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 과연 화폐로서 가치가 있을까?
지난 주에 ETRI(한국전자통신연구원)에서 진행한 ‘디지탈화폐와 비트코인’이라는 세미나에 다녀왔다. 요즘 한참 이슈가 되고 있는 비트코인이 도대체 어떤 녀석인지, 또 이 녀석이 지금의 한국의 원화나 미국의 달러, 일본의 엔등의 국책 화폐를 대체할 수 있는 화폐로서의 가치가 있는 것인지가 궁금해서 말이다.
일단 비트코인에 대해서 알고 싶다면 위키피디아에서 제공하는 내용을 보면 될 듯 싶다.
위에서 잠깐 언급했듯 화폐로서의 비트코인은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일단 화폐의 개념적인 정의를 잠깐 살펴보면 화폐경제에서 교환의 수단으로 일반적으로 받아들여지는 일반적 수용성이라고 알려져있다. 좀 어렵다. 현실적으로 얘기해보자. 화폐는 현금(원, 달러 등 국가의 중앙은행이 발행한 현금)이나 예금(은행에 저축된 현금) 등을 의미하며 그것을 다른 물건과 교환할 수 있고 가치의 척도가 되어 계산의 단위로 사용할 수 있어야 하며 그 가치를 저장할 수 있고, 최종적으로 지불의 수단이 되어야 하는 것이 화폐다. 그리고 이런 화폐의 조건을 살펴보면 시장에서 받아들여질 수 있는 가치가 있어야 하고 안정적이어야 하며 동질적이고 나누거나 합치더라도 그 질이 변하지 말아야 하며 다른 것과 쉽게 구분되어야 하고 내구성이 있어야 한다고 한다. 그리고 화폐가 부족하거나 많을 때 그것을 관리할 수 있는 관리자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 화폐의 조건이라고 경제학자들이 얘기를 한다.
위에서 언급했던 이런 화폐의 의미로 봤을 때 과연 지금 이슈가 되고 있는 비트코인은 화폐로서의 가치가 있을까, 아니면 화폐의 대체 수단으로서 대리 화폐로서의 가치가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몇몇 경제학자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거래소를 통해서 현금으로 구입할 수 있기 때문에 대리 화폐가 될 수도 있고 직접 채굴하여 스스로의 가치를 만들어낼 수 있어서 대체 화폐로도 사용할 수도 있다고 한다. 그리고 최근 아마존이나 미국의 몇몇 대학 등이 비트코인으로 결제하거나 등록금을 낼 수 있다고 얘기하는 등 점점 비트코인을 결제수단으로 받아들이고 있는 업체나 기관이 많아지고 있다. 비트코인의 경우 국가의 개념이 없기 때문에 전 세계를 대상으로 업체나 기관들로부터 가치의 안정성이 보장되면 위의 화폐의 정의에서 얘기하는 일반적 수용성을 충족할 수도 있을 듯 싶다.
비트코인의 장점으로 얘기되는 것이 익명성이 보장되고 환전 수수료없이 거래가 가능하다는 점이다. 또한 국가의 관리나 통제에서 벗어날 수 있어서 자유주의자(혹은 무정부주의자)들의 지지를 받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비트코인이 화폐의 본질적인 가치를 찾아가고 있다는 것이 이들 비트코인을 지지하는 자유주의자들의 이야기다.
하지만 과연 비트코인이 화폐로서의 가치가 있을까? 일단 개인적인 생각임을 먼저 밝혀둔다.
비트코인이 화폐로서의 가치를 갖기 위해서는 가장 먼저 확보해야 하는 것이 아마도 가치의 안정성이 아닐까 싶다. 즉, 반대로 얘기하자면 현재의 비트코인은 가치의 안정성이 매우 불안한 상태다. 몇시간 단위로 가치의 상승과 하락이 반복되고 있으며 그 편차가 매우 크다. 예를 들어. 2012년 말의 $13.5였던 1 비트코인이 2013년 12월에 $1177로 1년사이에 100배가 뛰는 경우가 생겼다. 그리고 최근 중국이 비트코인의 거래를 중지시킴으로 20% 정도의 가치가 하락했다. 즉, 화폐의 가치가 안정적이지 못하다는 얘기다.
