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스트키친’과 ‘황학동온라인’이 요식업 시장에서 발견한 문제와 기회
음식점업과 식품제조가공업의 영역이 점차 사라지고 있다. 배달과 배송 서비스, 라스트마일 물류 서비스가 고도화되면서 배달 음식을 시켜먹는 것과 온라인에서 식품을 구매하는 것의 차이가 사라지고 있다.
이런 트랜드에서 등장한 것이 ‘공유주방’이라는 생산 플랫폼이다. 공유주방이란 공유오피스처럼 저렴한 비용으로 누구나 음식사업을 시작할 수 있게 해주는 공간을 뜻한다. 하나의 생산주방에 복수의 사업자 등록이 가능해지고 지역 기반 유통이 가능해지는 세상이 열린 것이다. 해외서는 음식배달앱이 성행하면서 동시에 부각되는 사업모델이다.
공유주방이 국내서 주목받는 이유는 리스크가 큰 요식업 창업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국내 외식 산업은 식당이 생기는 만큼 문을 닫는 초경쟁 시장이다. 식당을 열어 사장님이란 명칭을 얻지만 극한직업이다. 초기 들어가는 비용도 크지만 폐업시 손실도 크다. 아울러 주방집기 등은 헐값에 팔리기 일쑤다. 공유주방은 이러한 시작과 끝의 손실을 줄여주는 역할을 한다.
배달음식 전문 공유주방 스타트업 ‘고스트키친‘을 운영하는 최정이 ‘단추로끓인수프’ 대표와 요식업 창업 집기 비교 견적서비스 ‘황학동온라인’을 운영하는 이경진 ‘놈놈놈’ 대표가 27일 스타트업 얼라이언스 엔스페이스에서 열린 테헤란로 커피클럽(109회차)에서 요식업 창업의 문제점과 자신들이 찾은 기회를 이야기했다.
단추로끓인수프는 공유주방 열풍이 불고있는 가운데, 고스트키친으로 기관투자를 이끌어낸 국내 첫번째 스타트업이고, 놈놈놈은 액셀러레이터 매쉬업엔젤스로부터 시드투자를 유치한 기업이다.
이하 최정이 대표와 이경진 대표의 발표내용 정리.
창업동기는 ‘오프라인 혁신’
사회생활 19년 동안 다섯 개 스타트업을 거쳤다. 그중 배달의민족 운영사 우아한형제들에 있을 때 인상적인 경험을 했다. 알토스벤처스 한킴 대표가 ‘GS투자팀’이 간다고 언질을 주길래 우리나라 대기업 GS가 온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양복입은 ‘골드만삭스(GS) 투자팀’이 왔다. 처음에는 왜 글로벌투자은행이 우리한테 왔나 했다. 투자를 목적으로 골드만삭스가 우아한형제들에 방문할거라 상상을 못 했던거다. 글로벌 투자은행들이 ‘의식주’분야 투자에 관심이 많다는걸 안건 조금 지나서다.
우아한형제들이 골드만삭스로부터 투자유치를 하는 과정에서 이전까지 못 봤던 것을 봤다. 그전까지 레드오션에는 들어가는게 아니라는 걸 당연하게 생각했다. 블루오션 전략이란 책도 유행했었잖나. 하지만 레드오션이라고 해도 의식주는 예외라는걸 깨달은거다. 아울러 시장이 커야만 큰 사업이 된다는 것도 느꼈다.
우아한형제들이 온라인 쪽을 혁신하니 나는 오프라인을 혁신한다는 목표로 창업을 시작했다. 한국에서 외식업 자영업은 힘들다. 국내서 연간 18만개 이상이 음식점 창업을 하고 비슷한 숫자가 사라진다. 어마어마한 시장 사이즈지만, 외식업자 숫자 자체가 커지진 않는다. 그만큼 많이 망하고, 2년 정도로 라이프도 짧기 때문이다. 자영업자가 기회비용을 살리고, 초기 투자비용을 아끼는 한편 문을 닫더라도 손실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을 찾기로 했다.
‘업’의 정의? ‘오프라인 인프라’를 만드는 것
창업을 결심한 뒤 500스타트업으로부터 시드투자유치를 했다. 처음 한 건 배달음식점이다. 언주역 부근 지하에 키친을 열었다. 브랜딩 과정에서 주목한건 야식집이다. 야식에서 볼 수 없는 깔끔한 음식을 만들기로 했다. 25평 공간에 직접 고용한 쉐프가 여러 음식을 만들었다. 1년 8개월이 지난 현재 월 매출 1억, 3만 명의 고객, 강남에서 주문 수 4위를 기록하는 등 유의미한 숫자를 기록 중이다.
