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독으로 가는 ‘애플’ vs 광고를 지키려는 ‘페이스북’] ② 향후 인터넷은 광고 없는 구독 생태계로 전개될 것
작년 연말, ‘페이스북’이 미국 주요 일간지에 ‘애플’을 공개적으로 공격하는 신문광고를 게재하면서 ‘애플’과 ‘페이스북’, 두 IT 공룡 간의 싸움은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페이스북’이 ‘애플’을 저격한 이유는 애플의 iOS 프라이버시 정책 때문이며, 정확히는 광고 모델을 사수하기 위해서다. ‘애플’은 개인 프라이버시 보호 차원에서 개인정보 수집을 하려면 고객의 동의를 받아야 하는 기능을 도입한다는 방침을 발표했는데, ‘페이스북’은 ‘애플’의 정책이 자신들의 핵심 상품인 타겟팅 광고를 어렵게 만드는 요인이 될 것으로 우려하여 저격 광고를 게재한 것이다.
이 싸움의 근본 원인은 ‘페이스북’과 ‘애플’의 돈을 버는 방식이 정반대라는 점에서 기인한다. ‘페이스북’은 광고주로부터 비용을 받고 유저들의 앱 사용 정보를 수집, 분석하여 ‘타겟팅 광고’를 서비스하는 기업이며, 애플은 월 14.95달러를 소비자에게 받고 ‘콘텐츠’를 서비스(애플 원, Apple One)하는 기업으로 진화하고 있다. 그래서 ‘애플’과 ‘’페이스북의 싸움은 향후 인터넷 생태계가 광고주가 비용을 지불하는 ‘광고 중심’으로 전개될 지, 소비자가 비용을 지불하는 ‘구독 중심’으로 전개될 지에 대한 헤게모니 싸움으로 바라봐야 한다.
그렇다면 주도권의 향방은 어느 쪽으로 기울 것인가? 결론적으로 필자는 구독 생태계로 전개될 것이라 예상한다. 그 이유를 MZ세대 관점, 정보 보호 관점 그리고 기업 관점에서 논해보겠다.
1. MZ세대 관점 – MZ가 구독을 좋아하는 이유
우선 2020년대 핵심 소비층인 MZ세대부터 살펴보자. 구독 경제를 참여하고 주도하고 있는 건 MZ세대다. ‘닐슨코리아’에서 발표한 ‘연령대별 구독서비스 이용 비중’ 자료를 보면, 20대가 27.2%로 가장 높으며 그 다음으로 30대, 40대 순이다. MZ세대는 10명 중 9명이 구독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다고 하니, 이들이 왜 구독 서비스를 즐겨 이용하는지 궁금하다.
1) ‘광고’를 싫어한다
우선 MZ세대는 광고를 싫어한다. MZ세대에게 광고란 ‘볼 것’과 ‘할 것’이 넘치는 시대에 내 경험을 방해하는 바이러스일 뿐이다. 유튜브 중간 광고를 끝까지 시청하는 비율이 5.4%라는 결과는 이들이 얼마나 광고를 싫어하는지 잘 보여주는 대목이다. ‘유튜브’가 국내에서 급격하게 성장한 배경 중 하나로 상대적으로 짧은 광고가 성장에 기여했다는 의견도 있다. ‘네이버TV’나 ‘카카오TV’의 경우 의무로 시청해야 할 광고가 통상 15초다. 그러나 유튜브의 경우 6초 이하의 짧은 광고이거나 혹은 5초 후에 광고를 건너뛰기가 가능하다. 광고를 싫어하는 MZ세대의 입장에서 그나마 광고를 적게 봐도 되는 ‘유튜브’를 더 선호했다는 것이다.
광고를 안 보려면 돈을 지불해야 한다는 점도 이들에게는 장애물이 되지 않는다. MZ세대는 양질의 콘텐츠에는 당연히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는 인식이 누구보다 잘 형성된 세대이며, 과거와 달리 콘텐츠에 비용을 지불하는 것에 인색하지 않다. 심지어 미국에서는 개인정보 수집을 막아주는 구독 서비스 ‘고 대디(월 구독료 7.99달러)’나 자신의 네트워크 기록을 숨겨주는 가상 사설 네트워크(VPN)을 월 10달러 이상 내고 쓰는 MZ세대가 많다고 한다.
2) ‘경험’이 경쟁력
MZ세대는 소유보다 ‘경험’을 경쟁력이라고 생각한다. 과거에 경험은 단순 취미나 기억꺼리 정도로 인식되었다면, 이제 경험은 그 자체가 경쟁력이다. 과거 SNS를 통해 구입한 물건 등을 인증하면서 소유를 전시했다면, MZ세대는 SNS에 여행이나 운동, 취미 등 자신의 경험을 전시한다. 이들에게는 ‘얼마나 소유했냐’보다 ‘얼마나 더 경험했느냐’가 인생의 풍요로움을 평가하는 척도다. 그리고 구독은 경험한 만큼만 대가를 지불해도 되는 모델이다. 과거 무조건 소유해야 했던 것에서, 이제 사용한 만큼만 경험한 만큼만 지불하면 된다. 경험하기에 적합한 모델이 구독인 것이다. 더군다나 구독 서비스는 저렴한 비용으로 ‘무제한 경험’ ‘정기배송 경험’ ‘즉각적인 경험’을 가능케 하는 만족도 높은 서비스이기 때문에 MZ세대가 좋아할 만 하다.
