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최대 승차공유 플랫폼 ‘디디추싱’이 중국 앱마켓에서 사라졌다.
중국 대표 승차공유 플랫폼 디디추싱이 지난 6월 30일 뉴욕증시에 상장했다. IPO를 통해 조달한 금액은 44억 달러(약 5조원), 이는 지난 2014년 알리바바(250억 달러)의 상장 이후 중국 기업 중 최대규모다.
하지만 바로 악재가 터졌다. 상장벨을 울리며 환호한지 3일 만인 7월 2일 중국 국가인터넷정보판공실(国家互联网信息办公室)이 디디추싱에 대한 보안 심사를 통보했다. 이어 지난 4일 디디추싱이 법규를 위반해 개인정보를 수집, 사용한 것이 확인된다며 앱마켓에서 디디추싱 앱을 삭제하라고 명령했다. 9일에는 카풀, 대리운전, 배송, 버스, 금융 등을 포한한 디디추싱의 25개 앱의 추가 다운로드도 금지했다. 실질적으로 대륙에서 디디추싱의 추가 확장을 막아버린 것이다. 디디추싱은 중국 최대 승차공유 플랫폼으로 가입자가 5억 8천만 명에 달하며 시장점유율도 90%에 달한다.
앞서 중국 정부는 반독점법 위반으로 알리바바에 3조원 규모 추징금 제재를 한 바 있다. 지난 4월 중국 국가시장감독관리총국은 알리바바가 시장지배적 지위를 남용하여 자사 이커머스 플랫폼내 판매자들에게 경쟁 플랫폼에서 판매하지 못하도록 독점 공급을 요구하는 등 부당한 경쟁 우위를 얻었다며 2019년 중국내 매출 4,559억 1,200만 위안(약 78조원)의 4%에 해당하는 182억 2,800만 위안(약 3조 1,293억원)의 벌금을 부과하는 행정처분 결정을 내렸다. 알리바바에 이어 여러 회사가 반독점법 제재 대상으로 거론되었다. 플랫폼내 판매자들에게 경쟁 플랫폼에서 판매하지 못하도록 독점 협력 합의를 요구하는 행위는 비단 알리바바만의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같은 이유로 텐센트 혹은 메이투안이 유력하게 거론되었다.
하지만 당국이 만류하던 미국 증시 상장을 강행한 디디추싱이 ‘괘씸죄’로 바로 다음 타깃이 됐다. 중국 정부는 2018년 이후 알리바바, 징둥, 메이투안, 디디추싱 등 중국 생활 데이터를 다루는 인터넷 플랫폼 기업들이 중국 내 혹은 홍콩에서 상장하는 것을 권고해 왔다. 이러한 기조 아래 2018년 홍콩 상장제도 개편이후 13개의 중국 개념주(中概股)가 홍콩에 재상장했으며 이 중 정보기술, 헬스케어 등 신경제영역의 비중이 90%를 넘었다. 디디추싱에도 중국 당국은 여러차례 홍콩 증시 상장을 권한 바 있다. 하지만 디디추싱은 이러한 당국의 방침에도 불구하고 미국에서 상장을 진행해 당국의 심기를 거슬렸다. 디디추싱의 미국 증시 상장을 ‘고의적 기만 행위’로 여긴 것. 일부에서는 시진핑과 장쩌민 간 권력 암투라고 해석하기도 한다. 디디추싱 배후에 있는 장쩌민파 투자자들의 자금줄을 막기 위한 조치라는 것이다.
비즈니스 숫자 측면에서 디디추싱의 미국 증시 상장은 타당한 선택이다. 중국이나 홍콩 상장에 비해 조달할 수 있는 금액의 규모가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몇년 간 정체된 사업의 활로를 한 번에 뚫을 수 있는 방편이기도 했다. 중국 정부가 향후 독점법 등을 이유로 추징금을 부과한다고 해도 감내할 수 있다고 판단했을 것이다. 하지만 중국 정부의 강경한 조치는 예측하지 못 한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불안 요소는 주가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12일 뉴욕증시에서 디디추싱의 주가는 전날보다 7.23% 급락한 11.16달러를 기록했다. 디디추싱의 공모가 14달러보다 한참 낮은 수준이다.
디디추싱에 이어 중국 당국은 보스즈핀(BOSS直聘)과 만방그룹(满帮集团) 산하 서비스 윈만만(运满满)과 후오처방(货车帮) 등에 대한 인터넷 보안 심사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히며 심사 기간동안 신규 가입을 금지했다. 보스즈핀과 만방그룹은 지난 6월 미국 증시에 상장한 기업이다.
중국 당국은 디디추싱의 앱마켓 삭제 조치 후 중국 기업들의 해외 상장을 전면적으로 제지하기로 했다. 당국의 ‘지도’를 무시한 디디추싱의 사례를 반면교사로 삼은 방침이다. 지난 7월 10일 국가인터넷정보판공실(国家互联网信息办公室)은 ‘인터넷 보안 심사방법(수정초안 의견수렵원고)’를 발표했다. 가입자 100만 명 이상의 사업자가 해외에서 상장할 경우 반드시 인터넷 보안 심사판공실에 인터넷 보안심사를 신고해야 한다는 것이 주요 골자이다. 사실상 중국 정부의 ‘허락’ 없이는 해외 상장도 요원해진 셈이다.
틱톡 운영사인 중국 바이트댄스도 당초 계획했던 미국 증시 상장을 전면 중단했다. 대외적으로는 개인정보보호 등 데이터 보안 강화를 내세웠지만 사실상 정부와의 조율이 끝나지 않았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장 이밍 바이트댄스 CEO는 지난 3월 중국 당국과 회동을 가진 바 있다. 디디추싱 사태를 목격한 바이트댄스의 선택은 홍콩 증시가 유력해 보인다. 미국 증시 상장 시 바이트댄스의 기업가치는 최소 1800억달러(약 206조원)으로 평가되었다.
한편 디디추싱이 당국의 칼을 맞으며 주춤한 상황이지만 대륙 모빌리티 업계는 새로운 기회로 여기는 모양새이다. 시장 점유율 90%의 독점 기업 디디추싱이 앱마켓에서 사라지자 마자 2019년 5월 앱마켓에서 서비스를 내렸던 메이투안(美团)의 승차공유 앱 메이투안다처(美团打车)가 9일 주요 앱마켓에 새로운 버전을 올렸다. 메이투안다처는 콰이처(快车, 소형/준중형 차량), 좐처(专车, 중형이상 차량), 택시 호출 서비스를 제공한다. 베이징, 상하이, 광저우(广州), 선전(深圳), 항저우(杭州), 청두(成都) 등 100여 개의 도시에서 서비스를 한다. 메이투안다처뿐만 아니라 까오더다처(高德打车), T3, 야오추싱(耀出行) 등도 도우인(抖音), 위챗(微信), 콰이쇼우(快手) 등에서 브랜드 홍보와 이용자 유치를 위해 홍보를 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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