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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업 생태계도 ‘부익부 빈익빈’… “쿠팡 상장, 한국 경제에 큰 변곡점 될 것 “

2021 스타트업 트렌드 리포트 기자간담회 현장. (왼쪽부터) 이기대 스타트업얼라이언스 이사(모더레이터), 양상환 네이버 D2SF 리더, 권도균 프라이머 대표, 이복기 원티드랩 대표 ⓒ플래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로 인해 주춤했던 스타트 생태계는 올해 긍정적인 분위기로 전환됐다. 올해 스타트 생태계 분위기에 대한 인식은 79점으로 지난해 71점보다 큰 폭으로 올랐다. 생태계를 긍정적으로 인식한 이유로는 ‘사회적 인식 개선’이 34.7%로 가장 많았다. 생태계를 부정적으로 인식한 이유로는 ‘벤처캐피탈의 미온적 지원’이 36.4%로 큰 비중을 차지했다.

벤처투자액이 해마다 늘어나고 있음에도 투자 유치는 여전히 스타트 생태계가 해결해야 할 숙제로 남아있다. 창자들은 스타트 생태계 발전에 있어 가장 시급하게 개선되어야 하는 점으로 ‘기반자금 확보/투자활성화(38.4%)’를 뽑았다. 다음으로 규제완화(34.8%)와 우수인력 확보(33.5%)가 뒤를 이었다. 창자들은 투자 유치 시 회사 가치(밸류에이션, Valuation) 산정과 인정(41.5%)가 가장 어렵다고 응답했다.

스타트얼라이언스와 오픈서베이가 이런 조사 내용을 담은 ‘스타트 트렌드 리포트 2021’을 7일 발표하고 기자간담회를 개최했다. 스타트 트렌드 리포트는 2014년부터 8년간 스타트얼라이언스와 오픈서베이가 공동 시행해 온 설문조사로 계 트렌드를 보여주는 서베이다.

이날 행사에선 스타트업 창업자, 액셀러레이터, 투자자가 패널로 나서 리포트 내용 외 실제 현장에서 체감하는 창업 생태계 흐름과 방향성을 논의했다. 패널로는 권도균 프라이머 대표, 양상환 네이버 D2SF 리더, 이복기 원티드랩 대표, 이기대 스타트업얼라이언스 이사(모더레이터)가 참석했다.

권도균 프라이머 대표 ⓒ플래텀

지난 1년간 스타트업 업계는 전반적으로 어땠다고 보나. 가장 주목할 만한 흐름은 뭐였을까.

양상환 리더 : 코로나19가 터졌을 때 처음에는 당황하는 분위기였다. 스타트업 활동도 활발하지 않았다. 보통 데모데이에서 스타트업과 투자자가 만나 결실을 내는 것이 통상적인 프로세스였는데, 그걸 할 수 있는 환경이 아니었다. 하지만 비대면으로 자연스럽게 넘어오면서 다시 예전 페이스를 많이 찾아가고 있다. 오히려 비대면이 IT 스타트업들의 엄청난 붐을 촉발시켜 생태계를 더 풍성하게 만드는 배경이 되었다.

기술 투자를 주로 하기에 느끼게 되는 거는 기술 모멘텀이 바뀌고 있다는 것이다. AI, 블록체인과 같은 것들이 확 뜨고난 뒤 지금은 파편화되어 개별 버티컬씬으로 들어가는 모습이 보인다. 기술 하나로 엄청난 밸류에이션을 인정받던 사례가 전보다 확실히 적어졌고, 실제 쓰이는 유스케이스를 찾아가는 스타트업들이 많아졌다. 그리고 스타트업들을 보는 VC들의 시각이 다변화되고 있다.