3) ‘맞춤화’된 경험
MZ세대는 그 누구보다 자기주도적인 세대다. 이들은 사회나 타인에게 인정받는 삶의 방식보다 나 자신에게 맞는 삶의 방식을 선호하고 선택한다. 그래서 이들은 자신의 개성이나 취향을 존중해주는 서비스에 매력을 느낀다. 그리고 구독은 맞춤화된 큐레이션 서비스를 통해 고객의 개성이나 취향을 잘 이해하고 제안해주는 서비스다. 구독을 하게 되면 데이터가 축적되고, 그 축적된 데이터를 기반으로 정교화된 맞춤형 서비스가 구현된다. 예를 들어 ‘넷플릭스’를 경험해본 사람이라면 나를 위해 콘텐츠를 추천해주는 알람을 만나봤을 것이다. MZ세대가 ‘넷플릭스’나 ‘왓챠’, ‘스포티파이’를 좋아하는 이유는 서비스를 이용하면 이용할수록 내가 좋아하는 콘텐츠를 정교하게 추천해주기 때문이며 구독은 맞춤형 경험을 원하는 MZ세대에게 안성맞춤인 서비스다.
애플의 구독 서비스 ‘애플 원’에는 광고가 없으며, 저렴한 비용으로 영상, 음악, 뉴스, 운동 등 당양한 엔터테인먼트 콘텐츠를 무제한 경험이 가능하다. 또한 큐레이션 서비스는 ‘애플’이 이미 소비자에게 확고한 믿음을 심어준 기능이다. 특히 ‘애플 뮤직’은 출시 초기부터 큐레이션에 공을 많이 들여서 구독자들의 만족도가 높다. 그러나 ‘페이스북’에서는 아직도 광고를 시청해야 하기 때문에 고객 경험의 질이 낮을 수밖에 없다. 큐레이션 서비스는 고사하고 내 개인 정보를 큐레이션하여 기업 광고를 노출하는 서비스이기 때문에 MZ세대에게 앞으로 지속적인 선택을 받을 수 있을지 의문이 든다.
정리하면, MZ 세대는 광고를 싫어하고 합리적 비용으로 높은 질의 경험을 원하기 때문에 ‘광고 중심’의 인터넷 생태계보다 ‘구독 중심’의 생태계를 더 선호할 것이며, 인터넷 생태계의 주도권은 구독 중심의 서비스들이 가져갈 것이다.
2. 정보 보호 관점 – GDPR 이후 프라이버시에 대한 인식 강화
디지털 광고의 핵심 장점은 ‘타겟팅’이다. 온라인 플랫폼(페이스북, 구글 등)은 디지털에서 수집한 개인 정보를 활용하여 기업이 원하는 타겟에게만 광고를 노출시켰고, 광고주는 적은 비용으로 높은 성과의 광고를 효율적으로 집행할 수 있었다. ‘개인 정보’ 덕분에 디지털 광고 시장이 활성화되었던 셈이다. 그러나 개인정보에 대한 인식이 강화되면서 디지털 상에서 개인정보의 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규제 및 장치들이 논의되기 시작했다. 기름을 부은 건, ‘페이스북 사용자 개인정보 유출 사건’이었다. 그렇게 2018년 5월, 유럽에서는 ‘GDPR(General Data Protection Regulation: 일반 데이터 보호 규정)’이 시행되었다. ‘GDPR’은 EU 국민의 개인정보에 대한 권리를 강화하고 기업과 공공기관에게 정보보호 시스템 운영 의무를 강조하기 위해 만들어진 규정이다. 쉽게 소비자 입장에서는 본인의 개인 정보에 대한 권리가 강화된 것이며, 기업 입장에서는 소비자의 개인 정보를 활용하는 것에 대한 책임이 강화된 것이다. 이제 기업들은 명확한 사용 목적을 고객에게 고지하여 동의를 받아야 만 고객정보를 활용할 수 있게 되었으며 이를 지키지 않으면 전세계 매출액 기준 4%의 과징금을 내야 한다.
‘GDPR’을 필두로 미국 캘리포니아주에서는 2020년 1월, ‘CCPA(소비지 사생활법)’가 시행되었고 6월에는 일본에서 ‘개인정보 보호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가결되었다. 이처럼 소비자의 개인정보 권리를 강화하고 기업에게 책임을 부과하는 것은 전세계적 흐름이며, 마케팅 관점에서는 ‘타겟팅 광고’가 더 이상 제 역할을 못할 것이라 예상할 수 있다. 그렇다면 이제 인터넷에서 광고주가 비용을 지불하는 ‘광고 모델’은 점점 설 자리를 잃을 것이며, 반대로 광고가 없어 개인정보 침해 우려가 없는 ‘구독 모델’이 소비자에게 선택을 받을 것이라는 합리적인 추론이 가능하다.
