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artup’s Story #462] ‘3D 커스텀 안경을 넘어 스마트 글라스까지’ 박형진·성우석 콥틱 공동대표
인간은 실패를 통해 배운다. 많고 적음의 차이일 뿐, 누구에게나 시행착오는 있기 마련이고. 하지만 실패는 만만찮은 물질적, 정신적 후유증을 남긴다. 그것을 극복하느냐 회피하느냐는 개인의 선택이지만, 긍정적인 방향으로 전환시킬 줄 안다면 그것은 능력이다.
창업도 마찬가지다. 모든 창업자는 크고 작은 실패를 경험한다. 그러나 잘 실패하고, 극복해 정상궤도에 오르는 창업자는 많지 않다. 그렇기에 투자자들은 애쓰는 연습생이 아니라, 돈을 벌 줄 아는 능수능란한 창업가를 찾고 있다. 성공적으로 엑시트를 한 연쇄창업가가 주목받는 이유이다.
살벌한 비즈니스 세계에서 시행착오를 넘어 노련한 사업가로 성장한 스타트업 창업자들은 어떻게 실패하고, 어떻게 극복했을까. 또 모든 구성원이 하나의 비전을 따를 수 있게 만드는 이들만의 노하우는 무엇일까.
3D스캐너와 3D프린터로 이용자 얼굴에 맞는 커스텀 안경 서비스를 제공하는 스타트업 콥틱(브랜드명 ‘브리즘’)의 공동 창업자들도 실패를 겪은 사람들이다.
박형진 콥틱 공동대표는 외국계 회사에서 직장생활을 하다 일본에서 일본 안경 유통 체인점에 들른 것이 첫 창업 계기가 되었다. 안경을 옷처럼 쇼핑할 수 있는 매장이 있으면 한국에서도 통한다고 판단해서 사표를 내고 창업 전선에 뛰어들었다. ‘안경계의 자라’를 목표로 알로(ALO)라는 브랜드를 선보였고 15개의 매장을 내고 연 매출 100억을 돌파하기도 했다. 이쯤되면 성공한 창업이라 불러야겠지만, 경영 관리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원치않은 시점에서 회사를 떠났다.
그 시기에 3D프린팅 전문가 성우석(현 콥틱 공동대표) 대표를 알게됐다. 후배가 3D프린팅으로 안경을 만들겠다는 지인(성 대표)를 말려달라고 연락이 온 것이다. 그런데 성 대표를 만나 그가 벌이려고 하는 일에 사업성을 확인하고 공동창업을 결심했다.
성 대표는 증권사에서 M&A 컨설팅을 10년 간 하다 2015년 3D 프린팅 서비스 업체 ‘더메이크’를 창업한다. 첫 사업 아이템은 모델링이 손쉬운 아이폰 케이스였다. 커스텀 제품으로 사용자 이름을 새겨주며 호평을 얻었지만 재료비가 비싸서 가격 경쟁력이 떨어졌다. 고심하다 그를 사로잡은 것이 3D 프린팅 안경 사업이었다. 이 즈음 박 대표를 만나게 되고 두 사람은 1년 간 절차탁마를 통해 3D프린팅 안경의 사업성을 확인하고 콥틱을 창업한다.
안경은 새로 디자인을 해서 주문 제작을 맡기면 완성되기까지 평균 6개월이 걸린다. 대부분 중국 OEM을 통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콥틱은 3D프린팅으로 제작해 이 기간을 10일 수준으로 줄였다. 다품종 소량생산이 가능해 재고 부담을 줄였으며 3D스캐너로 얼굴에 맞는 최적의 형태를 찾아주는 한편 자체 개발 앱의 페이스 룰러를 통해 안경 사이즈와 디자인도 추천한다. 고객은 다양한 사이즈 및 컬러로 준비된 안경을 즉석에서 구입할 수 있으며, 원하면 개인의 얼굴에 특수하게 맞춘 안경을 제작하여 받아볼 수 있다.
콥틱 박형진, 성우석 공동대표를 만나 창업을 시작한 배경과 3D 프린팅 안경 사업 이야기, 실패담, 그리고 미래 비전을 들었다.
2017년 공동창업을 해서 함께하고 있다. 근래 공동창업이 많아졌지만, 인연이 긴 사람들끼리 하는게 보편적이다. 이 사업을 하기 전까지 두 사람은 일면식이 없던 사이였다. 사업은 가족과도 하지말라고 하잖나. 그런데 어떻게 같이하게 된건가.
박형진 콥틱 공동대표(이하 박) : 둘이 성격은 사뭇 다르다. 안경이라는 공통 주제가 없었으면 아마 친해지기 힘들었을 거 같다. (웃음) 성 대표의 고등학교 선배이자 내 동아리 후배가 있는데, ‘절대 망하면 안 되는 동생(성 대표)이 있는데, 무모한 시도를 하고 있으니 형(박 대표)이 와서 말려 달라’고 해서 처음 만났다. 그런데 성대표가 본인이 직접 출력한 3D 프린팅 안경을 쓰고 나왔는데, 기대 이상으로 퀄리티가 좋은 거다. 그날 3D 프린팅에 대한 내 선입견이 완전히 깨졌고, 가능성이 보여서 같이 스터디를 하자고 제안했다. 그 모임에 휴맥스 옵틱의 전문가(윤형기 공동창업자)도 함께했다. 셋이서 일주일에 한 번씩 1년간 여러 시도를 하다보니 안경 퀄리티가 높아지는 게 눈에 보였다. 또 경험 많고 보수적인 시각의 업계 전문가에게도 가능성이 크다는 긍정적인 피드백을 받았다. 그 정도면 사업을 해봐도 되겠다 생각했다.
