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준범의 주분경분] #3. 대주주가 꼭 대비해야 하는 소수주주의 공격 포인트
안녕하세요, 천준범 변호사입니다.
‘내 회사’를 창업하면 보통 창업자 또는 두세명의 동업자들이 대부분의 주식을 갖게 됩니다. 하지만 회사가 커지고, 외부 투자를 받기 시작하면 ‘소수주주’라는 사람들이 생겨납니다. 가족이나 지인이 주로 응원의 의미로 조금씩 투자를 해 주거나, VC나 PEF와 같은 펀드로부터 5%, 10% 조금씩 투자를 받게 되는데 이렇게 되면 초기 창업자의 지분율은 희석(dilution)되어 결국 과반수 아래로 내려갈 수밖에 없게 됩니다.
소수주주들은 회사에 필요한 자금을 지원해 준 고마운 존재임과 동시에, 그 대가로 상법이 보장하는 여러가지 권리를 통해 언제든지 대표이사와 경영진을 견제할 수 있는 힘을 갖는 새로운 회사의 권력이 됩니다. 때로는 견제를 넘어 경영진 교체를 시도하기도 합니다.
대주주 입장에서는 소수주주들이 공략하는 포인트를 알아 두고 대비하는 것이 좋습니다.
물론 소수주주들의 권리이지만, 지피지기의 관점에서 미리 적절한 조치를 해두면 혹시라도 소수주주들이 권리를 함부로 행사하여 회사를 어지럽힐 때 큰 도움이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소수주주들이 공략하는 포인트. 즉, 대주주가 미리 대비해두면 도움이 되는 포인트 세 가지에 대해 얘기해 보겠습니다.
첫째, 집중투표를 정관으로 배제해 두었는가?
회사의 경영진이라고 할 수 있는 이사들은 주주총회에서 출석 과반수로 선출합니다. 원칙은 이사 한 명을 선출할 때마다 결의를 하는 것이기 때문에 50%에서 1주만 더 갖고 있는 주주라면 이사가 몇 명이 되던지 모두 자신이 원하는 사람을 이사로 둘 수 있습니다. 반면, 50%에서 1주가 모자라는 주주는 상당히 많은 주식을 보유하고 있으면서도 자신이 원하는 사람을 이사로 한 명도 선임할 수 없는 문제가 있습니다.
그래서 상법에는 ‘집중투표’라는 제도가 있습니다. 집중투표란, 쉽게 말해서 한 명에게 ‘몰표’를 줄 수 있도록 한 제도입니다. 선거를 할 때 후보자를 모두 적어 놓고 자신이 좋아하는 사람에게 투표를 할 수 있게 하되, 후보자 수만큼 투표 용지를 나눠주는 것입니다. 3명을 뽑는 선거라면 1주당 3장씩 주고, 5명을 뽑는 선거라면 5장을 줍니다. 그리고 갖고 있는 투표 용지에 똑같은 후보자 이름을 쓸 수 있도록 한 후에, 1등부터 뽑기로 한 사람의 수가 될 때까지 득표가 높은 순서대로 모두 선출된 것으로 하는 것입니다. 이렇게 되면 자연스럽게 적어도 소수주주가 원하는 사람이 적어도 1명은 이사로 선출될 가능성이 생깁니다.
예를 들어, A의 지분율이 60%, B는 30%, C는 10%인데 이사를 두 명 선출하는 집중투표를 한다고 생각해 봅니다. 선출될 이사가 두 명이기 때문에 A의 투표권은 두 배인 120%, B는 60%, C는 20%를 받는 것과 마찬가지가 됩니다. 만약 B와 C가 어떤 후보자에게 몰표를 주면 그 후보자는 80%의 득표를 합니다. 그러면 A가 이사 두 명을 모두 자신이 원하는 사람으로 선출할 수가 없습니다. 투표권 120%를 어떻게 나누어도 둘 다 80%가 넘도록 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90%와 30%로 나누어 투표하면 득표수 1위는 90%를 받은 후보자가 되지만, 2위는 B와 C가 몰표를 준 80% 받은 후보자입니다. 30% 받은 후보자는 선출되지 못합니다. 결국, 지분율 60%인 A이지만 이사 1명만 선임할 수 있고, 지분율 합계 40%로 과반수가 되지 않는 B와 C가 이사 1명을 선임하게 됩니다.
즉, 집중투표는 대주주에게 불리하고 소수주주에게 유리한 제도입니다.
하지만 상법은 이러한 집중투표제도를 회사 정관에서 ‘적용하지 않도록’ 규정할 수 있게 해 두었습니다.
정관에서 “우리 회사는 집중투표 안 함!”이라고 적어 놓기만 하면 대주주가 과반수의 이익을 온전히 누릴 수 있도록 해 둔 것입니다.
