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존은 예측하기 어려운 시기에 혁신을 시도했다
2020년은 모든 전망과 예측이 리셋되어 버린 ‘불확실성만이 확실했던’ 시기로 기억될거다.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이 미래의 선택이 아닌 당장의 선택으로 강요되고 있다.
27일부터 30일까지 부산에서 열린 ‘부산스타트업위크 바운스 2020’ BOUNCE 컨퍼런스 키노트 연사로 나선 이기혁 AWS 코리아 스타트업 에코시스템 총괄은 “비즈니스는 언제나 기회와 위기가 상존한다. 위기 속에서도 언제나 기회는 있다. 외부적으로 각종 위기 상황이라 할 수 있는 환경에서 아마존과 같은 기업들은 세계를 선도할 만한 제품과 서비스를 출시했다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아마존이 드론 배송, AWS와 같은 클라우드 서비스, 킨들, 알렉사 에코를 내놓은 시점이 위기의 시대였다. 이 제품들은 위기나 시대에 상관없이 소비자에 초점을 맞춰서 개발되었다는 공통점이 있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아마존이 지금과 같은 큰 성과를 낸 것은 얼마 되지 않았다. 그 배경에는 20년 간의 투자와 인내의 시간이 있었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해 스타트업을 하기 힘든 환경이다. ‘고객을 생각’하고, 그리고 ‘언제나 혁신’을 하며 ‘고객과 혁신의 두 마리를 제대로 잡고’, ‘끝까지 인내’하라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버티는 사람이 승리한다.”라고 강조했다. 이하 이 총괄 강연 정리.
현재 AWS에서 스타트업 에코 시스템 한국 총괄을 맡고 있다.
스타트업 에코 시스템은 정부와 대학, 벤처캐피털(VC), 액설러레이터, 인큐베이터 등 기관과 함께 한국의 스타트업의 성장을 지원하는 역할을 하고있다. 투자뿐만 아니라 글로벌에 효과적으로 진출하는 것을 돕는다.
아마존에 대해 많이 알려진 게 전 세계에서 가장 고객중심 회사라는 것이다. 아마존이 비즈니스를 할 때마다 늘 이야기하는 ‘고객’은 도대체 누구인가.
아마존 뿐만 아니라 모든 기업이 고객 중심이라고 말한다. 단지 아마존에서는 단순히 고객 감동이나 만족이 아니고, ‘고객 강박(Customer Obsession)’이라고 한다. 우리 회사의 규율처럼 이야기되는 표현이다. ‘고객은 누구’이며 또 이들이 ‘어떤 것을 원하는지’는 우리가 늘 생각하는 숙제다. 이 부분에 대해 아마존의 창업자인 제프 베조스는 “대부분의 고객은 언제나 불만족스럽다. 이들의 기대치는 우리가 잘하거나 못 하거나 항상 불만족스럽다. 우리가 제품이나 서비스를 개발할 때 내 회사, 내 제품에 대한 혁신이 아니고, 고객의 삶이나 행동 자체를 변화시키는 게 혁신”이라고 말한다. 이것이 아마존의 ‘고객 강박’이다.
코로나 펜데믹 이전에도 비즈니스에는 위기와 기회가 상존했다.
코로나 펜데믹, 코로나 19로 인해 여러 가지 위험 요인이 시장에 도사리고 있다. 이 전대미문의 상황은 한국 뿐만 아니고 전 세계가 똑같을 것이다. 하지만 비즈니스는 언제나 기회와 위기가 상존한다. 즉, 위기 속에서도 언제나 기회는 있었다는 것이다.
아마존은 1994년에 제프 베조스가 창업을 했고, 1995년에 아마존닷컴을 설립했다. 4년 뒤인 1997년에 나스닥에 입성을 했고, 2006년에 AWS, 2007년에는 킨들이 등장했다. 2014년에는 알렉사를 통해 음성으로도 주문할 수 있는 서비스를 만들었다. 최근인 2017년에는 아마존고를 만들었고, 미국에서 가장 큰 소매점인 홀푸드도 인수했다. 아마존이 비즈니스 기회를 찾고 제품, 서비스를 출시할 당시는 세상 자체가 어떻게 변화되는지 예측할 수 없었던 상황이었다. 1998년~1999년에 미국에서 닷컴 버블이 터졌고, 2006~ 2007년에는 서프라임 모기지 등 미국의 금융 위기가 있었다. 그리고 2014~2015년은 유럽발 금융위기가 있었을 때다.