그리고 화폐의 경우 직접 눈으로 보여야 하고 관리가 되어야 하는데 비트코인의 경우 일단 관리의 주체가 없으며 가치가 폭등하거나 폭락할 경우 책임지는 책임의 주체가 없다. 예를 들어, 2100만개의 비트코인을 채굴할 수 있고 현재 1200만개정도의 비트코인이 채굴되었다고 하는데 화폐의 경우 경제의 규모가 커지게 되면 그에 맞게 화폐의 양을 늘리던지 가치를 상승시키는 다른 화폐를 추가하던지 하는 등의 관리가 있어야 한다. 보통 국가의 중앙은행에서 이런 관리 및 통제를 하고 그에 대한 책임을 지는데 비트코인의 경우 이런 관리 및 통제, 책임을 지는 주체가 없다는 것이다. 2100만개를 모두 다 채굴한 다음 그 이상의 비트코인이 필요로 할 때 과연 누가 비트코인의 양을 늘릴 것이며 누가 책임을 질 것인가?
또한 비트코인의 경우 다른 화폐와 달리 눈으로 보이는 뭔가가 없다. 즉, 가치의 축적이라는 측면에서, 또 교환이라는 측면에서 화폐로서의 인지가 어렵다는 것도 문제다. 전자상거래를 통한 지불이 현금을 직접 주고 받는 방식이 아닌 온라인으로의 송금, 결제로 이뤄지고 있지만 일단 사람들은 은행이든 어디든 현금이 저장되어있다는 것을 인지하고 거래를 진행한다. 즉, 현금이라는 존재를 먼저 생각하고 진행한다는 얘기다. 이런 경우에 있어서 전자상거래를 통한 지불 방식은 대리 지불 방식이 된다. 하지만 비트코인의 경우에는 이런 화폐의 존재를 인지하지 못하고 거래하게 된다고 생각한다(이 부분은 사람마다 다르니 이견이 충분히 있을 수 있다). 혼돈이 충분히 있을 수 있다는 얘기다.
지금의 비트코인은 시장에 나오는 방식부터 중앙은행 등에서 전체적인 통제 및 관리에 의해서 생산되어 배포되는 화폐와 달리 좋은 채굴 시스템을 갖고 있는 개인들이나 그룹으로부터 나오고 있다는 것도 문제다. 정부나 국가 기관을 신뢰하는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해당 국가 안에서 화폐의 통용에 대해서는 한국에서는 한국은행을 신뢰하면서 화폐를 사용하게 되는데 비트코인은 그렇지 못하다는 단점이 있다.
물론 이런 생각은 나 스스로가 현재의 화폐 제도라는 틀에 있기 때문에 생각할 수 밖에 없는 아쉬움일 수도 있다. 위에서 언급한 비트코인에 대한 화폐로서의 가치에 대한 내 생각은 일단은 부정적이며 화폐의 가치보다는 현재는 투기의 대상으로 전락해버리고 있는게 아닌가 하는 우려도 솔직히 있는 것이 사실이다. 화폐라는 것을 생각하게 되면 생각나는 어떤 틀이라는 것이 존재하는데 현재 언급되고 있는 비트코인은 그동안 나왔던 전자화폐의 개념과도 다르고 실물 화폐의 개념과도 다른 것이 사실이기 때문이다. 수천년 이어져온 화폐의 기준을 비트코인은 대부분 무시하고 있다는 것이 어떻게 보면 문제가 아닐까 싶다.
물론 전 세계의 모든 화폐가 다 비트코인으로 통일된다면 얘기는 달라질 수 있다. 유일한 지불수단으로 비트코인만 인정한다고 한다면 화폐로서의 가치는 충분한 것이다. 하지만 그것은 비트코인 뿐만이 아니라 다른 것도 마찬가지의 조건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지금은 각 나라마다 화폐가 있고 비트코인이 공존하면서 과연 화폐로서의 가치가 있을까 하는 것을 얘기하자면 현재로서는 아니다라고 말할 수 밖에 없다는 생각이 든다.
참고로 ETRI에서 이날 세미나에서 발표한 자료들을 모두 Slideshare를 통해서 공개했다. 아래의 프리젠테이션을 보면 어떤 내용으로 발표했는지 알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