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차이나 비즈니스 이슈] 세계 최대 유니콘 기업 ‘앤트그룹’의 IPO 실패 일지
2020년 8월 25일, 앤트그룹(Ant Group, 蚂蚁集团: 蚂蚁科技集团)이 중국판 나스닥 커촹반(科创板)과 홍콩연합증권교역소에 기업공개(IPO) 신청서를 제출하며 초미의 관심이 쏠렸다. 역대 최대 규모 IPO가 예상되었기 때문이다.
앤트그룹은 중국 대표 모바일 결제서비스 알리페이(AliPay, 支付宝)의 운영사로 알리페이는 2013년 10월 15일 알리바바 그룹 산하 C2C몰인 타오바오(淘宝)의 에스크로 결제 서비스 부서였지만, 서비스의 급격한 성장으로 2014년 12월 8일부터 법인(당시 앤트파이낸셜, 蚂蚁金服)으로 분사해 독립적으로 운영되었다. 이후 알리페이는 단순한 결제 수단을 넘어 생활서비스, 공공서비스, 금융 자산관리, 소셜 네트워크, 사회 봉사 등 다양한 분야를 아우르는 오픈 플랫폼으로 발전했다.
기대를 모았던 앤트그룹의 상장은 11월 5일로 예정되어 있었다. 앤트그룹은 IPO를 통해 약 345억 달러(약 37조 5,153억원)의 자금 확보가 전망되었다.
하지만 11월 3일 상하이 증권거래소는 공고문을 내고 앤트그룹의 상장 유예를 발표했다. 마윈(马云) 전 알리바바그룹 회장의 발언이 발단이 되었다. 10월 24일 상하이 와이탄에서 진행된 제2회 와이탄 금융서밋(Bund Summit, 外滩金融峰会)에서 중국 금융기관에 대한 강도 높은 비판을 한 것. 마윈은 “중국 금융기관은 저당을 기반으로 하는 ‘전당포 사상’으로 운영한다”며 사업 자금이 필요한 기업에게 대출의 관문이 높다는 것을 지적하며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신용체계’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마윈은 ‘바젤협약(은행에 대한 국제규제)’을 ‘노인클럽’에 비유하면서 “바젤협약은 금융시장이 성숙한 나라에서나 적용가능한 것으로 중국은 금융시스템이 없기 때문에 적용하기 어렵다”며 중국의 건전한 금융시스템 부재를 지적했다. 또한, “혁신은 대가가 필요하며 모든 위험을 제로로 만들려는 것은 위험한 생각이다. 현재 중국에서는 감독은 부족하고 간섭은 많다. 기차역을 관리하는 방식으로 공항을 관리해서는 안된다”라고 비판했다. 마윈의 연설 요지는 오래된 규제로 현재를 재단하면 안 된다는 것이다.
마윈의 와이탄 금융서밋 연설이후 두 달여 간 중국 정부는 전에 없던 강도 높은 기업 규제에 들어갔다.
11월 2일 중국인민은행(中国人民银行), 중국은행보험감독위원회(中国银保监会), 중국 증권감독위원회(中国证监会), 국가외환관리국(国家外汇管理局)은 마윈을 비롯한 앤트그룹 관계자들을 호출하여 면담을 진행하는 동시에 ‘인터넷 소액대출 업무 관리 잠정 방법(网络小额贷款业务管理暂行方法)’ 입법을 예고하며 ‘소액대출 회사의 인터넷 소액대출 업무를 규범화하고 감독규칙과 경영규칙을 통일할 것’을 공식적으로 요구했다.
11월 3일 상하이 증권거래소는 공고문을 내고 상장 유예를 발표했다. 증권감독위원회 대변인은 “최근에 발생한 금융기술 관리감독 환경의 변화로 앤트그룹 사업 구조와 영업이익 방식에 중대한 영향이 예상되어 투자자의 권익 보호 및 시장 보호라는 원칙에 따라 유예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앤트그룹은 ‘커촹반 등록 관리 방법’에 따라 1년내에 다시 상장을 진행할 수 있으나 전망이 밝지만은 않다.
중국 금융 당국은 11월 6일 국가시장감독관리총국(国家市场管理总局)과 중앙 인터넷 안전 및 정보화 위원회, 국가세무국 3개 부처가 온라인 경제질서 행정지도회를 열어 당국의 의지를 설명했다. 지도회에는 바이두, 텐센트, 알리바바, 바이트댄스, 콰이쇼우, 디디추싱 등 27개 주요 인터넷 기업 대표들이 참석했다. 11월 10일에는 국가시장감독관리총국이 ‘플랫폼 경제 분야에 관한 반독점 가이드라인(의견 수렴 원고)’를 발표해 불공정 가격행위, 거래 제한, 빅데이터를 이용한 바가지 씌우기, 부당 끼워팔기 등을 명확하게 규정했다. 11월 30일에는 지적재산권 보호 강화와 관련하여 제 25차 단체학습에서 지적재산권 보호, 반독점, 공정경쟁 심사 등이 강조되었다.
