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세영의 스타트업 IP 가이드] #6. 공지예외주장
이미 공개된 발명과 동일하거나 유사한 발명은 특허를 받을 수 없다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습니다. 설사 자신의 발명이라도 특허출원 전에 발명이 공개되면 특허를 받기 어려워지지만 일부 발명자들은 이 사실을 제대로 알지 못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출원 전에 공개하면 안 되는 이유
특허법에서는 ‘특허출원 전에 국내 또는 국외에서 공지(公知)되었거나 공연(公然)히 실시된 발명’ 또는 ‘특허출원 전에 국내 또는 국외에서 반포된 간행물에 게재되었거나 전기통신회선을 통하여 공중(公衆)이 이용할 수 있는 발명’은 특허를 받을 수 없다고 규정되어 있습니다(특허법 제29조 제1항). 즉, 이미 공개된 발명은 특허를 받을 수 없다는 것입니다.
여기서 일컫는 ‘공개’는 타인의 발명이 공개되는 것뿐만 아니라 발명자 자신의 발명이 공개되는 것까지 포괄합니다. 따라서 특허출원 전에 발명이 공개되면 그 발명을 한 발명자라도 특허를 받을 수 없게 되므로, 특허권 확보가 필요한 발명은 반드시 그 발명이 공개되기 전에 특허출원을 완료해야 합니다. 만약 특허출원을 준비할 시간적 여유가 없을 경우, 가출원(임시 명세서 제출)을 해서 출원일 확보를 하는 방법이라도 행해야 합니다.
어쩔 수 없이 공개한 경우 대처 방안
빠른 속도로 사업이 진행되는 현실에서는 ‘특허출원 후 공개’라는 원칙에 따라 일을 순서대로 진행하기가 어려운 경우가 생깁니다. 제품이나 서비스를 급하게 출시해야 하거나, 불특정 다수를 상대로 제품이나 서비스를 소개해야 하는 경우가 생기거나, 기술의 우수성을 알리기 위해 논문을 제출하거나, 온라인 마케팅과 영향력 증대를 위해 블로그나 YouTube를 통해 자사 기술을 알리는 경우도 종종 있습니다.
위와 같이 공개를 피할 수 없는 경우가 발생한다면 ‘공지예외주장’을 통해 자신의 발명이 공지되지 않은 발명으로 인정되기 위한 조치를 취해야 합니다. ‘공지예외주장’이란 발명이 공개되었더라도 그 공개로 인하여 발명자가 특허를 받지 못하게 되는 일이 생기지 않도록 구제하는 제도입니다.
다만, ‘공지예외주장’ 제도에는 몇 가지 제한 사항이 존재하여 발명자를 완전하게 구제해 주지는 못합니다.
① 발명자는 자신의 발명이 최초로 공개된 날로부터 12개월 이내에 특허출원을 완료해야 한다.
② 발명이 최초로 공개된 시점을 증명할 수 있는 서류도 제출해야 한다.
또한, 중국, 유럽 등 일부 국가에서는 특별한 경우(정부에서 인정하는 박람회에서 발명을 공개한 경우 등)에만 ‘공지예외주장’을 제한적으로 인정하여 주의해야 합니다. 이들 국가에서 특허권을 획득하려면 출원 전에 발명이 공지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합니다.
‘공지예외주장’은 특수한 경우에만 예외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구제 수단이므로, ‘특허출원 후 공개’라는 원칙을 지키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체크 포인트(비밀유지의무, 의사에 반한 공지)
① 비밀유지의무가 있는 사람에게 발명을 공개한 것인지
② 발명자의 의사에 반(反)한 발명 공지인지
따라서 그 제공 행위로 인해 특허권 획득에 어려움이 생기진 않습니다. 비밀유지의무는 계약에 의해 정해지는 것이 통상적이지만, 업계의 관례나 보안 유지 상황 등에 의해서 간접적으로 인정되기도 합니다.먼저, 비밀유지의무가 있는 사람에게 발명을 공개한 것은 특허법상 ‘공지’로 인정되지 않기 때문에 발명의 내용을 알게 된 사람이 비밀유지의무가 있었는지가 중요합니다. 예를 들어, 발명자가 비밀유지의무가 있는 시제품 제작자에게 발명품의 도면을 제공하는 것은 특허법상 ‘공지’에 해당하지 않습니다.
그 다음으로 발명자의 의사에 반하여 발명이 공지된 경우에도 ‘공지예외주장’ 제도를 통해 구제받을 수 있습니다. 발명 내용이 고의 또는 과실로 누설되거나 타인이 이를 도용함으로써 일반인에게 공표된 경우가 바로 여기에 해당합니다. 하지만 의사에 반한 공지로 인정되기 위해서는 만족시켜야 하는 조건이 많기 때문에 이를 통해 구제를 받기가 쉽지 않을 수 있습니다.
최근 판례에 따르면 법원은 특허출원 전에 ‘온라인 동호회 등을 통해 특허발명(차량용 번호판 플레이트)이 공개된 사건’에서 차량에 장착된 외관만으로도 발명의 내용을 이해할 수 있어 공개에 특별한 주의와 노력이 필요함에도 발명자가 별도의 조치를 취하지 않은 점, 자동차 그릴과 번호판 장착용 플레이트와 같은 상품은 통상 대리점 등의 반응을 보기 위해 시제품을 주문하는 관행이 형성되어 있다는 점 등을 근거로 하여, 특허발명이 발명자의 의사에 반하여 공지된 것은 아니라고 판단한 바 있습니다(특허법원 2021. 8. 20. 선고 2020허4990 판결).
결론
‘공지예외주장’ 제도가 완전한 구제 수단은 아니기 때문에 ‘특허출원 후 공개’라는 원칙을 지키는 것은 매우 중요합니다. 특허출원 전에 잘못 공개된 기술은 누구도 특허권을 가질 수 없지만, 반대로 누구나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는 공공재와 같은 기술이 되어 버릴 수도 있습니다.
그러니 실수 혹은 착오로 기업의 핵심 기술이 공개되어 특허권을 잃게 되는 일이 없도록 전문가와 논의하여 발명을 공개하는 의사결정을 신중하게 할 필요가 있습니다. 또한, IR 피칭, 베타 서비스 오픈, 기능 업데이트 등 기술 공개와 관련된 모든 이벤트에 앞서서 특허출원 여부를 결정하는 의사결정 프로세스를 마련하는 것도 좋은 방안이 될 수 있습니다.
–글: 특허법인 세움 길세영 변리사
–원문: [길세영의 스타트업 IP 가이드] #6. 공지예외주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