권도균 대표 : 최근 스타트업 생태계에서 제일 큰 씬은 쿠팡의 상장이었다고 본다. 내가 몇년 전 쿠팡이 자리 잡으면 우리나라 스타트업 생태계에 좋은 시금석이 될거고 한국 경제계에 큰 변곡점이 될거라 이야기 할 때 전통기업, 대기업 경영자들은 동의하지 않았다. “쿠팡이 곧 망할 거다”라고 했고 ‘이게 무슨 사업이냐”라고 반응했다. 사회적 인식도 바뀌었다. 스타트업을 병아리들, 아기들이라고 보던 시각에서 우리나라 경제에 중요한 한 축이자 파트너로 인식이 바뀌었다. 그렇게 변한 중요한 계기가 쿠팡의 상장이라고 본다.

이복기 대표 : 코로나 팬데믹이 촉발한 비대면 환경으로 인해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투자와 인재의 쏠림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오프라인에서 진행되던 프로세스가 멈춘 상황에서 온라인 정보에만 의존해야 하기에 유명한 기업, 혹은 이미 기반을 닦은 기업들은 수월한 반면, 그렇지 않은 기업들은 소외되고 있다. 채용을 할때 지원자 자체도 소수이고 거기에서 사람을 골라야 하는 어려움을 겪는다. 이거를 조금 더 효율적으로 풀 수 있는 방안이 나와야 될 상황이다.

대면 위주 스타트업들이 작년에 어려웠다. 그들은 어떻게 극복해 나가고 있나.

양상환 리더 : 여행 스타트업 등 O2O 기업에서 피보팅을 성공적으로 한 사례가 많다. 피봇 속도가 늦은 기업은 여전히 힘들어하고 아직 타이밍이 안 온 기업은 생존을 위한 버티기 모드로 들어간 것이 보인다.

권도균 대표 : 오프라인 기업들 중 피보팅을 한 회사들도 많이 있다. 버티면서 더 큰 그림을 그리는 오프라인 기업들도 있다. 마이리얼트립 같은 데는 코로나 이후를 대비해 큰 장을 열 준비를 하고 있다. 환경이 사업을 지배하는 게 아니라 창업자가 환경을 지배한다고 본다.

창업가가 바라보는 시급한 개선점 1위가 투자 유치와 관련된 내용이다. 예전에 문제점으로 엑시트(Exit : 회사가 성장해서 매각되거나 상장되는 것)가 안 된다는 얘기가 많았는데, 최근에는 규제 완화와 투자 유치가 개선해야 될 부분으로 언급되는 상황이다.

권도균 대표 : 근래 승자 독식의 경향이 보인다. 투자 사이즈가 굉장히 커져서 좋은 팀이 창업하면 기본적으로 몇 십억 원씩, 인기 있으면 백억 원씩 투자되곤 한다. 좋은 팀들한테 들어가는 돈 자체가 커진 거다. 한쪽으로 쏠리는 경향은 아쉬운 부분이기도 하지만 기회가 커진다는 면에선 좋은 현상으로 해석할 수도 있다. 다만 VC들이 트랜드나 유행, 인기 있는 분야 또는 좋은 백그라운드를 가진 창업자에게 집중하는 경향은 조금 보완할 필요가 있겠다. 다양성에 대한 투자도 고려되어야 한다. 남들이 투자하지 않는 영역에 투자해서 크게 성공한 사례도 있다. 주류 비즈니스가 아니었던 영역에서 에어비엔비같은 큰 회사들이 나온다.

이기대 이사 : 투자가 문제라고 답변을 한 응답자 상당수가 자금에 대한 갈증이 있는 초기 스타트업들이다. 그런 초기 창업자 숫자가 이전보다 많아졌다는 것도 배경이겠다.

리포트 자료를 보면 정부의 역할에 대한 평점이 올라가고 있다. 매년 2~3 프로씩 계속 오르는 추세이고 지난 5년 사이에 한 10% 정도 올라갔다. 정부가 실제로 잘하고 있다고 보나. 그리고 정부가 좀 더 신경써야 할 부분은 무엇일까.

