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artup’s Story #475] “창업하고 한 번에 된 것은 없었어요”
“처음에 서비스를 만들 때 정말 많은 기능을 넣었는데, 유저들이 쓰지 않더라고요. 이용자들이 바라는 건 그냥 깔끔하고, 쓰기 쉬운 앱이었어요. 그래서 그 많던 기능을 다 정리했어요. 그렇게 UX를 한번 정리하고 난 뒤 앱스토어 오늘의 앱에 선정됐어요. 소비자의 반응을 따라가다 보니 가능했던 거죠. 그 경험에서 배운 것이 많아요.”
세샤트 이윤지 대표가 서비스를 개발하며 겪은 에피소드입니다. 세샤트가 서비스 중인 ‘노팅’은 태블릿으로 편리하게 공부할 수 있도록 별도의 앱 없이 바로 필기 가능한 전자책 플랫폼입니다. 서비스 시작 1년이 지난 올해 8월 기준 누적 다운로드 수 10만 건 이상, 월간 활성 이용자(MAU) 1만 7천여 명을 기록 중입니다. 세샤트는 220여 개 이상의 출판사와 제휴를 맺어 학습서적 전자책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나고 있습니다. 이윤지 대표를 만났습니다.
창업은 언제부터 생각했나요.
우선 가족 영향이 있을 거예요. 아버지를 비롯해 친척들 중에 사업하는 분들이 많아서 어렸을 때부터 자연스럽게 생각했어요. 대학교 때 전공이 산업 디자인인데 부전공으로 경영을 함께 공부하기도 했죠.
학생 때는 적합한 아이템을 못 찾아서 회사 생활을 먼저 경험하기로 했어요. 5년 정도 예정하고 LG전자에 입사했고, 일을 하는 틈틈이 스타트업 입장에서 아이템을 찾아봤어요. 그러다 디자인팀에서 4년 정도 근무한 뒤 옮긴 신사업 팀에서 유익한 경험을 많이 했어요. 그리고 지금 창업 아이템을 발견했죠.
제가 창업을 하게 된 것은 김승호 스노우폭스 그룹 회장님 영향도 있어요. 그분이 절 볼 때마다 “빨리 창업해!“라고 농담처럼 말씀하시곤 했는데, 어느날 크게 다가오더라고요. 제가 김 회장님의 수업(사장학 개론)을 열심히 들었었는데, 나중에 다시 찾아보니 그 수업 내용대로 실천을 했더라고요. (웃음)
창업 의지는 오래전부터 있었던 거네요. 구체적으로 아이템은 어떤 과정을 통해 찾았나요.
시장과 아이템 조사를 하던 때가 2019년 즈음이었는데, 한창 태블릿 보급이 늘고 있었고, 학생들도 태블릿으로 공부를 하고 싶어 했어요. 하지만 교육 자료를 구하기 어려웠고, 마땅한 서비스가 없다는 의견이 굉장히 많았죠. 그런 부분은 대기업이 하기 어렵다고 봤고, 제가 해보면 의미가 있을 것 같았어요.
그래서 퇴근 후 정부 지원 사업을 준비했어요. 정말 되는 사업이란 것을 누군가에게 확인을 받아보고 싶었고, 퇴사할 명분도 필요했어요. (웃음) 처음에는 떨어졌지만, 보완해서 도전한 두 번째 지원에서 붙었어요. 그렇게 2019년 10월에 퇴사해서 MVP(최소 요건 제품) 작업에 들어갔어요.
개발 베이스가 아니라서 MVP를 만드는 것이 어려웠을 듯 싶어요. 초기 스타트업에 합류하려는 개발자를 찾기도 어렵고요. 초기 팀빌딩은 어떻게 했나요.
제가 원하는 인재를 영입해 팀빌딩을 하려면 말로 해선 안 된다고 생각했어요. 저 같아도 아무것도 없는 회사에 올 것 같지 않았거든요. 처음에는 프리랜서 개발자와 함께 MVP를 만들었고, 그걸 가지고 출판사를 찾아다니며 설득했죠. 계약 등 의미있는 수치가 나오기까지 대략 1년 정도 걸렸고, 팀빌딩도 그 즈음 마무리 됐어요. 초기 멤버는 CTO와 UI&UX 디자이너, 마케터, 그리고 저 이렇게 네 명으로 구성했죠.
