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캐피탈을 만나기전 스타트업이 체크할 사항 5가지
투자를 생각하거나 투자를 받을 시기가되면 VC들을 만나게 됩니다. VC들을 만나는 일보다 자신의 비즈니스를 끝없이 누군가에서 설명하고 설득하고 논리적으로 방어하는 일이 자체가 쉬운 일은 아니지요. 저 역시도 투자나 사업을 소개하는 수많은 스타트업들을 만나면서 새로운 비즈니스를 이해하고 창업가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는 일이 쉽지는 않지만, 반대편에서 그 이야기를 하는 스타트업들의 입장을 생각해보면 좀더 준비하거나 몇가지만 보강하면 본인의 비즈니스를 투자자나 VC에게 잘 이해시킬 수 있을 것 같은 안타까움을 종종 느끼곤합니다. 이런 생각들을 하다보니, 창업가들에 VC나 투자자들을 만나기 전에 우선 체크해볼 몇가지 부분들을 정리해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런 생각에 기반하여 스타트업들이 참고할 5가지 항목들을 정리해보왔습니다. 아래의 나열된 항목들을 하나씩 체크해보면서 투자자나 VC를 만나기 전에 확실한 준비를 해보면 어떨지요?
1. Right Time – 지금이 투자를 받은 시기인가?
스타트업마다 비즈니스의 상황과 전개방식이 각기 다르기때문에 일괄적으로 언제 투자를 받는 것이 좋겠다는 이야기를 드릴 수는 없지만, 최소한 지금 왜 투자를 받아야하는지의 이유는 분명해야합니다. 투자자들이 투자를 하는 이유는 명확하지요. 투자에 따른 수익창출의 잠재 가능성이 높다는 판단이 서는 시점일 때 투자를 합니다. 이 이야기는 스타트업들도 최소한 투자자가 투자를 위한 판단에 대한 근거들을 충분히 제시할 수 있을때 투자를 받는 것이 “투자”자체에 대한 에너지를 최소화하는데 도움이 됩니다. 스타트업들을 만나면 저는 먼저 진행단계(아이디어-팀셋업-프로토타입-알파서비스-베타서비스)를 물어봅니다.
이러한 단계가 중요한 것은 일종의 성장단계(stage)를 넘어섰다고 투자를 무조건 받기보다 현재 단계에서 다음 단계까지의 이행에 따른 시간차가 그리 크지 않을 것 같다면 현단계에서 투자를 받기보다 조금더 견디고 다음단계까지 도달 후 회사의 투자가치를 높여서 투자를 이끌어내는 것이 스타트업에게는 좀더 유리한 점이 있기때문이지요. 예를 들어서, seeding단계의 투자로 외부 투자가들에게 일정지분을 배분하고 난 뒤 다음 단계에서 또 다른 외부투자에게 지분을 배분할지, 아니면 대출이나 기타 외부의 조달가능한 재원들을 최소한 확보하고 일단 다음 단계의 투자를 진행할 지를 생각해봐야합니다. 외부조달을 통한 회사의 성장이 스타트업이라면 당연히 필요하지만 그 시점을 잘 조율할 수 있다면 필요한 충분한 금액의 투자를 받고 외부에 배분되는 지분도 최소화할 수 있는 전략적 선택이 가능할 수 있다고 볼 수 있을 것 같네요.
2. Right Place – 자신의 비즈니스를 잘 이해하는 VC인가 ?
투자를 받고자 한다면 무조건 투자자나 VC를 만나는 일보다 우선할 일이 자신의 비즈니스와 관련있는 투자이력과 투자경험의 여부를 체크해보는 일이 중요합니다. 모바일과 웹서비스, 소셜 서비스의 개발 스타트업들이라면 바이오나 제조분야에 강점인 VC보다는 ICT분야에서 투자성과도 많이 있는 VC를 만나는 것이 좋습니다. 해당 VC가 새로운 분야의 투자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면 스타트업 입장에서는 자신의 비즈니스보다 산업에 대한 설명부터 시작해야하는지라 투자에 소요되는 시간도, 노력도 몇배나 필요로할지 모릅니다. 최소한 산업의 이해가 충분한 VC를 만나는 일이 우선입니다.
