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한 직장인인 나, 직장에서 어떻게 해야하죠?
“김 차장, 이번 해외 프로젝트 검토 말야 당신이 다시 좀 봐줄 수 있나? 저녁 때 내가 급한 일이 있어서 말야”
‘착한 사람’ 김 차장은 오늘도 부장의 요청을 거절하지 못 합니다. 매일 밥 먹듯 야근인 와중에 모처럼 잡아놨던 동창과의 저녁 약속도 취소입니다. 주력 업무에만 집중하고 싶은데 매번 남의 업무 뒤치다꺼리만 하고 있습니다. “못 하겠는데요” 목구멍까지 차오른 한 마디는 마음에 고이 묻어둡니다.
착한 사람 컴플렉스(good boy syndrome)라고 하죠. 리멤버 커뮤니티에서도 종종 이로 인한 괴로움을 호소하는 글들이 올라옵니다.
리멤버 커뮤니티 원본 글 보기 > 착한사람 컴플렉스
‘착한 게 강점’이라는 수비적 강박
위 이야기에 공감하는 분들은 다음을 곰곰이 생각해보세요. 떠맡은 일을 마친 후 동료가 던지는 “역시 꼼꼼하세요” “자네 책임감이 진짜 최고야” 같은 말. 이 빤한 칭찬들에 혹시 이유 모를 안도감을 느끼진 않으시는지요. 금세 기분이 묘하게 좋아지시는 건 또 왜일까요. 커뮤니티에서도 뜨끔하신 분들이 많으리라 짐작합니다.
매사에 싫은 내색을 못해 속으로만 끙끙 앓고 있는 수많은 ‘착한 직장인’ 여러분들, 은연중에 스스로 이런 생각을 하고 있진 않나요. ‘묵묵히 착하게 일하는 것… 이게 그나마 회사에서 내가 존재감을 인정 받도록 하는 강점일지도 몰라’
한 없이 베풀다 녹초가 되면 실패한다
그러나 이런 무제한적 착함은 자신에게 확실한 독이란 걸 아셔야 합니다. 저명한 조직심리학자이자 베스트셀러 작가인 애덤 그랜트는 조직에 3가지 유형의 사람이 있다고 했습니다. 받기보다 주기를 좋아하는 ‘기버(giver)’와 받기를 더 바라는 ‘테이커(taker)’, 받은 만큼 되돌려주려는 ‘매처(matcher)’.
수많은 조직 연구 결과를 보면, 기버는 흔히 말하는 성공의 사다리 맨 아래로 추락하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무한정 베풀다 정작 본인이 녹초가 되어 커리어에 실패하는 거죠. 주력 업무는 뒷전으로 밀려 마감을 어겨버린다거나 끝내 번아웃이 찾아올 수도 있죠. 쌓인캔커피님도 비슷한 지적을 해주셨네요.
착한 개인이 조직에도 착할까?
착하기만 한 직원들이 조직 전체를 위해서도 진짜 ‘착한’ 것인지 따져볼 필요도 있습니다. 최근엔 조직이 일하는 방식이 과거와 많이 달라졌습니다. 대개 한 부서씩만 나뉘어 일하던 예전과 달리, 요즘엔 부서 간 교차 프로젝트와 협업이 훨씬 잦습니다. 이는 대기업과 스타트업을 불문하죠.
“까라면 까” 식으로 위계와 지시에만 순응해 일사불란하게 일하는 시대도 지난 거죠. 이제는 적당히 할 말은 하고야 마는 소통이 훨씬 중요해진 겁니다. 이때 ‘착한’ 사람들끼리 “좋은 게 좋은 것”으로만 흘러가다가는 조직이 딱 ‘당나라 군대’가 되기 십상입니다. 성과와 능률을 위해선 내가 싫고 납득이 가지 않는 것은 과감히 “아니”라고 하고, 동료에게 거침없는 쓴소리도 가할 줄 아는 용기가 더욱 필요해진 겁니다.
악(惡)해지진 말되, 약(弱)해지지도 말자
그럼 ‘착한 직장인’인 ‘나’는 앞으로 어떻게 해야할까요? 위에서 언급한 애덤 그랜트의 주장을 끝까지 살펴볼까요. 그에 따르면 성공 사다리 맨 아래뿐 아니라 맨 위에도 기버 유형이 상당히 많다고 합니다. 아직 완전한 녹초가 되지만 않으셨다면, 사다리 맨 위를 향해 뚜벅뚜벅 잘 걸어오신 겁니다. 변화를 시도하기 전 서로 용기부터 갖자고요.
이후 목구멍까지 차오른 거절의 한마디를 눈 딱 감고 한 번만 내뱉어보는 겁니다. 당장은 “사람이 좀 변했어” 소리를 들으실 수도 있습니다. 인간은 일관성이 흐트러지는 걸 못 견뎌하니까요. 그러나 밀고 나가다 보면 남들이 존중할 나의 표준이 세워집니다. 자기 존중감이 유지되면, 나아가 동료에 대해 적극적인 피드백을 하는 것도 어렵지 않아질 겁니다.
물론 개인의 노력만으로는 쉽지 않기에 조직 차원의 도움도 필요합니다. 구글이 성공한 가장 중요한 이유로 기버를 조직 전체로 확산해가려는 인센티브 문화가 꼽힌다죠. 모두가 악해지면 그 조직은 망하지만, 함께 헌신하는 분위기가 자리하면 구글처럼 소위 대박이 나는 거죠. 리더가 나서서 ‘착한’ 팀원들에겐 자기 주장을 내세울 용기를 주고, 과감한 피드백을 조직 내 미덕으로 적극 장려해주는 게 좋겠습니다. 악해지지도 않고, 약해지지도 않아야 개인도 조직도 모두 성공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