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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한국인이 베트남에서 스타트업 해도 됩니까?

김우석 오케이쎄 대표 / 사진=OKXE

동남아는 자동차 가격이 비싸다 보니 가장 효율적인 오토바이를 중심으로 5억 대가 넘는 거대한 시장을 형성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베트남은 4600만 대가 등록될 정도로 오토바이 사용률이 높은 나라다. 가구 평균 2~3대의 오토바이를 보유하고 있으며 중고 오토바이를 사고 파는 것이 일상이다. 연간 중고 오토바이 거래도 810만대, 약 9조원 규모로 시장 규모도 크다.

앱 기반 오토바이 거래 플랫폼을 운영하고 있는 스타트업 ‘오케이쎄(OKXE)’는 베트남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기업이다. 베트남 최초 중고 오토바이 전문 플랫폼을 론칭해 재래식 오프라인 시장에서 거래되는 중고 오토바이 거래(전체 거래의 80%)의 불편함을 투명한 온라인, 비대면 방식으로 해결하고 있다.

2019년 6월 론칭한 앱 서비스는 1년 만에 100만 다운로드를 기록했고 중고오토바이 전문샵 1350여곳(11월 기준)과 파트너십을 맺으며 빠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다운로드 수 100만 이상은 Baemin(배달의 민족)과 함께 한국계 스타트업으로썬 유이하다. 월간 12000대 이상의 매물이 올라오는 등 서비스도 활성화 지수도 높다.

오케이쎄는 오토바이 거래 서비스와 함께 금융 사업도 병행하고 있다. 오토바이 기반 핀테크 서비스를 선보인 것으로 신한베트남은행, 신한베트남파이낸스와 손잡고 할부 금융 서비스를 베트남 최초로 론칭했다. 베트남의 신용평가 방식이 미비하고 은행 계좌가 없는 사람이 전체의 70%, 신용카드 보급률이 2%에 불과하다는 문제점을 파고들었다.

이러한 사업 가능성을 인정받아 최근 오케이쎄는 올해 8월(발표 기준) 65억 원 규모 시리즈 A 투자유치를 했다. 베트남에서는 기록적인 규모이고, 글로벌 기준에서도 시리즈 A라운드에서 흔치 않은 사례다.

24일 열린 스타트업얼라이언스의 연례 콘퍼런스 ‘아시아의 한국인’에서 김우석 오케이쎄 대표는 베트남의 변화와 기회를 설명하며 “근래 베트남은 경제성장과 함께 내수 소비력이 커지고 있다. 최근 5년 스마트폰 보급률과 데이터 사용률이 높아지며 유튜브와 페이스북 등 글로벌 서비스 접속률도 상승했다. 특히 쇼피와 라자다, 티키 등으로 설명되는 이커머스의 활성화가 이루어지며 전반적으로 온라인이 생활화되는 추세다. 그리고 이커머스 이후 부동산, 배달, 호텔 플랫폼 서비스가 활발히 등장했다”라며 “베트남의 변화는 수년 전 한국에서 진행됐던 과정과 같다. 어떤 흐름으로 갈지 예상할 수 있었다는 점이 한국인 창업자가 가진 강점이다. 나도 지난 3~5년 간 한국에서 고도화된 시장을 살펴보며 기회를 찾았다. 비어있는 니치마켓을 찾아봤고, 중고 오토바이 거래 플랫폼을 론칭했다. 코로나19 이후 온라인 비중이 커지며 사업도 성장했다.”고 사업 배경을 설명했다.

김 대표는 한국 스타트업의 베트남 진출에 대해서 “지금 와도 늦지는 않았다. 다만 어떤 산업군, 니치마켓에 포커싱을 두느냐가 관건이다. 아이템이 있다면 구체적으로 적용 가능한지 제대로 알아야 한다. 베트남 뿐만 아니라 해외에서 사업을 하려면 회사의 강점이 극대화되는 시장에서 약점을 최소화하면서 유연하게 생존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는 오케이쎄의 생존 전략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사진=OKXE facebook

근래 베트남을 비롯해 동남아시아에서 조성되고 있는 스타트업 생태계의 확장은 전에 없이 빠른 편이지만, 아직까지 글로벌 수준은 아니라는 것이 중론이다. 차량 공유 서비스인 ‘그랩’, 전자상거래 플랫폼 ‘라자다’와 ‘쇼피’, 배달 플랫폼 ‘푸드판다’와 ‘어니스트비’ 등을 제외하면 성공 사례도 드물다. 여타 국가에서 기존에 행해지던 방법만으론 절대 큰 성과를 내기 어렵다는 분석도 있다. 오케이쎄는 현지 시장에 성공적인 안착을 했다고 평가받지만 과정이 녹록치는 않았다.

