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6년 사이 베트남은 경제성장과 함께 내수 소비력이 커지고 있다. 스마트폰 보급률과 데이터 사용률이 높아지며 유튜브와 페이스북 등 글로벌 서비스 접속률도 상승했다. 특히 쇼피와 라자다, 티키로 대변되는 이커머스가 활성화되며 전반적으로 온라인이 생활화되는 추세다. 이커머스에 이어 부동산, 배달, 호텔 플랫폼 서비스도 활발히 등장했다. 베트남의 변화는 수년 전 한국, 중국에서 진행됐던 과정과 같다. 영리한 창업자들은 앞선 흐름을 읽고 베트남의 비어있는 틈새시장을 찾아 공략하고 있다. 다른나라에서 검증된 사업 모델을 베트남에 적용시키는 시도가 그런 전략의 일환이다.”
황금 인구구조로 가는 젊은 시장…30세 미만이 인구의 절반
베트남은 두터운 젊은 인구층과 높은 인터넷 보급률이 강점이다. 인구 9,900만 명의 베트남은 인도네시아, 필리핀에 이어 세 번째로 큰 시장이다. 인구의 절반이 MZ세대라 할 수 있는 30대 미만이다.
글로벌 회계 컨설팅 기업 KPMG는 “향후 수년간 높은 경제성장률이 지속된다면 베트남은 10년 안에 인도네시아에 이어 동남아시아에서 두 번째로 큰 디지털 경제를 갖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베트남 통계청에 따르면 베트남 인구 수는 몇년 내 1억 명을 돌파할 것으로 예상된다. 베트남의 연간 신상아 수는 140~150만 명에 달한다. 35세 미만의 인구 가운데 핵심은 1980~1990년대생으로 베트남 경제문호가 개방된 1986년 ‘도이머이(개혁 변화) 정책’ 이후 외국 문물 수용이 비교적 자유로운 환경에서 유년 시절을 보낸 세대라는 것이다. 경제관념이나 인터넷 이용 패턴, 소비자 행동 등이 이전 세대와 확연히 다르다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유엔인구기금(UNFPA)은 베트남의 인구구조가 ‘황금 인구구조’로 진입했다고 보고하기도 했다. 황금 인구구조란 만 16~59세의 노동인구 수가 비노동 인구의 두 배 이상인 시기를 의미한다. 베트남 통계청은 이 시기가 2040년까지 지속될 것으로 예상했다.
베트남은 현재보다 앞으로 발전 가능성이 더 높다. 미-중 갈등과 코로나19 사태를 거치면서 공급망 다변화 기지로 베트남이 주목받았다. 일찍부터 매력적인 투자지로 각광을 받으면서 최근 10년 사이 세계경제에서 베트남이 차지하는 위상이 크게 높아졌다.
베트남으로 유입된 FDI 금액을 살펴보면 센카쿠열도 분쟁 이후 200억 달러대까지 크게 증가하였으며, 2016년 트럼프 당선 직후에도 또 한 번 큰 증가세를 보이며 300억 달러 중반대에 이르게 되었다. 글로벌 주요 기업들이 베트남을 대체 투자지로 선정한 데에는 베트남의 기업하기 좋은 환경도 중요한 요소로 작용하였다. 중국의 1/3 수준에 불과한 값싼 임금, 6~7%의 높은 경제성장률, 각종 법인세 혜택 등을 바탕으로 베트남은 일찍부터 중국을 대체하는 생산기지로 부상하였다.
우리나라도 베트남에 활발하게 진출해 2020년에는 베트남에 진출한 기업 수가 중국에 진출한 기업 수를 초과했다. 베트남과의 경제 연계도 크게 강화되어 베트남이 중국과 미국에 이어 우리나라 3대 수출국으로 부상했으며, 2019년에는 중국을 제치고 해외투자 2위 대상국으로 올라섰다.
현재보다 미래가 기대되는 베트남 스타트업 생태계
세계 각국이 지난 십수년 간 국가경쟁력 재고를 위한 다양한 정책을 추진해 왔다. 여기에 빠지지 않는 중심 키워드는 스타트업이다.
베트남은 여타 국가들에 비해 다소 늦게 스타트업 육성 대열에 뛰어들었지만 성장세는 가파르다. 베트남 정부는 2016년을 ‘창업의 해’로 지정한 이래 스타트업 지원을 위한 기본적인 틀인 법률을 제-개정하는 등 적극적인 노력을 전개하고 있다. 2016에 발표한 결정문(844/QD-TTD)에는 ‘혁신 스타트업 육성을 위한 시장 환경 조성 및 법률체계 완성, 국가 차원의 지원 플랫폼 구축’등이 담겨 있다. 현재 베트남에는 3000여 개 이상의 스타트업이 존재한다. 숫자로 잡히지 않는 것까지 합하면 이보다 더 많을 것으로 추측된다.