출판사를 설득하는 것이 쉽지 않았을 것 같아요.
출판사들이 제일 걱정하는 것이 책 내용이 유출되는 겁니다. 특히 교재 출판사는 불법 캡쳐 이슈가 매출로 직결되다 보니 보수적이 될 수밖에 없어요. 그래서 온라인에 교재가 공유되거나 유출되는 부분을 특히 신경써서 관리하겠다고 강조했죠.
또 출판사들의 불만이 문제집이 기존 전자책 유통 서비스에서 눈에 안 띈다는 거였어요. 소설과 자기개발서 위주의 베스트셀러 순위에 교재는 오를 수 없는 구조여서 그래요. 모든 커머스가 그렇듯이 메인이나 순위에 노출되는 것이 잘 팔리잖아요. 그래서 저희는 역으로 교재위주로 큐레이션을 하고 노출하는 방식으로 홍보를 한다고 설명했어요.
현재 대학교 학습교재를 중점으로 서비스를 하고 있어요. 이유가 있나요.
처음에는 폭넓게 서비스를 제공하려 했어요. 그런데 시장조사를 해보니 중고등학교 시험과 자격증 등 전문직 시험 영역은 과점 시장이더라고요. 몇 개의 특정 출판사가 모든 책을 다 점유하고 있는 거예요. 그래서 먼저 들어갈 수 있고 빠르게 자리 잡을 수 있는 대학 교재 시장을 우선 타깃으로 잡았어요.
배달의민족 초기와 비슷하다고 생각해요. 대기업이 할 수 있는 사업이 있고, 스타트업 창업자가 할 수 있는 사업이 있잖아요. 배달의민족도 대기업이 못 할 것 같은 일, 전단지를 줍는 것부터 시작했어요. 마찬가지로 대학교재 시장은 엄청나게 파편화되어 있고, 저희 같은 스타트업이 아니면 이것을 모아서 할 곳은 없겠다 싶었어요. 아울러 선점한다면 다른 경쟁사가 쉽게 들어올 수 없는 시장이라고도 생각했고요.
대학교재 출판사쪽에서 저희에게 인수와 전략적 투자 제안을 많이 했지만 모두 거절했어요. 플랫폼이 어디인가에 종속되면 안 되잖아요. 한 출판사와 엮이는 순간 다른 회사 책을 아예 못 받는 일이 발생할 가능성도 있고요.
교재 외 영역으로 확장 계획은 없나요.
일반책으로 확장할 계획이 없냐는 문의를 많이 받아요. 나중에는 할 수도 있겠지만, 일단은 수험서와 교재를 보고 있어요. 이 시장도 크고 할 일이 정말 많아요. 책의 숫자는 다른 분야가 많지만, 매출로만 보면 교재 쪽이 차지하는 부분이 커요. 종이 책 매출의 거의 2/3 정도를 교재가 차지하고 있거든요. 여러 교육 기업에서 역으로 협업 요청이 들어오고 있고, 테스트 중인 것도 있어요.
비개발자 출신이다보니 초기 서비스를 만들때 다양한 이슈를 겪었을 거라 봐요.
처음 MVP를 만들었을 때 유용하다 싶은 기능을 많이 넣었어요. 저희끼리 그걸 ‘노팅 욕망 버전’이라고 불렀는데, 저희가 만들고 싶은 건 다 구현했죠. 그런데 유저들은 저희가 생각하는 것과는 다르게 사용했고, 쓰지 않는 기능이 많았어요. 이용자들이 바라는 건 그냥 깔끔하고, 예쁘고, 쓰기 쉬운 앱이었어요. 소비자가 원하지 않은 것을 고민해서 만들었던 거죠. 저희는 유저에게 자유도를 많이 주고 싶었는데, 유저들은 고민할 필요 없는 심플한 것을 원하더라고요. 그래서 그 많던 기능을 다 정리했어요. 그렇게 UX를 한번 정리한 다음에 애플 앱스토어 오늘의 앱에 선정됐어요. (웃음) 애플이 UI와 같은 것들이 잘 되어 있는지를 굉장히 꼼꼼히 보는 것으로 알고 있어요. 아마도 처음에 만들었던 버전이었다면 안 됐을 거예요. 소비자의 반응을 따라가다 보니 가능했던 거죠.