12월 18일, 앤트그룹은 플랫폼 내 인터넷 예금상품을 모두 내렸으며 상품 이용자에게만 보이게 설정을 변경하였다. 그리고 할부서비스 화베이(花呗)의 한도도 대폭 낮아졌다. 앤트그룹에 이어 텐센트 재테크 플랫폼 리차이통(理财通), 징둥금융(京东金融), 루팍스(Lufax, 陆金所), 360니차이푸(你财富) 등 10개 플랫폼들도 앞다투어 예금상품을 내리고 관련 규제 정책과 지도 의견을 주의깊게 실천하겠다고 밝혔다.
12월 26일 앤트그룹은 또 한차례 중국인민은행, 중국은행보험감독위원회, 중국 증권감독위원회, 국가외환관리국에 소환되었다. 금융당국은 앤트그룹이 회사 관리 체계의 불건전, 법률의식 미비로 관리감독 규정을 위반하고 부당하게 이익을 챙기는 행위, 시장 우위 지위를 이용해 동종업계 경쟁자 배척, 소비자의의 합법적 권익 훼손, 소비자 불만 야기 등의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금융당국은 앤트그룹에 거래의 투명성을 높이고 불공정경쟁 엄금, 합법적으로 개인 신용업무와 개인정보보호 처리, 법에 따라 금융지주회사를 설립하고 관리감독 요구를 엄격히 이행하여 자본 충족과 관련거래를 규정에 맞게 처리, 회사 관리체계 개선과 감독기관의 요구에 따라 신용대출, 보험, 재테크 등 금융활동을 엄격히 시정, 법에 따라 증권, 펀드 업무를 할 것을 요구했다.
12월 14일 관련 규제가 본격적으로 시행되었다. 중국 국가시장감독관리총국이 ‘반독점법’을 위반한 알리바바 인베스트먼트(阿里巴巴投资), 위에원그룹(阅文集团), 펑차오(丰巢)에게 각각 50만 위안(약 8,444만원)의 벌금을 부과하는 행정처분을 내린 것. 이번 제재는 2008년 반독점법이 제정된 이후 처음으로 인터넷 공룡에 적용된 사례이다.
12월 24일, 국가시장감독관리총국은 제보를 받고 알리바바그룹에 대해 자사 이커머스 플랫폼 제품 공급자들에게 경쟁사 제품을 공급하지 못하도록 독점 협력 합의를 요구하는 관행 등 독점협의로 조사에 들어갔다. 조사원들은 알리바바 관계자를 불러 심문했으며 관련 증거자료를 제출 받았다. 독점혐의가 인정되면 ‘반독점법’에 따라 전년 매출의 1%에서 최대 10%까지의 벌금을 부과할 수 있다. 알리바바 2019년 매출은 5,097억 위안(약 86.1조 원)으로 벌금은 최대 510억 위안(약 8조 6,133억원)에 달할 수 있다. 현재까지 반독점 벌금 최고가는 2015년 쾰컴의 60여 억 위안(약 1조 132억원)이다.
12월 30일에는 전자상거래 가격 등의 문제로 국가시장감독관리총국이 징둥, 티몰, 웨이핀훼이에 대한 조사를 진행해 각각 50만 위안(약 8,444만원)의 벌금을 부과하는 행정처분을 내렸다. 앞서 12월 28일 생활서비스 플랫폼 메이투안(美团)은 알리페이 결제 지원을 취소한 협의로 베이징 지적 재산권법원에 기소되기도 했다.
마윈은 11월 2일 앤트그룹 관계자들과 당국에 소환된 이후 일체의 외부활동을 하지 않고 있다. 자신이 제작하고 출연했던 ‘아프리카 기업영웅’이라는 프로그램 결승전 녹화를 앞두고 심사위원에서 물러났다. 마윈의 두문불출로 인한 여러 소문이 난무하는 중이다. ‘국가가 필요로하면 알리페이를 국가에 바칠 수도 있다.’라고 한 마윈을 발언을 들어 앤트그룹의 국유화 가능성도 언급된다. 실종되었다가 부패협의로 18년형을 받고 재산을 몰수당한 안방보험(安邦保险) CEO 우샤오훼이(吴晓辉) 사례가 회자되며 앤트그룹의 공중분해 주장도 있다. 하지만 그럴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것이 현지 중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