김우석 대표는 “외국인 입장에서 베트남 창업은 맨땅에 헤딩하는 일과 같았다. 한국에서 성공한 모델이라고 해도 현지에서 사업 카피가 그대로 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스타트업 성장 단계인 가설, 검증, 최적화, 성장 단계가 물 흐르듯이 이루어지지 않았다. 가설을 세우고 난 뒤 검증 과정에서 한국에선 없었던 다양한 난제를 만났다. 외국인 패널티, 네트워크 부재, 사회적 자본 부재 등 문제를 해결하며 해야만 했다. 나는 초기 개발 단계에서 고생을 많이 했다. 내가 그 부분에 일천했기 때문이기도 했다. 쇼규모 SI업체 대표를 코파운더로 영입했지만 우여곡절을 겪으며 헤어지기도 했고, 서비스 론칭도 12번이나 미뤄질 정도로 계획대로 되지 않았다. 현지 외주 업체와 손을 잡기도 했지만 결과를 롤백으로 나타나기도 했다.”며 경험담을 전했다.

연쇄창업가인 빌 그로스는 ‘성공적인 스타트업의 공통점’ 다섯 가지를 ‘아이디어’, ‘팀’, ‘비즈니스 모델’, ‘펀딩’, ‘타이밍’이며 그 다섯 가지가 조화로워야 기업은 성장한다고 말했다. 해외와 같은 새로운 시장은 준비가 되어있지 않으면 어려울 수 밖에 없다. 해외에서 사업을 하려면 필수적으로 내수 시장처럼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 하지만 말처럼 쉽지는 않다.

김 대표는 “초기 스타트업의 힘은 창업자의 역량과 네트워크인데, 베트남에선 그게 없는 상태라고 봐야 한다. 스타트업 생태계가 잘 조성되서 얻을 수 있는 시스템의 혜택도 없다. 그리고 현지 문화에 대한 이해를 기반으로 최적화를 해야 하는데, 외국 기업은 한정적인 접근 밖에 할 수 없다. 사실 해외에선 혼자서 할 수 있는 게 하나도 없다. 베트남에서의 창업은 그걸 깨닫는 과정이었다. 한국인의 강점과 기회가 분명 존재하지만, 어려움도 많다는 것이다. 그래서 나와 나의 상황, 내 팀의 강점과 약점을 명확하게 파악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시장에서 충분히 통할만한 제품이 있다는 전제로, 우선 네트워크가 필요하다. 해외서 사업 추진을 하려면 끊임없이 돌파구를 찾아야 하는데 결국 통하는 건 네트워크이다. 김 대표는 베트남에서 사업 기회를 잡으려면 ‘한국인이어서 더 잘 할 수 있는 것’, ‘좋은 파트너와 팀, 고객을 찾기 위한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현지 창업을 고려하는 이들에게 의외로 자주 보이는 것이 베트남 사람들이 더 잘 할 수 있는 일, 쉽게 따라잡힐 수 있는 일을 생각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인이어서 더 잘 할 수 있는 일이 분명히 있다. 그걸 제대로 찾아야 한다. 그리고 한국에서 검증되어서 명확하게 증명된 시장을 찾아야 한다. 아울러 기술적 진입 장벽이 있는 시장이어야 한다. 창업자에게 전문성과 깊은 이해도가 있는 일이 좋다. 내가 오토바이 관련 사업을 시작한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한국 정부 지원이나 국내 스타트업 생태계 시스템을 활용하는 것도 좋은 접근이다. 베트남 현지 스타트업은 이런 기회가 상대적으로 매우 드물다.”고 말했다.

이어 “강점이 있다면 약점도 있다. 외국인 창업자가 해외에서 스타트업을 하려면 현지에 100% 몰입하지 않으면 어렵다. 좋은 파트너를 찾고 팀을 잘 구성해야 한다. 현지인과 깊은 감정적 소통이 되어야 한다. 영어 뿐만 아니라 현지어를 습득하는 것도 중요하다. 언어를 모르면 문화를 이해하기 힘들다. 현지에서 충분한 시간을 보내면서 문화와 생활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2~5년은 배워야 조금 이해한다고 본다. 나는 서비스를 준비하고 실현하기까지 2~3년 간 이러한 시간을 거쳤다”고 말했다.

김우석 대표는 ‘사업의 본질은 크게 다르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지역과 상황은 다를 수 있지만 어디에 있든 집중해야 할 것은 똑같다. 본질에 집중하기 위한 기본 요소를 갖추는 게 필요하다. 그런 충분한 준비와 현지에 대한 이해가 동반될 때 좋은 기회가 온다”고 강조했다.

기자 / 제 눈에 스타트업 관계자들은 연예인입니다. 그들의 오늘을 기록합니다. 가끔 해외 취재도 가고 서비스 리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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