베트남 스타트업들이 지난해 14억 달러(약 1조 8천억 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해 사상최대 규모를 기록하는 등 스타트업 생태계 활성화 및 향후 성장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베트남국가혁신센터(NIC)와 벤처투자펀드 도벤처(Do Ventures)의 ‘2021 베트남 혁신-기술투자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베트남 스타트업 투자유치액은 14억 4200만달러로 코로나19사태 이전인 2019년(8억7400만달러)대비 150% 증가했다. 투자규모는 10여년 전 국내와 비슷하지만 모태펀드와 같은 국가 펀드가 없는 상황에서 이루어진 것을 감안하면 의미가 있다.
글로벌 투자펀드의 베트남 스타트업 투자도 165건으로 57%나 늘어났다. 코로나19 사태 속에서도 투자유치액이 크게 늘어나고 글로벌 투자펀드들의 투자사례도 크게 늘어난 것은 현재보다 미래 발전 가능성을 높이 샀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베트남은 4개의 유니콘 기업(기업가치 1억 달러 이상의 스타트업)을 보유한 국가이다. 그중에 두 개가 코로나 펜데믹 상황인 지난해 탄생했다. 암호화폐기반 게임 ‘엑시인피니티(Axie Infinity, AXS)’를 개발한 스카이마비스(Sky Mavis)와 전자지갑 플랫폼 모모(Momo)가 잇따라 유니콘기업 대열에 합류한 것이다.
베트남의 첫 유니콘기업은 6,000만 명이 사용하는 베트남의 카카오톡 ‘잘로’를 운영하는 VNG, 두 번째는 베트남에 무현금 흐름을 만들어 낸 VN페이이다.
투자펀드들의 스타트업 투자는 주로 핀테크 및 전자상거래 등 코로나19 영향을 크게 받지않는 영역으로 옮겨가는 추세를 보였다. 특히 온라인게임 부문이 투자유치액 기준 3위로 올라섰는데 이는 스카이마비스의 엑시인피니티 성공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해 투자라운드에서 1,000만달러이상 투자유치에 성공한 스타트업들의 총투자유치액은 11억8600만달러로 전체 82%를 차지해 투자유치 규모도 점점 커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000만달러미만 투자유치액도 2억5600만달러로 전년대비 118% 증가했다.
베트남의 대표적인 스타트업 이벤트는 올해 10년 차를 맞이하는 ‘스타트업 휠(Startup Wheel)’이다. 스타트업 휠은 정부차원의 스타트업 경진 대회로 우리나라의 컴업(COMEUP)처럼 전세계 스타트업과 VC, 투자자, 기관 관계자들이 참여하는 아시아 최대 규모 스타트업 행사중 하나다. 국내 스타트업 중 토스랩(협업툴 ‘잔디’ 운영사)이 2019년 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했으며 인터브리드(스마트 미디어 솔루션 ‘튠’ 운영사)는 2020년 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지난해에는 비디오몬스터(템플릿 기반 온라인 영상 자동 제작 서비스 제공기업 )가 TOP5에 이름을 올렸다.
베트남으로 간 한국 스타트업

국내 스타트업도 베트남 수도 하노이와 경제도시 호찌민을 중심으로 사세를 확장 중이다.
하노이에 기반을 둔 오토바이 거래 플랫폼 ‘오케이쎄’(OKXE)는 지난해 국내 7개 기관투자자로부터 총 105억원 규모의 시리즈A 투자를 유치했다. 베트남에 기반을 둔 스타트업으로는 기록적인 펀딩 규모이다. 오케이쎄는 이어 시리즈B 라운드를 마무리 중이다.
오케이쎄는 2019년 베트남에서 런칭한 중고 오토바이 거래 플랫폼이다. 오프라인 시장에서만 이루어지던 중고 오토바이 거래의 불편함을 온라인에서 안전하고 투명한 방식으로 해결하는 서비스이다. 베트남은 연간 810만대의 오토바이가 중고시장에서 거래되며 9조원에 달하는 시장규모다. 6월 기준 베트남 현지에서 700만 명이 다운받은 오케이쎄는 베트남 오토바이 시장의 점유율을 높이고, 대출금융, 광고, 빅데이터 등으로 서비스를 확장하고 있다.

