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최대 화두 ‘ESG 경영’ ‘국내 기업도 동참
전 세계적으로 ‘ESG 경영’이 뜨거운 화두로 떠오르면서 기업 경영의 핵심 키워드로 자리잡고 있다. ‘ESG’는 환경(Environment), 사회(Social), 지배구조(Governance)의 약어로, 기업이 환경을 보호하고, 사회적 가치를 중요하게 여기며, 투명하고 윤리적인 지배구조 개선을 실천해야 지속 성장이 가능하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ESG는 기업이 얼마나 돈을 잘 버는지가 아니라 어떻게 돈을 벌고 쓰는지와 관련된 영역에 해당된다. 요즘 글로벌 큰손들은 아무리 실적이 좋아도 ESG에 신경쓰지 않는 기업에는 투자를 하지 않겠다고 나서고 있으며, 큰손들에 투자 정보를 제공하는 모건스탠리, 다우존스, 톰슨로이터 등은 이미 전 세계 주요 기업들의 ESG 등급을 평가해 공개하고 있기도 하다.
각 나라에서도 기업에 대한 ESG 기준을 강화하고 있다.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공약 중 가장 눈에 들어오는 것은 바로 친환경 정책이었다. 그는 2050년까지 탄소 배출량 제로를 목표로 두고 그린 에너지 관련 인프라 투자를 늘리겠다고 밝혔다. EU 역시 탄소 국경세를 조만간 신설하겠다고 공표했다. 대한민국도 예외가 아니다. 국내 역시 2030년부터 모든 코스피 상장사가 ESG 정보 공시를 의무화하기로 했다. 또한 미국과 마찬가지로 2050년에는 탄소 중립국이 될 것을 선언한 상태다.
국내 상황도 마찬가지다. 굴지의 전통 대기업 총수들이 ESG경영을 선언하는가 하면 올해 핵심 경영 키워드로 ESG를 내세우며 잇따라 동참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ESG라는 말이 본격적으로 회자되기 이전부터 환경과 사회적 가치를 실현하며 눈부신 성장 반열에 오른 스타트업 당근마켓이 ESG 경영 트렌드의 화두로 주목받고 있다.
당근마켓
누적 2000만 가입자, 월 1400만이 이용하는 당근마켓은 ESG 경영이라는 말이 등장하기 이전부터 ‘자원 재사용’과 ‘연결의 가치’라는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탄생시키며 중고거래 시장을 새롭게 재해석했다.
“당근이세요?”라는 신조어가 만들어질 정도로 대한민국 전역에 중고거래 신드롬을 일으킨 당근마켓은 전 국민의 소비 행태까지 변화시키며 자원 재사용에 대한 인식을 고취시키는데 큰 기여를 했다. 그 결과 지난해에만 무려 1억 2천만건의 이웃간 거래와 나눔이 연결되었으며, 한 해 동안 재사용된 자원의 가치는 2770만그루의 나무를 심은 것과 같은 효과를 거뒀다. 최근에는 GS리테일과 손 잡고 동네 편의점과 슈퍼마켓에서 버려지는 유통기한 임박 상품 할인 정보를 지역 주민에게 알리는 시도를 하고 있다.
당근마켓은 지역 소상공인은 물론, 지자체와 동네 주민을 연결하는 ‘내근처’ 서비스를 통해 일자리, 교육, 부동산, 중고차, 지역 업체 소개 등 지역 생활에 필요한 각종 유용한 정보와 편의를 제공하며, 커뮤니티 소통과 경제 활성화를 돕고 있다. 특히 코로나19 장기화로 어려움을 겪는 골목 상권에 활력을 불어넣는데 앞장서고 있으며, 소상공인의 날 캠페인, 수재민 구호 활동 등 다양한 참여형 캠페인을 통해 이용자들과 함께 더불어 사는 따뜻한 지역 사회를 만들기에 일조하고 있다.
이 외에도 상호 존중의 수평 커뮤니케이션 문화를 가진 당근마켓은 ESG 평가사들이 주목하는 건강한 조직문화 부문에서도 모범 사례로 꼽히며 안팎으로 ESG가 내재된 경영을 실현해나가고 있다.
