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드라마앤컴퍼니는 명함 관리앱 ‘리멤버’를 통합 비즈니스 포털로 키워나가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미국의 링크드인처럼 사용자가 명함과 이력을 외부에 공개할 수 있게 함으로써, 다양한 비즈니스와 구인구직의 기회를 만들겠다는 설명이다.
서비스 확장 계획 발표 이후 가장 두드러진 변화는, 리멤버 이름을 달고 나오는 콘텐츠를 자주 접할 수 있게 되었다는 점이다. 리멤버 자체 미디어에 올라온 네트워크 전문가 인터뷰와, 이진우 기자의 <리멤버나우>는 종종 SNS에서 회자되기도 했다. 사용자들을 확장된 비즈니스 모델에 슬그머니 태우는 데에 이 콘텐츠들이 큰 역할을 하고 있다는 인상을 받았다.
이 콘텐츠 레일을 까는 작업을 주도하고 있는 것은, 피알&커뮤니케이션 팀과 콘텐츠 플랫폼 센터를 총괄하는 남윤선 리더다. 최재호 대표는 “늘 콘텐츠를 만들고 싶었지만 여력이 없었는데, 좋은 사람 한 명이 오니 문제가 다 해결됐다”는 말로 그를 소개했다. 남윤선 리더는 상사 시절 익힌 전략적 사고, 기자 일을 하며 다져온 넓은 인맥, IT 기업에서 날카롭게 벼린 감각을 총동원해 리멤버라는 서비스에 새로운 가치를 더해나가고 있었다.
■ 기자 출신 콘텐츠 가이 남윤선, ‘리멤버’에 콘텐츠를 더하다
기자 생활을 하셨다고 들었습니다. 어떤 경력을 거쳐 드라마앤컴퍼니로 오게 되신 건가요.
대기업 상사에서 근무하다가 2009년에 한국경제에 입사했고, 총 8년을 기자로 일했습니다. 당시 ‘엣지(EDGE)’라는 사내 벤처를 만들어 뉴미디어를 연구하고, 신사업을 개발했고요. 그 후에는 임원기 선배와 함께 싸이월드로 자리를 옮겨 큐(QUE)라는 뉴스큐레이션 앱을 만들기도 했어요.
콘텐츠에 대해서는 생산부터 유통까지 다양한 경험을 하셨네요. 그런데 사실 드라마앤컴퍼니는 콘텐츠로 유명한 기업은 아니었습니다. 어떤 이유로 합류하게 되신 건가요.
현재의 리멤버는 명함 관리 앱이지만, 궁극적으로는 비즈니스 포털로 거듭나는 것이 목표입니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포털’이라는 명칭을 쓰는 모든 플랫폼에는 콘텐츠가 있어요. 링크드인에는 구직자들의 이력서가, 페이스북에는 사용자들의 피드가 쌓여있죠. 이런 콘텐츠들은 플랫폼 내 다양한 거래를 더 잘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하는 윤활유 역할을 합니다. 리멤버를 콘텐츠 플랫폼화시키는 과정에서 제가 할 일이 있을 거라는 생각에 합류를 결정하게 됐어요.
현재 팀 내에서는 어떤 역할을 맡고 계신가요.
피알&커뮤니케이션 팀과 콘텐츠 플랫폼 센터를 이끌고 있습니다. 두 팀의 성격은 좀 다른데요. 피알&커뮤니케이션 팀은 드라마앤컴퍼니의 홍보 전반을 맡는 조직이에요. 제가 직접 홍보 현장에서 뛰지는 않고, 전반적인 방향성과 전략을 구상합니다. 콘텐츠 플랫폼 센터는 리멤버 앱 내에 콘텐츠 플랫폼을 구축해나가는 일종의 사업 부서입니다. 팀이라고는 하지만, 아직 저 혼자서 운영하고 있어요.
비즈니스의 윤활유 역할을 하는 콘텐츠를 제대로 쌓아나간다는 게 쉽지 않은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기존의 리멤버가 가진 정체성과도 시너지를 낼 수 있어야 하고요. 콘텐츠 전문가로서 가장 먼저 세운 전략은 무엇이었나요.
리멤버는 바쁜 직장인들을 위한 명함 관리 앱으로 시작해 성장해왔어요. 명함 관리를 도와주는 앱이, 그날의 주요 경제 소식도 정리해서 제공해주면 좋지 않을까 싶었죠. 마치 대기업의 비서가 사장님께 매일의 읽을거리를 보고하듯이요. 경제 소식을 쉽게 풀어서 정리해줄 수 있는 적임자가 누구일까 물색하다가, MBC의 간판 라디오 프로그램<이진우의 손에 잡히는 경제>를 진행하는 이진우 기자를 섭외하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만들어진 것이 경제 콘텐츠 뉴스레터 <리멤버나우> 입니다.