시리즈A 투자 라운드에서 50억 원 규모 투자유치를 한 글로벌 중장비 플랫폼 ‘알씨이(RCE)’도 하노이에 근거지를 둔 스타트업이다. 알씨이는 온라인으로 베트남 건설 사업자들에 건설 중장비를 판매하는 스타트업이다. 코로나로 건설 경기가 침체된 상황에서도 꾸준히 시장 점유율을 높여왔으며, 올 상반기 매출은 작년 전체 매출액을 이미 넘어섰다.
베트남 건설 중장비 시장은 연 3조에 달하며 약 10만개 사업자가 관련 시장에 종사하고 있다. 코로나로 침체되어 있던 시장은 올 초부터 반등을 시작했다. 해외건설협회는 베트남 건설시장이 2024년까지 연평균 11.2% 성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알씨이는 베트남을 넘어 전 세계 건설 사업자들이 이용하는 중장비 플랫폼을 목표로 하고 있다.
베트남판 야놀자라고 할 수 있는 ‘고투조이(Go2Joy)’는 지난 2017년 호찌민에서 시작한 현지 호텔 숙박 중개 O2O 서비스다. 위치정보를 이용해 사용자 주변 숙박시설을 빠르게 검색해 예약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고투조이는 베트남 현지에서는 처음으로 시간당, 반일 숙박 예약 기능을 선보이며 현지 사용자를 끌어 모았다.
상업용 부동산 데이터 전문기업 알스퀘어는 프롭테크 영역을 공략 중이다. 지난해 베트남 법인을 세운 알스퀘어는 호찌민, 하노이, 다낭 지역 업무시설 1만곳을 전수조사, DB(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한 바 있다. 지난 5월에는 베트남 10대 지역으로 확대, 상업용 부동산 DB 5만 건을 보유하고 있다.
알스퀘어는 대우건설의 베트남 하노이 신도시 조성 개발사업인 ‘스타레이크시티’에 참여 중이며, KCN베트남과 공단 부지 분양과 공장·창고 임대차 독점 계약을 맺고 관련 서비스를 선보이고 있다. 또한 글로벌 건축 설계 회사인 IDEC와 전속계약을 맺어 물류창고를 단독으로 중개하고 있다.
이들 외 하노이를 거점으로 하는 스타트업으로 매스프레소(ai기반교육플랫폼), 핀투비(매출채권할인 플랫폼), 인포플러스(베트남 금융솔루션제공전문기업), 바이비(화장품 성분분석 및 리뷰기반 뷰티커머스 플랫폼), 베베리아(육아커뮤니티), 고미(이커머스),셀러비(숏폼플랫폼), 드림스페이스(음식앱 운영 서비스핸드카트) 등이 있으며, 호찌민에는 마켓사이공(식품커머스), ABC스튜디오(쇼핑커머스), 스페이스T(인테리어 중계플랫폼), 샤크마켓(식품커머스), 더케이플랫폼(에듀테크), 야호랩(유아돌봄 매칭플랫폼), 쿠빌더(컴퍼니빌더) 등이 있다.
아울러 국내 유니콘 기업인 토스 운영사 비바리퍼블리카를 비롯해 배달의민족 운영사 우아한형제들도 베트남 시장에서 선전 중이다.
베트남 스타트업씬의 가능성을 빠르게 인지하고 투자를 집행 중인 벤처캐피탈도 있다. 초기투자 전문기관이자 팁스운영사인 더인벤션랩은 베트남 로컬 비즈니스를 하는 스타트업 투자에 적극적이다.
더인벤션랩은 베트남에 진출한 15개 국내 스타트업에 투자했다. 주요 포트폴리오사로는 오케이쎄, 고투조이, 고미, 바이비, ABC스튜디오 등이 있다. 더인벤션랩은 국내에 모회사를 두고 현지 자회사를 설립해 비즈니스를 영위하는 형태의 기업에 주로 투자했지만 향후 현지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도 진행할 계획이다.
한편, 베트남 정부는 최근 2025년 까지 도시화율을 기존 38%수준에서 45%까지 끌어올리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하노이와 호찌민을 중심으로 도시화율이 1% 증가하면 100만명의 인구유입 효과가 있으며, 이는 프롭테크 시장의 성장, 물류-배송 인프라 및 리테일 비즈니스의 확대, 이에 따른 전자상거래와 결제서비스의 보편화, 교육-헬스케어-로컬 서비스(온디멘드 기반) 등의 동반성장을 예상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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