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스북에 400억에 팔렸다는 ‘Meta’ 상표, 사실일까?
페이스북에서 ‘메타(Meta)’로
다들 아시는 바와 같이, 얼마 전에 페이스북이 사명을 메타로 바꾸었다. 좀 더 정확히 이야기하자면, 구글이 알파벳 이라는 지주회사를 세우고 모든 관계사를 수직 계열화 한 것처럼, 페이스북도 최상위 지주회사를 메타(Meta)로 두고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 계열사를 소유하는 형태로 지배구조를 개편한 것이라고 한다.
이와 관련해서, 며칠 전에 흥미로운 기사를 하나 읽었다. 요는 재미교포 2세가 페이스북의 새 사명인 메타(Meta)에 대한 상표권을 페이스북 측에 400억에 매각했다는 것이었다. 놀랍기도 하고 여간해서는 확보하기 어려운 짧은 단어로 구성된 상표를 개인이 보유했다가 매각하는게 가능한 일인지 의문이 들기도 했다. Meta 와 같은 짧고 임팩트가 있는 단어를 플랫폼과 소프트웨어 쪽에 상표로 확보한다는 것은, 마치 한 단어로 된 .com 도메인처럼 바라보기만 하는 하늘의 별과 같은 존재이기 때문이다. 더욱이, 한국은 상표를 사용하지 않고도 확보할 수 있지만, 미국은 상표를 획득하기 위해서는 사용 중이라는 증거를 제출하거나 사용 예정이라는 증거를 제출해야 등록을 받을 수 있는 강력한 허들이 더 존재하지 않는가?
개인적인 흥미가 생겨서, 기사의 내용이 어느 정도까지 사실인지 팩트를 체크해보기로 했다. 미국의 사용주의 정책으로 인해 한국에서와 같이 상표를 악의적으로 선점하는 경우는 많지 않다. 하지만, 기사의 전체 뉘앙스와 이 내용의 발단이 된 유튜브 채널이 주식투자 채널이라는 점에서, 마치 개인이 투자목적으로 보유하던 상표를 매각해서 성공적으로 회수한 것처럼 오해의 소지가 있어 보인다. 따라서, 좀 더 정확한 사실관계를 파악해서 공유하는 것이 좋지 않을까 라고 생각했다.
미리 말해두지만, 이 기사를 오해해서 제2, 제3의 펭수 상표 사건과 같이, 상표를 투자 목적으로 생각하는 일이 없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Meta 상표를 찾아서
사실관계를 파악하기 위해서는 일단 어떤 Meta 상표가 양도 되었는지를 확인해야 했기 때문에 Meta 라는 이름이 붙은 상표를 찾아보았다. 사용법이 어렵긴 하지만, 마음만 먹는다면 시간이 남는 사람은 누구나 미국 특허청(USPTO)이 제공하는 상표전자검색시스템(TESS; Trademark Electronic Search System)에 들어가서 자유롭게 검색을 시도해 볼 수 있다. 다만, 국내 사용자의 높은 눈높이와 큰 차이를 보이는 파격적인 UI는 감수해야 한다.
Meta 라는 단어가 포함된 상표를 검색하면 2,765건이 출력되지만 상심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모든 필드에 Meta 가 포함된 검색결과를 반환한 것인데, 표장(Mark)이나 지정상품(Goods and Services)과 같이 필요한 필드에 Meta를 포함하는 검색 범위로 축소하면 검색결과를 사람이 확인할 수 있는 수준으로 줄일 수 있다.
표장에 META 라는 단어가 포함된 상표 중에서 현재 LIVE 상태의 표장을 검색하면, 총 42건으로 결과가 축소된다. 여기에 출원 중인 상표를 제외하고, 온전하게 등록되어 유지되고 있는 상표를 별도로 추려내면 24개의 META 상표가 검색된다. 이 안에 양도된 내용이 없으면 날아간 시간은 어쩌나 걱정하면서 데이터를 찾는 중에, META 관련 상표 2건이 META INC 라는 캐나다 국적의 회사에서 CHAN ZUCKERBERG INITIATIVE 라는 곳으로 이전된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META INC 라는 기업의 정보를 찾아보니, 캐나다 토론토에 있는 소프트웨어 업체였다. 심지어, 지금 페이스북에서 메타로 변경되면서 확보한 도메인인 meta.com도 이 업체가 보유하고 있었던 것으로 확인되었다. 현재는 meta.com에 접속하면 아래와 같은 페이스북 메타 홈페이지로 연결된다.
처음 기사에서 언급한 양도인이 이 Meta Inc 라는 회사를 운영하는 주체가 맞고 양도금액 400억이 맞다면, 단순 상표 양도금액만 포함된 것이 아니라 meta.com 의 도메인 양도 비용까지 포함하는 금액으로 보인다. Meta Inc 의 소유자나 co-founder 정보에 한국계 이름이 있는지 찾아봤지만 확인되지는 않았다. 정보가 제한적이긴 하지만 Meta Inc는 Sciencescape Inc. 라는 이름으로 창업했다가 실제로 기업활동을 영위했던 업체로 확인된다. 기업은 2017년에 흡수합병(Amalgamated)을 통해 문을 닫은 것(dissolution)으로 보이고, 그 전체 출원했던 Meta 상표는 유지되다가 페이스북에 양도함으로써 나름대로 잭팟을 터트린 것으로 보인다.
아무도 시키지 않은 추적을 마치며
미국 특허청의 기록 상으로는 기사와 달리 개인이 매각한 것이 아니라 META INC 라는 기업이 보유하고 있다가 2021년 4월 16일에 매각한 것으로 확인되었다. META INC 라는 기업이 기사에서 나온 재미교포 2세와 관련이 있는지는 잘 모르겠다. 온라인에서 흔히 접하는 유언비어나 꾸며낸 이야기일 수도 있고, 미국인과 결혼해서 성을 바꾸었기 때문에 한국식 성이 드러나지 않는 사례일 수도 있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Meta 라는 상표는 Meta 관련 서비스를 영위하는 기업이 정당하게 보유한 상표였다는 점이다. 불가피한 기업의 상황 악화로 상표와 같은 IP를 매각하는 경우가 발생할 수는 있지만, 처음부터 매각을 염두에 두고 마치 닷컴도메인을 선점하는 식의 투자로 접근해서는 안된다. 국내에서도 미국에서와 마찬가지로 상표로 등록되지는 않았지만 브랜드 가치가 구축된 표장을 보호하려는 방향으로 바뀌고 있기 때문에, 정당한 상표를 정당하게 출원해야 함을 다시 한 번 강조하고 싶다.
원문 : 페이스북에 400억에 팔렸다는 Meta 상표, 사실일까?
필자소개 : 유철현 BLT 변리사 : 유 변리사는 스타트업을 발굴하고 직접 투자하는 ‘엑셀러레이터형’ BLT 특허법률사무소를 시작으로, IT와 BM분야의 전문성을 살려 다양한 기술 기반 기업의 지식재산 및 사업 전략 컨설팅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현재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 심의위원과 한국엔젤투자협회 팁스(TIPs)프로그램 사업 심사를 담당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