<리멤버나우>는 어떤 서비스인가요.
이진우 기자의 강점 그대로, 어렵고 복잡한 경제 현상을 쉽게 풀어내 주는 콘텐츠 레터입니다. 매일 아침 5분이면 주요 경제 이슈를 파악할 수 있다는 컨셉으로 만들고 있어요. 사전에 30명의 유명인사와 약 1천 명의 리멤버 사용자에게 비공개 시범 운영을 하며 의견을 물었습니다. 그중 98%로부터 콘텐츠 질에 만족한다는 답변을 받았고요. 올해 하반기부터는 매주 평일 아침 7시에 리멤버 앱을 통해 콘텐츠를 제공하고 있어요.
이진우 기자를 어떻게 섭외했는지도 궁금하네요.
이진우 기자는 전통 미디어에서 나와 프리랜서로서 다양한 미디어 실험을 하고 계신 분입니다. 경제에 대한 배경지식이 제대로 설명되어야지만, 국민들이 올바른 의사 결정을 내릴 수 있다는 사명감을 가지신 분이고요. 제가 기자로 일할 때부터, 선후배로 만나 뉴미디어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나누곤 했어요. 드라마앤컴퍼니에 합류한 이후에는 콘텐츠 기획에 대한 고민을 공유 드렸고요. <리멤버나우>에는 직장인들의 사업과 재테크에 도움이 되는 콘텐츠를 리멤버라는 플랫폼을 통해 전달할 수 있다는 점에 매력을 느끼고 동참해주셨습니다.
드라마앤컴퍼니 입장에서는, 윤선님의 인맥이 큰 자산이 된 셈이네요.
결과적으로는 그렇게 됐지만, 어디까지나 회사의 뜻과 플랫폼의 힘이 합쳐진 결과물이라고 생각합니다.
■ 좋은 콘텐츠의 변치 않는 본질, 명확한 타깃 설정과 매력적인 스토리텔링
기자와 홍보인의 일은 같으면서도 다르고, 다르면서도 같은 지점이 있는 것 같습니다. 드라마앤컴퍼니에 합류해 홍보 총괄을 맡게 됐을 때, 가장 먼저 한 일은 무엇이었나요.
홍보의 기본은 알리기와 막기라고 생각합니다. 먼저 우리 회사를 어떻게 보여줄 것인지를 고민했어요. 스타트업 홍보 전략에 대해 일반화해서 말할 수 없는 게, 회사의 성격이나 성장 단계에 따라 각자만의 답이 있기 때문입니다. 드라마앤컴퍼니는 IT 스타트업이니 외부에 혁신적인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여러모로 중요했어요. 또 좋은 인재를 채용하기 위해서는 일하기 좋은 기업으로 브랜딩하는 것도 중요했고요. 마지막으로 최재호 대표의 개인 브랜딩에도 신경을 써야 했죠. 이 결들이 다른 주제들을 가지고, 어느 미디어에 어떤 방식으로 피칭하는 것이 효과적인지를 연구했습니다.
실제 최근 몇 달간 드라마앤컴퍼니 최재호 대표님의 인터뷰 내용이 풍성해졌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관점이 다양해졌달까요.
홍보 담당자가 없다가 생긴 것이니 당연한 결과기도 해요. 회사의 성장 단계별로 언론에 나가야 하는 메시지가 달라집니다. 실제 피알&커뮤니케이션 팀이 만든 후 가장 처음 한 작업이, 현재 우리 기업이 어느 단계에 있는지와 대중에게 전달하고 싶은 메시지는 무엇인지를 명확히 하는 것이었습니다. 그 과정을 대표님이 이끌었고요. 당시 ‘여러분이 홍보에 대해 얼마나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있는지 모르겠지만, 대표인 내가 그보다 2배 정도는 중요하게 생각한다’고 말씀도 하셨죠.
홍보팀과 대표님 간 소통이 자주 이루어지는 편인가요.
언론 보도뿐 아니라, 자사 미디어에 나가는 콘텐츠조차도 대표님과 몇십 차례의 피드백을 주고받으면서 완성합니다. 그 과정에서 회사에 대한 이해가 조금이라도 부족하다고 판단하면, 또다시 설명해주시기도 하고요. 저희 피알팀은 대표님의 언어를 우리의 페르소나인 대중과 독자가 이해하는 언어로 바꾸는 작업을 하며 선순환을 만들고 있어요.
자사미디어는 어떤 콘텐츠 방향성을 가지고 운영하고 있나요.
