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테크 업계에서 일상어처럼 쓰는 ‘프론트엔드(front-end)’와 ‘백엔드(back-end)’라는 용어가 있다. 프론트엔드는 웹사이트 접속 시 마주하는 UI-UX 화면같은 걸 의미하고, 백엔드는 눈에 보이지 않는 비즈니스 로직 등 정보가 저장되는 부분이다. 프론트엔드 개발을 하는 사람을 클라이언트 개발자, 백엔드 개발을 하는 사람을 서버 개발자라고도 부른다.
근래 국내외서 각광받는 ‘헤드리스 커머스(Headless Commerce)’는 프론트엔드와 백엔드를 분리한 개념이다. 프론트엔드를 ‘머리’에, 백엔드를 ‘몸’에 비유한 데서 기인하는데, 대표적으로 적용되는 산업이 이커머스 영역이다. 기존 이커머스 플랫폼들은 프론트엔드와 백엔드를 통합한 솔루션만 제공하기에 입점 업체는 시장 상황에 맞춘 빠른 대응이 어려웠다. 그래서 머리를 분리하고 몸통에 방점을 둔 헤드리스 커머스는 유력한 대안으로 등장했다. 중소업체나 개인 판매자도 소비자의 성향에 맞춰 UI·UX를 변경할 수 있고, 여러 채널에서 모은 데이터를 분석하고 관리할 수 있기 때문이다.
헤드리스 커머스가 새로운 흐름이 되면서 관련 기업들도 주목받고 있다. 나셀, 패브릭, 커머스툴스 같은 해외 헤드리스 커머스 플랫폼 기업들이 지난해와 올해 대규모 투자를 받았으며 국내서도 태동기를 거치고 있다.
지난해 8월 설립된 스타트업 ‘헤드리스’는 AI와 그로스해킹을 활용한 자사몰 D2C(Direct to Customer) SaaS(Software as a Service) 솔루션 개발사다. 커머스 기업이 D2C 자사몰 데이터를 간편하게 최적화 시키고 AI, RPA, ML을 통해 쇼핑 채널 및 마케팅 채널에 자동 광고 비딩 및 입찰까지 되는 시스템을 제공한다. 비즈니스 현황과 제품별, 상품별, 채널별 실시간 커머스 현황을 파악하고 의사결정을 솔루션에 반영시키는 그로스해킹(growth hacking)도 가능하다.
헤드리스는 기술력과 성장 가능성을 인정 받아 현대기술투자와 디캠프(은행권청년창업재단)로부터 7억 원의 시드 라운드 투자 유치를 했다. 시드 라운드에서는 적지 않은 규모다. 헤드리스는 불과 1년이 채 되지 않은 신생 기업으로 남궁지환 대표와 서동우 CTO, 최진욱 CGO로 창업팀이 구성되어 있다. 남궁지환 대표는 브랜드 컨설턴트 커리어를 가다 ‘스트롱에그 협동조합’이라는농업 스타트업에 공동창업자로 동참했고 에프엠커뮤티케이션즈에서 VR 플랫폼 ‘워프’라는 사내벤처에서 신사업을 맡았었다. 이후 패션투자 회사 ‘슈퍼홀릭’과 미디어커머스 ‘제이제이글로벌’에서 신사업 리드를 했다. 최진욱 CGO는 명품 플랫폼 트렌비와 핀테크 기업에서 마케팅 총괄을 했고, 서동우 CTO는 트렌비 CTO와 인도 핀테크 금융 플랫폼 개발에 참여한 본투비 개발자이다. 헤드리스 공동창업자들의 이야기를 들었다.
Q. 차세대 커머스 핵심 기술로 헤드리스 커머스가 주목받고 있다. 이유를 뭐라고 보나.
백엔드가 중요한 시대가 됐다. 이전까지 이커머스는 유통몰 중심이었지만 지금은 제품 중심으로 변화하고 있다. 유통몰에 입점하고 노출하는 방식에서 제품 중심으로 묶이고 있는 거다. 이 상황에서 온라인 커머스를 하려면 선택지는 두 가지이다. 포털 등 플랫폼 내 스토어를 활용하거나 D2C 자사몰을 활용하는 형태다. 하지만 각각 이슈가 있다. 전자는 검색 노출이 잘되고 편리하다는 장점이 있지만 고객 데이터 분석과 수집이 어렵다. 후자는 고객 행동 데이터 수집이 가능하고 리타겟팅 마케팅이 가능하지만 기존 레거시로 인해 검색 플랫폼 발전 속도를 따라가지 못 하고, 개발자 없이 운영하는데 한계가 있고 노출이 어렵다.
