는 것, 건강한 스타트업 생태계를 만들어간다는 자부심으로 뭉쳤다는 거에요.
매해 새로운 운영진이 큰 행사를 만들어내야 해요. 스트레스도 많을거라 봅니다.
백지연: 평소에 알던 사람과 프로젝트를 함께 해도 어려운데, 전혀 모르던 사람들과 만드는 게 쉽지 않겠죠. 체력적 부담과 심적 압박으로 지치기도 하고요. 하지만 행사의 취지게 공감해 자발적으로 모인 사람들이라 보람이 커요.
최지원: 헤이스타트업은 4회차, 박싱데이는 3회차 행사인데요. 이미 경험해본 선배들이 ‘힘들지만 성장할 것’이라고 격려해줘요. 실제로도 그렇고요. 그게 동력이 됩니다.
팀 프로젝트의 특성상, 일의 분배가 균일하게 이뤄지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갈등의 소지가 되기도 해요.
최지원: 본인이 한 만큼 성과가 나요. 강제성도 없고요. 사실 이해관계가 존재 했다면 니즈가 충족되지 않았을 경우 부딪칠 수도 있었겠죠. 하지만 이 행사에선 그게 없어요. 프로그램 하나씩 담당자가 있는데, 각자 책임져야 해서 자발적인 수 밖에 없어요.
행사를 치뤄내는 데 있어 성취감이 대단한가 보네요.
조수빈: 앞선 운영진 중엔 주변에 꼭 해보라고 추천하는 사람들도 있었어요. 지연님도 그런 과정으로 합류했죠. 스탭으로 함게하던 사람을 채용하는 경우도 있고요. 업무적으로 합이 맞는지 경험해볼 수 있거든요. 참고로, 이전 기수 중에는 자신의 결혼식 청첩장에 헤이스타트업 참석 문구를 넣으신 분도 계세요. 그만큼 자부심을 가진 행사인거죠.
제가 속한 회사는 모든 팀원이 미국인이고 저만 한국에 파견을 나와있어요. 몸은 자유로운 대신 퍼포먼스는 확실히 내야 해요. 노력 투입의 결과가 회사 기대치와 다르면 문제가 되요. 그래서 회사에 운영진으로 참여한다고 사전에 보고했는데, 응원해 줬어요. 개인의 발전과 더불어 회사 신사업에도 도움이 된다고 판단한듯 싶어요.
각각 회사에서 브랜드매니저, 운영이사 등을 맡고있어요. 그 경험이 행사를 준비하며 도움이 되나요. 혹은 지금 행사를 준비하는 동안 맡은 일로 인해 얻은 업무 노하우는요.
조수빈: 스타트업은 직함, 직책보단 ‘일’에 초점을 맞춰 근무하는 형태라고 봅니다. 노하우보단 조직문화를 배우는 측면이 커요. 업력이 긴 팀원이 리더인 제 말을 존중해주고, 저 또한 그들의 말을 수용할 수 있는 능력을 키워가는 거죠.
최지원: 이 행사가 스타트업의 시작 과정과 비슷하다고 생각해요. 3,4달 만에 프로젝트를 완성시키는 거니까요. 제 나이에 작은 일부터 중간 관리자, 리더를 다 해볼 수 있는 프로젝트는 거의 없다고 봐요. 개인적으론 ‘일’을 제대로 배워보는 경험의 자리라 생각해요. 수평적인 조직 문화를 경험하는 측면도 있고요.
백지연: 각자 니즈가 다를 수 있을 거예요. 만약 스타트업 대표가 이 행사에 동참한다면 자신의 역량을 시험할 수 있을거라 봐요. 실제로 그 과정에서 투자 유치와 끈끈한 네트워크를 만든 사례도 있어요.
매해 헤이스타트업 운영진이 말하는 행사의 성장 방향은 각각 달랐어요. 올해 운영진께선 어떤 행사로 커나가길 바라시나요.
최지원: 한국의 ‘슬러시’로 만들고 싶어요. 슬러시도 처음에는 학생 동아리 수준의 자발적인 모임에서 시작했잖아요. 거친 팀들의 성과가 좋아서, 꼭 체험해야 하는 프로젝트처럼 인식되고요. 헤이스타트업도 충분히 그럴 수 있는 행사에요. 네트워크 구축은 물론 교육적으로도 충분히 큰 가치가 있습니다. 이 점이 많이 알려지면 좋겠어요.
백지연: 스타트업을 많이 알리는 데 큰 공헌을 하는 행사로 자리매김 했으면 좋겠어요. 여전히 일반인에겐 생소한 게 스타트업이잖아요. 생활 속에 자리한 스타트업의 혁신을 느끼길 바랍니다.
조수빈: 뻔한 행사라 여길 수 있어요. 운영주체도 낯선 스타트업이라면 더더욱 그럴 수 있겠죠. 그런 이미지를 줄이기 위해 행사의 심도를 높이는데 노력하고 있어요.
최지원: 아울러 스타트업 제품을 할인해서 구매할 수 있는 장이에요. 일반인에게 알려진 스타트업 관계자간 토크쇼도 열릴 예정입니다.
행사 참석자 및 수고해주신 모든 분들께 한 마디 부탁 드립니다.
최지원: 대외협력 업무를 맡아 외부엔 부탁을 많이했고 내부엔 싫은 소릴 많이 했어요. 이해해주시고 도와주셔서 고마웠습니다. 스타트업 참가 기업에도 감사드리고 싶어요. 매출도 늘리고, 인지도도 늘릴 수 있는 행사가 될 수 있도록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조수빈: 참여하는 스타트업이나 방문하는 관객 모두에게 재미있는 행사로 기억되길 바랍니다. 헤이스타트업이 앞으로도 계속 이어져 롱런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백지연: 헤이스타트업을 통해 스타트업 압축성장과 흥망성쇠를 경험할 수 있어요. 다음 기수가 이 점을 꼭 알고 참여해주시면 좋겠어요. 마지막으론 부담 없이 오셔서 즐길 수 있는 행사를 만들겠습니다. 부디 많이 와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