성우석 콥틱 공동대표(이사 성) : 처음 만날 때 사업 말리러 오는 줄 모르고 만났다. (웃음) 박 대표를 소개해 준 선배가 고등학교 때부터 워낙 친하게 지낸 형이었고, 그 형이 박 대표를 믿을 수 있고, 사업 능력이 뛰어난 사람이라고 소개해서 조언을 얻으려고 나갔다. 박 대표는 안경사업을 보는 시야가 다르고 내공이 느껴졌다. 그리고 스터디를 통해 천천히 접근하는 것도 좋았다. 스터디를 하는 동안 휴맥스 옵틱 사람들이 도와줘서 안경 완성도가 나날이 좋아졌다. 그렇게 배운 스킬에 우리의 3D 프린팅 경험이 접목되면서 효율적인 모델링 방식이 나왔다. 마감에 대한 부분도 안경 쪽 마감과 3D 프린팅 쪽 마감이 전혀 다른 접근인데, 그런 것들이 스터디를 통하여 계속 개선했다. 1년, 52주간 한 번도 거르지 않고 만나서 그런 작업을 했다.
박 : 좋은 3D 프린팅 안경이 나오려면 3D 프린터 전문가도 있어야 되지만, 안경 전문가도 있어야 되고, 브랜딩과 마케팅 전문가도 필요하다. 그리고 그것을 잘 조합할 줄 아는 사람도 필요하다. 그런 사람들이 모여서 스터디를 하니 생각보다 진도가 빨랐다. 안경을 맞출 때 소비자가 진짜로 필요로 하지만 못 하고 있는 니즈가 무엇일지를 고민했고 그걸 해결하는 비즈니스 모델이 정립된 소중한 1년이었다. 얼굴은 사이즈도 모양도 손 모양처럼 각기 다른데, 안경은 그것에 대한 커스텀 대안이 없었다. 그래서 우리는 커스텀 안경의 본질을 고민하고 논의를 하면서 지금의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었다.
성 대표는 당시 어떤 생각으로 3D프린터로 안경을 만들 생각을 한건가.
성 : M&A쪽 뱅커였을 때부터 제조업에 관심이 많았다. 그런데 기존 제조업 기업들이 여러 분야에서 잘 하고 있었기에 새로운 기술이 있어야만 나한테 가능성이 있겠다 싶었다. 그래서 찾은 것이 3D 프린팅이었고 열심히 파고들었다. 여러가지를 검토해보고 테스트해본 결과 3D 프린팅을 바탕으로 사업을 하려면 완제품을 만들어야 하고, 완제품 중에서 제일 적합한 것이 안경이라고 판단했다. 어렸을 때부터 안경을 썼는데 당시에 몰랐던 게 내 양귀가 심하게 비대칭이라는 거였다. 그래서 내 얼굴에 맞게 안경을 조절해준 몇몇 안경점만 고집했는데 귀가 비대칭인 사람들이 생각보다 많더라. 그래서 맞춤형 안경이란 것이 사람들에게도 도움이 되고, 확실한 니즈가 있는 아이템이라고 생각했다.
이과적 창업가와 문과적 창업가가 있다고 한다. 문과적 창업자들은 문제를 잘 찾고, 이과적 창업자들은 문제를 잘 해결한다고 한다. 시장이 먼저냐 기술이 먼저냐의 관점일텐데, 밸런스가 필요하다고 본다. 두 사람은 스스로를 어떤 유형의 창업자라 생각하나. 회사에서 두 사람의 역할은 무엇인가?
박 : 은어일 텐데, 업무 성격상 ‘찍새’와 ‘딱새’ 같다. (웃음) 내가 일을 벌이면, 성 대표가 그걸 해결해 준다. 고객의 입장에서 니즈를 생각하고 제안하는 것은 내 일이고, 그것을 기술을 기반으로 현실화 시키는 것이 성 대표의 역할이다. 뭘 만들자고 하면 뚝딱 만들어 온다.
말하기는 쉽지만, 현실화한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성 대표는 난감한 적 없었나. 그런 사례가 있다면.
성 : 자주 있는 편이다. (웃음) 일례로 데이터들이 막 쌓이기 시작했을 때, 박 대표가 우리 프로그램을 인바디(체성분 분석기)처럼 만들자고 했다. 몸을 분석하듯 얼굴을 분석하는 프로그램을 만들자는 거였다. 데이터가 굉장히 많이 쌓여야지만 가능한 거였는데, 사업에 필요하다고 해서 방법을 고민했다. 처음에는 스캐너로 하려고 했는데, 얼굴 스캔을 하면 엄청나게 센 빛을 얼굴에 여러 번 쏘아야 하고 스캔이 깨끗이 안 되는 경우가 발생했다. 게다가 스캐너는 우리가 선듯 구매하기에 고가의 제품이었다. 그런데 아이폰으로 스캔이 되면서 그 문제가 해결이 됐다.
박 : 3D 프린팅으로 안경을 제작하면 뭘 할 수 있을지 만을 생각했다. 그래서 맞춤형 안경으로 방향을 정한 것이고, 맞춤을 하려면 측정이 되어야 한다고 판단했다. 처음에는 제대로 안경만 제작하면 된다고 생각했는데, 고객 니즈를 보니 안경 스타일도 골라달라고 했다. 우리가 데이터를 가지고 있는데, 그걸 너무 제작에만 한정적으로 활용하고 있다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체육관에서 인바디 측정 후 받아보는 보고서처럼, 고객에게 어울리는 스타일을 추천하는 것을 하고 싶었다. 그걸 당장 할 수 있는 방법이 2D 자로 얼굴을 측정하는 거였는데, 제대로 되지 않았다. 그래서 회사 자본금에 맞먹는 비싼 스캐너 구입을 고민하고 있었는데, 더 나은 옵션이 적시에 나와 주었다. 아이폰에 페이스ID가 탑재된 건데, 우리한테 진짜 행운이었다. 그게 없었으면 이렇게 사업이 빨리 자리 잡기 힘들었을 거다.
그런데 우여곡절이 많았다. 특히 어울리는 안경이라는 것이 무엇인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을 마주하게 됐다. 여러 가지 검토 끝에 나온 결론은 얼굴 유형별로 제일 많이 샀던 스타일이 결국 가장 잘 어울리는 제품이라는 것이었다. 측정으로 시작해서 분석으로 넘어가고, 분석한 데이터가 쌓여서 추천까지 오게 된 거다. 자연스러운 하나의 프로세스가 되었다.
