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토종 스마트폰 메이커, 대륙을 벗어나 세계로 간다
끊임없이 수요를 창출할 것 같았던 중국 스마트폰 시장도 이미 포화상태에 다다랐다. 중국 정보통신 연구원이 이달 8일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2018년 중국 내 휴대폰 총 출고량은 4.14억 대로 전년 동기 대비 15.6%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거래 규모도 줄어들었다.
토종 브랜드와 외산 브랜드의 희비가 극명하게 갈렸다. 화웨이와 샤오미, 오포 등 중국 토종 브랜드는 3.71억 대(점유율 89.5%)로 외산 브랜드를 압도했다. 애플과 삼성은 글로벌 시장에선 선두권을 달리고 있지만, 중국 시장에선 부진의 늪에 빠진 형세다. IDC 자료에 따르면, 2018년 3분기 아이폰 중국 출고량은 760만 대(점유율 7.4%)에 불과했다. 2015년 대비 절반 수준이다. 삼성은 시장 점유율 1%에 못 미쳐 논외 브랜드가 되었다.
애플은 올해 1분기 판매 전망을 기존 930억 달러 수준에서 840억 달러로 낮췄다. 애플이 매출 전망을 낮춰 발표한 것은 16년 만이다. 애플이 몸을 사리는 이유는 중국 시장에서의 부진이 가장 큰 요인이라 할 수 있다.
애플의 ‘차이나 쇼크’배경에는 중미 무역전쟁에 대한 낙관적 대응, 중국인의 애국정서와 무역 장벽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는 평가다. 아울러 아이폰의 지나치게 높은 가격, 중국 브랜드와 차별화되지 않은 성능도 함께 언급되었다. 중국시장을 과소평가한 것이다.
중국에서 아이폰 XS의 판매가는 8,699위안(약 144만), XS Max 모델은 9,599위안(약 158만원)에 이른다. 성능면에서 우위에 있는 화웨이 최신 플래그십 스마트폰 Mate20 Pro의 판매 가격이 5,399위안(약 89만원)임을 감안하면 매우 높게 책정되었다. 아이폰 재고를 보유한 전자 상거래 플랫폼 징둥닷컴과 쑤닝에선 최대 1,200위안(약 20만 원)에 달하는 아이폰 할인행사를 하며 붐업을 유도 중이지만 상황이 반전될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 애플 중국 공식사이트에선 정가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아이폰과 비슷한 사양과 디자인이지만 가격은 절반 수준인 샤오미 제품군의 인기도 아이폰 판매 저조에 영향을 미쳤다. 샤오미는 플래그십 모델을 비롯해 이달 4800만 화소 카페라를 탑재한 보급형 모델 ‘레드미 노트7’도 공개했다. 레드미 노트7의 판매가는 999위안(약17만원) 위안에 불과하다.
신규 아이폰 모델이 등장할 때마다 국내서 앵무새처럼 반복되던 진부한 클리셰가 ‘혁신 부족’이란 거였다. 아이러니한 것은 아이폰에 우호적이던 중국 소비자들도 최근 몇 년 간 같은 반응을 보였다는 것이다. 중국 스마트폰과 비교해 큰 가치를 부여하지 못 했다는 것이 중평이다. 이로인해 새로운 소비자 창출에 실패는 물론 기존 사용자조차 이탈하게 만들었고 실적 부진으로 이어졌다.
반면 중국 브랜드는 ‘산자이(山寨, 짝퉁)’ 저가 이미지를 벗는 것은 물론 하드웨어와 디자인에서 독립 브랜드로 자리잡는 모양새다. 아울러 소비자 취향에 발빠르게 OS를 업데이트해 중국 소비자의 호평을 듣고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샤오미다. 샤오미는 애플 노치디자인이 ‘M자탈모’란 비아냥을 듣자 앞면 카메라를 숨길 수 있는 슬라이드 형태로 미믹스3를 디자인해 내놓았다. 아울러 자체 인터페이스인 MIUI를 주 단위로 업데이트를 단행해 소비자 친화적인 기업으로 재각인되고 있다.
중국 소비자들의 눈높이와 니즈는 높아지고 다양해졌다. 신유통, 신제조 등 디지털 경제 열풍 속에서 기술의 빠른 변화에도 무리없이 적응하고 있다. 그만큼 브랜드에 요구하는 것이 많아졌다는 것이다. 애플이 1년에 1, 2회 신제품 출시를 하는데 반해, 중국 토종 메이커는 시장의 니즈를 세분화하고 고객을 타겟팅해 다양한 콘셉트로 제품 출시를 하고 있다. 일례로, 샤오미는 게이밍 전문 스마트폰 블랙샤크(黑鲨, Helo)를 출시한데 이어 메이투(美图,Meitu)와 같은 여성용 스마트폰 출시도 예고했다. 아울러 고급형 브랜드 미믹스, 보급형 브랜드 레드미도 꾸준히 업데이트해 모델을 내놓고 있다.
아울러 중국 토종 메이커들은 대륙을 넘어 글로벌 진출을 본격화하는 중이다. 지난 11일 개최된 레드미 브랜드 발표회에서 레이쥔(雷军) 샤오미 CEO는 인도와 동남아시아에 이어 유럽시장 공략을 선언했다. 미국 시장도 가시권에 두고있다. 중국 점유율 가장 앞에 있는 오포와 비보도 같은 행보다. 이는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에 강력한 경쟁자들의 등장을 예고하는 것이다. 시장조사기관 캐널라이스(Canalys) 자료에 따르면, 2018년 제2분기 샤오미의 인도시장 점유율은 30%로 삼성과 같다. 아울러 전체 인도 휴대폰 시장의 62%가량을 중국산이 차지하고 있다고 추산했다.
중국 메이커들은 단순 가성비를 넘어, 기술에 집중하고 있다. 특히 스마트폰에 인공지능 탑재와 5G 최적화를 도모하는 중이다. 다수의 시장조사기관이 향후 3년 내 인공지능이 적용된 스마트폰 출고량이 과반을 넘을거라 전망하고 있다. 샤오미인는 최근 스마트 인공지능 음성비서 ‘샤오아이(小爱)’를 중국에서 적극적으로 홍보하고 있다. ‘샤오아이’로 설연휴 기차표 예약과 같은 토착화 기능도 출시했다.
애플과 퀄컴의 관계가 틀어진 반면, 중국 스마트폰 기업들은 퀄컴과의 파트너십을 공고히하며 올해 1분기 내 5G폰 출시를 앞두고 있다. 샤오미는 퀄컴 스냅드래곤 855칩을 탑재한 고(高)가성비 폰 출시를 예고했다. 판매가는 2,500위안(약 41만원) 전후에 책정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