그런 경험이 이후 서비스 개발 방향에 영향을 미쳤을 듯 싶어요.
어떤 기능을 서비스에 적용할 때 수동으로 구현해서 먼저 테스트를 하고 있어요. 정말 그 서비스를 이용자가 쓰는지, 화면 어디에 위치했을 때 많이 쓰는 지 등 데이터를 취합해요. 그걸 바탕으로 정식 개발을 하는 계단식으로 작업을 합니다. 처음부터 모두 개발해 놓는 것이 아니라, 탭 하나 정도만 개발해서 테스트를 하는 거예요. 일정기간 테스트를 한 뒤 사람들이 이용하지 않으면 접고, 반응이 좋으면 제대로 개발하는 방식으로요. 그래서 내부에서는 저희 앱을 ‘수제 앱’이라고도 해요. (웃음) 너무 많은 기능을 넣었다가 뺐던 앞선 경험에서 배운 거죠.
현재 저희가 수동으로 테스트하고 있는 것이 웹사이트에서 전자책을 구매할 수 있는 ‘칩’이에요. 이용자가 칩 버튼을 누르면 저희가 일일이 칩을 수동으로 지급하게 처리해요. (웃음) 필요한 기능이라고 생각하고 있지만 이용자가 실제 웹사이트에서 구입을 할지 확신이 없었거든요. 미지의 기능을 개발하느라 인력을 투입하는 건 낭비잖아요. 다행스럽게도 웹사이트에서 구매 비중이 커서 다음 개편을 할 때는 아예 PG와 붙여서 개발하려고 해요.
소비자들은 아무리 초기 스타트업이라고 해도 허술한 아웃풋을 봐주지 않아요. 그래서 보이지 않은 곳에서 소비자를 실망시키지 않는 방향으로 고도화를 진행하고 있어요.
운영자금은 어떻게 조달했나요. 지난해 시드 투자유치에 이어 올해 프리 A라운드 투자유치와 팁스(TIPS, 민간 투자 주도형 기술 창업 지원 프로그램) 프로그램 선정도 됐는데요.
처음에는 정부지원사업으로 자금 조달을 했고, 프라이머에서 시드 투자를, 스트롱벤처스 등에서 프리 A 라운드 투자유치를 했어요. 최근에 중기부 팁스에 선정되었고요. 올해 말 시리즈 A 라운드 투자 유치를 계획하고 있어요.
이 시장에 다른 경쟁사 들어올 수도 있을 겁니다. 먼저 하는 것보다 잘 하는 게 중요할텐데, 세샤트의 진입장벽은 뭐라고 생각하세요.
아직까진 경쟁사가 없다고 보지만 앞으로도 그러리란 보장은 없을 거예요. 이용자가 전자책에 편하게 필기를 하고, 서로 필기를 공유할 수 있고, 다양한 기기에서 공통된 경험을 얻는다면 락인효과가 발생할 거라 봐요. 그걸 위해 열심히 개발을 하고 있어요. 그게 완성이 되면 유저가 저희 서비스에 오는 이유가 될 것이고, 다른 회사가 넘기 힘든 진입장벽이 되지 않을까 싶어요. 대학교 교재 때문에 저희 서비스에 들어왔지만, 나중에는 취업 등 다른 교재를 위해 다시 찾을 수 있잖아요. 그렇게 라이프 사이클을 길게 보고 있어요.
장기적으로 생각하는 것은 사용자 데이터에요. 출판사들이 그걸 굉장히 궁금해 하고 문의를 많이 해요. 출판사들이 사용자 성향을 알 수 있는 방법은 설문조사 밖에 없느데, 저희는 유저들이 어떤 책을 사고, 뭘 원하는지 데이터를 통해 알 수 있거든요. 그걸 통해 출판사와 할 수 있는 것이 더 많지 않을까 싶어요.