하지만 오픈하고 한 번도 손익분기점을 맞춰본 적이 없다는 것이 문제다. 적자의 가장 큰 요인은 인건비다. 다 지켜가며 채용과 일을 하다보니 계획했던 것보다 많이 나가고 있다. 비용절감을 위해 내가 직접 오토바이를 몰고 하루 66건 배달을 해보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적자다. 오프라인에 해당하는 식당을 혁신하려면 지속 가능한 비즈니스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푸드브랜드를 넘어 고스트키친을 시작한 이유
배달음식 전문 공유주방 ‘고스트키친’을 하기로 마음먹은 이유는 오프라인 음식점을 혁신하면 좋은 사업기회가 있을거라 봤기 때문이다. 1년 8개월 간 배운것 중에 가장 중요한 건 ‘외식업자의 지속가능성’이다. 자동차 업계 직접고용 종사자는 35만 명 정도고, 간접고용까지 포함하면 100만 명 정도일거다. 숙박음식점의 전체 고용자수는 220만 명이고 가게 74만 7천 개 중 60만여 개가 음식점이다. 적어도 직접고용이 100만 명에서 150만 명은 될거다. 하지만 자동차업계는 산업이라 불리우지만 외식업은 산업이라 인식되지 않는다. 지속가능성이 약하기 때문이다. 외식업이 산업으로 불리우려면 이것부터 해결되어야 한다고 봤다.
외식업의 가장 큰 손실은 냉장고 등 기물, 주방에 있다. 작은 치킨집만 하더라도 인테리어 비용, 집기비용만 3~4천만 원이 든다. 입지가 좋은 곳은 권리금도 있다. 대략 5천만 원 이상 들어가는 거다. 그런데 몇년 채 안되서 망하면 남는 것보다 손해가 크다. 집기는 구매할 때와 비교하면 말도 안 되는 금액에 가격이 매겨진다. 권리금은 법적으로 보장되지 않는다. 즉, 거의 못 건지고 나오는게 외식업이다. 지속 가능성이 적은 이유다. 그래서 공유주방을 통해 작은 비용으로 창업하고 실패해더라도 리스크가 없게 하려고 했다. 우리가 생각하는 업의 정의는 ‘오프라인 인프라’를 만드는 것이다. 그것이 고스트키친을 하는 이유다.
고객이 원하는 것에 집중한다.
고스트키친이 여타 공유주방 기업과 비슷해 보이고 경쟁관계로 볼지도 모르겠지만, 그들이 뭘하는지는 사실 크게 신경 안 쓴다. 그보다는 업을 정의한대로 자영업자가 원하는 걸 고민하고 온전히 만드는 것에 집중하고 있다. 배달의민족이 자영업자를 고객으로 MRO(기업용 소모품 및 산업용자재)를 하며 수익을 낼 수도 있지만 안 하는 것과 같다. 본업에 집중하는 전략이기 때문이다. 우리도 마찬가지다. 고스트키친은 인프라로서의 공유주방을 표방한다. 고객이 뭘 원하는지에 방점이 있다.
(이하 일문일답)
인건비가 적자의 가장 큰 요인이라고 했다. 어떻게 대응하고 있나.
아직 해결 못 했다. 사실 요리하는 사람 대부분이 최저임금 수준이다. 근무환경도 좋지 않다. 업주는 하루 10~12시간을 일하길 원한다. 10시간 중 2시간 브레이크 타임이 들어가니 8시간 정도 일한다고는 하지만 제대로 못 쉰다. 그래서 5.5일 일한다고도 한다. 그만큼 힘들다. 우린 8시간 일하고 1시간만 쉬는 패턴으로 운영하지만, 강남은 늘 수요가 있어 브레이크 타임에 온전히 쉬기 어렵다. 내가 직접 주방에서 일해보니 정말 힘들더라. 외식업의 지속가능성을 만들려면 인건비 절감도 필요하지만, 그외 부분에서도 절감이 필요하다고 본다. 사실 아직 답은 없다. 모든 회사의 숙제일거다. 미래에 기계가 상당부분 바꿀 수도 있겠지만 아직은 아니다.