권도균 대표 : 정부가 제일 잘하고 있는 건 돈을 공급하고 있다는 거다. 특히 다양성에 대한 투자 측면에서 의미 있는 역할을 하고 있다. 속성상 정부는 공평하게 지원해야 하기에 다양한 스타트업에 도움을 줄 수 있다. VC들이 선호하지 않는 기업들한테도 지원이 자연스럽게 되게 하는 거다. 좋은 회사가 만들어질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생각한다. 다만 공공에서 돈을 받으면 스타트업들은 그만큼 페이퍼워크를 많이해야 한다. 오버헤드가 발생하곤 하는데 가능하다면 그 부분을 좀 심플하게 해주면 어떨까 싶다. 스타트업들의 시간을 절약할 수 있도록 할 수 있으면 좋지 않겠나.

이복기 원티드랩 대표 ⓒ플래텀

올해 서베이를 보면 대기업 재직자 중 스타트업씬으로 들어오고 싶다는 사람 비율이 낮아졌다. 스타트업에 대한 호감도가 과거에는 40% 초반이었는데 올해 34%로 떨어졌다. 

이복기 대표 : 데이터 행간을 좀 읽어야 될 것 같다. 일단 코로나로 인해 삶의 불안정성, 리스크가 커졌기에 안정적인 포지션을 취하려는 의중이 담겼다라고 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데이터를 보면 제조나 의료, 바이오, 금융, 미디어 등 전통 산업군에서 스타트업으로의 이직이 꾸준히 발생하고 있다.

이기대 이사 : 여러 분야 사람들이 넘어와 창업을 시도하고 있다. 그렇게 창업자 풀은 한 단계씩 더 올라가고 있는데, 직원으로 오고 싶어하는 사람은 별로 없는 것 같다. 창업은 할 수도 있지만 스타트업에 직원으로 오는 건 안정적으로 보지 않는셈이다. 또 코로나 등 어려운 시기를 겪으면서 흥미가 떨어진 측면도 있다.

올해 데이터를 보면 스타트업 직원들이 가장 많이 넘어온 곳이 벤처를 비롯한 중소기업이다. 그리고 스타트업 재직자에게 다음에 어디로 갈건지 물어보면 대기업이라 답한 비율이 많았다.

이복기 대표 : 사람마다 성향이 있는 것 같다. 어떤 사람은 기업의 브랜드와 안정성에 가치를 두고, 어떤 사람들은 도전적이고 미션 드리븐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젊은 세대의 가치가 다원화되고 있고 외부에 휩쓸리지 않고 개개인의 판단 기준에 따라 움직인다. 스타트업의 매력도가 떨어졌다기보다는 그런 성향이 영향을 미쳤다고 본다.

대학생을 비롯한 취업 준비생의 창업 고려율은 매년 35~36%정도로 대동소이하다. 의미있는 사례도 많이 나오고 있고 창업하기 좋은 환경인데 대학생의 의지는 변화가 없다. 

양상환 리더 : 창업을 시도하는 학생들이 여전히 있긴 하지만 상대적으로 이전에 비해 낮아진거라 본다. 사회경험이 있는 직장인이나 네트워크가 있는 사람들은 다양한 형태의 정보를 얻을 수가 있다. 어떤 것이 주목받고 있고 어떤 기술이 유망하다는 것을 살펴보고 취합해서 종합적으로 판단할 수도 있다. 하지만 학생들 입장에서는 그게 어렵다. 코로나 이전에는 학교에서 어느정도 화학적인 반응을 이끌어낼 수 있었는데 지금은 정보나 경험을 간접적으로라도 접할 수 있는 소스 자체가 원천적으로 차단된 상황이다. 그런 상황이 1년 반이상 지속되고 있다. 아울러 투자자 시각에서 봤을 때 다양성이나 깊이도 이전보다 다소 하향한 느낌도 있다. 학생들을 많이 만나는 입장이다보니 이 부분을 어떻게 하면 좋을지 고민이 있다.

권도균 대표 : 프라이머 프로그램에 지원하는 팀들을 보면 학생 창업은 좀 줄었다. 요즘 추세를 보면 직장 경험이 있는 사람들이나 창업 경험자들이 많다. 전체 비중을 보면 대학생 창업이나 첫 번째 창업의 비율이 낮아지고 있다.