이와 아울러, 염두할 부분이 VC가 주로 투자하는 영역이외에 투자 단계도 중요합니다. 초기단계의 신생기업에 투자를 하는지, 일단 시제품과 시장출시단계를 넘어서는 스타트업/벤처에 투자를 하는지, 성장단계의 대규모 투자가 필요한 과정의 벤처에 투자를 하는지등에 대해서도 분명히 파악해야합니다(궁금하다면, VC를 만나는 자리에서 혹은 VC의 홈페이지를 방문해서 투자사들을 살펴보면 알 수 있습니다). 단계를 잘못알고 투자를 위한 협의를 시작하면 경우에 따라 원하는 회신을 받을 수 없을 경우가 있지요. 일단 번지수를 잘 찾고 해당 번지수의 경험많은 VC와 이야기를 시작하는 것이 투자를 떠나서 투자협의를 하는 스타트업에게 많은 도움이 됩니다. 꼭 투자를 목표로 하지 않는다면, 초기 스타트업의 경우 창업의 성장을 도와주는 액셀러레이션 혹은 인큐베이션 프로그램을 찾아보고 참가 여부를 확인하는 것도 또 다른 좋은 방법이 될 것입니다. 사업초기의 어려움과 해결한 부분들을 충분히 함께 헤쳐나갈 수 있는 기회와 멘토링은 VC와는 다른 가치를 초기 스타트업들에게 제공해줄 수 있기때문이지요.
3. Right Domain – 비즈니스가 성장과 잠재성 있는 영역에 위치하고 있는가 ?
이 부분은 투자자나 스타트업 모두 확실히 이야기할 수 없는 부분이라는 생각입니다. 미국이나 일본에서 뜨고 있는 서비스나 어플리케이션이라도 국내에서는 그 성공을 장담할 수 없지요. 비즈니스의 환경도 다르고, 소셜 서비스와 스마트 기기에 대한 사용자들의 경험이 충분히 도달되지 않으면 아무리 좋은 서비스도 소셜과 모바일 분야에서 성공하기 어렵기때문입니다. 미국에서 2008년 페이스북과 징가(zynga)가 시도한 소셜게임 방식의 초기모델이 이제 국내에서 동작하고 있는 상황에서 아무리 좋은 서비스라도 이러한 상황을 고려해보면 시기상조였음을 알 수 있지요. 그래도 소셜시대는 거스를 수 없는 대세였고, 모바일의 시대도 생각보다 빠르게 도달하고 있는 상황에서 소셜, 게임, 모바일의 서비스들은 결국 시간이 걸리겠지만, 시장이 만들어지고 성장하게될 비즈니스 도메인 안에 있다는 점에서 VC와 투자사 모두 관심의 영역에 있었기에 지금의 성과도 의미가 있었던 것이지요.
이처럼 투자를 생각한다면 자신의 서비스/어플리케이션이 투자자들의 관심 도메인에 있는지, 그리고 시간은 걸리더라도 성장과 발전가능성이 높은지, 이에 따른 매출의 급성장도 가능한지를 엄청나게 고민하고 그 해답을 찾아야 합니다. 투자를 위해서 스타트업 스스로 그러한 부분들에 대한 논리적 설득이 어렵거나 시장의 성장을 기다려야한다면 투자자를 미리 만나는 일은 큰 소득이 없을 것입니다. 자신의 비즈니스에 대해서 투자자와 VC들에게 어필하는 정도의 임팩트로는 큰 인상을 남기기 어렵습니다. 비즈니스를 시작했다고 바로 투자받고 성장하는 일이 생각의 속도만큼 빠르게 진행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자신의 비즈니스가 관심영역으로 부상할때 까지 기다리거나 스스로 매출과 수익성을 증명하여 VC나 투자자들의 관심을 이끌 수 있어야만 스타트업 스스로 지금까지 만들었던 비즈니스의 본질가치를 좀더 높게 인정받을 수 있는 기회가 올 것으로 생각되네요.
4. Right Intention – 투자에 대한 적극적인 의지가 있는가 ?
투자를 생각한다면 스타트업 참여자 모두가 투자에 대한 기대효과에 대해서 충분히 공유되어 있어야합니다. 스타트업을 이끄는 리더이자 대표로서로서 단순히 ‘투자가 필요하다’는 개인의 생각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습니다. 투자가 왜 필요한지, 투자가 이루어지면 무엇이 바뀌고 해결되는지등 투자가 필요한 이유의 설명이 VC가 아닌 스타트업 참여자들에게 충분히 설명되고 공감을 받을때 투자가 스타트업을 이끄는 대표의 일이 아닌 참여자 모두의 일이자 그들의 책임이 되는 것입니다.
