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포스트의 등장과 모바일 콘텐츠 시장에 대한 우려
우선 모바일 콘텐츠 시장이 무엇인지 규정을 해야 할 것 같습니다. 모바일 콘텐츠라고 하면 게임도 있고 동영상도 있고 뉴스, 사진, 소설 기타 등등 모바일에서 보고 실행할 수 있는 모든 것이 다 콘텐츠라고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여기서 이야기하는 모바일 콘텐츠는 전자책 형식의 소셜 콘텐츠(프로추어 작가들이 만다는 개인출판 작품)를 뜻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특히 최근의 관심은 과연 이것을 게임처럼 유료화 할 수 있는가 라는 점입니다.
우선 카카오톡이 이것을 유료화하겠다고 나섰다가 지난 봄 커다란 쓴맛을 봤습니다. 북팔을 지난 2년간 운영한 입장에서 볼 때 처음부터 무리한 유료화는 힘들다고 봤고 최소한 3년은 꾸준히 투자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특히 콘텐츠가 절대 부족한 상황에서 카카오페이지 스스로가 콘텐츠를 생산하는 시스템을 갖추지 못하고 플랫폼의 지위만 누리려고 하면 안된다고 조언도 했습니다. 결과는 카카오페이지도 인정하다시피 참담한 패배였습니다.
모바일 전자책 시장은 크게 1) 스페셜퍼블리싱 시장, 2)소셜퍼블리싱 시장으로 구분됩니다. 스페셜 퍼블리싱은 오프라인에서 기획, 출판된 출판물을 디지털 콘텐츠로 컨버전하여 온라인 또는 모바일로 유통하는 방식을 말합니다.
반면 소셜 퍼블리싱은 오프라인의 출판방식으로 출판되지 않는 개인화된 출판방식을 의미합니다. 혹자는 이것을 개인출판, 1인 출판으로 이야기하기도 하는데 비슷한 맥락이지만 조금은 다른 입장도 섞여 있습니다. (꼭 1인이 출판한다고 볼 수 없는 상황이 생깁니다)
모바일 전자책에서 사실 스페셜 퍼블리싱 시장은 큰 확장성은 없다고 보는 게 저를 비롯하여 현재 전자책 시장에서 활동하는 여러 벤처기업 대표들의 생각입니다. 특히 한국시장의 관점에서 보면 더욱더 그렇습니다.
한해 국내 출판물 시장을 1.5조~2조원이라고 볼 때, 이중에서 맥시엄 20%가 전자책으로 컨버전 된다고 해도 3~4천억원 규모입니다. (참고, 2016년 전세계시장 종이책 대비 전자책의 비중은 17.6%, 한국콘텐츠 진흥원 기획조사 자료)
출판 콘텐츠의 사업구성을 원작-출판-유통-플랫폼 이렇게 구분해볼 때, 스페셜 퍼블리싱으로 출판 또는 유통이 기대할 수 있는 매출은 전체의 15%수준입니다. 따라서 전자책 업체가 기대할 수 있는 전체 매출은 대략 500억원 정도입니다. 이를 상위 2~3개 업체가 이를 나누고, 지배적 1등 업체가 50% 이상을 챙긴다고 해도 250억 수준입니다. 이정도 볼륨으로 사업을 한다고 하면 아무도 성장성에 의미를 두지 않을 것입니다. 결국 미래의 성장성을 담보로 사업을 펼치는 벤처기업이 할 몫이 아닌거죠.
따라서 모바일 콘텐츠 플랫폼의 미래는 전적으로 소셜콘텐츠 플랫폼에 달려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마치 구글이 16억 달러를 투자해 만든 유튜브의 성장처럼 말입니다.
유튜브에서 보듯이 소셜콘텐츠 플랫폼은 광고와 커머스에 연동되어집니다. 콘텐츠 자체가 광고플랫폼이 되고 커머스의 동기부여가 됩니다. 국내 온라인 커머스 시장은 현재시점으로 봐도 대략 20~30조 시장 규모를 나타내고 있습니다. 온라인 광고 시장 역시 5조원 규모가 넘습니다.
결국 모바일 소셜퍼블리싱은 콘텐츠 기반으로 커머스와 광고시장을 파고 들어간다고 해야 비로소 성장성에 의미를 둘 수 있다고 봅니다. 이것이 모바일 콘텐츠 플랫폼의 비전이기도 하구요.
이제 북팔을 소개하겠습니다. 지난 2011년 3월 21일 저와 개발자인 동료(박대령 이사) 두 명이 창문도 없는 종로의 2평짜리 골방에서 시작했습니다. 이때 저희가 창안했던 비즈니스 콘셉트가 바로 모바일 기반의 소셜콘텐츠 플랫폼이었습니다.
한국 사람들은 교육수준이 높습니다. 열의와 창의도 있어 지식사회의 기반이 충분합니다. 콘텐츠 생산능력이 있습니다. 하지만 스페셜퍼블리싱 시장은 상업출판의 논리에 의해서 문턱이 있습니다. 소셜퍼블리싱 플랫폼을 만들어 이를 모바일로 유통하면 문턱을 낮출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것을 광고비지니스와 결합하면 무료콘텐츠 서비스로 만들 수 있습니다. 유튜브가 동영상으로 성공하듯 모바일 기반의 무료책 플랫폼을 만들면 성공할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기성출판시장에 소외된 개별 작가들을 네트워킹 한다 (출판의 소셜화)
- 이를 전자책으로 제작하여 무료콘텐츠로 배포한다 (모바일 콘텐츠 플랫폼)
- 광고 비지니스와 결합시켜 수익을 만든다 (콘텐츠 수익 모델)
- 작가를 매니지먼트하고 수익을 쉐어하여 생태계를 구축한다 (지식생태계 구축)
이것이 북팔의 비전입니다.