이기대 이사 : 우리나라 스타트업 생태계가 레벨업이 되면서 학생 창업 경쟁력이 약해진 것으로 볼 수도 있다.

대학생들이 스타트업에 취업하고 싶어하는 비율도 창업 고려율 통계와 비슷하다. 스타트업에서 대학생을 많이 뽑나?

이복기 대표 : 철저하게 수요와 공급의 문제라고 본다. 소프트웨어 개발이라든지 최근에 새로 등장한 신기술쪽은 공급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그런 영역 기업은 대학생 뿐만 아니라 특성화고 고등학생들도 채용한다.

대학생이 사회에 나와 들어가는 첫 직장은 본인이 선택하는 것보다는 회사로부터 선택받는 경우가 더 많다. 수요가 있어야 뽑힐 수 있는 거고 공급이 부족한 쪽에서 기회가 있다. 시장에서 귀한 개발자 위주의 취업은 비록 신입이라 할지라도 큰 문제가 없다.

대학생들이 스타트업에 관심이 많다고 보나? 

이복기 대표 : 국내 채용 비중을 따져보면 대기업이 대한민국의 한 5%를 담당하고 있고, 나머지 일자리는 중견, 중소기업이다. 최근 스타트업의 정의가 확장되면서 담당하고 있는 부분이 굉장히 많다. 근데 스타트업은 사람을 뽑아서 훈련하는 체계가 부족하다. 어떻게 뽑아서 활용해야 할지를 모르는 경우도 많다. 예를 들어 신입이 들어왔을 때 케어해 줄 수 있는 사수가 스타트업 현장에서는 드물다. 알아서 각자도생해야하는 경우가 많다. 칼 한자루를 주기는 했는데 쓰는 법을 모르는 채로 전장에 나가야 되는 상황이 많다. 신입을 뽑는 스타트업도 굉장히 불안하다.

양상환 리더 : 인턴십을 활용해 일정 기간 동안 살펴보고 괜찮으면 채용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개발직군에 채용 조건부 인턴십이 활발한데 기업 만족도가 꽤 높은 걸로 알고 있다.

올해 서베이를 보면 인력난을 겪는 스타트업들이 많다. 그들에게 조언해줄 것이 있다면?

권도균 대표 : 자금력이 부족한 스타트업이 연봉이 비싼 경력자를 뽑는 건 어렵다. 인턴이나 사회 초년생들을 뽑아 잘 훈련시켜 함께 가는 것도 좋다. 개발자가 부족하다면 지방에서 사람을 찾는 걸 권한다. 정보의 부족으로 좋은 개발자들이 낮은 연봉으로 만족하지 못하며 지방에서 일하는 경우가 꽤 있다.

이복기 대표 : 데이터적으로 보면 인재도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나온다. 특정 인기 기업 혹은 연봉이 굉장히 센 기업들에 몰린다. 그렇다고 스타트업이 아예 어필할 기회가 없는건 아니다. 사람마다 가치관이 다양하고 동기 부여를 받는 방식이 다르다. 앞서 말했듯이 어떤 사람은 미션 드리븐에 가치를 두고 어떤 사람은 보상에 가치를 둔다. 또 어떤 사람은 관계에 굉장히 영향을 많이 받는다. 그런 것에 맞춰서 회사의 채용 색깔을 명확하게 하는 게 필요하다. 연봉을 올리는 것으로 모든 게 해결되지 않는다.

예를들어, ‘연봉 등 보상을 확실하게 해주는 대신에 열심히 일을 해야 된다’던가, ‘워라밸을 철저히 지켜 직원의 삶을 좀 더 풍성하게 만들어줄 수 있다’던가하는 회사의 색깔을 알려줘야 한다. 회사만의 색깔이 확실할 때 사람들이 인지하고 찾아올 수 있다. 돈이 중요하긴 하지만 플러스 알파 엣지가 있어야 된다.