제382조의2(집중투표) ①2인 이상의 이사의 선임을 목적으로 하는 총회의 소집이 있는 때에는 의결권 없는 주식을 제외한 발행주식총수의 100분의 3 이상에 해당하는 주식을 가진 주주는 정관에서 달리 정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회사에 대하여 집중투표의 방법으로 이사를 선임할 것을 청구할 수 있다. ②제1항의 청구는 주주총회일의 7일 전까지 서면 또는 전자문서로 하여야 한다. ③제1항의 청구가 있는 경우에 이사의 선임결의에 관하여 각 주주는 1주마다 선임할 이사의 수와 동일한 수의 의결권을 가지며, 그 의결권은 이사 후보자 1인 또는 수인에게 집중하여 투표하는 방법으로 행사할 수 있다. ④제3항의 규정에 의한 투표의 방법으로 이사를 선임하는 경우에는 투표의 최다수를 얻은 자부터 순차적으로 이사에 선임되는 것으로 한다. (후략) |
이러한 규정에는 일부 비판이 있지만, 적어도 현실적으로는 상장회사의 95% 이상이 정관에 집중투표제 적용 안 한다는 규정을 두고 있습니다.
그런데 스타트업이나 중견기업 등 비상장회사들의 정관을 보면 ‘집중투표 배제’ 규정이 없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처음부터 창업자나 대주주가 정관에 신경을 쓰지 않았기 때문이고, 외부 투자를 받기 시작하면서 정관에 관심을 갖고 이런 내용을 알게 된 후에는 투자자의 눈치를 보느라, 또는 정관 변경에 대해 투자자들의 동의를 받기로 하는 투자계약 내용 때문에 결국 바꾸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렇게 집중투표제가 살아 있는 회사들의 소수주주들은 어떻게든 힘을 모아서 자신들이 원하는 사람을 한 명이라도 회사의 이사로 선임되게 하는 것을 1차적 목표로 하게 됩니다. 이사로 선임되면 회사의 정보에 대해서 광범위한 접근 권한을 갖게 되고, 경영에 직접 관여하고 대표이사를 견제할 수 있게 되기 때문입니다.
둘째, 우호주주에게 주식을 적절히 분산해 두었는가?
다음으로 관심을 가져야 하는 회사의 임원은 바로 ‘감사’입니다. 회사의 ‘감사’는 말 그대로 회사의 경영을 감독하고 감시하는 역할을 하는 임원입니다. 주로 재무적인 면을 감시하는 역할이 부여되어 있지만 영업이나 사업적인 면도 언제든지 보고하도록 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변호사나 회계사를 선임하는 경우가 많지만, 상법상 제한은 없기 때문에 동업자 그룹 중에서 역할을 배분하는 정도로 선임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대부분의 회사에서 감사의 존재가 유명무실해져 있지만, 역시 분쟁 상황이 되면 감사가 대주주에게 우호적인 사람인지 여부에 따라 분쟁의 흐름이 결정적으로 바뀌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데, 주식회사의 감사는 선출하는 방법이 조금 특이합니다.
제409조(선임) ①감사는 주주총회에서 선임한다. ②의결권 없는 주식을 제외한 발행주식의 총수의 100분의 3을 초과하는 수의 주식을 가진 주주는 그 초과하는 주식에 관하여 제1항의 감사의 선임에 있어서는 의결권을 행사하지 못한다. <개정 1984. 4. 10.> ③회사는 정관으로 제2항의 비율보다 낮은 비율을 정할 수 있다. |
조문만 보면 어떤 의미인지 잘 이해가 가지 않지만, 쉽게 말해 주주 1명이 모두 3%씩만(3%보다 낮은 경우에는 그 지분율만) 갖는 것으로 바꿔 놓고 투표하는 것으로 보면 됩니다.
마치 침대에 맞춰 키가 큰 사람은 잘라서 맞췄다는 그리스 신화의 프로크루스테스를 떠오르게 하는 무시무시한 규정인 것입니다! (물론 작은 사람을 늘려 맞추지는 않음) 지분율이 90%인 주주이든 50%이든, 5%이든 모두 감사 선출을 위한 투표를 할 때에는 난쟁이 3% 주주가 되는 것입니다. (2% 주주는 그대로 2% 주주)
대주주와 경영진을 견제하는 역할을 맡아야 하는 감사의 특성을 고려해서, 법이 이렇게 대주주의 의결권을 확 줄이고 ‘사람의 수’에 따라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정해 놓은 것입니다.
그렇다면, 만약 앞에서 본 A 60%, B 30%, C 10% 사안에서 위 규정에 따라 감사를 선출한다면? A도 3%, B도 3%, C도 3%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기 때문에, B와 C가 같은 사람을 지지하면 바로 그 사람이 감사가 됩니다. 이것이 상법이 의도한 바인 것이죠!