지난 2년반동안 갖은 고생을 통해 조금씩 가능성을 높여왔습니다. 막말로 2012년 초까지만 해도 이 컨셉에 관심을 갖는 기업은 별로 없었습니다. 가능성을 자세히 설명해도 믿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2012년 하반기가 되자 카카오톡이 카카오페이지를 만들겠다고 발표했습니다. 네이버는 이에 대항하고자 네이버 웹소설을 런칭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그리고 카카오페이지는 2013년 4월 드디어 런칭을 합니다. 기본적으로 다수의 콘텐츠 생산자를 규합해서 콘텐츠 마켓 플레이스를 만들겠다는 발상입니다. 하지만 결과는 실패였습니다.
아마존은 아마존 앱스토어를 만들고 구글에서 유료로 판매하는 앱을 무료로 뿌리는 전략을 사용했습니다. 물론 앱개발사에는 아마존이 비용을 지불한 것입니다. 카카오톡은 반대로 했습니다. 처음부터 유료로 판매했고 일부 무료의 이벤트는 CP(콘텐츠 프로바이더)들이 그 비용을 부담하게 했습니다. 이러니 판매가 부진하자 CP들이 아우성을 치게 된것입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카카오페이지의 실패가 나타났는데 되려 시장은 계속해서 모바일 소셜콘텐츠 플랫폼쪽으로 굴러간다는 것입니다. 이것은 앞서 제가 말씀드린대로 스페셜퍼블리싱 시장은 한계가 너무 명확하기 때문입니다.
다음에서 스토리볼이라는 모바일 무료콘텐츠 서비스를 런칭했습니다. 다음은 카카오페이지의 실패를 성급한 유료화라고 판단했습니다. 그래서 애초부터 콘텐츠는 10주간 무료 라는 설정을 하게 됩니다. 충분히 무료로 서비스하고 유료화는 그뒤에 판단하겠다는 발상입니다.하지만 콘텐츠가 불과 50개 밖에 안된다는 점이 한계로 생각됩니다. 무료콘텐츠를 어떻게 수급할 것인지에 대한 전략을 잘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최근 네이버가 네이버의 파워블로거를 규합해서 무료 모바일 콘텐츠 플랫폼인 네이버 포스트를 만든다는 뉴스를 접하게 되었습니다. 아직 정보가 없어 이 내용에 대해 코멘트 한다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하지만 네이버가 이분야에 뛰어든다는 자체만으로도 사람들의 관심을 이끌어내는데 충분합니다.
아쉬운건, 이들이 내세우는 비즈니스 컨셉은 죄다 스타트업 기업인 북팔의 카피캣이라는 것입니다. 북팔이 창조한 비지니스 모델의 장점만 다 가져다 베끼고 있는 상황입니다.
모바일을 통해 짧게 읽을 수 있는 전자책 콘텐츠를 제공한다는 발상, 이것을 무료로 제공하고 광고를 붙인다는 발상, 개인출판 작가들을 토대로 수익을 쉐어하고 콘텐츠 생태계를 구죽한다는 발상, 모두가 따라하고 있습니다.
물론 따라하는게 꼭 잘못된 것은 아닙니다. 대기업들이 스타트업 기업의 모델을 따라한다는 것은 그만큼 그 시장의 전망이 밝다는 의미가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도의라는게 있습니다. 3년전 이런 모델은 모바일 시장에 없었습니다. 북팔이 처음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공룡들이 나타나 베끼고 있습니다. 저 역시 누구와도 경쟁을 회피할 생각은 없습니다. 하지만 뭔가 상생의 협력을 할 수 있는 여지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관련 사업의 전망이 밝아지자 이렇게 그들이 진격의 나팔을 울리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최근 관련 기사들을 보면 참으로 암담합니다. 모바일 콘텐츠 3각, 3파전이라는 기사들이 나옵니다. 카카오페이지는 초기전략의 실패로 좌충우돌하고 있습니다. 다음은 콘텐츠 확보가 미진합니다. 네이버는 아직 서비스 공개조차 안되고 있습니다. 그런데 모바일 콘텐츠 3각, 또는 3파전이라뇨? 도대체 무슨 근거로 시장을 이렇게 쉽게 정리하는지 저는 잘 모르겟습니다.
그동안 모바일 무료전자책(소셜컨텐츠)에 “그게 무슨 돈이 되겠어” 라고 의구심을 갖던 사람들에게 “이거 돈되나 보네..”라는 생각을 갖게 된 것은 아주 희망적인 일입니다. 관련업계의 사람으로서 뿌듯한 마음도 있습니다.
그러나 최소한 상도의는 지켜야 하지 않을까요? 이런 상황에서 부디 언론들이 중심을 잡아주시기 바랍니다.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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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북팔 김형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