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사람들의 오해와 달리, 비즈니스 역시 성패의 관건은 맥락(Context)을 간파하는 데 있습니다. 정보(Information)를 남들보다 빠르게 수집하는 건 그리 중요하지 않다는 뜻이죠. 기업의 운명이 최고 수준의 기밀(Confidential Secret)을 신속하게 활용하는 것으로 좌우됐던 시대는 이미 종언을 고했습니다. (참조 : 2019.1.5 <조선일보> B9면 “나는 새 떨어뜨리다 파리 날리는 신세…벼랑 끝 정보맨들”)
스타트업은 ‘주류 비즈니스의 틈새에 새 둥지를 트는 일’로 비유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렇다면 미세하지만 결정적일 그 균열의 실마리는 어디서 어떻게 찾을 수 있을까요? 스타트업 리더들은 늘 이 질문을 안고 살아갑니다. 절박한 마음을 안고 하루를 시작한 리더들은 되레 그 절박함에 붙들려, 미지의 정보를 물색하느라 에너지를 소비하기도 합니다. 실로 안타까운 일입니다. 우리는 스타트업이니까요. 우리는 ‘삼성’의 정보력을 결코 넘어설 수 없습니다. 이를 직시해야 합니다.
정보에서 연결로

해답은 그렇다면, 이미 우리 곁에 다가온 무수한 정보들을 선별하고 이를 콜라주(Collage)처럼 이어 붙여 각 사업체만의 서사(Story)를 창조해내는 데 있다고 할 것입니다. 그러니까 연결(Connection)과 맥락의 창출 말입니다. [문화심리학자 김정운 前 교수는 자신의 저서 <에디톨로지(Editology)>(개정판, 2018)에서 ‘에디톨로지=편집력’가 새 시대를 여는 핵심역량(Core Competence)임을 강조한 바 있다] 스타트업은 바로 여기서 시작합니다. 그래서 이 글을 읽고 있을 여러분들을 위해, 다소 어설프게 보일지라도, 먼저 가위·풀·테이프를 들어보려 합니다.
<신년기획>을 ‘연결’하면 당대가 보입니다
방법론은 다음과 같습니다. 주요 신문사들은 매해 첫날 회심의 <신년기획>을 내놓습니다. 독자들과 함께 당대를 진단하고 미래를 전망해보자는 취지로 새 아젠다를 제시하는 것이죠. 그렇게 ‘아젠다 세팅’(Agenda Setting) 경쟁이 시작됩니다. 이후 약 2주간 이어지는 대대적인 연속보도는 해당 매체의 역량을 고스란히 반영하게 됩니다. 그러다보니 기사의 질과 주제의 신선도에서 여타 보도보다 뛰어날 수밖에 없습니다. 누가 대체 IT·모바일 시대에 종이신문을 논하냐고 묻겠지만, 그렇게 묻고 넘겨 버리기엔 콘텐츠의 질이 매우 뛰어납니다. 이를 잘 활용해보자는 것입니다. 돈 드는 일도 아니니까요.
어떤 한 매체가 고품질의 기사로 건져 올린 당대의 이슈는 우리 시대에 가려져 있던 일각을 새롭게 비출 것입니다. 거기엔, 아직 드러나진 않았지만 잠재적 가능성으로 들끓고 있을 새로운 트렌트의 맹아가 숨겨져 있을지 모릅니다. 그러나 이는 여전히 씨앗일 뿐, 삶의 방식을 통째로 바꿔줄 아이디어로 발전하기엔 미약합니다. 여기에 빛과 물, 비료를 제공해주는 것이 우리의 역할이 될 것입니다. 그럴 때만이 단순한 정보가 맥락으로 거듭나 스타트업을 단어 뜻 그대로 ‘출발’ 시킬 것입니다.
<경향>, <동아>, <조선>, <중앙>, <한겨레>, <한국>을 조합해봅시다
우리는 여러분과 여기서 얻은 통찰(Insight)을 공유하려 합니다. ‘공유’가 시대정신으로 거듭났다는 거창한 신념 때문만은 아닙니다. 함께 나누고 성장하지 않으면 멀리 갈 수 없음을 우리는 무수한 실패를 통해 경험했기 때문입니다. 스타트업계는 절대 ‘제로섬 게임’에 빠져선 안되니까요.
*약간의 스포일러를 해두자면, <조선일보>와 <중앙일보>에서는 올해 신년기획 주제로 ‘스타트업’을 본격적으로 다뤘습니다. 보도 역시 훌륭했던만큼 여기서 얻을 수 있는 통찰 역시 상당할 것으로 보입니다. 당신도 이 독해에 동참해주길 바랍니다. 방법은 간단합니다. 해당 연재를 쭉 따라와 주기만 하면 됩니다. 분석이 완료되면, 선진국 출판 시장에서 화제가 되고 있는 경제·경영·IT·스타트업 서적들을 입수해 이를 인문·사회학적 시선으로 읽어내는 시도를 해보려고 합니다. 거기에 우리의 틈새가 숨어 있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필자 소개 : 레이먼드 권(Raymond Kwon) / 前 <한겨레신문> 기자, 어쩌다 <한국기자상> 등을 수상했다. 현재는 콘텐츠 미디어 크리에이티브 스타트업 <카운터컬쳐>(Counter-culture) 커뮤니케이션 팀장으로 일하고 있다. E-mail : raymond@counter-culture.c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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