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의 믿음은 어디에서 오는가?
주변을 살펴보면 우리는 직접 경험을 통해 확인해 보지 않았지만 맛집으로 소문난 음식점이 더 맛있을 거라 생각하며, 와인은 꼭 와인 잔에 따라 마셔야 맛있을 거라 믿는다. 사실 눈을 가리고 맛보면 별 차이를 느낄 수 없는데 말이다. 왜 어떤 것은 믿지만, 다른 어떤 것은 믿지 않게 되는 걸까? 단지 이 차이를 브랜드가치로 단정 지어야 하는 걸까? 무엇이 소비자의 믿음에 영향을 미치는지 살펴보자.
세계관
우리는 부모나 학교, 사는 곳, 각자의 살아온 환경이나 경험에 따라 다양한 세계관을 가진다. 그래서 우리는 같은 자료를 보고도 전혀 다른 결정을 내리게 된다. 쉽게 1박2일이냐 무한도전이냐, 갤럭시냐 아이폰이냐, 바다냐 산이냐. 로 나뉘는 자신만의 선택기준이 세계관이다. 이는 사람들 각자가 가지는 개성이나 취향으로도 설명 가능하다. 우리는 이 세계관 때문에 기업이 말하는 정보를 믿을 것인가 말 것인가를 독자적인 방식으로 해석하며, 자세히 알아보지 않은 채 나의 세계관에 부합하는지의 여부에 따라 판단한다.
‘물만 마셔도 살찌는 체질 탓에 비만의 체형으로 살아온 한 여성이 있다. 어려서부터 다이어트를 해야 한다는 생각에 온갖 다이어트 제품을 복용해왔다. 하지만 어떤 이유에선지 다이어트 제품은 효과가 없었고, 더 이상 그녀는 다이어트 제품을 믿지 않게 된다. 그러던 중 우연히 마트에서 먹어도 살찌지 않는다는 문구가 적힌 저지방 제품을 발견하게 된다. 다이어트 제품과는 다른 저지방 제품이다. 하지만 그녀는 해당 제품에 눈길조차 주지 않는다.’
혹시 저지방 제품이 그녀의 다이어트에 도움이 됐을지는 모르는 사실이다. 하지만 기존에 가지고 있던 “다이어트 제품을 믿을 수 없어”라는 그녀의 세계관이 저지방 제품에 눈길조차 주지 않도록 만들었다. 사회나 개인의 경험을 통해 굳혀진 ‘와인은 와인 잔에 따라 마셔야 더 맛있으며, SUV는 승용차보다 안전하다.’와 같은 세계관에 대한 믿음은 웬만해선 바뀌지 않는다. 이들의 믿음에 다가갈 방법이 있다면, 그들이 믿고 있는 바와 일치하는 이야기를 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된다.
일관성
우리가 첫눈에 사랑에 빠지고, 첫 만남에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를 결정 내리는 것처럼 우리는 직관적으로 홈페이지 디자인, 블로그 사용 후기나 댓글, 상품 포장과 가격, 종업원의 유니폼, 조명, 가게위치를 근거로 이 제품을 믿을 것인가 말 것인가를 결정짓는다.
‘여기 아이팟의 성공에 힘입어 아이폰을 출시한 애플이 있다. 아이폰을 출시하자 사람들은 혁신에 대한 찬사와 함께 경쟁업체의 제품과 달리 교체되지 않는 배터리와 그로 인한 배터리 수명문제, 안테나 수신 불량에 대한 불만을 표출했다. 이에 애플은 고객 서비스 만족을 위해 배터리를 교체형으로 바꾸고, 안테나를 외장형으로 대체하는 행동을 통해 몇몇 고객의 불만을 해결할 수 있었다. 하지만 애플은 그렇게 하지 않았다.’
다른 제품을 따라 하는 행동이 몇몇 소비자를 만족하게 할 수 있었을지 모르지만, 그 행동이 애플의 일관성(신뢰)을 해치게 됨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간판이 멋지고 좋은 위치에 있는 상점이라 할지라도 점원이 불친절하거나 제품이 별로라면 소비자들은 그 제품을 신뢰하지 않는다. 우연히 마주친 불친절한 점원, 수많은 제품 중 하나의 불량이 소비자에게 좋지 못한 첫인상을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소비자가 언제 어디서 제품의 첫인상을 인식하게 될지 알 수 없기에 소비자의 믿음을 얻기 위해 외부에 드러난 일거수일투족을 일관성 있게 하나의 방향으로 표출해야 한다.
제품이 기존 소비자가 가지고 있던 믿음(세계관)에 부합하고, 기업의 모든 말과 행동이 일관성을 가지게 되면 그 기업은 강력한 힘을 갖게 됩니다. 와인을 와인 잔에 따라 마셔야 더 맛있을 거라 믿는 것처럼. 소비자에게 있어 사실 여부는 중요하지 않게 됩니다. 세계관과 일관성의 사례에서 살펴봤듯이 개인의 믿음은 꼭 사실에 근거한 진실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며, 절대적으로 하나만 믿어야 한다는 통념적 가치도 아닙니다. 누군가는 기독교를 믿고, 누군가는 불교를 믿는 것처럼. 믿음이란 이성적 행위라기 보단 무의식적으로 이뤄지는 행위이기에 우리는 소비자에게 믿을 수 있는 제품이다. 라는 인식을 남길 수만 있으면 됩니다. 그 인식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 과거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 세계관이고, 첫인상을 근거로 한 일관성인 것입니다. 많이들 어떻게 알리고, 확산시킬 것인가에 대해서만 고민합니다. 알려지기만 하면 팔릴 거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알려지지 않았기 때문에 팔리지 않는 걸까요? 믿지 못하기 때문은 아닐까요? TV에서 하는 광고 역시 단순히 알리기 위한 목적보단 소비자에게 믿음을 전달하기 위한 전략적 수단임을 아신다면, 지금부터라도 소비자에게 믿음을 전달할 요소를 만들어 보는 건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