공유주방을 불법이라 주장하는 의견도 있다. 불편한건 없었나.
규정이나 규제가 바뀌었으면 하지만 그게 존재하는 배경도 이해는 된다. 식품 위생법상 식당이나 식품일을 하려면 보건소에 가서 위생신고를 해야한다. 전제조건은 독립된 공간이다. 공유주방도 구획이 나뉘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운영되는건 불법이다. 그래서 우린 구획을 나눴다. 아쉬운건 전처리 공간만이라도 공동이면 효율적이지 않을까 싶다. 현행법상 안 되는게 아쉽다.
음식 손맛이 좋은 개인이 고스트키친에서 음식을 만들 수 있나.
상반기에 그런 공간을 오픈하려고 공사에 들어갔다. 얼마나 수요가 있을지는 모르겠다. 관련 규제만 없다면 누구나 와서 할 수 있을거라 본다. 그것이 이루어지면 시너지가 일어날거다.
음식점은 폐업으로 인한 손실이 크다.
지인 중 종로에서 요식업 창업을 하다 1년 만에 폐업한 사람이 있다. 창업하며 새제품으로 주방집기를 구매했는데, 헐값에 팔았다고 하더라. 지인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이전 창업 아이템이 떠올랐다. 나도 5~6년 전에는 정보가 없어서 어디서, 어떻게, 뭘 사야할지 몰랐다. 어플이 활발하던 시절도 아니었다. 당시에는 발품을 팔아 잘 샀다고 생각했는데, 돌이켜보면 꼭 그렇지만도 않더라.
폐업을 결심하면 창업자는 시간이 촉박하다. 큰 돈 들여 한 인테리어를 그전으로 원상복구해야하고, 세무적인 부분도 할 일이 많다. 주방집기 처리는 우선순위에서 밀릴 수 밖에 없고, 속칭 나까마(중간 도매인)에 새제품 대비 10% 가격에 울며 겨자먹기로 팔게된다. 그리고 요식업 창업자는 폐업하더라도 다시 요식업을 한다. 그런데 다시 주방집기를 사려면 판 가격보다 훨씬 높은 비용을 들여 재구매를 해야한다. 바람직하지 않은 상황이 반복되는거다.
살펴보니 중고품 구매시 적절한 정보를 주는 플랫폼이 없더라. 새제품은 온라인에서도 팔지만 중고는 아니었다. 이 부분에서 해결되지 않은 문제가 보였고 가능성을 봤다. 우리나라는 OECD기준 자영업자, 요식업자 비율이 높다. 창폐업은 비등하다. 많이 생기지만, 많이 망하고, 경쟁도 치열하다. 폐업으로 인한 사회적 손실액도 연 2조 5천 억 규모에 이른다. 창업 지출금 대비 회수도 쉽지 않은 구조다. 보증금은 돌려받을 수 있지만 권리금은 법적으로 보장이 안 된다. 인테리어 비용은 전액 손실이다. 건물주 계약에 따라 인테리어를 원상복구하며 손실이 난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가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뭔지를 봤다. 새 제품이 아니라 중고 양품을 제대로 사고, 판다면 비용절감이 이루어질거라 생각했다. 새로 창업하는 사람과 폐업해 물건을 내놓은 사람 모두에게 이득이 될거라 봤다. 나까마에게 팔때 900이 손실이라면 그걸 200정도로 줄일 수 있다고 판단했다. 그래서 시작한 것이 황학동온라인이다.
주방집기의 메카 ‘황학동’을 온라인으로 옮긴 이유
불편한 진실이겠지만, 앞서말했듯이 외식업 창업자는 망하더라도 다시 요식업 창업을 한다. 폐업한다고 해서 취업으로 가는 경우는 많지 않다. 중요한 건 창업을 하고 폐업할 때 얼마나 손실을 줄이느냐다. 손실 비용이 크지 않아야 재창업에 시간이 오래 걸리지 않는다. 우리 목표는 그 과정에서 요식업 창업자의 손실을 줄여주는 것이다. 이 가설로 황학동온라인을 기획했고 MVP제품을 개발해서 론칭했다.