그래서 우린 D2C 자사몰이 소비자에게 잘 노출되고, 고객 데이터 수집이 가능하며 자동으로 마케팅이 되는 방식을 고민했고 헤드리스 커머스가 대안이 될거라 판단했다. 하지만 기존 서비스를 사용하려면 많은 비용을 지불해야 했다. 거대 기업들은 감당이 가능하겠지만 중소기업 브랜드에게는 관문이 높았다.
Q. 기술 흐름을 읽는다고 해서 모두 사업화를 시도하진 않는다. 이 아이템으로 창업을 시작한 계기나 동기는 무엇인가.
미디어 커머스에서 신사업을 할 때 기업의 지속 가능성에 대한 고민이 많았다. 시장은 성장 중이었고 부각되는 기업도 몇 있었지만, 대다수 기업들은 준비가 안 되어 있는 상황이었다. 중소기업뿐만 아니라 상장기업들도 데이터 파이프라인이 깔끔하지 않았다. 온라인 기술이 급격히 발전하고 있지만 운영과 물류 등 사람이 직접 해야 될 일이 여전히 많았다. 그걸 취합하고 분석하는 것이 잘 되어 있지 않기에 데이터 손실이 상당히 많이 나오는 것도 문제라고 여겼다. 예산을 들여 광고를 한 만큼 매출이 나오는 퍼포먼스 마케팅 시기가 있었지만, 그것도 끝나가는 시점이어서 기업과 브랜드의 지속 가능성에 대한 생각이 많았다.
중소기업과 브랜드들이 지속적으로 살아남기 위해서는 적절한 기술의 접목이 필요하다고 봤다. 특히 명품 플랫폼 트렌비의 성장 과정에서 모티브를 찾았다. 트렌비의 성공 요인은 해외 명품 제품의 디지털트렌스포메이션을 한 것이 주효했다. AI와 머신러닝 기술을 활용해 판매 및 마케팅 자동화를 통해 매출 성장을 이룬 것이다. 창업팀의 그런 경험을 베이스로 한국의 온라인 커머스 시장을 바꿀 수 있다고 생각했다.
Q. 헤드리스의 솔루션은 구체적으로 어떻게 구동되나.
헤드리스가 제공하는 D2C SaaS 솔루현은 그로스해킹과 커머스가 동시에 가능하다. 외부몰, 자사몰에서 클릭 한 번으로 제품 데이터 값이 등록된다. 백엔드 솔루션에서 제품 관리가 되고 머신러닝을 통해 제품의 속성값이 분석되며 API 연동을 통해서 판매 및 마케팅 채널(네이버 쇼핑, 다음 쇼핑하우, 카카오 쇼핑, 페이스북 쇼핑, 구글 쇼핑)에 노출된다. 이용자가 링크를 클릭하면 자사몰로 넘어오게 되기에 고객의 행동 데이터 수집이 가능하고, 머신러닝을 통해 고객 니즈에 맞는 제품 속성 값을 실시간으로 업데이트할 수 있다. 같은 제품이라도 AI를 통해 속성과 키워드를 다양하게 만들게 되면 고객의 니즈에 맞는 속성 값이 담긴 상품을 지속적으로 만들어내고 노출시킬 수 있다. 소위 롱테일 법칙을 활용한 것인데, 노출의 극대화 및 전환율 상승을 이끌어 내는 거다. 마케팅도 다 자동으로 AI를 통해 진행도기에 효율적인 비용으로 자동 비딩 및 입찰까지 진행할 수 있다. 검색을 통해 유입된 품질 높은 사용자 모수를 바탕으로 리타겟팅도 가능하며 브랜드 제품 고객과 가장 핏이 맞는 신규 고객을 지속적으로 확보할 수 있다. 제품 디지털 원부를 바탕으로 백엔드에서 모든 것이 관리가 되는 시스템이다.