이런 ‘투자’에 대한 스타트업 참여자들의 공통의 의지와 선택이 투자 후에도 변함없이 투자를 통해서 스타트업이 지향하고 도달해야할 목표중심적인 회사운영을 이끌게 되지요. 이런 공통의 합의가 없다면, 투자는 스타트업 구성원들에게 대표와 경영층만의 일처럼 남의 일이 되어버리기 쉽상이지요. “투자”가 ‘끝’이아닌 ‘시작’이라는 인식의 공유가 없다면 ‘투자’가 스타트업의 유일한 목표가 되어버릴 수 있습니다. 이런 경우라면, ‘투자’유치 이후 비즈니스의 표류라는 상황을 맞이할 수도 있습니다. 종종 이런 경험을 한 스타트업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그때 투자를 받지 말았어야했어요”라는 말을 할만큼 투자가 마치 스타트업의 목표처럼 받아들여지는 분위기와 그 상황을 역전시켜야하는 창업가 자신의 답답함을 토로하는 이야기이지만 많은 의미를 시사하고 있다는 생각이 드네요. 스타트업 자신에게 의미있는 “투자”이어야한다는 점에서 ‘투자’에 대한 스타트업 내부의 의지와 가치를 몇번이라도 확인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5. Right Investment – 투자에 대한 사용처가 분명한가 ?
투자의 타이밍과 준비에서 가장 어려운 부분이 바로 이 부분인데요. 투자는 투자를 받을 필요가 있을때 받는 것이 가장 이상적입니다. 팀원들이 모였고 프로토타입을 만들었다고 바로 투자가 필요한 것이 아니기때문이죠. 일반적인 창업의 단계적 과정에서 그 과정에 다다랐으니, 투자가 필요하다는 막연한 생각보다 한발 더 나아가서 현재에 만들어진 결과물을 바탕으로 다음단계에서 더 필요한 것들이 무엇인지를 구체적으로 생각할 필요가 있습니다. 사람이 필요한지, 마케팅 비용이 필요한지, 설비와 인프라 구축에 투자할 재원이 필요한지등등 좀더 구체적인 투자유치의 이유가 필요합니다. 이러한 부분들을 고민하다보면, 자연스럽게 투자를 받을 금액이 산정되며, 그 금액이 최소한 스타트업 주변에서 융통하거나 빌릴 수 있는 수준을 넘어가는 선이라면 외부에서 투자를 받는 부분에 대해서 좀더 적극적으로 생각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처음 투자를 고려한다면 투자에 대해서 좀더 신중함이 필요한데 그 이유는 일단 외부에서 투자를 받게되면, 스타트업의 경영활동에서 투자자와의 커뮤니케이션의 비중도 자연히 커지게 되며 이로인한 ‘업무 오버헤드(overhead)’도 자연히 늘어나기 때문이지요. 이러한 부분도 투자의 한 부분이라는 점에서 투자 전에 알아두면 좋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투자는 꼭 필요해서만 받는 것은 아닙니다. 비즈니스가 점점 불활실한 경제상황 속에서 지속되어 한다는 점에서 현재 비즈니스 성과도 좋고 성장성도 높지만, 신규비즈니스의 기회를 내부적으로 준비하거나 도모하고 있다면 현재의 매출구조와 비용만으로는 신규 서비스를 준비하고 만들기 위한 소요비용의 부족분이 발생될 가능성이 있기에 투자를 고려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이는 외부투자를 자신의 비즈니스에 대한 ‘지렛대(레버리지)’로 활용할 수 있는 기회로 삼을 수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지요. 현재의 매출과 수익은 신규투자보다는 현재의 비즈니스의 성장과 확장에 투자하고 동시에 신규 프로젝트와 비즈니스 라인업에는 외부 투자를 통해서 비즈니스를 성장시킬 초기 재원을 마련함으로서 현재의 비즈니스를 안정적으로 운영할 기반을 마련할 수 있게 됩니다. 스타트업에게 ‘투자’란 많지도 적지도 않게 필요한 만큼을 받고, ‘투자’에 앞서 그 투자재원을 어떻게 활용할지에 대한 면밀한 내부적 검토와 토의가 이루어진다면 ‘투자’를 짐이 아닌 비즈니스 활동의 필수불가결한 일부로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앞에서 이야기한 5가지 사항들을 읽어보셨다면, 나열된 항목들 중에서 부족하거나 보완이 필요한 것들을 우선적으로 추려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그런 항목들에 대해서 충분히 내부적으로 논의와 협의를 통해서 확실한 스타트업 자신의 해답을 가지고 VC를 만난다면 VC를 만나는 일이 무척이나 기대 될 것입니다. 단순히 투자를 위해서가 아니라 자신의 비즈니스를 좀더 객관적으로 평가하고 이야기해줄 분을 만나는 일로 생각한다면 VC나 투자자를 만나는 일은 한결 가벼운 느낌으로 다가설 것 같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