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서는 스타벅스가 배달을 한다
올해 8월 스타벅스와 알리바바가 상하이서 전략적 파트너십을 체결했다. 골자는 중국 최대 음식배달 플랫폼 어러머(饿了么)를 통해 스타벅스 커피배달을 한다는 것, 알리바바 신유통 플랫폼 허마셴셩(盒马鲜生)에 배달전문 매장을 오픈한다는 것, 그리고 티몰과 타오바오 등 전자상거래 플랫폼과 알리페이를 활용한 새로운 서비스를 론칭한다는 것이다.
이에따라 스타벅스는 베이징과 상하이에서 테스트를 거쳐 11월 기준 중국 내 17개 도시 1100개 매장에서 서비스를 제공 중이다. 단기 목표는 30개 도시 2000여 개 매장에서 서비스를 하는 것이다.
스타벅스는 1999년 중국에 진출해 18년 간 체인을 확장해 왔다. 1선 도시부터 4선 도시까지 공략해 2017년말 기준 3000개 넘은 매장을 열었으며, 향후 5년 내 5000개 매장을 오픈한다는 계획이다. 자타공인 이 시장의 절대강자로 지난해 시장 점유율은 무려 80%에 달한다. 아울러 내년 오픈 계획인 매장 1100개 중 600개를 중국에서 연다는 방침이다.
그간 스타벅스 가치 핵심은 오프라인 매장에 있었다해도 과언이 아니다. 식음료가 아니라 문화와 공간을 파는 기업으로 인정받았다. 하지만 글로벌 경쟁 브랜드를 비롯해 중국 토종 커피 브랜드의 성장이 스타벅스의 위기로 대두되었다.
1999년 중국 시장에 뛰어든 스타벅스는 지난해를 기준으로 80% 이상의 시장점유율을 유지해왔지만 지난 2분기 중국 내 매출이 2% 줄어드는 상황이다. 특히 스타벅스를 벤치마킹한 식음료 스타트업 루이싱은 스타벅스의 가장 큰 불안요인으로 평가받는다.
루이싱은 2017년 9월 설립되어 ‘커피+O2O+신유통’ 모델에 집중하며 빠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루이싱은 스타벅스를 벤치마킹한 기업이다. 심지어 맛을 재현하기 위해 스타벅스 바리스타를 대거 영입하기도 했다. 성장세는 가파르다. 올해 1월 베이징과 상하이서 첫 매장을 열어 한 달 평균 100여 개의 매장을 오픈하고 있다.
시작부터 SF익스프레스와 제휴협력을 맺고 스쿠터 배달서비스를 도입하면서 화제가 됐었다. 30분 내 배달이 완료되지 않으면 제품 값을 받지 않는 등 공격적 마케팅으로 창립 1년이 채 되지 않은 현재 5%의 시장 점유율을 기록하고 있다.
루이싱 매장 상당수는 계산대 자체가 없다. 앱을 통해 주문한 뒤 배달을 받거나 매장에 들러 QR코드 인증을 통해 받아 가거나 매장에 자리를 잡고 마시면 된다. 줄을 설 필요가 없는 것이다. 35위안(한화 5700 원) 이상 주문이면 배송료도 없다.
루이싱커피는 지난 7월 2억 달러(약 2,269억원)투자를 받은 후 유니콘기업(기업가치 10억 달러)의 반열에 올랐다. 루이싱뿐만 아니라 올해 상반기 다수의 신유통 커피 창업 아이템에 집중 투자가 이루어졌다. 자본이 투입되며 각 커피 브랜드의 홍보 프로모션 또한 가열차게 진행중이다. 일정요건만 충족되면 무료 쿠폰까지 제공된다. 이러한 현상은 과거 차량공유 서비스와 자전거공유 서비스가 난립할 때 보아왔던 전경이다.
여전히 스타벅스는 중국 커피 체인의 최강자다. 중국내 매장만 3300여개에 이르며 브랜드력은 타의추종을 불허한다. 수년 내 이 구도가 깨질거라 보는 이도 많지 않다. 루이싱이 위협요인이긴 하지만 스타벅스의 경쟁자라 칭하려면 수년은 이르다.
하지만 ‘신유통(新零售)’의 영향으로 제2, 제3의 루이싱이 속속 등장하는 추세가 스타벅스 입장에선 부담스럽다. 스타벅스가 알리바바와 손을 잡은 것도 이러한 난국을 타개하려는 방편이라 할 수 있다.
과거 유통은 제품(貨), 채널(場), 소비자(人) 순서로 우선순위가 매겨져 공급되었다. 이 방식은 제품의 공급과잉과 기업 간 가격경쟁을 야기시켜왔으며 소비자는 후순위였다. 하지만 신유통은 소비자(人), 제품(货), 채널(场) 순으로 중요도가 바뀐 것이 핵심이다. 빅데이터 분석을 기반으로 소비자들에게 맞춤형 제품을 생산해 채널을 통해 가치를 부여한다. 커피체인에서도 이러한 흐름이 주류가 된 상황이다. 스타벅스도 ‘배달 서비스’를 통해 이 흐름에 합류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배달을 위해 손잡은 어러머는 신유통 주창자 알리바바의 계열사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