주방집기의 메카 황학동은 요식업 창업자가 가구나 냉장고, 그릇 등을 살 때 가는 곳이다. ‘황학동온라인’은 그런 집기를 구매할 때 발품과 견적을 받아보는 과정을 온라인으로 해결해주는 서비스다. 온라인과 모바일 상에서 견적을 주면 대신 발품을 팔아 견적서를 보낸다고 이해하면 된다. 주방 집기 구매에 어려움을 느끼는 창업자들이 온라인으로 필요한 품목과 규격을 요청하면 판매업체들로부터 신품 및 중고품 견적서를 대신 받아 구매자들에게 품목별 비교 견적서를 제공한다.
초기부터 이용자의 긍정적 반응이 왔다. 견적 요청도 많이 받았다. 창업하는 과정도 일이 많다. 세무등록도 해야하고, 사람도 뽑아야 하고, 공간도 찾아야 한다. 폐업할 때와 마찬가지로 집기구매는 후순위다. 그래서 우리 서비스가 창업자에게 의의가 있다. 무료서비스라 시세를 알기위해 찾는 경우도 많다. 안 쓸 이유가 없는거다. 우리 서비스에 의뢰하면 하루만에 비교견적을 받을 수 있다. 이부분을 극대화하려고 했다. 잘 구매한 사람이 많이 늘어나면 주변에 소개하는 사람들이 많이 생길거라 본다. 네임밸류와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 꾸준히 개선시켜나가고 있다.
주방집기 중고거래를 음성시장에서 양성시장으로…그리고 AS
황학동온라인은 공동구매 개념을 적용했다. 황학동에 창업자 혼자 가서 구매를 한다면 한계가 있다. 네고품목도 적을 수 밖에 없다. 우린 모아서 보여주고 경쟁 비딩이기에 네고 폭도 넓다. 가격 경쟁력이 있다. 관건은 부가세 부분이다. 저렴한 제품임에는 틀림없지만, 부가세 10%가 붙어서 비싸다 생각하는거다. 중고거래에서 부가세를 내는 사람은 거의 없다. 세금계산서를 끊길 원하지 않아서 현금거래를 유도하는 경우도 많다. 우린 법인회사고 부가세 포함 가격으로 거래한다. 그래서 소비자를 이해시키는 일도 병행하고 있다. 부가세는 환급된다고 하면 대부분은 납득한다. 국가도 중고거래에서 세수를 못 걷고 있는데, 기준이 완화된다면 좋지 않을까 싶다.
황학동 파트너사 대부분이 연령대가 높고 오프라인 위주다. 그들이 온라인에 적응할 시간이 필요하다보고 중간에서 핸들링을 하고있다. 그들에게 제품을 직접 온라인에 등록하라 했으면 안 했을거다. 그래서 처음에는 우리가 직접 찍어서 하겠다 했다. 그리고 그들의 매출을 올리면 전향적으로 바뀔거라 봤다. 어느정도 익숙해진 뒤 카카오톡 등 메신저로 문의를 하고있다. 단계적으로 하나씩 접근하고 있다. 거래 건수가 많아지면 직접 매칭도 하려고 한다. 문제는 플랫폼을 통하지 않고 직거래를 하는 어뷰징을 어떻게 막을지다. 크몽 사례를 참고하고 있다.
우린 AS도 보장한다. 중고집기 시장은 얼마 뒤 하자가 발생한다고 해서 환불이 원활히 되지 않는다. 판매상은 AS를 꺼려한다. 우린 AS가 보장되어야 한다고 판단해 3개월 보증을 하고있다. AS가 빨리 이루어지는 것도 지표로 본다. 제대로 안 하면 판매처에 패널티도 부여한다. 이 부분은 계속 고민하고 있다.
‘요식업 창업을 시작부터 끝까지 돕는 것’이 비전
견적서는 손이 많이 가고, 건수가 많아지면 퀄리티도 떨어진다. 고객은 저렴하게만 한다고해서 만족하지는 않는다. 고객들의 기준은 각자 다르다. 그래서 사용자 맞춤형 서비스, 맞춤형 자동견적 생성시스템을 도입할 계획이다. 계획대로 되면 퀄리티와 구매전환도 올라갈거다. 창-폐업자 간 매칭서비스도 고려하고 있다. 사실 다이렉트로 연결하는 것이 시너지가 크다. 좋은제품을 저렴하게 사게하는 거다.
우리의 비전은 ‘요식업 창업을 시작부터 끝까지 돕는 것’이다. 생계형 요식업 창업자가 어떤 각오로 일하는지 잘 안다. 그들의 창업에 우리가 기여할 수 있는 부분은 기회비용 절감, 원가절감이다. 그 부분을 집중적으로 찾아서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