데이터를 모으는 것도 쉽지 않지만 그걸 취합하는 것도 일이다. 일견 개발이 필요한 영역인데 어떻게 만든건가.
성 : 영혼을 갈아넣었다. (웃음) 처음에는 데이터를 3D 스캔 파일로 가지고 있었다. 이 이미지 파일에서 데이터를 만들기 위해 숫자를 추출해야 되는데, 모든 이미지 데이터를 다 다운로드해서 수기로 하나하나 입력했다. 통계 프로그램에 밝은 편이 아니어서 구글 시트로 분석프로그램을 만들고, 그걸 구글 데이터 스튜디오로 돌렸다. 추천 엔진을 만들 때가 제일 어려웠는데, 백방으로 물어가며 진행했다. 다 만들고 검증을 받았더니 답은 맞더라. 내가 개발을 알았으면 파이썬 한두 줄이면 끝나는 것이었는데, 쓸 줄 몰라서 무식하게 진행 한 거다. 나중에 친구들한테 엄청나게 놀림 당했다. (웃음) 지금은 AWS(아마존 웹서비스) 머신러닝 엔진을 사용해서 체계화 시켜 놓았다.
콥틱의 모델은 아이디어만 있다고 바로 할 수 있는 사업이 아니다. 하드웨어가 가미된 사업이라 자금이든 인력이든 투자도 많이 되어야 한다. 초기에 어떻게 분담했나.
박 : 각자가 가지고 있는 네트워크, 리소스를 가지고 최대한 비용이 나가지 않게 했다. 우리가 진행한 일을 액면가로 따지면 몇 십억짜리 일일거다. 그걸 각자 나눠서 부담을 하고서 프로토타입까지 갔다. 그 뒤에 엔젤투자자 모집을 했고, 매장을 하나 내고 난 뒤 기관 투자를 받아 확장하며 펀딩을 이어갔다.
성 : 당시 내가 운영하던 회사의 개발 능력을 이쪽에다 쏟아부었다. 그리고 휴맥스 옵틱 전문 인력들이 부품이나 소싱 등 세세한 부분을 전담해줬다. 마케팅과 브랜딩에 관련된 부분은 박 대표가 전담했다.
본엔젤스벤처파트너스와 카카오벤처스 두 곳에서 시드 투자를 받았다. 이후에 서울대학교기술지주도 투자에 참여했고. VC는 어떻게 설득했나.
박 : 처음에는 스타트업 투자 시스템에 대해 잘 몰랐다. 우리가 경험도 있고, 매장도 있고, 공장도 있는데, 다른 곳이 300억 투자 받았으니 우리도 200억 정도 기업가치는 된다고 말했다. 처음에 우리와 만난 투자자들은 당황했을 거다. (웃음) VCNC 박재욱 대표가 우리 엔젤 투자자로 초기에 참여하며 조언을 많이 해줬다. 특히 ‘첫 번째 투자만큼은 밸류를 생각하지 말고 좋은 하우스(VC)와 함께하는 걸 목표로 하라’고 하더라. 그 다음에 ‘깨끗한 계약서로 후속 투자에 문제없도록 하는 게 베스트’라고 했다. 만약에 우리 의견이 관철되어 투자를 받더라도 후속 투자가 막혀버리면 헛수고라고 했다. 그래서 ‘좋은 하우스가 어디냐’고 물어보니 처음 나오는 이름이 본엔젤스, 카카오벤처스 등이었다. 그래서 투자자가 납득할만한 범위에서 가치를 정했고 원했던 두 곳에서 투자가 진행됐다. 그리고 서울대기술지주도 빼놓을 수 없다. 후속 투자에 꾸준히 참여해 줘서 지금 기관 투자자 중 최대 주주다.
브리즘은 기획부터 판매까지 전 과정을 디지털화해 기술과 가격 경쟁력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는다. 디지털화 과정을 구체적으로 설명해 준다면.
박 : 고객 경험 차원에서 설명을 하자면, 기존의 안경은 데이터나 디지털 개념이 전혀 없던 지극히 아날로그적인 아이템이었다. 안경 디자인을 할 때도 설계 도면이 2D로 밖에 나오지 않았고 그 설계도면을 공장으로 보내면 공장에 기술자들이 안경의 각도나 구부러짐 정도를 경험에 근거해 제작했다. 그래서 똑같은 제품을 재주문하더라도 다르게 나오는 경우도 많았다. 그리고 데이터가 활용되지 않아 고객 얼굴을 측정할 수 없었다. 표준화된 형식의 제품을 생산하고 나머지는 안경사가 알아서 맞추어야 하는 시스템이었던 셈이다.
그렇게 아날로그적이었던 부분을 디지털화했다. 얼굴 데이터를 기반으로 3D로 제품을 맞추고 사이즈별로 설계를 조금씩 바꿔서 고객에게 맞춤 제작한 제품을 제공한다. 때문에 구매 이후 소비자 경험 만족도가 높다. 어떤 소비자가 새로운 안경을 맞추려고 몇년 뒤에 안경원에 갔는데 아는 안경사가 딴 곳으로 갔다면 어떻게 될까. 아마 제로베이스에서 모든 경험이 다시 이루어져야 될거다. 우린 고객 얼굴과 구입했던 제품에 대한 데이터까지 남아 있기 때문에 어느 지점에 가도 바로 그 데이터를 바탕으로 상담이 가능하다. 예를 들어 브리즘에서 안경을 구매한 경험이 있는 고객이라면 해외에서 주문을 해도 모든 형태가 똑같은 제품을 다시 받을 수 있다. 기존 안경 시스템에서는 제품이 절판되면 다시 살 수가 없지만 브리즘에선 몇년 전에 유행했던 안경을 다시 쓰고 싶으면 바로 주문할 수 있다. 이러한 것이 가능한 것은 모든 것이 과정이 디지털화 되어있기 때문이다.