현재까지는 iOS 기반인데요. 안드로이드 버전은 언제쯤 볼 수 있을까요.
우선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에서 가까운 시일 내 보게 될겁니다. 유저 리서치를 해보니 생각보다 안드로이드 태블릿 유저가 없더라고요. 리서치 전에는 20-30% 정도는 있지 않을까 싶었는데, 고등학생과 대학생 층에서 많이 안 쓰더라고요. 반면에 초중학교에서는 학원에서 무료로 나눠주는 경우가 많아서 보급률이 높고요. 조금 뒤로 미뤘지만 올해 안에는 선보이려고 해요.
노팅은 외국에서 더 소구되는 아이템일 수 있어요. 글로벌 진출도 생각할텐데요.
저희 앱을 그대로 가지고 나가려고 생각하고 있어요. 장기적으로는 SaaS(서비스형 소프트웨어)로 제공하는 것도 가능하다고 봅니다. 외국도 교재에 맞는 솔루션을 제공해주는 업체가 없거든요.
사업이니까 돈을 벌어야 합니다. 수익모델은 무엇인가요.
B2C에서 책 판매에 대한 수익을 출판사와 저희가 셰어하고 있는 방식이예요. 지금은 B2C지만, B2B로 확장할 계획이예요.
코로나 펜데믹은 어떤 산업에는 악재였지만, 어떤 산업에선 호재가 됐어요. 세샤트는 어땠나요.
저희에게는 플러스였어요. 코로나가 터지면서 국내외서 태블릿 기기가 매우 빠르게 학교에 공급이 됐거든요. 저희 사업이 태블릿 기기 보급률이 높아야 성장할 수 있는 모델이기 때문입니다. 코로나 시국을 타고 아이패드나 태블릿 보급률이 굉장히 높아진 거는 저희에겐 유리한 측면이 있죠. 아울러 이 시장에 대한 관심도 크게 높아졌고, 사용자들도 팬데믹 기간 태블릿 사용이 익숙해졌죠. 교재 쪽 출판사도 코로나 이전에는 전자책을 경계하는 분위기였는데, 지금은 어쩔 수 없는 흐름이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창업은 매일매일이 스트레스의 연속이잖아요. 사업을 하면서 난관이 닥치면 어떻게 대응하나요?
저는 ‘어떻게든 되겠지’라는 마인드로 사는 편이에요. 불안하고, 고민이 있고, 안될 것 같을 때는 미래의 나에게 맡겨요. (웃음) 사실 위기라고 느끼는 것은 스스로가 컨트롤 할 수 없는 게 많잖아요. 걱정한다고 해결되는 것도 아니고요. 위기가 닥쳤을 때 ‘미래의 난 대처할 수 있을 거야’ 라고 생각하면 마음이 편해져요.
외부인 입장에서 보면 창업 과정이 순조롭게 이어진 것처럼 보여요.
그렇진 않아요. 지금까지 한 번에 된 것이 없어요. 어떤 출판사는 제가 1년 정도 기다려서 계약된 곳도 있어요. 많은 액셀러레이션 프로그램, 지원사업에 지원했는데 떨어진 곳이 더 많아요. 그런데 그게 사업하면서 당연한 것 같아서 좌절하진 않았어요. 더 좋은 것이 오려고 안 됐다고 생각하죠. 긍정적으로 생각해야 오래 할 수 있으니까요. 여담이지만, 저희 CTO가 합류한 사소한 이유 중에 하나가 ‘운이 좋아 보여서’라고 해요. 운도 실력이라고 말씀하시더라고요. (웃음) 물론 그걸 잡으려면 준비하고 있어야 겠지만요.
창업가 이윤지의 바람, 계획은 뭔가요.
노팅이 당연한 서비스가 되길 바랍니다. 사람들이 무료할 때 넷플릭스에 들어가는 것처럼 공부할 때 노팅 앱을 열었으면 해요. 향후 저희 서비스에 교재와 수험서가 다 들어오게 되면 가능할 거라 봐요. 자기 개발이 필요하거나 공부가 필요할 때 첫 번 째로 생각나는 서비스가 되길 희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