Q. 기술을 잘 몰라도 솔루션을 쓰는 데 문제가 없다고 이해하면 되나.
오래된 구조의 전자상거래 플랫폼 구조로는 검색 플랫폼 속도를 못 맞춘다. 예를 들어 포털에서 어떤 제품을 검색하면, 과거에는 쇼핑몰로 분류했지만 지금은 제품으로 묶어서 보여주고 속성 값들이 계속 추가된다. 검색 플랫폼은 사용자에게 맞춰 초개인화된 제품 데이터들을 더 넣으려고 한다. 속성 값이 없으면 노출이 잘 안되는 형태로 변해가는 것이다.
또한 소비자가 클릭해서 유통몰 등 플랫폼으로 넘어가게 되면 고객 데이터는 그들 소유다. 브랜드사 입장에서는 고민이 되는 부분이다. 소비자가 검색을 했을 때 플랫폼으로 가게 되면 고객도 뺏기고, 수수료도 줘야 한다. 많은 브랜드사가 유통몰을 통해 매출을 내지만 순이익이 많지 않은 경우도 상당히 많다. 일반 브랜드사들이 지속적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자신만의 파워를 가져야 되는데, 경쟁력 우위가 될 만한 강점들을 계속 유통사에다 넘겨주는 상황인 거다. 유통사에서 밀어주지 않으면 매출이 잘 나오지도 않는다.
각 브랜드사들과 중소기업들이 자신의 힘을 기르면서 성장하려면 결국 B2C 그릇을 만들어야 된다. 고객을 담을 수 있는 그릇은 결국 B2C 자사몰이 될 수밖에 없다. 우린 그런 이슈를 해결하고 있다. 올해 4월 론칭한 SaaS ‘카탈로그’가 시작이다.
Q. 포털이나 이커머스 플랫폼을 벗어나려는 브랜드 입장에선 필요한 솔루션이다. 실제 도입 사례 등 성과를 이야기해 준다면.
우리와 협력하는 업체 한 곳은 연 매출 160억 원이 넘는 기업이다. 이 회사는 온라인으로 전환을 위해 5-6명 정도의 팀을 꾸렸고, 기존 온라인 커머스 방식으로 여러 플랫폼에 입점도 했다. 그런데 노출 광고를 집행하면 매출이 늘고, 광고를 끄면 매출이 떨어지는 형태가 지속되었다. 플랫폼 수수료가 높다 보니, 상품 판매를 해도 마이너스인 일도 빈번했다. 그래서 우리와 손을 잡고 작년 10월 베타서비스를 론칭했다. 컨설팅도 함께했는데, 유통사를 끊고 검색해서 들어오는 키워드들을 모두 D2C 자사몰로 이동시키는 작업을 했다. 그렇게 해서 올해 3월 기준 자사몰 매출이 16배까지 늘어난 상황이다. 이전에는 자사몰 매출 비중이 15~20% 정도인 업체였는데, 지금은 자사 몰 매출 비중이 굉장히 높아진 거다. 또한 우리와 함께 한지 3개월 만에 모은 유저 수가 지난 1년간 모은 신규 회원 수보다 많다. 사실 유통사들이 힘을 얻은 배경에는 고객이 있다. 고객을 유통사에게 넘겨주지 않고 브랜드가 계속 보유하도록 만들고 있고, 계속 리텐션이 일어날 수 있도록 협력하고 있다.
Q. 헤드리스 솔루션을 도입할 때 효과가 가장 극대화될 만한 산업은 어느 영역일까.
패션 산업이다. 우리 솔루션은 속성값이 많으면 많을수록 효과가 있다. 예를 들어 바지라고 하면 청바지가 될 수 있고, 나팔바지도 될 수 있고, 부츠컷도 될 수 있다. 하나의 제품에 여러가지 속성값이 붙게 되면 그것들을 모두 노출 값으로 잡아줄 수 있다. 또 상품 수가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 속성값도 많아지고 우리의 기술을 접목했을 때 효과를 눈으로 더 확실하게 볼 수 있기 때문이다.
