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후의 부활, 지속 가능성 및 전망
전통의 닷컴 기업 야후(Yahoo!)가 부활하고 있다. 아직 부활이라는 말이 조금 성급하다고 할 수도 있지만 어려운 상황에 놓여 있던 야후의 여러 지표가 최근 살아나면서 다시 솟아 오르려고 하고 있다.
야후는 1990년대의 대표적인 닷컴 기업이자 인터넷 포털, 그리고 검색 서비스로 초기 인터넷 시장에서 커다란 성공을 거두었다. 하지만 지오시티(GeoCities) 및 브로드캐스트닷컴(Broadcast.com) 등 잇따른 대형 M&A에 대규모 자금을 낭비하고 닷컴 버블이 꺼지면서 야후의 추락은 시작되기 시작했다.
야후는 구글과의 검색 서비스 제휴를 중단하는 실수를 했고 마이크로소프트(MS)의 스티브 발머가 제안한 446억 달러의 인수제안을 거부했다. 여기에 2008년 금융 위기가 겹치면서 주가는 10달러 밑으로 추락하는 등 계속되는 악재에 야후는 점점 가라앉게 된다.
또한 애플의 스티브 잡스가 만든 아이폰으로 시작된 모바일 시대에 제대로 적응을 하지 못하면서 침체기를 겪기 시작했고 마침내 창업자였던 제리 양마저 CEO 자리에서 물러나게 된다.
이후 캐롤 바츠와 스콧 톰슨 등 새로운 CEO가 야후의 재기를 위해 많은 노력을 했지만 별다른 성과없이 야후는 점차 존재감이 없어졌고 사람들의 뇌리에서 조금씩 잊혀지기 시작했다.
그러나, 지난해 7월 구글의 검색 부문 부사장이었던 마리사 메이어(Marissa Mayer)를 CEO로 맞아들이며 야후의 분위기는 반전되기 시작했고 회생의 기미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최근의 주가를 살펴보면 야후의 회생은 조금씩 속도를 내고 있는 것 같다. 지난 2008년 11월 창업자 제리 양이 CEO 자리에서 사임하며 하락세를 보이던 야후의 주가는 이후 11.51달러까지 내려갔으나 마리사 메이어가 CEO로 취임한 이후 상승세를 타며 30달러를 돌파했고 꾸준히 높은 가격으로 거래되고 있다.
현재 야후 CEO로 있는 마리사 메이어가 부임했을 당시 야후의 주가는 15.65 달러(as of 7/16/2012) 였는데 현재는 그때보다 2배 가까이 높게 올랐고 지난 5년동안 최고가로 거래되고 있다. 야후가 완벽하게 재기를 했다고 단언하기는 어렵지만 지금의 상황만 놓고 본다면 분명 살아나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을 것이다.
야후의 주가가 오르는 이유는 야후의 재정 상태가 좋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야후의 올해 2분기 순이익은 3억 3000만 달러 이상에 달했으며 이는 전년 동기보다 46% 이상 증가했다. 반면에 2분기 매출은 114억 달러로 전년 동기보다 7% 감소했는데 이는 마리사 메이어가 철저하게 순이익 위주의 경영을 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그런데, 야후의 주가 상승에는 CEO 마리사 메이어뿐 아니라 창업자인 제리 양 (Jerry Yang)의 공도 크다고 할 수 있다. 제리 양은 더 이상 야후 소속이 아니지만 야후가 지난 2005년 알리바바닷컴(Alibaba.com)에 10억 달러를 투자하고 지분 40%를 보유할 때 제리 양이 투자를 이끌어 낸 바 있다.
마리사 메이어는 이 때 투자한 알리바바닷컴 지분 절반을 지난해 알리바바에 되팔아 현금 43억달러를 확보했고 이중 30억 달러를 주주들에게 돌려줌으로써 주주 달래기에 나섰고 나머지 자금을 발판으로 사업 구조 개편과 공격적인 인수 합병을 진행할 수 있게 되었다.
알리바바의 나머지 지분은 알리바바 측에서 다시 찾아 오기를 희망하고 있지만 야후는이를 계속 보유함으로써 조만간 이루어질 기업 공개로 인한 실익을 챙길 수 있을 전망이다.
