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봉 협상의 게임이론
협상에 정해진 공식은 없습니다. 매번 상대가 다르고 주어진 정보가 다르기 때문입니다. 상대에 따라, 상대가 가진 정보에 따라 최적의 의사결정을 해야 한다는 것. 열자리 곱하기 열자리를 암산으로 1초만에 풀었다는 천재 수학자 폰 노이만은 이를 ‘게임 이론’으로 표현했습니다. 경제학을 공부하신 분들이라면 게임이론 때문에 골머리 좀 앓아 보셨을 겁니다.
“경제학 안해서 천만다행” 이라고요? 아닙니다. 게임이론은 내 삶 속에서도 쓰일 일이 많습니다. 대표적인 것이 연봉 협상 입니다. 특히 이직할 때 연봉 협상은 더욱 어렵습니다. 나도 이직할 회사를 잘 모르고, 이직할 회사도 나를 잘 모릅니다.
내가 별로 마음에 들지 않는 연봉을 제시 받았다고 칩시다. 회사는 나에 대한 면접 결과를 갖고 있겠죠. 내가 별로라고 판단했을 수도, 혹은 매우 우수하다고 판단했을 수도 있겠죠. 자, 회사는 내가 우수함에도 돈을 아끼고자 짠 연봉을 제시했을까? 혹은 내가 별로였기 때문에 짠 연봉을 제시했을까? 내가 들어갈 포지션은 지금 급할까? 그렇지 않을까?
회사 입장도 골치 아프긴 마찬가지입니다. 일단 연봉을 제시했다는 건 입사할만 하다고 판단했다는 것. 그리고 적어도 두세번의 면접을 거쳤다는 것. 이쯤되면 지원자가 입사하지 않으면 회사도 손해입니다. 그러면 연봉은 얼마를 제시해야 할까? 돈은 아끼면 좋습니다만… 만약 너무 짜게 불렀다가 지원자도 잃고 회사 이미지도 잃는다면?
몇 가지 가설을 세우고, 그 가설이 맞기를 기대하며 배팅해야 합니다. 이제 더 이상 미룰 수 없습니다. 당신의 선택은?
리멤버 커뮤니티 원본 글 보기 > 연봉 협상 할 때 튕겨도 되나요?
상대의 정보를 최대한 파악하라
상대가 뭘 원하는지 정확히 알면 협상은 쉬워집니다. 모든 정보를 다 알 수는 없지만, 최대한 많은 정보를 파악하고자 노력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회사가 직급별 연봉 한도가 있는 회사라면? 무리한 인상 요구는 회사 입장에서 수용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서로 어색해집니다. “이 사람은 이런 것도 안 알아보고 우리 회사를 지원해”식으로 오히려 지원자의 이미지가 깎일 수도 있죠.
회사 입장에서도 지원자가 다른 곳을 알아보고 있는지 파악하는 것은 중요합니다. 다른 선택지가 있다면 지원자는 과감한 요구를 할 것이어서요.
면접을 잘 활용해야 합니다. 면접을 역량 평가의 자리로만 정의내리지 말고 상호간의 궁금한 것을 솔직히 묻고 답하는 자리로 삼아야 합니다. 혹은 오퍼를 받은 후에라도 ‘승낙 혹은 거절’ 식으로 생각하기 보다 대화를 이어가면서 최대한 원하는 정보를 얻으려고 노력하는 것도 좋습니다.
회사의 입장을 이해해 보자
경영의 신이라 불리우는 위대한 CEO들도 면접 만큼은 “매번 쉽지 않다”라고 합니다. 오죽하면 예전에는 관상가를 면접 자리에 두기도 했을까요? 새로운 사람을 뽑는다는 건 회사 입장에서는 그만큼 위험을 감수하는 일입니다.
만약 이직하려는 회사가 내가 정말 가고 싶은 곳이라면, 이같은 회사의 심리를 역이용해서 나의 이미지를 좋게 만들 수도 있습니다. 내가 기대하는 것 보다 다소 부족한 연봉을 제시하더라도 일단 승낙하고 대신 “내가 능력을 입증한다면 그때 충분히 인상해 달라”라고 역으로 제시하는 것이죠.
대부분의 회사 입장에서 수 백만 원이 아까워 연봉 인상을 주저하지는 않습니다. 능력있는 인재라면 윗돈을 주고서라도 붙드는 것이 이익이죠. 다만 상대의 능력을 모를 때 무조건 많지 주고 싶지는 않을 뿐입니다. 지금 부족한 연봉을 받아들이고, 능력을 입증한다면 오히려 다음 연봉 협상 때 당당해 질 수도 있습니다.
이직의 이유를 정확히 하자
판단이 어려울 때는 처음으로 돌아갑시다. 나는 이직을 왜 할까?
애당초 돈이 목적이었다면 그걸 이뤄내야죠. 아니면 이직 하고도 후회합니다. 입사 취소를 감안하고라도 세게 던져봐야죠. 아니면 현 직장에 그대로 남고요.
꼭 돈이 목적이 아닐 수도 있습니다. 여러가지를 배우고 싶은 회사일 수도 있죠. 그러면 오히려 돈은 내려놓고 배움에 집중하는게 나을 수 있습니다. 충분히 배우고 돈은 나중에 챙겨도 되니까요.
협상이란 결국 내가 원하는 것을 얻는 것입니다. 원하는 것이 꼭 돈이 아닐 수도 있고요. 목적을 잃으면 과정이 혼란스러워집니다. 목적이 분명하다면 살을 주고 뼈를 취하는 과감한 전략도 선택할 수 있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