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떠 #2] 개발자 김용준이 플리토를 선택한 이유
본지 이가은 기자는 부산 출신이다. 하지만 입사 후 한동안 이를 느낄 수 없었다. 7년 간의 서울 자취 생활을 통해 ‘유창한’ 표준어를 구사하고 있기 때문이다. 심지어 고향 부산에서 가진 스타트업 간담회에서 까지 이기자는 훌룡한 표준어 구사능력을 보여줬다. 그러나 이기자가 ‘고향본색’을 드러내는데 까지는 오래 걸리지는 않았다. 10년 지기를 만나자 마자 자연스레 ‘맞나? 맞다!’ 튀어 나오는 부산여성으로 돌아갔기 때문이다. 그 친구가 집단지성 번역 플랫폼 플리토의 김용준 개발자다.
[가은아 떠나지 마] 시리즈의 두 번째 인터뷰이로 김용준 개발자를 섭외했다. 이기자의 친구여서가 아니다. 능력있는 개발자이자 한 인간으로서 그에게 흥미로운 부분이 있어서다. 하긴 스타트업 팀원들 중 스토리가 없는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각설하고.
플리토에서 안드로이드 서비스 전반에 걸쳐 개발을 담당하고 있으며, 사내에서 이름대신 ‘캐빈’이라는 닉네임으로 불리우는 개발자 김용준을 만나보자.
개발자 김용준(27, 이하 김개발자)은 부산출신이다. 구체적으로는 대연동에 본가가 있다. 전공은 컴퓨터 공학(부산대학교 정보컴퓨터공학부)이고, 본격적인 서울 생활은 이제 1년 정도다. 그래서인지 사투리가 아직까지 ‘생생하게’ 살아있다.
그의 지인인 이가은 기자에 따르면 그는 영어를 꽤 잘한다고 한다. 김개발자가 영어를 배우려 한 계기가 재밌다. 취업을 위한 스펙 쌓기 차원이 아니라, 단지 영어를 쓰는 외국인들과의 대화를 하기 위해서였다고 한다. 더불어 막연하게 실리콘밸리도 염두에 뒀었고. 그래서 7개월 간 LA 토렌스에서 언어연수를 하게 되었고, 동시에 실리콘밸리 기업을 탐방하는 계기로도 삼았다고 한다. 그 과정에서 알차게 자신의 인생을 살겠다고 결심했단다. 뭐 이렇게 바른청년이 다 있지?
무탈한 과정으로 차근차근 단계를 밟아오던 김개발자가 탈선(?)을 시작한 것은 군복무 이후다. 잘 다니던 학교의 휴학(4학년 1학기 때)을 결정했다. 이유라면 천편일률인 길을 가고 있는 것 같아서 였단다. 자신에게 변화가 필요해서 내린 결정이었다고. 그 기간 동안 김 개발자는 다양한 경험을 한다. 국토종주(760km)를 했고, 부산모바일앱공모전 상금 (700만 원)을 가지고 7개월 간 앞서말한 언어연수를 다녀온다. 돌아와서는 대기업 문화를 체험하기 위해 NC소프트에서 인턴생활을 하고, 인턴을 마치자마자 K스타트업(K-Startup) 팀원으로 다시 한 달 보름 간 미국에 다녀온다. 다이나믹한 행보다.
김개발자는 짧은 기간이었지만, 실리콘밸리에서 많은 것을 느꼈다고 한다. 실리콘밸리에서 일하는 개발자들 상당수가 ‘미쳐 일한다’라는 것도 알았고. 실제 미쳤다는 것이 아니라 일에 대한 책임감이 크다는 의미다. 대표 마인드, 직원 마인드로 나뉘는게 아니라, 스스로가 ‘내 일’이라고 생각하고, 회사에서도 ‘그 직원의 일’이라고 생각하게 지속적으로 오너쉽을 주지 시키더라는 것이다. 김개발자는 이 이야기를 하면서 한국 직장인들에 대한 쓴소리도 한 마디 했다. ‘자신의 직장을 안좋게 이야기 하는 경우를 종종 본다. 자신의 선택한 일을 탓하는 것이다. 그것은 자신을 비판하는 것과 같다’ 라고. 좀 찔린다.
김개발자는 연봉 많이 주는 대기업에 갈 수 없어서 스타트업에 있는걸까? 아니다. 김개발자는 제법 능력있는 사람이다. 눈에 보이는 수상이력이 제법 화려하다. 제3회 부산모바일앱공모전에 나가 대상 수상, 해커톤 엔젤핵 3등(팀), 실리콘밸리 스타트업 위크엔드(Silicon Valley Startup Weekend) 2등(팀), 더불어 수상은 놓쳤지만 테크크런치(Tech Crunch)에도 참여해 주목을 받았었다.
그와 함께 동문수학하던 대학교 동기들 중 열에 아홉이 대기업에 입사했다고 한다. 유일한 예외 한 명이 자신이란다. 단도 직입적으로 ‘못 간건가 안 간건가?’라는 질문에 ‘안 갔다’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이런저런 이력이 있어 입사가 가능했다고 보지만, 선택하지 않았단다. 대기업이 싫어서라기 보다 돈과 안정을 쫓지 않고 본인이 하고 싶고 배우고 싶은 일을 하려 했다는 설명이다. 대기업이나 스타트업 구분이 아니란다. 사실 어느 곳이든 상관이 없었다고 한다. 단지 자신의 성장과 기업의 성장이 함께 성취할 수 있는 곳을 가야한다고 생각했고, 그곳이 스타트업이었고 플리토였단다. 남들이 가니까, 사회에서 대기업을 선호하니까 가야 한다는 것은 아니라고 봤단다.