급성장하고 있는 알리바바의 예상 기업 가치는 야후 주가의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 주고 있는데 알리바바가 상장을 하게 되면 기업 가치는 900~1200억 달러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알리바바 주식 24%를 보유하고 있는 야후는 어림잡아 200억 달러 이상의 현금지분을 확보하는 셈이다.
또한, 야후는 야후 재팬의 지분도 35% 보유하고 있는데 야후 재팬이 계속 성장하고 있는 덕분에 야후의 주식 역시 덩달아 오르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지난 10월 15일 발표된 3분기 실적을 보면 순이익과 매출이 모두 감소해 야후의 주가 상승은 자체적인 요인에 의한 것이 아니라 알리바바와 야후 재팬의 성장에 의존하고 있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야후의 주력 사업인 디스플레이 광고와 검색 사업은 마이너스 성장했는데 디스플레이 광고 시장에서 구글, 페이스북과의 경쟁이 결코 쉽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다행스러운 점은 야후의 월 평균 방문자가 매월 8억명 이상으로 늘어나 지난해 대비 약 20% 이상 늘어났다는 점이다. 야후로서는 이들 트래픽이 수익으로 연결되기를 바라고 있지만 그러기 위해서는 아직 시간이 더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
야후 CEO 마리사 메이어에 대한 평가는 아직까지는 대부분 긍정적이다. 하지만 CEO 취임 1년이 지나도록 매출 성장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고 예상보다 낮은 수익을 내고 있다는 점, 그리고 이메일, 날씨 어플리케이션, 플리커 등 주요 서비스의 경쟁력이 여전히 구글에게 밀리고 있다는 점은 마이너스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야후는 이를 만회하기 위해 사진 공유 서비스 플리커(flickr)와 야후 메일의 저장 공간을 1TB까지 대폭 늘려 제공하는 강수를 두고 있지만 아직까지 반응은 뜨겁지 않은 것 같다. 단순하게 저장 공간을 많이 제공하는 것보다 각각의 서비스가 가진 기능과 다른 서비스와의 유기적인 연동 등 야후의 서비스가 구글을 넘어서기에는 아직 부족한 점이 많아 보인다.
물론 대세로 떠오른 모바일 환경에 맞추어 야후는 초기 화면의 검색창을 홈페이지 상단으로 옮기고 기존 메일, 뉴스, 스포츠 등의 서비스를 섹션으로 나눠 독자들의 편의성을 높이는 등 사용자경험(UI)도 개선했다.
또한 야후 메일을 웹, 안드로이드, iOS, 윈도우폰 등에서 모두 통일된 UI로 볼 수 있도록 한 점, 기본 기능의 편의성 향상, 유료 서비스인 야후 메일 플러스의 많은 기능을 무료로 전환하는 등 기능적으로 많은 개선을 하고 있다. 하지만 전세계 4억명 이상이 사용하고 있는 Gmail을 따라잡기에는 아직 역부족이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또한, 마리사 메이어가 11억 달러를 들여 야심차게 인수한 텀블러 역시 아직까지 확실한 수익을 내지 못하고 있다. 지난 3월 모바일 광고를 도입하면서 수익성을 높일 기반을 마련했고 텀블러 사상 첫 수익을 2013년에 낼것으로 기대하고 있는데 텀블러가 기대대로 야후의 새로운 수익원이 될수 있을지는 조금 더 기다려 봐야 할것 같다.
하지만 마리사 메이어의 성과는 시간을 두고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평가도 많이 나오고 있다. 마리사 메이어는 과감한 인수 합병을 통해 사업부문을 넓히는 경영 행보를 보이고 있는데 최근에는 동영상 사이트 훌루 (Hulu) 인수전에도 뛰어 들어 정식 제안서까지 제출한 상태이다.
훌루는 유료 가입자 400만명에 달하는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업체로 인수 가격은 10억~20억 달러로 예상된다. 야후는 훌루 인수를 통해 구글 유투브에 도전장을 내민다는 계산이다.