양상환 네이버 D2SF 리더 ⓒ플래텀

스타트업얼라이언스에서 매년 기관 선호도와 인지도 조사를 하는데, 흥미로운 부분은 스타트업을 가장 많이 도와주는 기관으로 네이버가 대기업에서 계속 1등을 하고 있다는 거다. 반면에 카카오는 스타트업 쪽에서 1등하는 경우가 많다. 스타트업들이 네이버를 선호하는 이유는 뭘까.

양상환 리더 : 근래 대기업이 오픈이노베이션을 많이 추진한다. 긍정적으로 보면서도 아쉬운 부분은 스타트업을 약간 도구적으로 바라보는 경향이 있다는 거다. 오픈 이노베이션은 스타트업이 아니라 대기업을 중심으로 만들어진 사고 방식 체계다. 스타트업을 활용해서 이노베이션을 해 보겠다는 배경 인식이 깔려있다.

네이버는 도구가 아니라 파트너로서 관계를 맺어야 한다고 판단하고 움직였다. 그중에 하나가 소상공인을 지원하기 위한 ‘프로젝트 꽃’과 ‘파트너스퀘어’ 같은 것이다.

스타트업 레벨에서는 D2SF와 같은 조직이 만들어져 투자하고 지원하는 활동을 하고 있다. D2SF는 네이버가 추구하는 상생의 일환으로 탄생한 조직이다. 스타트업에 진정성 있게 투자하고 지원하자는 목적으로 설립되었다. 그런 관점이 네이버 전체에 뿌리를 내렸다. D2SF가 연간 투자하는 기업은 20개 정도지만 만나는 팀은 1000~1500개 정도 된다. 그들 중 200~300팀을 매년 네이버 사내 여러 부서와 조직에 소개해 관계가 형성되게 하고 있다. 5년이면 1천 팀을 소개하게 되는 것이다.

네이버는 내외부 조직에서 투자와 M&A를 많이한다. 재무적 관점에서 출자를 하는 부서도 있고 D2SF처럼 최전방에서 직접 뛰는 조직도 있다. 이런 조직이 함대처럼 형성되어 있다. 그런 것들이 종합되어 스타트업 친화 기업이라고 인식을 준 것 같다.

오픈이노베이션에서 대기업과 스타트업의 시각에 차이가 있을 수 있다. 그것이 협업에서 어떤 영향을 미칠까. 

양상환 리더 : 오픈이노베이션은 대기업과 스타트업 양쪽이 모두 원하는 중간 지점이 있다. 그게 맞아야 거래나 계약이 일어난다. 스타트업을 도구로만 보면 대기업내부에 있는 디멘드만 반영이 된다. 스타트업이 원하는 게 뭔지 그들의 성장에 도움이 되는 것이 무엇인지를 고려해야 한다. 그게 덜 된 상태에서 접근하면 피상적인 지원이 되곤한다. 공간을 제공하고 투자를 하고 멘토링을 해도 그게 없으면 실제로 워킹이 안 된다. 한쪽 참여자는 간절히 원하는데 한쪽이 원하지 않으면 어려울 수 밖에 없다. 일부 스타트업은 대기업에 시간을 뺏겼다는 인식을 갖는 경우도 종종 본다. 지속적이고 장기적으로 협업이 가능하게 하려면 서로 바터를 할 수 있어야 된다. 저쪽에서 뭔가를 주는 만큼 우리가 등가로 뭔가 가치를 제공할 수 있어야 된다. 그런 시각이 만들어지는 게 중요하다.

이기대 이사 : 권한이 없는 대기업 직원이 자료조사를 하기 위해 스타트업에 컨택하는 경우가 많다. 스타트업 대표는 대기업의 브랜드를 보고 막연한 기대감을 품고 만나는데 아무런 성과가 없이 끝나는 거다. 과거 스타트업을 들여다보던 대기업들이 거의 다 했던 실수 중 하나다.