더불어 즐겁게 일을 하고 싶어서라고 부연했다. 시간을 돈으로 생각하지 않고, 일을 즐기면 생각이 깊어지고, 또 그만큼 일과 삶의 완성도가 높아지기 때문이란다. 듣다보니 부끄러워진다. 그보다 십 수년이나 더 살았지만, 저 나이 때나 지금이나 나는 저런 생각을 한 적이 있던가?
테크크런치에서 김개발자가 참여해서 만든 하드웨어 제품 / WALL-E on a tripod
김개발자는 이력서 넣고 면접을 보는 형식의 구인구직 형태가 아니라 자연스레 녹아들듯이 플리토에 입사했다고 한다. K스타트업에 참여할 때 현 플리토(Flitto) 강동한 이사와의 인연이 심화되어 함께하게 된 케이스다. 입사결정도 김개발자의 선택이었다고 한다. 본인이 대기업이냐 플리토냐를 선택을 할 수 있게끔 최대한 회사에서 배려했다고. 당시 동기들 대부분이 대기업 입사를 결정했던 시기였기에 쉽지않은 선택이었을거다.
김개발자는 처음부터 정직원으로 입사한 것이 아니다. 플리토 안드로이드 서비스 개발을 진행할 때, 강이사의 요청으로 파트타임으로 일을 시작했단다. 당시 3개월 간 주중 3일(화~목)은 부산에서 학교를 갔었고, 4일(금~월)은 서울에 올라와 서비스 개발에 참여했다 한다. 그렇게 서울과 부산을 40여 차례 오고가며 플리토 안드로이드 서비스개발에 참여 했고, 이후 정식 팀원이 되어 같은 곳을 바라보며 일하고 있단다. 여담이지만, 플리토가 완성형이 아니라 자신이 들어가서 개선될 여지가 있었다는 것도 선택의 한 이유였다고 한다. 확실히 김개발자는 오너쉽이 있는 사람이다.
스타트업 팀원의 고충 중 하나가 본인이 하고 있는 일을 가족에게 설명, 설득하는 과정이다. 김개발자 역시 그 과정을 거쳤다고 한다. 부모님은 대기업으로 대변되는 안정된 직장에 입사하길 바랬고, 은사들은 대학원에 진학하길 바랬다 한다. 솔직히 부모님이 스타트업에 들어가는 것을 적극적으로 만류했다면 포기할 의사도 있었다고 한다. 우선 가정을 챙겨야 일도 잘되기 때문이란다. 하지만 다행스럽게도 ‘조금 더 내가 원하는 경험을 쌓겠다’라는 설명에 부모님이 허락해 주셨다고 한다. 깨인 부모님이다. 혹은 김개발자가 설명을 잘 했던지.
플리토를 선택한 이유를 묻자 김개발자는 ‘사람’, ‘소통’, ‘존중’ 이라 말했다. 회사가 수평적이며 서로 존중하는 문화고, 플리토 구성원이 매력적이었으며, 경영진 포함 모든 팀원 간 대화(커뮤니케이션)가 잘 이루어지기 때문이란다. 또한 자신보다 능력이 뛰어난 팀원이 많아 배울게 많다는 것도 좋단다. 그래서 하루하루 출근이 즐겁다고 한다. 오늘은 무슨 일이 벌어질지, 어떤 커뮤니케이션이 이루어질지, 또 무엇이 바뀔지가 기대된단다. 대한민국 직장인 중 출근이 즐겁지 않은 사람이 즐거운 사람보다 많을거라 예상해 본다면, 김개발자는 꽤나 행복한 케이스라고 볼 수 있다.
또한 김개발자는 현재의 행복에 안주하지 않고 자기개발을 하는데도 열심이다. 주말에는 컨퍼런스나 교육 등 행사를 찾아 간다고 한다. 꼭 가고 싶은 행사가 평일에 열리면 회사의 지원으로 다녀오기도 한단다. 본인은 ‘타지 출신의 욕심’이라고 하지만 이게 어디 욕심이라 표현할만한 일인가.
김개발자는 현재 회사에 일하러 가는 것이 행복하단다. 자신의 삶도 하루하루가 새롭다고 한다. 하지만 한 달 뒤, 일 년 뒤를 알 수 없는 것이 스타트업이기에 모든것을 경험이라 생각한다고 한다. 하지만 플리토에서의 이직은 생각해본 적이 없다고 한다.
김개발자의 최종 목표는 어느곳에서든 항상 옆에 있어서 즐겁고, 든든한 사람이고 싶다는 것이다. 가정에서도, 교우관계에서도, 개발자로서도 말이다. 더불어 플리토 서비스를 자신의 능력으로 최고의 번역 서비스, 글로벌 서비스로의 성장시키고 싶다는 포부를 드러냈다. 허언은 아닌듯 싶다.
이런 개발자가 함께하는 플리토는 복 받았다.
지난 첫 번째 에피소드 이후 많은 분들이 팀원 추천 메일을 주셨습니다. 임원급 팀원의 추천에서 부터 본인이 본인을 추천하는 ‘자추’까지 다양했는데요. 먼저 관심을 가져주신 모든분들께 감사드립니다. 앞으로도 좋은 팀원, 떠나보내기 싫은 팀원, 없어서는 안돼는 팀원이 있으시면 추천 부탁드립니다. 자추도 대환영입니다. 실제 네 번째 인터뷰이는 자추를 해주신 분입니다. 인터뷰이로 선정되게 도와주신 분들께는 창업 도서 ‘스타트업 똑똑하게 시작하라(최환진, 김소현 저 / 지앤선 )‘를 보내드립니다. editor@platum.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