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스북, 프랑스 살롱문화의 21세기 버전?
18세기 프랑스에는 살롱문화라는 것이 존재했다. 지금으로 따지자면 커피숍, 호프집에서 친구들과 다과를 나누는 것이나 업무상 미팅을 하는 것과 비슷한 것으로 사소한 개인 이야기부터 시작해서 정치, 경제, 문화에 이르기까지 전분야에 걸쳐서 다양한 토론의 장이 만들어진 것이 프랑스의 살롱문화다. 물론 그 한참 전이었던 기원전 로마시대에는 목욕탕 정치라 불리는 목욕탕 안에서의 정치, 경제, 문화 토론의 장이 있었다. 이렇듯 사람들이 모이는 장소에는 다양한 토론의 장이 열리며 거기서 나오는 이야기들은 여론을 반영하고 그게 또 실제 정치, 경제, 문화사회에 반영되는 경우도 허다했다.
시대를 바꿔서 1900년대 말과 2000년대 초로 가보자. 1960년대에 미 국방성이 만든 인터넷의 전신인 알파넷이 만들어진 이후 전화선을 통해서 가정에서도 통신을 하는 시대가 온다. 이른바 BBS(Bulletin Board System)라 불리는 전자게시판 시스템이 본격적으로 전성기를 맞게 되는데 하이텔(그 전에 케텔이라고 불렸다), 나우누리, PC서브, 천리안, 유니텔 등의 상용서비스는 물론이고 집에서 구축하는 개인 BBS까지 PC 통신 시대가 활짝 열리게 되었다. 이런 전자게시판을 통해서 사람들은 자신의 의견을 개진하고 여론은 조성했다.
지금에 와서는 이런 살롱문화, 전자게시판 문화가 다양해졌다. 2000년대 중반부터 싸이월드 미니홈피의 인기와 블로그의 성장, 2000년대 후반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 트위터, 페이스북과 같은 SNS(소셜 네트워크 서비스)의 활성화, 인스타그램, 패스와 같은 모바일 환경에 최적화된 특정 분야의 SNS까지.. 사람들은 PC 뿐만이 아니라 모바일을 이용해서 자신들의 이야기를 공유하고 취미를 공유하고 의견을 개진하면서 여론을 만들어가기 시작한다. 그리고 이런 시스템들은 점점 사람들의 삶에 깊숙히 들어가기 시작하고 녹여지기 시작한다. 다양한 체널들이 만들어지고 각기 체널에 맞는 이야기들이 SNS 세상에 들어오고 있는 것이다. 2000년대 중반부터 본격적으로 열리기 시작한 인터넷을 이용한 다양한 체널들에 대해서 살펴보자.
블로그의 경우 2000년대 초에 유행했던 개인 홈페이지의 열풍을 그대로 이어받았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물론 싸이월드 미니홈피와 그 인기를 양분했지만 싸이월드 미니홈피의 경우 개인적인 이야기가 대다수였던 것에 비해서 블로그의 경우에는 개인적인 이야기부터 시작해서 경제, 문화, IT, 스포츠, 정치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영역에서 다양한 주제를 다루는 그야말로 전방위적인 개인 미디어의 성격이 짙은 매체 역할을 맡았다. 2000년대 후반에 전성기를 맞이하다가 현재는 페이스북이나 트위터와 같은 SNS에 어느정도 영역과 인기를 빼앗기고 있기는 하지만 여전히 자신의 목소리를 명확하게 전달하는데 있어서, 내용의 충실함에 있어서, 다양한 형식의 내용들을 넣고 꾸밀 수 있다는데 있어서 강력한 개인 매체라는데는 누구나 인정하는 바다. 개인적인 이야기들이 SNS로 옮겨가는 바람에 블로그는 최근에는 정보를 생산해내는 개인 언론과 같은 성격을 지니게 된다. 위키피디아를 생각하면 이해하기 쉬울 듯 싶다. 글 하나를 쓰기 위해 많은 정보가 필요하고 시간을 필요로 하지만 그만큼 알찬 정보를 담을 수 있다는 것이 특징이다. 그러다보니 최근에는 전문성을 본격적으로 띄기 시작해서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자신의 지식을 표출하는 공간으로 많이 활용되고 있다.
