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제맥주 판 ‘다윗’, 골리앗 중심 수제맥주 시장 흔든다
어메이징브루잉컴퍼니가 일반주류제조면허를 획득했다. 지역 기반의 소형 브루어리, 펍(Pub)이 일반주류제조면허를 취득한 첫 사례다.
일반주류제조면허는 발효조 기준으로 120톤 이상의 시설을 갖춰야만 부여되며, 국내에는 현재 대기업을 포함해 단 10곳만 일반주류제조면허를 보유하고 있다. 이처럼 대량 생산 역량을 갖추게 된 어메이징은 전국구 수제맥주 업체로 발돋움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앞서 지난 2016년 어메이징은 성수동에 위치한 20평 규모의 작은 양조장에서 자본금 3억 원을 기반으로 수제맥주 시장에 출사표를 던졌다. 통상 수제맥주 시장은 수십억 원 내지는 수백억 원의 자본금을 보유한 대규모 제조공장들이 시장을 주도하기에, 주류업계에서는 어메이징의 성장 가능성을 회의적으로 바라보는 시각이 지배적이었다.
어메이징은 대형 수제맥주 회사와 경쟁하기 위해 ‘스마트한 다윗’ 전략을 선택했다. 소량 생산만이 가능하다는 소규모 주류제조면허의 한계를 역이용해 ‘다품종 소량생산’ 전략을 편 것이다. 무엇보다 국내의 소비자들이 천편일률적인 맥주 맛에 질렸다는 점에 착안해 60종이 넘는 수제맥주 레시피를 출시하는 등 국내 주류 생태계의 다양성 확보에 힘써왔다. 이 과정에서 지역사회와 활발히 콜라보 하면서 서울숲 라거, 성수동 페일에일, 남산 페일에일 등의 개성 넘치는 제품을 내놓아 좋은 반응을 얻었다.
또한 주류업계 내부에서 계속해서 새로운 이슈를 선도해 나가며 맥주 생태계 육성에 힘을 실어 왔다. 어메이징 김태경 대표는 2020년 종가세에서 종량세로 주류세가 개편되기에 앞서, ‘종량세 개정을 위한 TF’의 팀장을 맡았고, 또 맥주에 한해서 주류 온라인 판매가 허용되도록 하는 법안과 지자체의 동의 하에 테라스에서 음식과 커피를 취식하는 옥외영업 합법화 등에도 앞장서 왔다.
이와 같은 노력을 통해 어메이징은 ‘업계 최초’라는 타이틀을 다수 보유하게 됐다. 어메이징은 국내 맥주기업 중 최초로 실리콘밸리 벤처캐피탈의 투자를 유치했다. 또 올해 초에는 미국과 유럽 등지에서 폭발적으로 젊은 세대에게 인기를 끌고 있는 하드셀처(저도수 저칼로리 과일 향 맥주) 제품 ‘소프라’를 출시하며 트렌드를 선도한다는 평을 듣는다.
스마트 다윗 전략에 힘입어 어메이징의 실적도 빠르게 우상향하고 있다. 매출액은 코로나19 여파에도 불구하고 2019년 35억 원에서 2020년 50억 원으로 40% 이상 증가했다. 더 나아가 올해 초 LB인베스트먼트 등으로부터 유치한 80억 원 규모의 시리즈B 투자로 오는 9월 제2 브루어리 준공을 앞두고 있다. 제2 브루어리가 완공되면 어메이징은 연 900만 리터의 생산력을 갖추게 된다. 어메이징은 제2 브루어리 완공과 일반주류제조면허 획득을 계기로 올해 매출을 연 100억 원 수준까지 끌어올릴 계획이다.
어메이징 김태경 대표는 “현재 수제맥주 시장은 지방에 대규모 시설 투자를 선행했던 ‘공장 브랜드’들이 주도하고 있으며, 맥주 보다는 콜라보 중심의 브랜딩으로 전개되고 있다. 하지만 성수, 홍대, 강남, 이태원 등 언더그라운드에서 더 다양하고 실험적인 맥주를 만들며 꾸준하게 팬덤을 형성해온 작지만 진정성 있는 브랜드들도 있다”며 “다품종 소량생산으로 시작한 ‘스마트 다윗 전략’의 성과를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시현할 수 있을 전망”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