카카오, 네이버
카카오는 지난 1월 ‘ESG 이사회’를 신설하고 본격적인 ESG 중심 경영 강화에 나섰다. ESG 위원회는 회사가 지속 가능할 수 있도록 경영 전략의 방향성을 점검하고, 전략 결과의 문제점을 관리 감독하여 투명한 경영을 펼치는 것을 목표로 출범했다. 위원회는 ‘지속가능보고서’를 통해 ESG 경영 현황과 성과를 발표할 계획이다. 카카오는 그 동안 더 나은 사회를 만들기 위한 ‘카카오프로젝트 100’, ‘카카오같이가치’ 등의 다양한 플랫폼을 운영하며 사회 문제에 관심을 가져왔다. 이 외에도 아동-청소년 문제, 인공지능(AI) 기술 개발 및 윤리 문제, 이용자의 정보보호 등 현 시대에 중요한 사회 의제로 떠오르는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한 장을 마련해왔다. 한편, 카카오는 저탄소 경제 전환에 기여하기 위해 2023년 준공 목표로 친환경 데이터센터를 준비하고 있다.
네이버도 올해 ESG 경영을 강화한다. 공존, 상생, IT생태계 선순환 구조 구축 등 사회적 가치 창출을 통해 기업 가치를 더욱 높여나갈 계획이다. 네이버는 지난해 이사회 산하의 ESG 위원회 설치와 더불어 ESG 추진 방향과 2040년 카본 네거티브(Carbon Negative) 목표를 수립한 데 이어, 연말에는 네이버의 주요 ESG 이슈와 관리 현황을 담은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발간하기도 했다. 네이버는 앞으로 해당 보고서를 매년 업데이트 해 나가는 동시에, 친환경을 비롯한 다양한 영역의 주요 개선 과제를 이행하며 ESG 경영을 선도해 나갈 계획이다. 또한, 중소상공인들의 성장을 돕기 위한 창업 지원 프로그램을 운영 계획이다.
우아한형제들, 11번가
배달의민족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은 배달 플랫폼 최초로 UN이 선정한 ‘지속가능경영’ 기업에 올랐다. 배달의민족은 지난해 배달 플랫폼 중 처음으로 ‘2020 유엔 지속가능개발목표경영지수(SDGBI)’ 상위그룹에 선정됐다고 전했다. UN SDGBI는 유엔 경제사회이사회 특별협의지위기구인 UN 지속가능개발목표(SDGs) 협회가 기업의 지속가능성을 평가해 2016년부터 발표하는 경영분석 지수다. 우아한형제들은 이에 대해 플라스틱 저감 캠페인이 주효했다고 분석하고 있다. 우아한형제들은 지난해 4월부터 배달의민족 앱에 ‘일회용품 덜 쓰기’ 기능을 도입했으며, 1000만명 이상이 참여해 나무 185만 그루를 심은 효과를 본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환경부, 한국플라스틱용기협회, 한국프랜차이즈협회, 자원순환사회연대 등과 ‘포장 및 배달 플라스틱 사용량 감량을 위한 자발적 협약’을 맺은데 이어 친환경 포장용기 등 일부 품목을 할인된 가격에 공급하기도 했다. 우아한형제들은 앞으로 각계각층과의 파격적인 상생 행보를 통해 ESG 경영에 더욱 박차를 가하겠다는 계획이다.
11번가는 100% 재활용 가능한 친환경 소재로 제작한 ‘친환경 택배 박스’를 도입하면서 ESG 경영 동참에 나섰다. 11번가는 MD가 직접 선별한 ‘십일초이스’ 상품 중 일부를 대상으로 지난 1월부터 테이프를 모두 없애 해체 및 분리배출이 용이한 친환경 테이프리스 박스에 담아 배송하기 시작했다. 테이프리스 박스는 접착테이프를 사용하지 않고 조립해 쓰는 방식으로 폐기 시 테이프 제거가 필요 없고 100% 재활용이 가능한 친환경 박스다. 오는 3월부터는 비닐 완충재를 100% 재활용이 가능한 종이 완충재로 교체하고 박스 외관 디자인도 새롭게 교체할 계획이다.
전통 대기업들도 ESG 경영 도입
정통 대기업들도 ESG 경영에 촉각을 기울이고 있다. 이미 깨어있는 많은 기업들이 뱃머리의 키를 ESG 경영에 맞추고 경영 방침에 이를 반영하고 있다.
한화그룹은 김승연 회장의 신년사를 통해 한화그룹이 지속가능경영을 위한 새로운 패러다임을 이끌 것을 언급하며 ESG 경영 강화 의지를 다졌다. 지난해 한국기업지배구조원이 발표한 ‘2020년 상장기업 ESG 등급’에 따르면 한화그룹은 국내 유가증권시장 상장법인 760개사 중 6개의 상장사를 보유하고 있으며, 그 중 4개 상장사(한화, 한화솔루션,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한화생명)가 가장 높은 A등급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화솔루션은 미국의 수소-항공 우주용 탱크 전문 기업 ‘시마론’을 인수해 태양광 및 수소 분야에 본격적인 투자를 시작했으며, 한화에너지는 프랑스 석유기업 ‘토탈’과 함께 미국에 태양광 사업 관련 회사를 설립한다고 밝혔다. 또한, 한화그룹은 2011년부터 국내 매립지와 몽골-중국 등의 사막화 지역에 나무를 심어 숲을 만드는 ‘한화 태양의 숲’ 캠페인을 진행하며 친환경 기업으로서 입지를 다져왔다.