트위터는 2000년대 말에 한국에 들어와서 폭발적인 성장을 했고 현재 대한민국의 IT 문화에 많은 영향을 끼치기도 했던 해외 서비스의 무덤이라 불리는 한국에서 성공한 몇 안되는 서비스 중의 하나다. 싸이월드 미니홈피를 SNS로 본다면 트위터는 2세대 SNS의 선두주자로 국내에 들어왔다(국내에는 미니 블로그라는 컨셉으로 소개가 되었다). 초기에는 개인적인 이야기들이 많았으나 점점 의견의 폭이 정치, 사회, 문화 등 다양해지기 시작한다. 팔로잉, 팔로워라는 구독 컨셉을 지니고 있어서 서로 관계를 알고 맺는 것이 아니라 모르는 상태에서도 맺을 수 있다는 점 때문에 엄청난 확산력을 지니게 되었다. 그러다보니 개인적인 이야기가 주류를 이뤘던 국내 도입 초기와 달리 현재는 정치, 사회, 문화, 스포츠 등 다양한 주제의 이야기들이 오가는 토론의 장이 되고 있다. 특히 정치쪽 이야기가 많아서 인터넷 여론을 이끄는 선두주자로 자리매김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TV 뉴스에서도 트위터를 이용한 여론 조사 내용이 많이 인용되고 정치권에서도 트위터를 이용한 정책 선전 등을 많이 진행하는 편이다. 지금에 와서는 개인 이야기보다는 주로 정치 게시판의 성격을 많이 띄는 듯한 분위기를 가져가고 있는 것이 트위터다.
페이스북은 국내 도입은 트위터보다 먼저였다. 하지만 트위터가 폭발적인 성장을 하면서 잠시 잊혀졌다가 트위터에서 공유되는 내용의 성격이 개인적인 이야기, 지인들과의 가벼운 소통에서 점점 정치, 경제, 사회, 문화의 토론의 장, 여론 형성의 장으로 변질되자 그 대안으로 다시 한국 사회에 등장하게 된다. 트위터와 달리 친구 관계를 서로 인정해야만 연결할 수 있는 컨셉으로 가져가기 때문에 누구에게나 내용을 공개하지 않고 지인들끼리만 내용을 공유할 수 있어서 비밀스러운 개인이야기들을 가져갈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다. 그래서 트위터에서 싫증을 느낀 사용자들이 페이스북으로 많이 넘어왔고 현재는 한국의 No.1 SNS로 자리잡고 있는 상황이다. 앞서 얘기했던 대로 페이스북은 개인적인 이야기들이 많이 올라온다. 게다가 스마트폰의 확산으로 어디서든지 모바일을 통해서 접속이 가능하게 되니 사진이나 동영상을 찍어서 페이스북으로 공유하는 일들이 많아지게 되었다. 과거 싸이월드 미니홈피의 전성기때의 모습과 비슷하다. 사용자들의 삶에 깊숙히 자리잡게 된 것이다.
인스타그램이나 패스와 같은 사진 SNS의 경우, 해외에서는 그 자체 서비스도 활성화가 되어있지만 한국의 경우 트위터나 페이스북에 연동해서 사진을 공유하는 서비스 용도로 많이 사용하고 있다. 모바일에 특화된 것이 특징이고 스마트폰의 사진 기능이 점점 강화되면서 과거 글 위주의 내용으로 확산되었던 SNS가 사진이나 동영상과 같은 멀티미디어 컨텐츠로 주류를 바꾸게 되면서 같이 성장하기 시작한 서비스라고 봐도 될 것이다. 단순한 글에 싫증을 느낀 사용자들은 점점 사진이나 동영상과 같은 눈에 보이는 무엇인가를 공유하고 싶은 요구를 하게 된다. 인스타그램이나 패스와 같은 서비스는 이런 요구사항을 잘 받아들여서 성장한 케이스다.
카카오스토리도 어떻게 보면 사진을 공유하는 SNS이기는 하지만 인스타그램이나 패스와 같은 타 서비스와의 공유 기능은 없고 카카오톡을 활용하는 방식 덕분에 기존 SNS가 주로 20~30대 남성들을 위주로 진행되는데 비해 손쉽게 이런 문화에 접하기 힘들어하는 중장년층들이 손쉽게 접하는 서비스로 자리잡게 된다. 주변에 보면 아이를 키우고 있는 엄마들이 카카오스토리에 아이의 사진들을 올려서 서로 공유하는 모습을 많이 보게 된다. 어르신들도 마찬가지다. 이런 부분은 트위터나 페이스북에서는 보기 어려운 모습으로 카카오스토리만의 독특한 문화를 형성하게 된다.
정리하면 이렇다. 과거 사람들이 어느 장소에서 모여서 뭔가를 토의하는 모습은 현재 시대에 와서는 온라인으로 그 장이 옮겨졌다.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그 가운데에는 과거에는 BBS라 불리는 전자게시판이 있었고 싸이월드 미니홈피와 블로그 시대를 거쳐 트위터와 페이스북으로 대표되는 SNS로 넘어오고 있다. 그리고 그 안에서 또 다시 다양한 공유의 방법으로 인스타그램이나 카카오스토리와 같은 독특한 서비스들도 성장하고 있고 말이다. 하지만 여전히 살롱문화는 존재한다. 서로 이야기를 나누면서 정보를 공유하고 여론을 만드는 것은 옛날이나 지금이나 똑같으니 말이다. 다만 그 방식이 온라인에서 오프라인으로 바뀌어가고 있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