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스타트업 엑셀러레이터 프라이머의 8기 데모데이가 한국과학기술회관 신관 지하1층 국제회의실에서 개최되었다.
프라이머는 2010년에 설립, 인터넷 및 모바일 서비스 분야의 초기 스타트업을 발굴하고 멘토링을 통해 성장시키는 스타트업 엑셀러레이터이다.
이번 8기 데모데이에서는 20개 팀의 서비스 발표와 부스 전시 외 우아한형제들 김봉진 대표가 키노트 스피치를 진행했다.
김봉진 대표의 강연을 발표자 관점에서 정리했다.
사업과 디자인은 타인에게 영향을 주는 분야
어릴 때 예술가를 꿈꿨지만 현재는 사업을 하고있다. 사업과 디자인은 비슷한 점이 있다. 둘 다 정확한 답이 없다. 답을 찾아가는 과정이다. 예술이 그렇듯이 경영도 예측불가능하다. 더불어 디자인과 경영은 다른 사람에게 영향을 주는 분야라는 것이다.
사업이라 생각하고 시작하지 않았다.
서비스를 만들 때 처음부터 큰 그림을 그렸던 것은 아니다. 단지 전단지가 불편해 보였기에 혁신하고 싶었고, 어플리케이션이 이쁘게 만들어지면 좋겠다 여겼다. 그것만을 생각하고 소규모로 론칭했다. 지금이야 규모가 커졌지만, 2010년 하더라도 단순한 서비스였다. 서비스를 출시했지만 창업이라 생각하고 한 것도 아니었다.
전단지를 주우러 다녔다.
포탈이 유사한 것을 만들면 끝난다는 이야기도 많이 들었다. 그래서 포탈이 안 하는 것을 찾아봤다. 적어도 포털이 전단지를 주으러 다니지는 않겠다 생각했다. 그래서 강남 일대를 다니며 전단지를 수거해 스캔해서 서비스에 올렸다. 전단지를 효율적으로 모으기 위해 우리를 잡상인 취급하던 경비 아저씨에게 자양강장제를 내밀며 물어보기도 했다. 아파트와 오피스텔에서 뿌려진 전단지가 어떻게 취급되는지를 알기 위함이다. 그과정에서 언제 쓰레기가 수거되고 버려지는지를 알 수 있었다. 그래서 새벽에 택시타고 가서 수거하기도 했다.
그렇게 모은 전단지를 스캔하는데 오래걸리더라. 그래서 여러 시도를 해봤지만, 결국 찾은 방법이 전자책을 만드는 책 스캐너를 통해 해결하는 것이었다. 하루에 1000장씩 수거하고 그 수만큼 스캔하는 노하우가 생기더라. 포탈보다 더 정밀한 정보를 넣을 수 있게 된 것이다.
비즈니스 모델의 시작.
비즈니스 모델에 대해 우리도 고민이 많았다. 어느날 포탈 검색을 보니 팬션 등에서 포탈을 통해 전화하면 할인해준다는 내용을 올려놨더라. 우리도 그런 방식을 채택했다. 배달의민족을 통해 주문이 들어오는 것을 업주들이 인지하면서 연락이 왔다. 첫 비즈니스 모델이 그렇게 시작되었다.
투자자는 말이 통하는 사람을 만나라.
이후 투자자를 만났다. 투자를 받으려면 회사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을 그제서야 알게되었다. 서비스 론칭한지 1년이 되던 시점이다. 투자를 받으며 회사의 형태를 갖추게 되었다.
투자자와의 관계는 중요하다. 우리는 본엔젤스, 알토스, 스톤브릿지, 골드만삭스 등 투자사와 정말 많은 이야기를 나눈다. 사업 초기에는 투자자를 많이 괴롭혔다. 하루에 한 번 씩 전화를 한 것 같다.