외부적으로 각종 위기 상황이라 할 수 있는 환경에서 아마존과 같은 기업들은 세계를 선도할 만한 제품과 서비스를 출시했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 아마존이 드론 배송, AWS와 같은 클라우드 서비스, 킨들로 볼 수 있는 전차 책, 알렉사에코 같은 서비스를 내놓은 시기가 이런 때였다. 이 제품들은 위기나 시기에 상관없이 소비자에 초점을 맞춰서 개발되었다는 공통점이 있다.
위기 속에서 우리가 가장 집중해야 될 덕목은 무엇일까
‘집요함’이다. 우리가 작년에 생각했던 2020년과 현재 2020년은 다르다. 2021년이 어떻게 될지는 더 알 수 없다. 이때 우리가 더 집중해야 될 것은 결국 처음에 생각했던 비전에 대한 집요함 뿐이다. 제품의 디테일한 부분에서는 다양한 자유도를 줄 수 있겠지만, 비전만큼은 끝까지 집요하게 파고들어야 된다.
집요함은 아마존에는 어떤 방식으로 구체화 되었나.
아마존에는 14가지의 리더십 원칙이 있다. 그 중에 한 가지가 ‘새로운 시도를 통한 간소화(invent and simplify)’다. 제품과 서비스, 업무 환경, 조직에서 항상 새로운 시도를 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때로는 이런 새로운 시도 자체가 시장에서는 의미가 폄하되거나 퇴색되는 경우도 있다. 킨들이 그런 경우이다. 1세대 킨들은 1.5kg 가량으로 대학교 전공 서적보다 더 무거웠다. 키보드 패널도 사실 타이핑하기 편하지 않았다. 그래서 대부분의 미디어에서 킨들 1세대를 부정적으로 봤다. 그런 무거운 전자책을 누가 보느냐는 논지였다. 새로운 발명을 한 것이지만, 시장에서 오해를 했던거다. 제프 베조스와 아마존 팀에서 가지고 있던 생각은 단순히 오프라인 책을 전자책으로 바꾸는 게 아니고, 전 세계에 있는 모든 책을 60초 안에 이 작은 디바이스에 다운받을 수 있게끔 하는 것이었다. 그게 아마존의 비전이었기에 비판에도 불구하고 그 부분을 집요하게 파고들었다. 그리고 세월이 지나 지금 현재 킨들은 전자책 시장을 여는 매개체가 되어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 전자책 시장에 구독 모델을 선보여 이후 콘텐츠, 음악, 비디오 스트리밍에 거부감을 없애는 역할을 했다. 처음에 무거웠던 디바이스도 업그레이드가 되어 현재는 굉장히 작고 가벼워지게 되었다.
AWS는 론칭당시 ‘위험한 배팅’이라 평가받았다.
2006년 아마존에서 진행한 실험을 두고 당시 그런 평가가 있었다. 당시 제프 베조스는 아마존이 가지고 있는 IT 인프라를 바탕으로 모든 기업이 전자상거래를 할 수 있는 비즈니스를 시도하고 있었다. ‘어떤 기업이 아마존의 IT 인프라를 가지고 제품을 개발할까’라는 의구심이 있었다. 아마존에 정보나 기술을 뺏길 수 있다는 우려를 한 거였다. 당시 상황은 그럴만 했다. 2006년 당시 벤처기업을 하거나 스타트업을 한다고 가정해보자. 한국 같은 경우는 용산 전자 상가를 찾아가서 PC를 사고, 그다음에 하드나 하드 메모리를 구매해 스스로 테스트를 개발한 후에 좀 더 자금력이 있으면 기업용 서버를 구매해 서비스를 했다. 그러다가 돈을 벌면 조금 더 높은 사양, 통신사에서 제공하는 데이터 센터에 입주를 해서 비즈니스를 했다. 그것이 당시의 전통적인 IT 비즈니스였다.