과감한 인수 합병을 통해 사업 부문을 넓히고 수익 구조를 다변화하는 전략은 그녀의 전 직장 구글의 전략과 많이 닮았다. 구글에서 많은 경험을 쌓은 마리사 메이어의 판단이 제대로 들어 맞을것인지 기대되는 대목이다.
그러나, 마리사 메이어가 인수 합병으로 사업을 확장하기만 하는 것은 아니다. 수익이 나는 서비스에 집중하고 유망한 사업을 새로 인수하는 한편, 사업성이 없다고 판단되는 서비스는 과감하게 정리함으로써 손실을 막고자 노력하고 있다.
야후 딜스, 야후 SMS Alerts, 야후 키즈, 피처폰용 야후 메일, 메신저 앱, 구버전 야후 메일 등 실적이 신통치 않은 서비스는 모두 접고 문을 닫았다. 이러한 과감한 사업 정리는 한국 시장에도 영향을 미쳤다. 네이버와 다음 등 토종 포털에 밀려 수익을 내지 못하던 야후 코리아는 아예 문을 닫고 철수시켜 버려 국내의 야후 사용자들이 많이 아쉬워 하기도 했다.
마리사 메이어는 CEO로 취임해 야후의 많은 것을 바꾸어 놓았다. 일명 야후병으로 불리던 재택 근무를 금지해 직원들로부터 반발을 사기도 하고 수십건의 과감한 인수 합병을 통해 야후의 사업 기반을 확장하고 기업 가치를 올려 놓았다.
개인적으로는 패션 잡지 보그에 유명 모델처럼 매력적인 화보를 공개하는 등 마리사 메이어는 다방면으로 야후를 사람들의 관심 대상으로 만들고 있다. CEO의 이같은 행보가 논란의 여지는 있지만 야후를 홍보하는데 있어서는 많은 도움이 되고 있으며 기업 이미지 재고에도 도움을 주고 있기 때문에 야후의 재기에는 플러스 요인이라고 할 수 있다.
야후(Yahoo)야후의 부활은 아직 진행중이다. 야후가 보다 나은 모습으로 부활하기 위해서는 지난 3월 인수한 뉴스 요약 서비스 섬리(Summly)를 플립보드와 펄스 등 시장을 리드하는 뉴스 리더 서비스와의 경쟁 구도로 만들어 냄과 동시에 마이크로 블로깅 서비스 텀블러와 함께 새로운 SNS 플랫폼을 구축하는 것도 생각해 볼 수 있다. 여기에 소셜 브라우저 록멜트로 이들 서비스와 다른 야후 서비스를 묶어 원스톱 서비스를 제공한다면 구글, 페이스북과 좋은 대결을 벌일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월 8억명의 트래픽을 보유한 인터넷 포털 야후를 통해 뉴스 리더 서비스, 블로그 서비스, 그리고 훌루까지 인수해 동영상 서비스까지 제공한다면 이들로부터 생성되는 수많은 컨텐츠가 야후의 부활을 지속 가능하게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된다.
마리사 메이어는 기업 인수합병 이외에도 유능한 인재 확보에도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지난주 뉴욕타임스의 IT분야 스타 기자인 데이비드 포그를 영입했는데 사람들이 많은 관심을 갖고 있는 스마트폰과 PC 등 consumer tech 분야의 칼럼을 맡을 예정이라고 한다. 데이비드 포그는 WSJ 산하 AllThingsD의 월트 모스버그와 쌍벽을 이루는 IT 전문 기자로 마리사 메이어는 그의 영입을 통해 야후의 뉴스 섹션을 강화하는 것이 목적이다. 앞으로 또 어떤 인물이 그녀의 손에 이끌려 야후로 이적할지 지켜봐야 할 것 같다.
마리사 메이어는 야후 CEO로 취임한 뒤 지금까지 거침없는 행보를 내딛었다. 불과 15개월만에 23개의 M&A를 성사시켰고 많은 신제품을 출시했다. 앞으로도 또 어떤 서비스를 인수해 야후의 라인업을 강화할지 기대된다.
하지만 인수합병과 함께 야후가 중점을 두어야 할 부분은 기존 서비스를 어떻게 유기적으로 결합해 구글과 같은 수준의 통합된 서비스를 제공하느냐이다. 더이상 알리바바의 어깨에 기대어 있을 수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