성 : 안경의 기획, 디자인은 본사에서 하고, 그것을 자회사인 공장에서 검증 및 생산 한 뒤 매장에 공급한다. 고객에게 판매가 된 후에는 필요한 사후관리를 한다. 그 과정에서 중추가 되는 데이터베이스는 유기적으로 실시간 업데이트가 된다. 당일 무엇이 얼마나 판매가 되었는지 파악이 가능해서 생산 준비를 할 수 있다. 생산은 스케줄링이 무척 중요한데 예전에는 수기로 판매량을 기록했기 때문에 비효율적이었다. 영업이 끝나 후 그날의 판매 이력을 컴퓨터에 일일이 입력해야 됐고 생산단에서 확인하고 설계를 시작하는 방식이었고 설계 관련 파일을 모으는데도 상당한 시간이 걸렸다. 이러한 과정을 우린 디지털화하고 자체 ERP(전사자원관리) 시스템을 구축해 개선하고 있다. 이를 통해 처음에 3~4주가 걸리던 제작 시간이 지금은 10일 이내로 가능하게 됐다. 지금보다 더 줄이는 것이 목표다.
안경을 시착용하고 온라인으로 주문할 수 있는 iOS 앱 개발을 하고 있다고 들었다. 언제쯤 볼 수 있나.
박 : 내년 1월을 목표로 진행하고 있다. 매장에서의 고객 경험을 그대로 아이폰으로 옮겨 놓는 것을 구현하려 한다. 얼굴 스캔과 측정, 제품 추천, 버추얼 피팅(virtual fitting), 주문까지 가능할거다.
3D 프린터로 안경을 제작하면 부산물이 적다는 점이 장점이다. ESG적 측면에서 이 부분을 설명해 준다면.
박 : 기존 뿔테 안경을 만들 때는 2D 도면을 바탕으로 아세테이트 시트라는 넓은 판에서 NC 기계를 통해 깍아 낸다. 이후 안경테 부분을 연마하는 여러 가공 단계를 거쳐 만들게 된다. 이 과정에서 넓은 시트에서 안경테 모양으로 NC 작업을 하고 나면, 도면의 안경테 모양 외 나머지 부분이 다 버려지게 된다. 실제로 시트의 90% 이상이 쓰레기가 되어 버려지고, 또 갈아내다 보니 분진도 많이 생긴다. 그래서 안경 공장에 가보면 환경이 진짜 안 좋다.
우리는 3D 프린터로 입자를 쌓아 붙이는 작업으로 안경이 제작되기 때문에 필요한 부분만큼만 재료를 사용한다. 제작 후 연마해서 갈아내는 부분은 눈에 거의 보이지 않는 수준이다. 기존 아세테이트를 깎아 발생되는 분진 양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미세한 수준이고 생산 과정에서 버려지는 원재료를 1/10로 줄일 수 있다. 또 하나는 기존 안경 시스템에서는 누가, 언제 안경을 구입할지 모르기 때문에 대량 생산 해놓고 기다려야 한다. 공장에 가보면 유통을 기다리는 재고가 쌓여 있고, 유통업자와 안경점도 창고에 재고를 쌓아 놓는다. 대략 추산해 보면, 생산된 제품의 50% 정도는 고객 손에 전달되기도 전에 버려진다. 우리는 유통과정에서 재고가 없고, 제작 과정에서 기존 재료의 사용이 1/10만 사용하기 때문에 뿔테안경 하나의 제작 과정에서 기존에 비해 약 20배의 환경친화적 효과가 있다고 할 수 있다.
그간 가장 인기를 끈 모델은 어떤건가. 티타늄 모델이 근일 출시될거라 들었다. 언제쯤 볼 수 있는건가.
박 : 대부분 만족도가 높은데, 가장 많이 팔린 제품은 ‘보스턴 C’ 모델이다. 우리나라에서 2005년부터 2015년까지 동그란 안경이 유행을 했다. 그 형태에서 윗부분에 각을 줌으로써 조금 더 에지있고 조금 더 트렌디한 디자인이 나왔는데, 보스턴 C 가 첫 번째로 각을 도입한 브리즘 모델이다. 일본이나 중국 소비자는 안경이 좁거나, 뾰족한 것도 잘 쓰는 편인데, 한국 소비자는 안경을 썼을 때 인상이 세거나 날카로워 보이는 것을 싫어한다. 그래서 둥근 디자인을 좋아하는데, 너무 동글동글한 것은 조금 식상해졌고, 그렇다고 너무 만만해 보이는 게 싫은 사람들이 보스턴 C와 같은 모델을 선택했다. 브리즘은 12가지 모델로 시작해서 새로운 디자인들이 계속 추가되어 확장해 왔다. 내년 2월 정도에 추가될 티타늄 라인도 개발이 거의 완료돼서 공장을 세팅하고 있다. 메탈 라인으로 확장되면 우리 타깃 고객인 3-40대 남성들에게 더 다가설 수 있을 거라 전망한다.
사람들이 많이 선택한 안경 디자인을 제안하기도 한다. 빅데이터를 활용한다고 할 수 있는데 이 부분에 대해 설명해 준다면.
박 : 안경 소비자는 실패하지 않아야 된다는 두려움이 있는데, 그걸 줄이기 위한 추천이다. 축적된 빅데이터를 활용해서 소비자들에게 디자인을 추천하면 보통 70%가 그 안에서 구입을 한다. 보통 식당에 가면 무슨 메뉴가 제일 많이 나가는지 살펴보지 않나. 마찬가지로 남들이 무엇을 많이 골랐는지를 알려주는 거다. 나머지 30%의 소비자들은 남의 취향이 아닌 자신의 취향대로 고르는 소비자들이다. 비율적으로 보면 지금 정도의 믹스가 딱 좋다고 생각한다.