그런데 당시 아마존은 관련 인프라를 다 보유하고 있었고, 사람들이 큰 인프라 비용 소모 없이 사용한 만큼만 쓸 수 있는, 수도요금이나 가스요금같은 모델을 생각하고 있었다. 그게 바로 AWS로 불리우는 클라우드 비즈니스다. 시작 당시에는 혹평을 받았지만, 현재 AWS는 전세계에서 수백만 명 이상의 고객을 보유하고 있는 서비스가 되었다. 에어비엔비나 핀터레스트, 우아한형제들, 당근마켓, 쿠팡을 등 유니콘 기업들이 AWS의 고객사다.
2017년에 포브스, 하버드 비즈니스 스쿨에서 클라우드 환경을 AWS에서 제공하기 전과 후를 따진 조사를 한 적이 있다. 조사에 따르면, AWS가 처음 서비스를 시작한 2006년 다수의 스타트업이 많은 투자를 받게 되었다고 한다. 그때 많은 펀딩을 받았던 스타트업이 현재 전세계에 이름이 알려진 에어비엔비나 우버, 슬랙 등 유니콘 기업이다. 클라우드가 비즈니스가 활성화가 되면서 스타트업은 큰 돈을 들이지 않고도 좀 더 손쉽게 사업을 시작할 수 있게 되었다. 이러한 환경이 스타트업이 조금 더 많은 VC 펀딩을 받을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일반적으로 투자를 받을 때 VC들이 요구하는 것이 있다. 아이디어는 기본이고 기업이 가지고 있는 MVP(최소요건제품) 등 시제품을 요구한다. 예전에는 MVP를 개발하는 것 자체로 엄청난 비용이 들었지만, 현재는 클라우드로 인해 매우 낮은 금액으로 가능해 졌다. 2006년 전 비용으로 따졌을 때는 90% 이상 절감된 비용으로 손쉽게 본인들이 시제품을 개발할 수 있는 시대가 되었다.
코로나 펜데믹 이후 기업과 일하는 환경에 어떤 변화가 벌어지고 있을까.
우선 일하는 도구가 변화하고 있다. 과거의 IT 비즈니스는 서버를 사고 소프트웨어를 구매했어야 했다. 지금은 본인이 사용하고 싶은 만큼만 인프라 비용을 내는 세상이고 또 다양한 문서 협업 도구가 있다. 예전에는 워드나 액셀, 파워 포인트 같은 제품을 썼다면, 지금은 인터넷 상에서 문서 공유를 하는 게 일상화되었다. 인사 관리나 회계 관리, 업무 관리, 조직 관리를 해주는 소프트웨어들이 많기에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비즈니스를 할 수 있는 환경이 되었다. 이런 도구들이 지금 변화를 촉진하고 있다.
조직에도 변화가 생겼다. 만약에 예전에 우리가 댐을 짓는다는 계획이 생겼다면, 도면을 설계하고, 시공을 하고, 착공을 하고, 안전검사를 받는 과정을 거치는 대단히 큰 프로젝트를 했다. 현재는 프로젝트 베이스로 굉장히 작은 조직이 회사 내에서 마이크로하게 움직인다. 가령 A라는 기업에서 B라는 하나의 미션만 수행하는 게 아니고 B부터 Z까지 다양한 미션을 수행하는거다. 작은 규모의 팀들이 오너쉽을 가지고 일을 하게 되는 것인데, 아마존에서는 이를 ‘투(TWO) 피자 팀’이라고 한다. 야근을 할 때 미국은 보통 피자를 시킨다. 이때 피자 두 판을 시켰을 때 먹을 수 있는 사람들, 8명에서 10명 정도가 한 팀이 되는 거다. 킨들이나 드론 서비스, 알렉사도 이런 투 피자 팀에서 나왔다고 볼 수 있다. 거기에 엔지니어나 마케터나 세일즈, 프로그램 기획자, 그리고 리더가 모여서 각각의 작은 서비스를 개발한다. 이런 작은 조직들에게 권력을 이양하는 경우가 조직의 큰 변화라고 볼 수 있다.