GS그룹의 허태수 회장은 신년사에서 친환경 경영으로 신사업을 발굴하겠다고 의지를 밝혔다. GS는 이와 관련된 첫 사업으로 바이오 영역의 스타트업을 육성하는 ‘더지에스챌린지’ 프로그램을 지난 1월 발표했다. 이번 프로그램 주제인 ‘바이오 기술로 만드는 새로운 생활, 깨끗한 환경, 건강한 미래’를 바탕으로 새로운 방식의 친환경 바이오 소재 생산 및 활용, 폐기물-오염 물질 정화 및 재활용, 질병 진단 등의 다양한 모집 분야를 확인할 수 있다. GS는 스타트업의 성장을 돕는 ‘블루포인트파트너스’와 함께 이번 프로그램을 진행하며, 적극적인 혁신을 통해 스타트업과 지속가능한 미래를 만들어 갈 것이라고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한섬은 국내 패션업계 최초로 올해부터 재고 의류를 업사이클링 과정을 통해 친환경으로 폐기 처리하는 ‘탄소 제로(0) 프로젝트’를 도입해 운영한다고 밝혔다. 업사이클링은 쓸모가 없어져 버려지는 제품을 단순 재활용하는 차원을 넘어, 친환경적인 기술이나 디자인, 아이디어 등의 가치를 부가해 새로운 제품으로 재탄생시키는 것을 말한다. 한섬이 ‘탄소 제로(0) 프로젝트’를 도입한 배경에는 재활용되지 않고 소각되거나 매립되는 폐의류 때문에 전세계적으로 환경오염 등의 우려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땅과 바다에 버려지거나 소각되는 폐의류로 인한 전세계 탄소 배출량은 연간 120억톤으로, 이는 전세계 온실 가스 배출량의 10%에 달한다. 재고 의류를 소각하지 않고 친환경 방식으로 처리하면 비용이 기존보다 6배가 더 들고, 처리 기간도 1~2주 이상 더 걸리지만,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다하기 위해 친환경 재고 의류 처리방식을 도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식음료 기업들도 ESG 경영 도입에 한창이다. 롯데칠성음료가 지난해 출시한 무라벨 생수 ‘아이시스 ECO(에코)’는 한 해 동안 무려 1010만개가 판매되면서 인기를 끌었다. 아이시스 에코는 페트병 몸체에 비닐 라벨을 사용하지 않는 국내 최초 무라벨 생수다. 개봉 및 음용 후 바로 분리 배출할 수 있어 라벨 사용량은 줄이고 재활용 효율을 높인 것이 특징이다. 매일유업은 기존 PET 패키지로 판매하던 ‘상하목장 유기농우유’와 ‘저온살균 슬로우밀크’를 종이 소재 ‘후레쉬팩’ 패키지로 변경하고, ‘엔요100’ 요구르트 제품에서 빨대를 제거하는 등 ESG 경영을 이어가고 있다. CJ제일제당은 ‘햇반’의 용기 두께를 줄이면서도 내용물의 보호성은 그대로 유지하는 패키징 최적화를 통해 플라스틱 사용량을 감축하고 있다. 또한, ‘백설 식용유’ 패키지를 투명 용기로 교체하고 포장재 라벨도 수분리성으로 바꾸면서 재활용율을 높였다.
한편, 최근에는 굴뚝 기업들을 중심으로 탄소감축, 신재생에너지 프로젝트 등 녹색산업 관련 용도로 자금을 모으는 채권 발행도 줄을 잇고 있다. 현대오일뱅크의 경우 2000억원 규모의 ESG 채권을 발행한다고 예고했는데 1조3100억원의 주문이 들어왔다. 현대제철은 2500억원 채권 발행을 앞두고 2조700억원이 몰려 채권 발행 규모를 5000억원으로 늘리기로 결정했다.
구체적이면서도 실생활에 도움이 되는 다양한 모습으로 우리 곁을 파고들고 있고 있는 ESG 경영. 앞으로 더욱 많은 기업들이 ESG 경영 철학을 바탕으로 높은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고 지속 성장을 도모해 나가는 사례가 늘어날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