국내에서도 유망한 사업이겠지만, 인종이 다양한 국가에서 맞춤 안경 제작이 더 잘 통할 것 같다. 안경시장은 글로벌 기준 150조, 미국은 40조 원 규모에 달하는 시장이다. 해외 진출은 어떤 방식으로 진행 중인가.
박 대표 : 우선 콥틱은 CES2022에서 혁신상을 수상했고 라스베거스에서 내년 초 열리는 전시회도 참여한다. 현재 미국 마케팅 에이전시와 함께 우리 서비스를 어떤 사람들이 좋아해 주는지를 살펴보고 있다. 인디고고(Indiegogo : 미국 크라우드 펀딩 플랫폼)를 통해 마켓 테스트를 하려고 한다. 원래는 모바일 위주로 진행하다가 2-3년 뒤에 오프라인 매장을 준비한다는 생각이었는데, 투자사인 트랜스링크인베스트먼트 등 미국 시장을 잘 알고 있는 전문가들의 조언을 듣고 방향을 바꿨다. 오프라인 경험이 월등하기에 미루지 말라고 하더라. 그래서 CES에 가는 김에 매장 자리도 한번 둘러보고 올 예정이다. 사실 안경은 시력 검사도 해야 되고, 유지 보수도 해줘야 하고, 고객들이 직접 실물로 써보고 싶은 욕구도 있기 때문에 온라인으로만 진행하는 것이 한계가 있다. 오프라인 매장 기반에서 온라인을 함께 가져가는 형태로 진출할 계획이다.
박 : 미국은 인종적 다양성 때문에 커스텀에 대한 니즈가 우리나라보다 훨씬 더 강하다. 와비파커(warbyparker, 미국의 안경 쇼핑몰)와 같은 플레이어 덕분에 온라인 안경 쇼핑도 우리보다 익숙한 편이다. 다만 시장에 소비자 경험 측면에서 개선되어야 할 과제가 남아있다. 버추얼 피팅까지는 구현되어 어울리는 제품을 온라인으로 주문을 할 수는 있지만, 안경 핏이 맞는다는 보장이 여전히 없다. 특히 일반적인 안경 제작이 서양 사람 얼굴에 맞추어 진행되기 때문에 40%가 넘는 마이너리티(minority : 주류가 아닌 그 외의 사람들)는 소외되고 있다. 이 부분을 우리가 제대로 개선할 수 있다고 본다. 소비자들의 불편한 구입 장벽을 제거하고, 가장 앞선 온라인 안경 구매 옵션을 제공할 수 있다. 그리고 국내에 비해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는 것에 개방적인 미국이 시장 환경 측면에서 긍정적인 면이 있다.
해외에 매장을 오픈한다는 건 사업체가 이분화된다는 의미인데, 미국으로 본사를 옮기는 플립은 고려하지 않나.
박 : 그 부분도 고민을 많이 했다. 하지만 미국에서 시장성이 확실히 검증되지 않은 상태에서 많은 시간과 노력을 플립에 쏟는 것은 아니라고 판단했다. 유의미한 결과가 나온 뒤 해도 늦지는 않을거다. 한국에 본사가 있다고 해서 미국 사람들이 우리 제품을 안 사는 것도 아니고. 법인의 존재보다 대표가 그 시장에 들어가서 부대끼면서 얼마나 제대로 하느냐가 더 중요하다고 본다.
올해 매출을 30억 원으로 전망한다고 들었다. 내년에는 얼마로 계획하고 있나.
성 : 원래 올해 목표는 40억 원이었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 소비자들이 재택근무에 들어가면서부터 영향이 있었다. 매장 위치가 남성 직장인들의 회사 주변인데, 유동인구가 사라지니 어려움이 있었다. 매장 방문 고객도 줄고 안경 주문 취소량도 함께 늘어나더라. 위드코로나가 보편화된다는 가정하에 내년 100억 원 정도를 목표로 하고 있다. 매장도 지금보다 두 배로 늘릴 계획이고, 미국에서 본격적으로 온라인을 파고들 거다. 그게 계획대로만 된다면 충분히 가능할 거라 본다.
스타트업에게 따라붙는 클리셰같은 질문이 있다. 현재 사업모델을 대기업이 따라 한다면 어떻게 할 건가. 콥틱만의 진입장벽은 뭔가.
박 : 안경은 인구의 60%가 쓰고 있고, 큰 시장이기에 많은 기업이 계속 진입하고 있다. 내가 안경 사업에 첫발을 디딘 이후로 16년간 계속 봐오고 있는 상황이다. 안경사업은 시장성만 보고 들어오거나 돈이 많다고 진입해서는 잘 할 수 있는 분야가 아니다. 3D 프린팅 전문가, 안경 전문가, 좋은 마케터 등 전문가 그룹을 바탕으로 꾸준히 문제를 다듬지 않는 한 하루아침에 따라오기 힘들다. 특히 안경은 패션적인 요소와 의료적인 요소가 결합되어 있기에 눈에 보이지 않는 이슈가 눈에 보이는 이슈보다 훨씬 많다. 그것을 지치지 않고 계속 해결해 나가면서 사업을 하는 것은 생각보다 어려운 일이다. 안경이라는 아이템의 특수성을 제대로 이해하기도 쉽지는 않을 것이고, 이러한 것들을 이해하는 전문 인력을 구성하는 것은 정말 쉽지 않다. 큰 돈이 있는 기업이라면 스타트업을 인수하는 게 더 확률이 높을거다.
박 대표는 첫 창업에서 아픔이 있었다. 실패라고 단정지어 판한할 수는 없겠지만 원하지 않는 형태로 마무리됐다. 그 사업이 실패한 이유는 뭐라고 보나.
