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인크래프트는 관대했다 그러나 지금은…마인크래프트와 카피캣
첫째 아이 덕분에 엉겁결에 같이 시작한 마인크래프트도 벌써 4년차가 되었다. 처음엔 이게 무슨 8비트 시절 게임 그래픽인가 싶었는데, 플레이를 이어갈수록 마인크래프트가 주는 매력이 무엇인지 알게 되었다. 그 동안 아이와 여러 월드를 생성하면서 늑, 램램, 만두민 같은 기라성 같은 선배님들의 도움을 받아 건축, 사냥, 농사, 채굴 활동을 거쳐서 레드스톤이 선사하는 놀라운 회로의 세계까지 경험하게 되었다. 무궁무진한 자유도와 다양한 기능이 있기 때문에 유튜브에 아직도 수 많은 마인크래프트 유튜버들이 영업을 이어 갈 수 있는지 비밀을 알 것 같다. 참고로, 2021년 12월 15일 기준 마인크래프트는 유튜브 조회수 1조 회를 돌파한 첫 게임이 되어 유튜브에서 하루 동안 로고 변경과 헌정 영상으로 이를 기념했다고 할 정도라니 출시된지 10년이 넘었지만 여전히 엄청난 인기를 누리고 있는 것 같다.
처음에는 모바일용 게임인 줄 알고 모바일 안드로이드용 마인크래프트를 결제하고 설치했다가 도저히 작은 화면에서 뭘 하기가 어렵고 게임하는 느낌이 아니라서 큼직한 화면의 PC 버전을 찾게 되었다. 마이크로소프트 스토어에서 윈도우10 에디션을 2개 구매해서 아들 컴퓨터와 내 컴퓨터에 설치했지만, 설치 여정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유튜버들이 플레이하는 영상과 다르다는 점을 깨닫게 된 아들 덕분에, 대부분의 유튜버들이 플레이하는 버전은 윈도우10 에디션이 아니라 자바 에디션이라는 점을 알게 되었다. 윈도우10 에디션과 자바 에디션은 별도로 구매해야 한다는 청천벽력 같은 소식도 함께 듣게 되었다. 꼭 무기모드를 해봐야겠다는 아들의 강력한 주장으로 인해 모장 홈페이지에서 자바 에디션을 한 번 더 구매했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똑같은 게임을 세 번 결제하게 된 최초의 순간이었다.
플레이 초기에는 윈도우10 에디션과 자바 에디션을 별도로 두는 바람에 나 같은 무지몽매한 사람들이 두 번 결제하도록 유도한 모장의 상술에 분노하는 마음이 있었다. 이내 리스폰된 허허벌판에서 거미에 쫒기면서 나무를 캐고, 뜬 눈으로 밤을 지새우지 않으려면 꼭 양떼를 찾아 헤매면서 인생은 고난이고 그냥 얻는 것은 없다는 만고불변의 진리를 다시 한 번 되새기게 되었다.
가짜 마인크래프트가 많다?
모바일 마인크래프트를 구매하려던 즈음에 구글플레이스토어에서 마인크래프트를 검색해보고 비슷한 마인크래프트 게임이 많다는 점에 놀랐다. 4년 전의 나처럼 이 게임을 아직 잘 모르는 사람들은 헷갈릴 정도로 앱 아이콘도 비슷하다. 물론 마인크래프트 브랜드는 상표법으로 보호받고 있기 때문에, 이름을 똑같이 쓰진 못한다. 히트를 친 게임이 나오면 아류작이 나오게 마련이지만, 출시한지 10년이 넘은 이 게임에 여전히 기생하는 아류 게임들이 존재하고 있고 심지어는 5,000만번이 넘는 다운로드를 기록한 카피캣도 존재한다는 점은 다소 의아한 부분이 있다. 대체로 초기에 카피캣은 반짝하다가 소멸되는 경우가 많은데, 원 제작사가 법적인 조치를 했거나 플랫폼에서 내리거나 더 이상 유지관리가 되지 않는 이유가 크다. 그런데 가짜 마인크래프트 중 플래닛크래프트 라는 게임은 2015년에 출시되어 7년째 꾸준히 명맥을 유지하고 있고, 2022년에도 제법 꾸준한 업데이트가 이루어지고 있다.
CRAFT, CRAFT, CRAFT
마인크래프트 카피캣 중에서 크래프트 라는 단어가 많이 보인다. MULTICRAFT, REALMCRAFT, PLATNETCRAFT, WORLDCRAFT, CRAFTYLAND, BLOCKCRAFT 등 온갖 종류의 크래프트가 스토어를 수놓고 있다. 블록 기반의 게임 방식을 카피한 것도 모자라서 게임 타이틀까지 비슷하게 따라하는 상황은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미국 특허청에는 MINECRAFT 라는 상표가 등록되어 있는데, MOJANG의 피인수인인 MS가 보유하고 있다. 특허는 별론으로 하더라도 상표의 경우에는 등록된 권리가 있기 때문에 상표까지 모방하는 것을 MS가 그대로 놔둘 것 같지는 않다.