이복기 대표 : 우리도 그런 대기업의 제안을 받기고 했고 협력도 진행했다. 잘 된 것도 있고 잘 안 된 것도 있었다. 스타트업 입장에서 우린 항상 절실했다. 뭔가 시너지를 만들려고 했고 성장의 동력으로 삼으려고 했다. 하지만 대기업 입장에서는 잘 돼도 안 돼도 그만이었다. 온도차가 느껴질 때가 많았다. 하지만 최근 대기업도 많이 달라지고 있고 인식도 달라지고 있어서 기대를 하고 있다.

권도균 대표 : 오픈이노베이션을 할 체질이 안 된 상황이기에 그런 일이 발생한다. 기업의 속성은 이익을 극대화하는 거고 대기업은 그 부분이 철저하게 훈련된 조직이다. 대기업은 일방적으로 스타트업한테 뭔가 도움을 준다는 것이 체질적으로 익숙치 않다. 대기업이 오픈이노베이션을 한다면 대가 없이 창업자들한테 뭔가 도움을 준다는 마음으로 해야 영점 조절이 돼서 균형이 맞춰지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한다. 스타트업이 대기업하고 협업한다고 하면 가능하면 하지 말라고 조언한다. 하더라도 가급적 기대하지 말라고 한다. 유치원생하고 대학생이 샅바 싸움하는 거라고 보기 때문이다. 체질적으로 힘겨루기가 안 되는 경기를 일부러 하러 들어갈 필요는 없다. 실제로 대기업과 협업 두 번하고 망하기 직전까지 간 회사도 있었다.

프라이머는 창업자가 가장 선호하는 액셀러레이터로 선정됐다. 어떤 것이 배경이 됐을까.

권도균 대표 : 감사한 일이다. 꾸준히 자리를 지킨 게 인정받은 배경이 아닐까 싶다. 사실 투자 금액이 작다고 은근히 구박을 많이 당한다. “다른 데는 5억, 10억씩 투자한다는데 왜 프라이머는 1억도 안 하냐”는 항의도 종종 받는다. 그런 이유로 좋은 팀을 놓치면 아프다. 돈이 없어 투자금이나 밸류를 못 높이는 건 아니다. 유혹은 있지만 11년간 프라이머가 지켜온 것이 있다. VC가 투자할 만한 회사는 VC가 투자해야 하는 영역이다. 프라이머는 얼리스테이지에 표준 투자 조건을 지키면서 우리의 도움이 필요한 팀들에게 투자하고 도우면서 자리를 지키고 있다. 그걸 창업자들이 인정해 준 것이라 생각한다.

정치권에 이어 공정위도 대기업 인수합병을 들여다 보겠다고 한다. 규제 당국이나 정치권이 스타트업 엑시트까지 참견하는 분위기다. 

양상환 리더 : 스타트업 투자 지원 관점에서만 보면 아쉬운 건 사실이다. IT 기업들뿐만 아니라 대기업들이 오픈이노베이션에 관심을 가지면서 스타트업의 엑시트 출구가 되고 있다. 생태계는 사이클링이 중요하잖나. 깔데기가 커지면 넣는 부분만큼 출구도 같이 넓어져야 원활하게 돌아간다. 깔대기는 커지는데 아래 출구가 계속 좁아지게 되면 어떻겠나. 많은 기업들이 애를 써서 출구가 좀 넓혀졌는데 이런 것들이 다시 좁아지게 되면 밑바닥에 있는 깔대기 입구는 과연 어떻게 해결할 건가. 사회 경제적으로 큰 정책적 부담이 될 수도 있을거다. 다른 각도로 봐주길 바란다.

권도균 대표 : 물은 흘러야 된다. 대기업에 M&A 된 스타트업 대표들 중 상당수는 의무기간 끝나면 다시 창업하는 경우가 많다. 많은 창업자가 창업 안 하면 못 배기는 병이 있다. 그들이 다시 창업하고 또 M&A 등으로 엑시트하는 순환이 있어야 된다. 그런 스타트업 경험자가 큰 기업에 들어가줘야 큰 기업도 리플래시되는 효과가 있다. 활발한 M&A는 막을 게 아니라 활성화시키는 게 더 필요하다고 본다. 물론 너무 깊은 골목 상권이나 작인기업의 사업까지 자본으로 황폐화 시키는 건 조심할 필요가 있다.