첫 투자자가 정말 중요하다. 벨류도 중요하겠지만, 말이 잘 통하는 사람을 만나길 권한다. 투자자와 소통이 안 된다면 투자를 안 받느니만 못 하다.
일의 정의를 내리다.
모든 일의 시작은 정의를 내리는 것으로 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본다. 서비스가 커지면 다시 재정의하기 어렵다. 처음에 잘 해놓는 것이 중요하다.
우리는 배달음식이란 ‘사랑하는 사람들과 나누는 행복한 시간’이라 정의했다. 먼저 사전적 의미를 생각해보고 그 다음을 고려해 확장했다.
마케팅에 2등이란 없다. 1등이 되라. 그리고 우겨라.
김왕기씨의 목어를 보면 ‘마케팅에서 2등이란 없다’고 되어있다. 1등이 되는 것은 정말 중요하다. 보편적인 시장에서 1등이 어렵다면, 세밀하게 들어가 1등이 될 수 있는 분야를 찾아야 한다. 처음에는 깊숙이 들어갔다가 빠져나오는 방식이다.
강조하지만, 1등은 정말 중요하다. 억지로라도 1등을 하고, 1등이 되었다면 우겨야 한다. 어떻게 보면 브랜드의 핵심은 우기기다. 1등이 되면 조직의 자신감은 따라온다.
배달의민족은 출시 이틀만에 1등을 했다. 2010년 6월 25일이다. 그날이 우리의 창립 기념일이기도 하다.
비전을 만들어라.
1등이 된 뒤 비전만들기를 고려했다. 비전을 만드는 것은 정말 중요한 일이다. 조직 구성원이 늘어날수록 비전 안에서, 비전 중심으로 가야한다. 비전 만들기는 하루이틀에 되지 않는다. 1~2년 정도 걸린다. 우리도 그랬다.
우리의 지난 5년 간의 비전은 ‘정보기술을 활용하여 배달산업을 발전시키자’였다. 그리고 지난해 ‘좋은 음식을 먹고 싶은 곳에서’로 변경했다.
사람은 언제고 왜 태어났는지의 의미를 생각하게 된다. 사업 역시 마찬가지다.
회사 만들어 가기.
우아한형제들은 2010년 초 카페베네 답십리점에서 무자본 창업을 했다. 저녁에 잠시 그곳에 모이거나 스카이프, 네이트온 등을 활용해 다자간 채팅을 하기도 했다. 카페베네 답십리점은 우리의 성지와 같다.
회사명은 우리가 타켓으로 삼았던 고객의 취향, 킷치, 패러디를 고려해 지었다. 작곡가 용감한형제들의 영향이다. 난 이 이름이 좋다. 언젠가 회사 이름을 바꿀꺼냐는 질문도 종종 들었지만 계획은 없다. 우리는 회사명처럼 우아한세상을 만드는 것을 추구한다.
회사사회, 그리고 리쿠르팅.
직원이 400명이 넘어가면서 내 일의 70%는 관리적인 부분이다. 프로덕트를 만드는 것을 하고 싶은데 다른일을 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면서 회사를 만들고 있는건지 사회를 만들고 있는건지 생각을 많이했다. 그 과정에서 회사나 사회는 함께하는 구성원의 삶에 영향을 끼친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러면서 사내 복지와 문화에 관심을 더 기울였다.
우선 복지에 대한 정의를 내려야 했다. 포탈 사전을 찾아보니 복지는 ‘행복한 삶’이라 단순히 정의되어 있더라. 그래서 행복이라는 것을 들여다 봤다. 관련 서적은 다 찾아봤다. 그렇게 1년 간 연구한 것 같다. 그것을 알아야 더 좋은 회사를 만들수 있다고 봤기 때문이다. 우리가 찾은 답은, ‘행복하려면 행복한 사람 사이에 있어야 하고 주변 사람을 행복하게 하면 된다’는 것이었다.