세 가지로 크게 나눌 수 있습니다. 서비스인 ‘리멤버’ 소개(리멤버 활용법), 사용자 인터뷰(네트워크 피플), 팀원 인터뷰(리멤버 팀)로 구성되어 있어요. 사용자 인터뷰의 경우, ‘네트워크를 도와주는 앱’이라는 서비스 본질을 살려 업계 네트워크 전문가들의 노하우를 공유하고 있습니다. 렌딧 이미나 이사와 한국콘텐츠진흥원 서희선 부장 인터뷰가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각 콘텐츠를 생산할 때마다, 글을 읽는 대상이 누구인지를 확실히 하고 그에 맞춰 SNS 광고 등을 집행하고 있습니다. 이전과 달리 정기적으로 콘텐츠가 생산되고 노출되다 보니, 많은 관심을 받고 있는 것 같습니다.
스타트업이 콘텐츠 마케팅을 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해야 하는 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홍보와 마찬가지로, 회사 성격과 사정에 따라 다 다르기에 일반화할 수는 없어요. 다만 언젠가부터 콘텐츠 유통의 중요성이 강조되기 시작하면서, 질에 대한 고민은 상대적으로 부족해졌다는 생각이 듭니다. SNS에서 터지는 콘텐츠만 만들면 된다는 분위기가 만연해졌고요. 이렇게 SNS에 의존하던 몇몇 콘텐츠 업체가, 페이스북이 알고리즘을 바꾼 이후로 무너지기도 했죠. 고루한 이야기지만 여전히 좋은 콘텐츠를 만들기 위해서는 우리의 독자가 누군지를 잘 파악하고, 그에 맞는 매력적인 스토리텔링을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콘텐츠는 흥했어도 정작 비즈니스에는 도움이 안 되는 경우도 많잖아요.
맞습니다. 저희 콘텐츠가 아직 비즈니스를 하지 않는 10대 사이에서만 호응을 얻었다면, 그 콘텐츠는 괜히 만든 거죠. 저희 팀이 개인적으로 풀어야 할 문제는 리멤버의 주 사용층 중 하나인 40~50대가 IT나 SNS에 친숙한 층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그래서 SNS를 통한 바이럴은 크게 기대할 수 없죠. 그럴수록 자사 미디어를 통해 콘텐츠를 쌓아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SNS 의존도를 줄이고, 우리 고객에게 가치를 주면서도 매력적으로 느껴지는 콘텐츠를 꾸준히 쌓아나가는 것이 장기적으로 옳은 방향이라는 판단을 내렸습니다.
보통 기자로 일하다가 홍보 직무로 가면 어려움이 많다고들 하는데, 윤선님은 오히려 기자 출신으로서의 강점을 잘 활용하고 계신 것 같네요.
그럴 수도 있습니다. 다양한 출입처를 다니며 많은 PR 담당자들을 만나본 경험이 도움이 됐어요. 국내 대기업에 오래 출입하며 세계적으로 봤을 때도 선진화된 조직을 갖춘 홍보팀과 밀접하게 교류해왔습니다. 그 기업들의 PR 전략을 유심히 보면서, 우리 회사에 어떻게 적용하면 좋을지 나름대로 고민도 해보았고요.
‘알리기’ 전략을 들어보았으니, 이제 ‘막기’에 대해 이야기해보죠. 리스크 관리는 스타트업뿐 아니라 대기업들도 어려워하는 분야입니다. 특별한 대비 전략이 있나요?
사실 간단합니다. 리스크 관리란 회사에 손실을 끼칠 수 있는 대외 리스크를 사전, 사후에 대응하는 것입니다. 이 중에서도 사전 대응을 잘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우리가 어떤 사업을 하는데, 본의와는 다르게 대중에게 오해를 끼칠 수 있는 부분이 있을 수 있어요. 그 경우 메시지나 의도가 왜곡되지 않도록, 평소에 기자들과 밀접히 교류하면서 오해가 생길 수 있는 부분을 먼저 설명하는 것이죠. 역으로 기자들의 의견을 청취할 수도 있고요. 언론과의 네트워크가 없다면, 사건이 터진 후에 수습하는 것이 아주 어려워지기 때문에 홍보 담당자가 나서서 열심히 그 접점을 늘리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드라마앤컴퍼니의 콘텐츠·홍보팀의 단기, 중장기 목표에 대해 말씀해주세요.
지난 5년간 리멤버는 사용자가 명함 관리를 잘할 수 있도록 돕는 일에 집중했습니다. 그리고 이제 변신의 시기가 왔습니다. 말씀드렸다시피 저희의 장기적 목표는 비즈니스 포털로 사업을 확장하는 것입니다. 이 변모의 과정에서 홍보와 콘텐츠가 윤활유 역할을 잘 해낼 수 있게 만드는 것이 목표입니다. 사업의 성격이 변하다 보면 기존 고객들이 당황할 수도 있고, 또 너무 큰 기대를 하다 보니 실망하는 일도 생길 수 있습니다. 그런 상황이 발생하지 않도록 사전 대응을 잘하면서도, 리멤버의 새로운 변신에 대한 대세감을 형성해나갈 수 있도록 앞으로도 열심히 달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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