서베이 결과에서 규제에 대한 우려가 높았다. 최근 플랫폼 규제 얘기도 많고 온라인 플랫폼 공정화법 이야기도 나온다. 이런 것이 스타트업 생태계 전반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양상환 리더 : 스타트업 중에서 규제로 피해 보는 사람들은 실제로는 많지 않을거다. 일단 규제를 피하는 방향으로 사업을 시작하기 때문이다. 벽이 앞에 서 있는데 일부러 벽에 부딪히려고 하는 사람은 없을거다. 규제 영역이나 그레이존에 있는 스타트업들은 규제샌드박스를 활용해 활로를 찾고있다. 정부도 전향적으로 노력하는 게 보인다. 그런 것들이 시간이 지나면서 조금씩 결실을 맺고 있다. 물론 규제가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쪽도 있다. 양쪽이 혼재된 상황이다.

2021 스타트업 트렌드 리포트 기자간담회 현장. (왼쪽부터) 이기대 스타트업얼라이언스 이사(모더레이터), 양상환 네이버 D2SF 리더, 권도균 프라이머 대표, 이복기 원티드랩 대표 ⓒ스타트업얼라이언스

스타트업이 할만한 유망 업종, 트랜드를 이야기해 준다면.

양상환 리더 : 6~7년 전 VR, AR, AI가 천정을 뚫을 듯 치고 올라왔지만 어느 순간 그런 흐름이 사라졌다. 3~4년 전에는 블록체인으로 시끄러웠지만 내려갔다. 지금은 아마 메타버스가 그런 키워드일거다. 그런데 이게 정말 진짜인지 가짜인지는 사실 시간이 지나봐야지 알 수 있다. 아직 킬러 콘텐츠라 할 만한 것이 나온 게 없다.

기술 어젠다가 하나 뜰때 그걸 쫓아 투자를 하면 어려운 상황이 발생한다. 기술이 중간에 붕 뜨는 시간이 있다. 캐즘처럼 기술이 등장하고 나서 일시적으로 수요가 정체되거나 후퇴되어 단절이 일어나는 것이다. 그러다 바닥에서 수면 위로 올라오는 타이밍이 있다. 그걸 잘 잡는 것이 투자 관점에서 필요하다. 그런 데서 시장의 기회를 찾아야 되지 않을까 싶다.

권도균 대표 : VC마다 투자의 시각이 조금씩 달라서 다양한 견해가 있을거다. 가장 전망이 있고 끝없이 큰 시장은 의식주 영역이라고 생각한다. 먹고, 마시고, 입고, 자는 일상생활에 큰 비즈니스 기회가 있다고 본다.

이복기 대표 : 인류의 보편적인 문제를 푸는 스타트업은 시기와 트랜드를 떠나 항상 고성장을 한다. 우리 회사도 처음에 창업자들이 모여서 아이템 고민을 그런 관점에서 했다. 의식주를 해결하려면 돈을 벌어야 되고 돈을 벌때 가장 기본적인 것이 채용이라고 생각했다. 결국 대중이 갈증을 느끼는 문제를 푸는 게 제일 중요하다.

앞으로 제2, 제3의 쿠팡이 나올거라 본다. 어디가 후보라고 생각하나. 

권도균 대표 : 사견을 전제로 말하자면, 글로벌에서 뿌리 내려 존재감을 확보할 수 있는 스타트업으로 당근마켓과 마이리얼트립을 예상한다. 당근마켓은 쿠팡보다 더 큰 회사가 될 가능성이 있다.

이기대 스타트업얼라이언스 이사 ⓒ플래텀

앞서 VC의 투자 다양성이 적다고 했다. 그 문제에 해법이 있을까. 정부가 모태펀드 등을 통해 스타트업 투자 생태계에 영향을 크게 미치고 있다. 이걸 어떻게 바라보나. 