사람은 크게 변하지 않는다. 회사에 올 정도의 성인이라면 큰 계기가 없다면 안 변한다고 본다. 그래서 사람을 영입할 때는 행복한 사람을 뽑으려 노력한다. 불행한 사람을 행복하게 만드는 것은 어렵다. 피눈물을 흘리며 배운 교훈이다.
구성원을 행복하게 만들기 위한 버킷리스트.
버킷리스트를 작성하며 구성원을 행복하게 해 줄 수 있는 항목이 구체적으로 늘어났다. 거시적으로 정하고 정밀묘사를 했다.
실례로, 직원중 누군가가 한적한 곳에서 근무하고 싶다고 해서 롯데월드 맞은편으로 사무실을 옮겼다. 그런 곳만 알아본 것이다. 그 의견을 안 들었다면 우리도 테헤란로 어딘가에 있었을 수 있다. ‘직원들이 창 밖에 무엇을 보며 일하느냐도 중요하다’라는 말이 있잖나. 우리도 그걸 고려했디. 호수가 보이는 환경으로 사무실을 옮겼고, 창밖의 풍경을 잘 볼 수 있게 인테리어 했다. 아이데오에서 ‘창의적인 회의는 타인이 봤을 때 누가 보스인지 모르게 하는 것’이라 했다. 우리도 그것을 늘 염두에 둔다. 회의실을 회의실처럼 안 보이게 하려 하고있다.
우아한형제들의 자산 중 중요한 것 하나.
우리회사의 가장 중요한 자산 중 하나가 배달의민족 폰트다. 만든다고 했을 때 말리는 사람이 많았지만 너무 만들고 싶어서 시도했다. 복고풍, 키치한 느낌을 주고 싶었고, 큰 딸 이름을 따서 명칭을 정했다. 둘째 딸의 이름을 따서 주아체도 만들었다. 도현체는 우리 직원 자녀의 이름이다. 1년에 1개씩 만드려 한다. 브랜드 차원에서 도움을 받고있다.
한 달에 한 번 잡지를 선정해 광고를 낸다. 잡지는 타켓이 분명하다. 그것에 맞춰 우리의 감수성을 담아서 카피를 써낸다. 한 달에 한번씩 3년 간 했다. 한 달에 한번 이것을 구성원들이 만들면서 ‘배달의민족스러운’ 것을 배우는 계기가 된다. 이것은 문서로 가르칠 수 없는 거다. 배달의민족 스러운 것을 계속 찾고있다. 브랜드 자산을 쌓아놓아야 한다
공식대로 가지마라.
스타트업을 할 때 보편적 공식으로 하는 것은 한 번쯤 의문을 가져볼 필요가 있다고 본다. 자신의 방식대로 가는 것도 좋다고 본다. 투자자나 선배 창업자의 멘토링을 듣다보면 공통적으로 유사한 이야기를 많이 듣는다. 그것을 베이스로 하되 자신만의 다른 방식을 찾길 바란다.
나 스스로를 정하지 못하면 누군가에게 정의당한다.
창업을 하다보면 힘든일이 많다. 마키아 벨리가 ‘나 스스로를 지배하지 못하면 누군가에게 지배당한다’라고 했다. 나는 이것을 ‘나 스스로를 정하지 못하면 누군가에게 정의당한다’고 고쳐 말하고 싶다.
사실 ‘푸드테크’는 어느날 등장한 신조어가 아니다. 우리가 만든 말이다. O2O 영역에서 거대 경쟁사를 누르고 1등을 하기 어렵다 여겨 O2O영역을 쪼개서 우리가 1등을 할 수 있는 영역을 스스로 만든 것이다.
끝으로 추천하고 싶은 책.
피터드러커의 매니지먼트, 기업의 시대, 굿 투 그레이트, 승려와 수수께끼 등을 추천한다. 사업을 하면서 도움을 많이 받았고, 여러분에게도 도움이 되리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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