작은 팀들이 각각의 목적을 달성하고 성과를 창출할 수 있게 된 배경이 바로 앞에 말한 일하는 도구의 변화 때문이다. 각 팀들은 주체적으로 가상의 방을 만들고, 거기서 프로젝트를 수행하고 있다. 오너십을 가진 이런 소규모 작은 팀들이 시장에 서비스를 빨리 출시하고, 빨리 실패하고, 그 피드백을 받아들여서 조금 더 개선된 제품을 시장에 내놓고 있다.
리소스도 부족하고, 사람도 부족하고, 돈도 부족한 스타트업은 시대의 변화에 어떻게 접근해야 할까.
‘고객 관점에서 어떻게 우리가 고객을 만족시키는 제품을 개발할 수 있을까’를 고민해야 한다. 제품 개발 방법론은 과거와 현재가 다르다. 예전에는 요구사항을 정리해서 그에 따라서 제품을 만들었다. 제품을 만든 다음에는 그 제품을 마케팅 부서가 받아서 PR을 했다. 이런 과거의 순차적인 프로세서와는 다르게 지금은 처음에 제품, 서비스를 기획할 때부터 제품과 관련된 모든 이해 관계자들이 모여서 함께 개발에 참여한다. 이런 부분을 우리는 ‘디지털 이노베이션’이라고 부른다.
도구 관점에서는 ‘어떻게 하면 우리 회사의 조직이 조금 더 유연하게 대체할 수 있을까’를 고민해야 한다. 사실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은 디지털의 전환, 가속화일 수도 있지만 ‘오거니제이셔널(organizational)의 변화라고도 볼 수 있다. 조직이 변화가 되지 않으면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은 가속화 될 수 없다. 유수의 컨설팅 기관에서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을 적용했을 때 조직이 성공할 확률을 실패할 확률보다 작다고 관측한다. 실제로 실패하는 확률이 70% 넘는다고 보고있다. 실패하는 요인은 아이디어나 IT가 아니라 대부분이 조직적인 부분에 나온다.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해 비대면이 일상화되는 환경에서 어떻게 조직 결속력을 다지고 비전을 달성할 수 있을까.
리더쉽의 숙제다. 변화되는 환경에서 어떠한 리더쉽을 발휘해야지 더 빠른 성과를 낼 수 있을지를 고민하는 것이다. 이것이 가장 큰 화두라고 본다. 이런 부분은 스타트업의 창업자, CEO 뿐만 아니고 모두가 공통적으로 고민해야 될 숙제라고 본다.
1997년 아마존은 나스닥에 상장을 했지만, 6~7년 동안은 매해 적자였다. 상장한 이후에도 적자였지만 투자자와 주주가 기다려 줬다. 그것이 있었기에 지금 아마존의 괄목할만한 성장과 성과가 있었다. 26년 업력의 아마존 역사 중 20년은 투자와 인내의 시간이었던 거다. 아마존이 세상에서 빛을 보게 된 것은 불과 몇 년 밖에 안 된 일이다. 20년 동안 버티고 끌고갈 수 있었던 에너지, 원동력은 제프 베조스를 비롯한 여러 구성원들의 노고가 있었기 때문이다.
이는 스타트업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있을거다. 지금 당장에는 돈이 부족하고, 투자는 어렵고, 언제나 버닝을 해야 하고, 이번 달에 다가올 월급날도 걱정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제품과 서비스는 개발을 해야 되는 스타트업이 많을거다. 이들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는, ‘고객을 생각’하고, 그리고 ‘언제나 혁신’을 하며 ‘고객과 혁신의 두 마리를 제대로 잡고’, ‘끝까지 인내’하라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버티는 사람이 승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