이에 대해서 살펴보자면, 상표의 유사판단 방식에 따를 때 예를 들어 MINECRAFT와 PLANETCRAFT는 서로 유사하지 않다는 판단이 내려질 가능성이 더 높을 것 같다. 안타깝게도 CRAFT 라는 단어는 WARCRAFT 시절 이전부터 게임 분야에서 많이 쓰이는 단어였다는 점에서 CRAFT에 대한 식별력을 인정 받기는 쉽지 않을 것 같다. 더욱이 등록된 상표와 모방 상표가 유사한지 판단을 할 때, 주로 단어의 뒤쪽 보다는 앞쪽의 유사도가 더 큰 영향을 미친다. 차라리 제3자가 MINE OOOO 와 같은 형태로 모방했다면 조금 더 침해성립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보인다. 2단어 이상의 결합인 경우에는 단어를 붙여 썼는지 띄어 썼는지도 유사판단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만약에 마인크래프트 상표를 MINE CRAFT 와 같이 두 단어가 분리될 수 있는 것처럼 중간에 공백이 있는 형태로 게임 타이틀에 사용하고 이와 같은 형태로 상표 등록을 받을 수 있었다면 어땠을까? OOOO CRAFT 와 같은 유사 타이틀을 지금보다는 더 차단할 수도 있지 않았을까 싶지만, 한편으로는 MINE 과 CRAFT 라는 일반 단어를 띄어 썼다면 상표로서의 식별력을 인정 받기 쉽지 않았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마인크래프트는 관대했다 그러나 지금은
모장은 마인크래프트 등 모든 출시작에 대한 어떠한 특허도 보유하고 있지 않다. 특허 DB에 아무리 검색해봐도 아무 것도 나오지 않는다. 게임사들은 대체로 특허에 크게 비중을 두지 않는 편이기 때문에 그럴 수도 있다. 특허가 없다면 자연발생적인 권리인 게임 저작권으로도 가짜 마인크래프트들을 대상으로 소송할 수도 있다. 일부 UI의 경우에는 아예 똑같이 베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기 때문에 저작권 침해 소송을 제기하면 충분히 승산 있어 보인다. 그럼에도 많은 아류작을 그대로 방치하고 있는 것은 다소 의아한 부분이 있다.
이 부분에 대한 자료를 검색하다가 2012년 즈음에 모장의 founder인 Markus Persson이 트위터에 남긴 글을 찾을 수 있었다.
“Software patents are just plain evil. Innovation within software is basically free, and it’s growing incredibly rapid. Patents only slow it down.” “소프트웨어 특허는 그저 악에 불과하다. 소프트웨어 혁신은 기본적으로 무료이며 엄청나게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특허는 속도를 늦출 뿐이다” <출처 – https://twitter.com/notch>
위 트윗의 배경을 이해할 필요가 있는데, 모장은 저 당시 Uniloc 이라는 컴퓨터 보안 및 복제 방지 전문기업으로부터 특허침해소송을 당할 위기에 놓여있었다. 특허 침해 피소로 인한 다소 감정적이고 돌발적인 발언일 가능성도 있겠다. 다만, 그 전까지 모장이 특허에 대해 전혀 확보하지 않았다는 점을 고려할 때 소프트웨어 특허에 대한 자신의 소신을 이야기했을 가능성이 더 높은 것 같다. 참고로, 스웨덴 출신인 Markus Persson은 페미니즘이나 인종에 대한 높은 수위의 차별적인 발언으로 많은 논란을 가져왔고, MS가 모장을 인수한 후 억만장자가 되었지만 논란의 글들로 인해서 결국 2019년에 열린 마인크래프트 10주년 행사에 초대받지 못하는 (그래도 부러운) 신세가 됐다.
마인크래프트의 창업자 개인의 지재권에 대한 철학으로 인한
것인지 모르겠지만, 여전히 왕성하게 비즈니스를 하는 모장 스튜디오임에도 보유특허가 전혀 없다. 하지만, 마인크래프트는 MS에게 인수된 상황이고, 모장 스튜디오 명의가 없더라도 MS 명의로 된 소프트웨어 관련 특허는 셀 수 없을 정도로 많다. MS가 기존에 보유한 특허 중에 마인크래프트 관련된 특허내용이 있다면 권리 주장이 가능하고, 특히 백엔드 관련 기술은 마인크래프트 관련 기술인지 명확히 구분하기 어려울 수 있기 때문에, 여전히 마인크래프트는 특허권에서 자유롭다고 속단하기는 어렵다. 근래의 MS 특허 중에서는 특허명세서 본문에 종종 MINECRAFT가 언급되고 있고, 일부 MS 특허에는 마인크래프트 관련 내용이 등장하고 있어서, 더 이상 마인크래프트는 자유롭게 배껴도 되는 관대한 게임이 아님을 명심해야 할 것 같다.
원문 : 특허에 관대한 마인크래프트? 제1편 – 마인크래프트와 카피캣
필자소개 : 유철현 BLT 변리사 : 유 변리사는 스타트업을 발굴하고 직접 투자하는 ‘엑셀러레이터형’ BLT 특허법률사무소를 시작으로, IT와 BM분야의 전문성을 살려 다양한 기술 기반 기업의 지식재산 및 사업 전략 컨설팅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현재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 심의위원과 한국엔젤투자협회 팁스(TIPs)프로그램 사업 심사를 담당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