Q. 직접 만나본 기업 관계자들의 반응은 어떤가.
MD들은 당장 필요한 서비스라 환영한다. 사실 MD들은 불안한다. 매출이 떨어지면 당연히 스트레스를 받고, 매출이 올라도 명확히 이유를 찾기 어려워서 난감할 때가 많다. 따로 떨어져 있는 것들을 취합해야 기준이 생기는데 그게 쉽지 않다. 우리가 그러한 부분을 제안하고 어떻게 판단해야 하는 것에 대한 기준을 제시하면 호응도가 높다.
Q. 국내서도 헤드리스 커머스 솔루션이 없는 건 아니다. 다만 스타트업이나 SME(중소기업, 소공상인)가 활용하기엔 가격 등 장벽이 있다.
우선 카탈로그라는 SaaS 서비스를 론칭해서 BM(비즈니스 모델) 검증을 하고 있다. 6월 정도면 어느정도 끝날 거라고 본다. 그게 마무리되면 스타트업이나 중소기업이 사용할 수 있는 합리적인 가격대로 제공할 수 있을 거다. 쓰고 싶은 서비스를 골라서 쓸 수 있게 하고, 서비스를 늘려 나갈 때마다 더 과금하는 방식을 검토하고 있다.
Q. 기업들이 헤드리스 커머스를 활용하고 안 하고 차이는 뭘까.
이미 경쟁은 큰 격차를 내면서 시작됐다. 대기업은 각자 방책을 마련하고 디지털트랜스포메이션을 실행에 옮기고 있지만, SME 쪽은 많이 부족하다. 이런 상황에선 격차가 더 커질 수밖에 없고 결국 생존의 문제가 된다. 이커머스 영역만이 아니라 커머스가 다 그렇다고 생각한다. 가게에 가서 물건을 사더라도 포스라고 하는 디지털라이즈된 장치가 데이터를 만들어 낸다. 그것을 디지털화해서 비즈니스에 연결시켜야 승산이 있다. 기술로 해결 가능한 부분은 기술로 풀로 기업은 비즈니스 본질에 더 집중해야 한다. 브랜드를 어떻게 보여주고, 고객들이 모였을 때 어떤 서비스와 제품을 제공할 것인지를 고민해야 한다. 그걸 데이터를 보며 실시간으로 하는 방향을 제공하는 것이 헤드리스 커머스라고 본다.
Q. 카탈로그라는 SaaS를 론칭했고, 웹 빌더 서비스도 생각하고 있다고 들었다.
백엔드에 제품에 대한 원본만 잘 구축되어 있다면, 웹 빌더를 만드는 작업은 크게 어렵지는 않다. 그래서 제품 원부를 최대한 많이 쌓아서 출시를 하려고 준비하고 있다.
Q. 회사의 최종 목표가 옴니채널 데이터 플랫폼이다.
추후 메타버스 플랫폼이 생겼을 때 거기에 상품, 제품을 넣어야 하는데 어떻게 넣을 것인지, 또 데이터 수집은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한 이슈가 생길 거다. 헤드리스 솔루션을 통하면 바로바로 데이터를 연동할 수 있다. 그것이 우리가 생각하는 옴니채널이다. 모든 제품에서 흐르는 데이터들을 어떻게 확장시킬 것인지에 대한 고민의 결산인 셈이다. 온라인 커머스뿐만 아니라 커머스 쪽에 일어나는 모든 데이터들을 수집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우린 기업이 제대로 된 커머스를 할 수 있게 돕는 솔루션을 제공하려고 한다. 이 니즈를 해결한다면 완전히 새로운 영역으로 갈 수 있을 거다. 피처폰에서 스마트폰으로 넘어가던 시절 카카오는 카카오톡을 어떻게 설명했을까를 생각하곤 한다. 헤드리스 솔루션은 기업들이 카카오톡처럼 쓸 수밖에 없는 서비스가 될 거라 본다. 결국 기업은 매출이 나게끔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것이고, 우리 솔루션은 그걸 돕는 것이다. 정착된다면 다양한 것을 연결할 수 있을 거다. 카카오톡으로 택시 등 다양한 서비스를 연결하듯 말이다.
기업들이 디지털트렌스포메이션을 잘 할 수 있게끔 뒷받침하는 헤드리스라는 지원군이 백엔드에 있다는 것을 기억해 달라. 제품 판매자, 브랜드들이 지속 성장할 수 있는 서비스를 만들겠다.
Leave a Com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