박 : 술이 필요한 이야기다. (웃음) 기업이나 기관은 돈이 들어오면 계약서대로 하면 되기에 어떻게 보면 마무리가 깔끔할 수 있지만, 개인은 서로 감정이 상하면 마무리가 개운하지 않을 수 있다. 첫 창업의 쓴 잔은 누굴 탓할 일은 아니고 내가 너무 모르는 상황에서 뛰어든 것이 첫 번째 패착이었다. 자신감을 바탕으로 혁신을 이루겠다는 꿈만 가지고 시작했다. 초창기 5년은 정말 큰 고생을 했다. 디테일도 너무 빠져 있었고, 매장을 잘 모르면서 안경원을 직접 운영하기도 했다. 5년 차가 넘어가며 겨우 자리 잡고 서서히 사업이 올라가면서 매장을 15개나 오픈하며 안정기가 왔다고 생각했다. 핫 한 브랜드로 자리 잡다 보니 확장을 위해서 좀 많은 돈이 필요했다. 그 과정에서 많은 개인이 들어오게 됐는데 사업이 또 잘 되니 욕망과 이해관계 사이에서 충돌이 격하게 발생했다. 회사에 성 대표와 같은 사람이 있었으면, 마찰이 일어나는 부분이 사전에 조절이 잘 되었을텐데. (웃음) 그런데 당시 나는 그걸 못 했다. 제일 큰 문제는 ‘법인과 개인이 다르다’라는 사실을 내가 제대로 인식하지 못 했다는 거다. 내가 회사고 회사가 나인 줄 알았다.
첫 사업 이후 좌절감이 있었을 거다. 가장 힘든 건 뭐였나. 많은 창업자들이 가족 관계에서 더 큰 아픔을 느낀다고 하던데.
박 : 모든 게 다 후회였다. 왜 나 혼자 그것을 다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했을까, 왜 내가 도장을 찍었을까, 왜 내가 그 사람의 도움을 거절했을까, 왜 그 사람을 믿었을까와 같은 후회 속에서 갇혀있었다. 아무것도 하기 싫었고 사람 만나는 것도 피하며 6개월 정도 방황했다. 그냥 밖으로 나갔고 딱히 갈 데가 없어서 모교 도서관으로 향했다. 가족들에게는 3개월 동안 말을 못 했는데, 그 상황이 나도 정리가 안 됐기 때문이다. 회사와 직원은 멀쩡히 있는데 대표인 내가 회사에 못 간다는 것을 잘 설명할 자신이 없었다. 회사가 죽으면 나도 죽는다는 생각으로 경영을 했기에 스스로에게도 타격이 심했다. 백업 플랜을 만들어 놓지도 않았기에 그냥 멈춰있었을 뿐이다. 그래서 아침에 출근한다고 나와서 모교 도서관에서 책을 읽고, 가끔은 시청각실에서 영화 한편 보고 그랬다. 1시 반쯤 조용할 때 학생식당 가서 밥 한 그릇 먹고, 서가를 돌며 학생들 없는 곳에서 책 보다가 7-8시쯤 집에 들어오곤 했다. 그것도 이전에 비해 일찍 집에 들어가는 거였다. 그런데 와이프도 뭔가 이상하다는 건 눈치 챘다. 다만 구체적으로 물어보지 않고 3개월을 기다려주더라. 그리고 마음이 정리되어 말해주니 ‘힘들었을 텐데…’라고 나를 먼저 생각해 줬다. 고마웠다.
어떻게 극복했나. 만약은 없지만, 그때로 지금 돌아간다면 성공했을까?
박 : 명상, 요가와 같은 것을 통하여 마음을 가다듬는 훈련을 했다. 그리고 후회하는 마음보다 그때는 그게 최선의 결정이었다고 마음을 고쳐 먹었다. 아마 타임머신을 타고 똑같은 상황으로 돌아가더라도 똑같은 결정을 했을거라는 생각이 들더라. 지금 와서 바꿀 수 있는 건 없고, 그때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다 한 것이기에 결과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기로 했다. 작은 깨달음이었지만 심신이 편해지더라.
창업자가 사업을 하면서 하지 말아야 할 일은 뭐가 있을까. 실패를 겪은 모 대표는 ‘과도한 언론 노출, 투자 유치를 목적으로 한 무리한 IR대회 참가, 목적이 불분명한 해외 진출, 사람부터 먼저 뽑는 것, 많은 정부과제 수행을 피해야 한다’고 조언하던데.
박 : 개인 경험에 근거해서 말하자면, 계약서를 잘 봐야 한다. 나와 같은 찍새과에 속하는 사람들은 잘 된다고만 생각하고 계약서를 보는 경향이 있다. 계약서는 최악의 상황을 가정하고 봐야 한다. 좋은게 좋은거라 생각하면 문제들을 잘 못 보는 경우가 많다. 투자를 받기 전까지 피투자자는 자신들을 ‘을’이라고 생각하기에 확인해야 할 사항들을 제대로 묻지 못하는 심리가 있다. 그러면 안 된다. 계약서는 언제나 최악을 가정하고 보고, 변호사와 전문가의 도움을 받으면서 작성하는 것이 정말 중요하다. 또 한 가지는 자신의 강점과 약점을 잘 파악해야 하고 평정심을 잃으면 안 된다. 사업이 좀 잘 된다 싶을 때 온 세상이 자신을 돕는다는 착각을 하는 경우가 있다. 매사에 긍정적인 것은 좋지만 근거 없는 자신감이 강하면 균형을 잃는다. 냉정하게 자신과 주위 환경을 분석하지 않으면 어느순간 모든 것이 물거품이 되기도 한다.
나름 잘 나간다는 스타트업 창업자도 매일이 실패의 연속이라고 한다. 콥틱을 창업하고 겪은 업 앤 다운은 뭐였나.
박 : 어느정도 나이 먹고 창업해서 좋은 것이 사업의 흐름을 어느 정도 알고 한다는 것이다. 사업이 조금 다운 턴으로 간다고 해서 너무 힘들어할 필요도 없고, 올라간다고 해서 너무 기뻐할 필요도 없다는 것을 경험으로 인지한다. 고객 반응과 만족 지표에 치명적인 문제가 보이지 않는 한 우리가 가는 길이 맞다는 믿음으로 하고 있다.
