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협지(創俠誌), 창업의 도(道)를 구하는 자 – 강호출도(江湖出道) 1
1. 강호출도(江湖出道) -1
“하산해라 ! “
지나가는 동네 개(犬)를 쳐다보며 ‘그놈 참 맛있게 생겼군’ 이라며 입맛을 다시는 스승의 입에서 돌연 ‘하산(下山)’이라는 말이 나왔을 때, 창도자(創道子)는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하산이라는 게 그 하산(下山) 입니까? 혹시 그 하산이라는 단어 앞에 낙(落)자를 빼먹은건 아니구요? “
스승은 제자의 웃기지도 않은 농담에는 일언반구 반응을 보이지 않은채 이어서 말을 했다.
“너도 이제 창업에 대한 기초 내공은 어느정도 쌓였고 하니 … 강호에 나가 문물을 두루 경험해 보는것도 나쁘지 않겠다 생각이 들어서 내보내는 것이니, 말썽 부리지 말고 선배 창업자들에게 많이 배우고 와야 할것이야 ! “
“굳이 강호에 나갈 필요가 있습니까? 사부님께서 전수해주신 솔라를 통한 내공이 진일보 하는 중이며, 사형사매들을 통해 배우는 것도 있습니다. 조정과 관에서 초빙해주는 강호고수들을 통한 연마도 가능하고요. 굳이 강호를 배회한다고 해서 좋을것이 뭐가 있겠습니까? “
스승은 한심한다는 듯 제자를 쳐다보다가 입맞을 다시며 말을 이었다
“네 말대로 우리 점화파(點火派)에도 무공을 연마하는 이들이 다수 있다. 그네들과 도란도란 정겹게 도를 닦는 것도 나쁘지는 않겠지. 딱히 틀린말도 아니다. 대다수 강호인들은 굳이 ‘창업의 도(道)’가 필요치 않은, ‘취업(就業)의 도(道)’이면 충분하기 때문이다. 이것은 문제라고 할 것은 없겠다. 하지만 네가 추구하는 것이 스펙을 쌓는 ‘취업의 도(道)’가 아닌 진정한 창업의 도(道)라면 강호의 경험은 필수불가결하다. 또한 네가 주로 접하는 조정과 관의 도움은 네 시야를 다소 넓혀주기는 하지만 그것으로는 어림 없다. 시야가 좁으면 생각도 좁아지게 마련. 잘못하면 시류와 유행에 따른 뭍어가기식 창업의 도만 얻게 된다. 적어도 네가 ‘점화파 ‘의 일원이고 나 ‘염화(炎火)선생 최환진의 제자라면 그런 과오는 범하지 말아야 할것 아니겠느냐? “
제자는 스승이 ‘ 점화파 (點火派) ‘와 ‘ 염화(炎火)선생이라는 자신의 별호에 상당히 악센트를 준다고 생각했다. 스승 염화선생은 계속 말을 이었다.
“더불어 시대가 원하는 것이 창조경제(創造經濟)가 아니더냐 ? 창조경제는 우물안 개구리가 되어서는 결코 이룰수 없는 것이다. 아니, 현재 추세로는 다다르기 힘든 것일수도 있겠지. 하지만 안주해서는 흉내조차 낼 수 없는 영역인 것만은 확실하다. 네가 강호출도하여 창조경제의 파편이라도 얻을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네게 도움이 될 것이다. 더불어 우리 점화파의 제자들 중 너의 사형들이 시사하는 바가 있지 않느냐? 너도 알다시피 우리 점화파의 후기지수 중에 네 사형인 ‘조민희‘는 청년사관학교를 거친뒤 다른 길을 고수의 반열에 올라있다. 여러 신흥문파들과 교류하여 그들이 필요한 재원을 연결하고 강호지도를 그리는 등 일가를 이뤘다고 할 수 있지. 더불어 시앙라이도 강호 동도들에게 도움이 되는 표국을 세워 무림에 명망이 있다고 할 수 있다. 더 나아가 천외천(天外天)을 염두에 두고 정진하는 중이지. 둘 다 나로써는 더 가르칠 것도 없는 경지라 할 수 있다. 이제 남은 것은 너 하나 뿐인데… 난 네가 창업강호를 두루 살펴보고 선배 고수들과 무림동도들에게 많은 것을 배워 점화파의 위상을 높여주길 기대하는 것이다 !”
스승 ‘염화선생’은 제자를 똑바로 쳐다보며 목소리를 높였다.
“창업이 무엇이더냐? “
“사업을 처음으로 이루어 시작하는 것을 말합니다 “
“아니, 네이버 사전에나 나올법한 구태의연한 설명말고… “
“나를 세우고, 동료를 세워 나라나 왕조를 세우듯이 모두에게 이득이 되는 것입니다”
“맞다! 하지만 절반만 맞다고 할 수 있겠다. 창업의 도(道)는 고정되어 있는 것이 아니다. 진정한 창업의 도(道)는 유동적이고 다의적이니라. 너는 그것을 강호에 나가 배워야 할것이다 !! “
스승은 할말 다했다는 듯이 손을 휘휘 내저어 떠나라는 시늉을 했다.
