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호석의 스타트업 법률가이드] Exit 시리즈 #2 대기업이 스타트업을 인수하는 이유
회사의 exit은 창업자들이라면 누구나 원하는 사항이지만, 계획한대로 반드시 이루어지지는 않습니다. 특히, 회사의 매각(M&A)은 IPO와 같이 기본적인 요건도 없기 때문에 더욱 계획하거나 예측하기 어렵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명 IT회사, 대기업, PEF 등 회사를 인수할 여력이 있는 곳들이 어떤 생각으로 인수할 회사를 찾는지 안다면, 조금이라도 매각(M&A)의 기회에 좀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물론, 저 역시 법률 전문가라 전략적으로 인수자들의 의중을 100% 정확하게 알 수 있다고 말씀드리기는 어렵습니다. 하지만, 그동안 많은 인수 및 합병(M&A)을 자문한 경험, 그리고 엑셀러레이터 및 자산운용사의 창업자로 참여하여 투자 및 인수 심사 등에 참여한 경험 등을 통해 생각한 내용들을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당연히 회사가 자신의 분야에 있어서 매출 혹은 대체 가능성 등에서 우월한 성과를 보이고 있다면, 그 회사는 그 분야에 진출하려는 회사로부터 인수대상 1순위로 고려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자신의 사업 분야에서 최고의 성과를 내는 것이 회사 매각(M&A) 기회를 갖는데 가장 좋은 방법임에 분명합니다.
하지만, 이러한 당연한 시점이 아니라 다른 각도에서도 매각 (M&A) 기회를 찾을 수 있습니다.
먼저, 대기업 등이 진출하기 어려운 분야에서 성과를 내는 것도 매각(M&A) 기회를 찾는데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처음에 대기업 등이 진출하기에는 작은 시장 규모에서 사업을 하다 대내외적인 환경 변화로 해당 시장 규모가 확장되고, 유사 사업을 운영하는 회사들의 성과 역시 성장을 하고 있다면 대기업 등은 새로 해당 시장을 개척하는 것보다 이미 활동하고 있으면서 잠재력을 가지고 있는 기존 회사를 인수하는 것을 고려할 수 있습니다. 최근 번개장터의 매각이 폭발적인 성장을 거듭하고 있는 중고시장의 파워를 PEF가 검토하여 실제 인수한 좋은 예입니다.
또한, 사업을 시작할 때 진입장벽이 높은 분야에서 성실하게 사업을 해 왔던 회사도 매각(M&A)의 기회를 노려볼 수 있습니다.
흔히 신사업 분야, 다시 말해 틈새 시장을 노리고 사업을 시작하는 스타트업(IT 회사)들은 훌륭한 개발인력을 끊임없이 발굴함으로써 시장점유율을 높이고 최대한 수익률을 높이는 것이 사업을 확장하고 성장시키는 데 가장 우선적이고 바람직한 방향이라고 생각하기 마련입니다.
하지만, 규모가 큰 기업(대기업)은 상대적으로 우수한 개발인력을 더 많이 확보하고 있기 때문에 스타트업이 고민하는 문제를 진입장벽으로 생각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대기업의 경우 직접 새로운 사업에 진출하여 오랜 시간과 자원을 투자함에 따라 직접 거래처를 발굴하고, 데이터를 축적하기보다 관련 사업을 잘 운영하고 있는 회사를 인수하여 그 시장에 진출하는 것이 효율적이고 경제적이라 생각할 수 있습니다.
특허, 노하우와 같은 무형 자산 또한 매각(M&A)에 있어 결정적인 계기가 될 수 있습니다.
현실적으로 특히나 노하우는 정량적인 관점에서 얼마나 가치가 있는지 설명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현장에서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듭하면서 직접 축적한 노하우는 대기업 등 기업을 통째로 인수하는 입장에서 비용과 시간을 줄일 수 있는 가장 큰 이유 중에 하나입니다. 빠른 속도로 변모하는 시장과 트렌드를 감안하면 시간과 노하우는 생각보다 훨씬 큰 가치로 인정받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앞서 언급한 사항들은 어찌 보면 매출이나 이용자 수와 같이 외부에서 쉽게 보이는 수치가 아니라 회사 내부적으로 확인이 가능한 근본적인 사항일 수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오히려 단기간 내에 형성되기 어려운 것일 수 있습니다.
예전에 입시에서 좋은 성적을 받으려면 학교에서 제공하는 교과 과정 등 ‘기본에 충실하라’는 말이 있던 것 같습니다(이제 너무 오래 되어 까마득하지만). 회사의 운영과 성장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생각하면서 글을 마칩니다.
정호석 변호사 (법무법인 세움 파트너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