성 : 앞선 사업은 혼자 창업을 했고 정말로 힘들었다. 지금은 어떤 문제에 대해 솔직히 대화할 수 있는 박 대표와 같은 파트너가 있어서 좋다. 나도 나이가 먹고 별의별 상황을 많이 겪어봤기에 어떤 문제가 닥쳤을 때 조급함은 크지 않다. 고생은 할 거고, 힘들겠지만, 어떻게든 풀릴 거라는 자심감이 있다. 지금은 혼자도 아니고 박 대표와 의지가 되는 직원들, 투자자가 있다.
사업에 실패해서 힘든 상황에 놓여 있거나 용기를 잃은 창업자들에게 조언해 준다면.
박 : 인생이 성공적인 커브를 그리고 있을 때 그게 자기의 실력이라고 착각하는 사람이 많다. 내가 그랬다. 진짜 실력은 다운 턴에 들어왔을 때, 바닥까지 떨어지지 않고 계속 끌어올려서 중간까지 가게 하는 힘이다. 인생과 사업은 봄, 여름, 가을, 겨울이 끊임없이 반복되는 과정이다. 추운 겨울이 와도 그다음에는 봄이 오게 마련이다. 가을, 겨울을 짧게 보내고 봄을 맞이할 수 있도록 준비하면 좋겠다.
창업에 나이가 중요한 것은 아니지만, 두 사람은 일반 스타트업 창업자 대비 늦은 나이에 이번 사업을 시작했다. 나이가 있어서 좋은 점, 불리한 점은 뭘까?
박 : 40대 중반이 창업할 때 가장 성공 확률이 높다는 통계가 있는 데, 스타트업 생태계에서는 우리가 나이 많은 창업자에 속한다. 스타트업이라는 용어와 함께 실리콘밸리 문화가 들어오면서, 청년들만의 문화같이 포장이 되어버린 것이 아쉽다. 막상 실리콘벨리에서는 나이 차별 안 하는데 말이다. 영어로 된 용어들이 업계 공용어처럼 쓰이는 것도 좀 과하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영어가 싫은 건 아니다. 나는 카투사 출신이고, 미국 회사만 다녔다. (웃음) 외국 문화를 무작정 따라 하는 것이 아니라 한국화된 창업 문화가 더 필요하다는고 본다. 스타트업 창업을 청년들만 하는 거란 인식이 있고, 창업관련 지원도 청년 중심으로만 구성돼 있다. 청년 창업이 장려되야 하는 것은 많지만, 낮은 취업률의 대안으로 제시되는 것은 위험한 발상이다. 정부가 열정이 있고 능력이 되는 사람은 당연히 도와주어야 하겠지만, 취업률을 보조하기 위한 수단으로 창업을 장려한다면 문제가 생길 수 밖에 없다.
내가 32살에 첫 창업을 했을 때 체력과 집중력, 믿음을 가지고 저돌적으로 밀어붙이는 힘이 있었다. 지금은 체력과 집중력은 떨어졌지만, 그때 없었던 네트워크과 경험이 모자란 것을 보완해 주고 있다. 나이가 많다고 창업 성공 확률이 높아지진 않겠지만 실패 확률은 분명히 줄어든다고 본다. 100세 시대에서 40대를 ‘노땅’이나 ‘꼰대’로 취급하는 분위기는 사회적 자원을 버리는 일이다. 오히려 그 사람들이 자신감을 갖고 살아갈 수 있도록 끌어줘야 한다.
성 : 대부분의 청년 지원 정책이 39세에서 다 끝나버린다. 앞선 창업에서 청년 전용 자금을 지원받았는데, 39세가 지나니 보증료가 딱 10배 뛰더라. (웃음) 나도 다양한 회사들에서의 경험이 창업에 크게 도움이 됐다. 나이 같은 숫자로 사람을 평가할 수 없는데 우리나라의 많은 제도가 특정 나이대로 재단되어 획일화되어 있다. 청년들이 특별히 더 잘할 수 있는 창업 영역이 있을 거고 어느 정도 사회 경험을 했던 사람들이 훨씬 더 파워풀 한 영역이 있을 거다. 이에 맞게 다양한 정책이나 지원이 있어야 되지 않을까. 청년과 장년이란 나이로 구분하는 게 아니라 인더스트리(industry : 산업) 별로 구분하는 게 더 맞는 방향이라고 생각한다.
성 대표는 회사에서 투자계약서를 전담해서 보는 사람이다. 계약서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이라 생각하나. 또는 창업자들이 주의해야 할 사항은 무엇이 있을까.
성 : 계약서에 가벼운 조항은 없다. 조항 하나라도 걸리면 손해배상으로 이어지거나, 문제의 트리거가 될 수 있다. 우리가 추구하는 것은 VC와 터놓고 얘기하는 거다. 숨기지 않고 오픈할 때 해소가 되는 것이 더 많다. 요즘 투자자들은 문제를 제기하는 것이 아니라 해결을 함께 해준다. 문제를 숨기고 투자를 받으면, 나중에 시리즈가 더 높아졌을 때 독이 될 수 있다. 투자자들은 전문가들이고 똑똑한 사람들이다. 그리고 투자 시스템이라는 것 자체도 굉장히 스마트하다. 투자자한테 허풍을 떨어봐야 어차피 나중에 다 들킨다. 속이지 말고 솔직하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최근 스타트업에서 인재난이 크다. 콥틱의 인재상을 말해준다면.
박 : 겪어보니 안경 자체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 우리와 잘 맞는다. 콥틱은 디자인부터 생산 판매까지 다 같이 하기에 팀플레이가 중요하다. 다양한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하나의 결과를 내기 위해서 서로 협업을 해야 하는데, 그런 부분을 잘 이해하는 사람이 우리와 함께 했을 때 일의 만족도가 높았다.