“스승님, 떠나기 전에 사형제들에게 인사라도 해야하지 않겠습니까? 이대로 떠나는 것은 아닌듯 하여….”
“무엇을 걱정하느냐. 강호에 천라지망처럼 연결되어 있는 천리전음을 활용하면 페북도 되고, 카카오톡도 된다. 그게 귀찮으면 블로그에 강호출사표 포스트 하나 써서 공유하면 될것을… “
스승은 뒤돌아 앉아 지나가는 견공을 향해 특유의 입맛 다시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제자는 이것이 스승이 더이상 입을 열지 않는 특유의 자세라는 것을 알고는 스승의 등 뒤에서 공손하게 큰절을 올리고 돌아섰다.
강호출도(江湖出道) 1-2
“그래서 강호로 떠난단 말인가? “
“그렇습니다. 그런데 내가 뭐 강호에 대해서 아는게 있어야 말이죠. 사형은 그나마 여기 저기 돌아다녔잖습니까?”
“돌아다니긴. 그저 몇 군데 가봤을 뿐이다. 대신에 대단한 사람들을 만나기는 했지…콜록 콜록…”
“괜찮소? “
“아, 이놈의 군(軍)의 독기를 빼내려면 조금 시간이 걸릴듯 하다. 쿨럭…”
한때 점화파의 후기지수 중 단연 돋보이던 창업 무공을 자랑하던 ‘조민희’ 의 잔기침이 잦아들기를 기다린 염화선생의 세째 제자 ‘창도자’는 다시 입을 열었다.
“그래서 말인데요. 어디 어디를 돌아다녀야 할지, 어느 고수를 찾아가야할지 좀 조언 좀 해줄 수 있겠습니까? 막상 강호로 나가려고하니 어디로 가야할지 깜깜합니다.”
“사제한테 추천할 고수들이야 무궁무진 하지. 다들 각자의 영역에선 독보적인 존재들이기도 하고. 하지만 그전에 민관에서 운영중인 창업보육 도장을 찾아가보는 것이 어떨지 싶다…”
조민희는 전신에 흩어진 공력을 끌어모았다. 전음을 운용하려는 것이었다. 창도자는 몸이 성치 않은 조민희가 공력의 소모가 극진한 상승의 링크 신공을 전개하자 정신을 바짝 차려 귀를 귀울였다.
이 링크 전음은 시전자가 자신이 의도한 것을 상대방에게 또렷하게 각인시켜주는 무공으로로써 강호인이라면 누구나 사용할 수 있는 것이지만, 조민희가 전개하는 것은 상승의 무공이었다. 창도자는 자신의 링크전음과 차원이 틀린 링크 전음신공을 경험하고 있는 것이었다.
“길게는 말하지 못할듯 싶네. 잘 들어두시게…”
조민희는 혼신의 힘을 다해 강호 곳곳에 위치한 창업보육 도장의 위치를 창도자의 뇌리에 각인시켰다. 창도자는 눈에 보이듯이 각 도장의 위치를 파악할 수 있었다. 거짓말 조금 보태면 눈감고도 찾아갈 수 있을듯 싶었다.
“아… 더 설명을 해주고 싶지만…. 여기까지가 우형의 한계같네… 나머지는 사제가 강호에 나가서 직접 겪어보고…깨달아야 될것 같네… “
“이것이 사형이 만든 강호지도로군요? 그야말로 무림의 일절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창도자는 자신을 위해 아낌없이 공력을 사용한 조민희에게 고마움을 느꼈다. 더불어 그가 완성해 놓은 강호지도는 전례가 없는 것이었다. 창도자는 속으로 깊이 탄복했다.
“고맙습니다 사형. 몸조리 잘하시고 부디 군(軍)의 독기가 조속히 제거되기를 바라겠습니다. 더불어 수공작파의 은애하는 낭자와 백년해로 하시길 바랍니다.”
“쓸데없는 오지랖은… 사회 밥 좀 몇 끼 더먹고… 군대리아 주화입마가 가시기만 하면 곧 완쾌 될 것이네… “
“그래요. 그래요. 그럼 난 이만 가보겠습니다.”
조민희는 말없이 미소로써 답했다. 창도자는 조민희의 실제모습과는 다른 페북 프로필 사진을 흘깃 쳐다보며 씁쓸하게 마주보며 미소지었다.
창도자는 포권 후 고개들 돌려 조민희의 거처를 벗어났다. 이제 바야흐로 창업강호로 출도(出道)하는 순간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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