그렇다면 감사도 자신이 원하는 사람으로 두고 싶은 대주주 A는 전혀 방법이 없는 것일까요?
조금 꼼수 같기는 하지만, A가 51%만 자신이 직접 보유하고 나머지 9%의 지분을 가족이나 친구 등 친한 사람들에게 양도하면 됩니다. 9%를 양도 받아서 D 3%, E 3%, F 3%가 되면, 감사를 선출할 때 3%의 의결권을 행사하는 주주는 3명이 아니라 6명이 되고, 이 중 4명이 지지하는 사람이 감사가 됩니다. 물론 D, E, F가 자신이 원하는 사람을 지지하지 않을 리스크가 있지만, A로서는 약간의 리스크를 감수하면서 목적하는 바를 달성할 수 있는 것입니다.
셋째, 친인척이나 관계회사와의 거래를 이사회 의사록에 모두 남겨 두었는가?
소수주주들이 대표이사의 경영에 대해 의문을 갖고 분쟁이 시작될 때, 가장 먼저 취하는 액션은 ‘회계장부 및 이사회 의사록 열람청구’입니다. 이 청구권은 상법 제466조, 제391조의3에서 보장하고 있는 대표적인 소수주주의 권리입니다.
이러한 열람청구는 대표이사가 ‘선관주의의무’와 ‘충실의무’에 기초해서 자신이 아닌 회사를 위해서 성실하게 경영을 하였는지 보기 위해 이루어집니다. 그런데 사실 회사를 위해서 성실하게 경영을 했는지는 현금 횡령과 같은 웬만큼 큰 부정행위가 없으면 정확히 알기가 어렵습니다. 형사적으로는 ‘업무상 배임’에 해당하는 범죄인데, 이런 업무상 배임에 대해서는 증거도 확보하기 어렵고, 논리적으로도 과연 진짜 회사를 위한 것이 아니었는지 밝히기도 쉽지 않습니다.
그런데, 만약 대표이사가 회사의 거래나 계약을 결정하면서, 자신의 친인척 또는 자신이 어떤 이해관계가 있는 다른 회사와 거래하기로 했다면?일단 이런 거래에는 물음표가 찍힐 가능성이 높습니다. 한 번 신뢰가 어긋나기 시작하면, 회사에 손해가 되었거나 잘 되지 않은 사업 모두에 대해서 사전에 회사를 위한 최선의 합리적 결정을 하였는지 하나하나 의문이 제기될 수 있습니다.
물론, 경영 판단의 원칙이 있기 때문에, 결과가 좋지 않더라도 모두 업무상 배임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만약 친인척 또는 대표이사 자신과 이해관계가 있는 다른 회사와 거래하느라 회사에 손해가 발생했다면, 소위 ‘이해상충’의 문제가 생깁니다. 대표이사 개인이 친인척을 돕기 위해, 또는 다른 회사를 돕기 위해 회사에 손해를 입힌 것이 아니냐는 의문이 생길 수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친인척을 회사의 임직원으로 들이는 경우, 원자재 공급을 친인척이나 자신이 별도로 소유하는 회사를 통해 받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런 거래가 회사에 대한 배임이 되는지의 문제는 매우 복잡하고, 사실관계에 따라 다른 결론이 나오는 어려운 문제입니다. 하지만, 적어도 이런 거래를 할 때 상법 제398조에 의해 이사회의 결정을 받아 두었다면, 투명한 절차를 거치지 않았다는 공격을 받을 여지는 없어집니다. 반대로, 이런 거래에 관해서 이사회 결정을 거치지 않았다면, 그 자체로 배임의 근거가 되고, 거래의 의도에 대해서도 좋지 않은 인상을 남겨 결국 법정 공방에서 크게 불리하게 작용하게 됩니다.
이상 세 가지의 포인트는 경영권 분쟁이나 소수주주와의 공방이 벌어질 때 거의 매번 등장하는 기본적인 이슈입니다.
실제 사례에서는 훨씬 더 많은 실체적, 절차적 쟁점이 등장하고 더 치열한 공방을 거치지만, 적어도 이 세 가지만 미리 잘 대비해 두어도 법정 공방에서 큰 도움이 됩니다. 이와 같이 정관을 비롯한 여러 회사의 절차를 미리 잘 정비하여, 불필요한 분쟁으로 사업의 역량을 낭비하지 않고 비즈니스에 집중하는데 도움이 되시기를 바랍니다.
원문: [천준범 변호사의 주주간/경영권 분쟁 이야기] #3. 대주주가 꼭 대비해야 하는 소수주주의 공격 포인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