성 : 스타트업에선 새로운 것을 배우는 것에 대해서 거리낌이 없어야 된다. 우리 디자이너들은 오자마자 안경을 배울 수 밖에 없고 개발자들은 디자인이나 다른 안경의 특수성을 배울 수밖에 없다. 개인적으로 미래의 우리 팀원은 배우는 것에 대한 욕구가 좀 강했으면 좋겠고, 팀플레이를 할 줄 알았으면 한다. 그런 생각만 가지고 있다면 적응하여 함께 어울릴 수 있다.
창업자들만 일치단결한다고 해서 사업이 잘 되지 않는다. 근래 ‘HR(Human Resource)’이 중요한 주제로 떠오르고 있는데, 직원들이 회사와 같은 비전을 바라보게 하는 방법은 뭐가 있을까.
박 : ‘시장을 혁신하고 남들이 가지 않은 길을 가고 있다는 것을 자랑스럽게 여기자’고 팀원에게 자주 이야기한다. 안경이라는 게 개인에게 너무나 소중하고 중요한 물건인데, 안경산업은 혁신되지 못 했다. 고객에게 안경에 대하여 제대로 알리지 못했기에 지금까지 무시당한 영역이다. 안경을 쓰면 돈과 시간이 들고 약점이 된다는 인식도 남아있다. 우린 안경을 사고, 쓰는 과정 자체를 혁신하고 있고 장기적으로 스마트폰이 안경 안으로 들어오는 시대의 주요 플레이어가 될 준비를 하고 있다. 편리성을 추구하는 서비스를 넘어 사람의 인생에 큰 영향을 미치는 서비스가 될거라 전망한다. 이런 비전을 모두에게 강조한다.
아이 한 명을 키우기 위해 온 마을이 필요하다고 한다. 창업도 마찬가지다. 지난 10년 간 창업을 돕는 기관, 스타트업에 우호적인 VC가 많이 늘었다. 콥틱은 본엔젤스벤처파트너스와 카카오벤처스로부터 초기 투자를 유치했고, 디캠프 디데이 우승, 서울대기술지주의 투자유치를 했다. 이렇듯 스타트업 투자사와 보육기관과 연이 적지 않은데 이런 생태계를 어떻게 평가하나.
성 : 예전에 비해 투자 계약서 부분이 굉장히 좋아졌다. 뱅커 시절 M&A 투자 계약서들을 많이 봤는데, 대표나 창업자의 연대책임이 어마무시했다. 뭔가 하나 책이 잡히면 그 사람의 인생이 망가져야 되는 수준이었다. 그런데 최근에 투자자들은 그러한 조항을 아무도 요구하지 않는다. 열심히 하는 사람이면 뒤에서 확실히 케어해 주고 지원해 주는 문화이다. 그걸 바탕으로 우리가 힘을 내서 밀어붙일 수 있었다. 창업 단계별로 도움이 되는 흐름들이 곳곳에서 유연하게 이루어져 있다는 것도 고무적이다. 과거에 비해 투자라는 것에 대한 인식 자체가 바뀐 것이 보인다. 스타트업을 여럿 투자하여 키웠을 때 잃는 실보다 얻는 득에 집중하시는 환경으로 변하고 있다.
박 : 2005년 첫 창업을 했을 때는 지금과 같은 시스템이 부재했다. 특히 제조나 유통 쪽으로 투자해 주는 곳이 전혀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개인에게 의존할 수밖에 없어서 재무구조가 불안정한 구조로 흘러가는 경우가 많았다. 지금처럼 불씨들을 받쳐주는 시스템이 있었으면 안 생겼을 문제가 많이 발행했던 거다. 그래서 사업모델을 잘 만들어 놨지만 결국에는 그 과실을 못 누리게 되는 상황이 발생하곤 했다. 아직 갈길이 멀겠지만 지금 창업 생태계 시스템은 그때 하고는 정말 비교할 수 없게 잘 갖춰져 있다. 경험이 부족한 사람들을 돕는 체계들도 많아져서 초기 기업을 성장시키는 준비가 잘 되어 있다는 것을 느낀다.
작년 7월 디데이 우승 소감으로 ‘안경계의 테슬라’가 되겠다고 했다. 그 목표에 어느정도까지 다다랐다고 생각하나. 장단기 마일스톤을 이야기해 준다면.
박 : 일단 제조와 고객 경험 프로세스는 거의 완료됐다. 우리의 약점이었던 제품 라인업 부분도 내년 초 티타늄 라인이 들어오면 경쟁력이 높아질거고 모바일 앱도 개발이 마무리 중이다. 초기 의심을 많이 받으며 사업을 시작한 테슬라가 불과 몇 년 만에 전기차의 대세이자 미래가 된 것을 우린 목격했다. 콥틱이 지금 추구하는 것이 미래 안경의 방향이라고 본다. 20배 더 많은 쓰레기를 만드는 현재의 시스템은 더 이상 지속될 수 없을거다. 우린 이 흐름의 가장 앞에 설 준비가 됐다고 자부한다.
지금 남은 건 더 많은 고객에게 우리를 알리는 것이다. 시장 확대를 위해 고객층이 가장 편안하게 느끼는 구간으로 10월부터 안경 판매 가격을 낮췄다. 가격이 높은 것이 단기적으로는 좋을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 브랜드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봤다. 프레임 가격도 낮추고, 렌즈도 가능한 너무 비싸지 않은 쪽으로 추천을 하고 있다. 그리고 더 넓은 시장으로 나갈 계획이다. 지리적으로는 한국과 미국, 영역으로는 온라인, 오프라인 함께 하는 것이다. 플라스틱과 함께 메탈(티타늄)로 라인업도 확장해 간다. 좀 더 넓은 시장에서 더 많은 안경 소비자들의 삶의 질을 높일 계획이다.
그리고 머지 않은 미래에 ‘스마트 글라스’ 세상이 올거다. 이 사업 이전부터 눈여겨보던 영역이다. 착용감과 미적인 부분 등 IT 기업들이 할 수 없는 부분을 우린 할 수있다고 자신한다. 미래 큰 산업에 한 축이 되겠다는 것이 장기적 마일스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