본래 광고로 수익을 창출하던 디지털 콘텐츠 서비스들도 구독화를 통해 MZ세대에게 최적의 경험을 제공하는 것이 더 현명한 선택이지 않을까?
3. 기업 관점 – 디지털 서비스 기업에게 구독이 더 유리한 이유
광고는 분명 디지털 서비스 기업을 먹여 살려온 수익 모델이다. 그러나 기업 입장에서도 광고 보다는 구독 모델이 더 유리하다. 그 이유를 ‘유튜브’를 활용해 설명해보겠다.
‘유튜브’의 비즈니스 모델은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유튜브’의 주 수익원으로 익히 알려진 광고 모델, 다른 하나는 구독 모델(유튜브 프리미엄)이다. 대다수의 유튜브 이용자는 유튜브를 무료로 이용하는 대신에 광고를 시청한다. 그리고 광고를 보기 싫은 소비자는 한 달에 9,500원을 지불하면 광고없는 유튜브, 그리고 유튜브 뮤직 서비스나 유튜브 오리지널 콘텐츠 등을 이용할 수 있다.
여기서 주목해야 하는 건, ‘유튜브’가 무료 이용자의 경험을 악화시키고 있다는 점이다. 우선 과거 대비 무료 이용자의 광고노출 빈도가 많아졌다. ‘시청 전(프리롤) 광고’나 ‘6초 분량의 범퍼 광고’가 2번 연속으로 노출되는데 경쟁사인 ‘네이버TV’나 ‘카카오TV’가 광고 1개 송출을 원칙하는 것과 대조된다. 영상을 시청하는 도중에도 ‘중간 광고’가 노출되는데 10분 이상 동영상부터 중간 광고를 허용한 것을 2020년 8월부터 8분으로 단축시키기도 했다. 광고 노출이 더 심해진 것이다. 또한 개인이 광고수익을 얻으려면 일정 수준(구독자 천 명 이상 등)을 넘어야 가능했는데 이 기준에 미달한 동영상에도 광고를 게재할 수 있도록 서비스 약관을 개정할 것이라고 고지했다. ‘유튜브 프리미엄’ 구독자를 늘리기 위해 ‘유튜브 무료 이용자’의 경험을 악화시키고 있다는 생각마저 든다.
분명한 건, ‘유튜브’가 구독 회원의 비중을 늘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사실이며, 이는 구독 모델이 꽤 많은 이득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우선 구독 모델은 안정적인 수익확보가 가능하다. 광고 모델의 경우 광고주에 영향을 많이 받게 되는데, 구독 모델은 최소한 우리 서비스에서 주도권을 갖고 수익 창출을 도모할 수 있다. 고객에게 최적의 경험을 제공가능한 것도 구독 모델이다. 광고 보는 것 보다 당연히 고객 경험의 질은 높다. 마지막으로 구독을 통해 고객의 체류시간을 확보할 수 있으며 이는 또 다른 비즈니스를 펼칠 가능성을 만들어 준다. 그러나 이러한 장점들보다 더 중요한 건, 광고 없는 경험을 원하는 소비자의 명확한 니즈이며 이에 대응하는 것은 디지털 기업의 숙명이다.
#향후 인터넷은 광고 없는 구독 생태계로 전개될 것
우리는 디지털에서 개인정보 보호가 얼마나 중요한 지 깨닫고 있으며, 개인정보를 활용한 타겟팅 광고는 점점 설 자리를 잃을 것이다. 또한 MZ세대는 소유보다 경험을 중시하며 광고 없이 경험할 수 있는 디지털 세상을 원한다. 디지털 서비스 기업이라면 이러한 시대적 니즈에 대응해야 하며, 질 높은 고객경험을 제공할 수 있는 구독 서비스가 디지털 세상을 점유해 나갈 것이라고 조심스레 예측해볼 수 있다. 구독 서비스로 전환하고 있는 ‘애플’의 선택이 현명해 보이는 이유이며, 아직도 ‘광고 수익모델’에 매달리고 있는 ‘페이스북’은 사고의 전환이 필요해 보인다.
‘애플’을 향한 ‘페이스북’의 선전포고는 인터넷 생태계 주도권을 차지하려는 두 IT 공룡 간의 치열한 싸움의 시작이며, 향후 인터넷 생태계의 헤게모니를 좌우할 인터넷 전쟁이 시작된 것으로 해석해야 한다. 필자는 구독으로 가는 ‘애플’에 한 표를 주었지만, 서비스 하나로 전세계인을 연결시켰던 ‘페이스북’이라면 판을 뒤집을 새로운 전략을 제시할 것이라 기대해보면서 글을 마친다.
글 : 이성길 / 현재 광고회사 이노션에 재직 중인 광고기획자이며, 인문학적으로 사고하는 것을 즐기는 사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