권도균 대표 : VC들이 다양하게 투자하고 싶어도 못하는 이유 중에 하나가 펀드에 들어와 있는 정부 자금 때문이다. 정부 자금은 여러 제한이 있을 수 밖에 없다. 다양성을 보장해 주려면 정부에서 VC를 조금 더 자유롭게 해주면 된다. VC의 권한을 넓혀주면 다양성도 넓어질거라 본다.

양상환 리더 : 스타트업에 대한 인식이 많이 넓어지긴 했지만 여전히 한국 스타트업은 마이너리그고 외연 확장도 더디다. 코로나 팬데믹이 확장에 제동을 건 측면도 있다. 스타트업의 사회, 경제적 의미가 많은 사람들에게 널리 알려져야 판이 더 커질텐데 민간에서만 움직여서는 힘들다. 롤모델이 될 만한 유명한 창업자들도 많이 나와야 하겠고 펀더멘털도 나와야 한다. 결국은 국가적으로 해야 될 부분이다.

대기업 의존도가 점점 낮아진다는 건 상식일거다. 작지만 단단한 기업들이 많이 나와야 된다. 결국 지금 우리가 기대할 수 있는 건 스타트업 밖에 없다. 중간에 부작용이 있을거다. 우리가 흔히 얘기하는 좀비 기업들이 대표적이다. 그런거는 우리가 수용할 수밖에 없는 일종의 사이드이펙트라고 생각한다. 전반적으로 스타트업 생태계가 커질 수 있도록 계속 함께 노력을 해야 된다. 정부지원은 강하게 드라이브를 걸어도 된다고 본다.

정부돈을 악용하는 경우도 있다. 눈먼돈이란 이야기도 한다. 그런 것에 대한 방지책이 더 필요하지 않을까.

양상환 리더 : 그런 부작용을 막고 필터링을 위해 규제가 들어오면 선한 창업자들이 피해를 본다. 본래 취지와는 완전히 다른 형태로 가게 되는 경우가 많다. 악용한 사례는 일벌백계 해야겠지만 순기능이 훨씬 더 크기 때문에 어느정도는 열어둬도 좋다고 본다. 역기능 하나를 잡기 위해 순기능 자체를 막는건 생태계 전반에 안 좋은 영향을 미칠거다.

7월부터 주 52시간제가 시행됐다. 스타트업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까.

권도균 대표 : 제조업 노동 환경에는 그런 규제가 필요할 수 있겠지만 스타트업에는 안 맞는다고 본다. 지식 노동의 현실을 반영할 수 있는 수정과 지혜가 필요하다.

양상환 리더 : 많은 스타트업이 잠재적 범죄자가 될 수 있는 상황에 처한 것 같다. 스타트업 대표들을 만나보면 52시간제를 별로 신경 안 쓰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스타트업이 가장 취약한 역량 중에 하나가 노무하고 HR이다. 노무 이슈에 대해 배경 지식이나 정책적인 이해도가 낮은 경우가 많다. 평생 그걸 알아야 될 이유가 별로 없었기 때문이다.

이복기 대표 : 찬반여부를 떠나 52시간 이내, 적게는 40시간 이내, 주 4.5일 근무로도 충분히 문제를 풀 수 있다고 주장하는 기업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채용이 어렵다 보니 정해진 시간 안에서, 혹은 더 적은 시간 안에서 문제를 푸는 방식으로 가는 것이다. 그게 가능하려면 협업이나 몰입의 시너지 같은 것들을 심도있게 고민해야 된다. 그리고 인사, 기업 문화에 대한 많은 투자가 있어야 된다. 그런 기업들이 앞으로 더 나올거라 예상한다.

2021 스타트업 트렌드 리포트 기자간담회 현장. (왼쪽부터) 이기대 스타트업얼라이언스 이사(모더레이터), 양상환 네이버 D2SF 리더, 권도균 프라이머 대표, 이복기 원티드랩 대표 ⓒ플래텀

기자 / 제 눈에 스타트업 관계자들은 연예인입니다. 그들의 오늘을 기록합니다. 가끔 해외 취재도 가고 서비스 리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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