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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허법인 BLT] BTS ‘보라해(I PURPLE YOU)’가 상표로 등록받지 못한 이유

2016년 11월 13일, 팬미팅에서 보라색 비닐을 씌운 응원봉이 가득 찬 이벤트에 감동한 BTS 의 멤버 뷔가 “보라해”라는 신조어를 탄생시켰다.

뷔 : “여러분, 보라 색깔의 뜻을 아세요? 무지개의 마지막 색깔이잖아요. 그래서 보라색은 상대방을 믿고 서로서로 오랫동안 사랑하자는 의미인데요. 네. 제가 방금 지었어요. 그 뜻처럼 영원히 오랫동안 이렇게 볼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사랑합니다”

지난 2018년 방탄소년단이 한국 가수 처음으로 유엔 총회에서 ‘LOVE MYSELF’ 캠페인으로 연설했던 때 유니세프 헨리에타 포어 총재는 “We here at UNICEF purple you!”라며 이 단어를 인용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최근 방탄소년단과 맥도날드의 콜라보레이션으로 전 세계에 공개된 ‘BTS 세트’에도 ‘보라해’라는 단어가 패키지에 인용될 만큼 ‘보라해’는 방탄소년단을 지칭하는 상징적 단어가 됐다.

문제의 상표 출원이 있었던 시점은 2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네일전문브랜드인 L사에서 화장품류를 지정하여 ‘보라해 BORAHAE’ 에 대한 상표 출원서를 특허청에 신청한 것이다.

상기 이미지는 출원 취하 이전에 캡쳐한 자료로, 현재 위 출원은 특허청 상표조회시스템에서 검색이 되지 않는다. 참고로, 출원을 취하하면 출원이 처음부터 없었던 것이 되어 기록이 남지 않아 취하 이후 시점에서 조회가 불가하다.

출원 이후 출원인 회사 홈페이지는 물론이고 특허청에까지 팬들의 항의가 빗발쳤고 수 건의 정보제공이 있었다. 정보제공은 출원된 상표가 상표법이 나열하는 거절이유 중 하나 이상에 해당하여 등록될 수 없다는 정보를 증거와 함께 특허청에 제공하는 것으로 이해관계인이 아니어도 누구든지 제출이 가능하다.

제49조(정보의 제공) 누구든지 상표등록출원된 상표가 제54조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되어 상표등록될 수 없다는 취지의 정보를 증거와 함께 특허청장 또는 특허심판원장에게 제공할 수 있다.

결국 해당 회사는 출원을 취하할 수 밖에 없었고 BTS 팬들에게 사과, K-POP의 발전과 BTS의 건승을 기원한다는 의사를 전달하며 해프닝은 종결됐다.

L사 홈페이지 캡쳐 이미지

2021년 6월 4일, BTS의 소속사 빅히트뮤직에서 ‘보라해 BORAHAE’ 에 대해 10건의 출원서를 제출한다.

출처: 키프리스

‘보라해 BORAHAE’를 최초로 출원했던 L사가 지정했던 03류의 ‘화장품’을 포함하여 09류의 ‘음반 등’, 14류의 ‘귀금속, 열쇠고리 등’, 16류의 ‘인쇄물, 서적 등’, 18류의 ‘가방, 지갑 등’, 25류의 ‘의류’, 28류의 ‘응원봉, 응원용품, 오락용구, 장난감, 인형 등’ 35류의 ‘광고업, 가구 소매업 등’, 41류의 ‘댄스학원업, 공연기획업, 나이트클럽업, 노래방서비스업 등’ 및 43류의 ‘커피전문점업, 주점업, 식당체인업 등’을 지정하였다.

BTS 의 소속기획사인 ‘빅히트뮤직’은 ‘방탄소년단’, ‘BTS’ 와 BTS의 공식 팬클럽 ‘ARMY’ 에 대한 상표권자인데, 뷔가 만든 신조어이자 전세계적 팬들에 의해 사용되고 있는 ‘보라해’에 대해서도 등록받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그런데 10월 4일, 10건 출원 모두에 대해 뜻밖의 거절이유가 통지된다.

의견제출통지서상에 기재된 거절이유는 다음과 같다.

이 출원상표는 아래와 같이 신의칙에 반하여 출원한 상표이므로 등록을 받을 수 없습니다.
○ 이 출원상표 ‘보라해 BORAHAE’는 2016년 11월 13일자 BTS 팬미팅에서 방탄소년단 멤버 뷔 (김태형)가 “보라해는 무지개의 마지막 색인 보라색처럼 끝까지 상대방을 믿고 서로 오랫동안 사랑하자는 의미”라고 말하면서 시작된 신조어로, 출원인은 동업, 고용 등의 계약관계나 업무상 거래관계 등을 통하여 타인이 사용하게된 상표임을 알면서 그와 동일 유사한 상표를 출원한 것으로 인정되므로 상표법 제34조 제1항 제20호에 해당됩니다. – 지정상품 : 전부. 끝.

거절이유 조항으로 인용된 상표법 제34조 제1항 제20호는,

제34조(상표등록을 받을 수 없는 상표) ① 제33조에도 불구하고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상표에 대해서는 상표등록을 받을 수 없다.
(중간생략)
20. 동업ㆍ고용 등 계약관계나 업무상 거래관계 또는 그 밖의 관계를 통하여 타인이 사용하거나 사용을 준비 중인 상표임을 알면서 그 상표와 동일ㆍ유사한 상표를 동일ㆍ유사한 상품에 등록출원한 상표

특허청이 본 거절이유를 통지하기 전에 수 건의 정보제공이 있었던 것으로 확인된다.

출처: 키프리스 검색결과

BTS의 팬들이 제출했을 것으로 짐작되는데 그룹명칭과 공식 팬클럽의 명칭에 대한 상표권은 기획사 소유라 하더라도 아이돌 멤버 중 하나가 팬클럽 현장에서 만든 신조어에 대한 권리까지 기획사 소유라고 인정할 수 없고 더욱이 계약관계에 있는 멤버가 사용 중임을 알 수 있다고 하여 특허청에서 거절이유로 통지한 것으로 생각된다.

“보라해” 라는 표현이, ‘서로 믿고 오래동안 사랑하자’는 의미로 사용되고 있음은 분명하나 본 호에서 요구하는 “타인이 사용하거나 사용을 준비 중인 상표임을 알면서” 의 ‘상표로서의 사용준비나 사용 중’에 대한 요건에 충족되는지 논쟁이 될 소지는 없지 않아 보인다.

‘BTS 세트’는 맥도날드가 처음으로 유명 가수와 협업해 전세계를 대상으로 출시한 상품으로, 미국, 캐나다를 비롯해 전세계 50개국에서 판매되었다. 한글로 ‘보라해’ 문구가 새겨진 패키지가 눈에 띄는데 패키지에 한글 문자 그대로 기재되어 브랜드로 인식될 여지도 있기는 하나, 상표법 제34조 제1항 제20호의 ‘타인이 사용하거나 사용 중인 상표”로 인정하기에는 사용 주체 및 방법 등에 대해 논의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의견제출통지서 발행일은 10월 4일로, 발행일부터 2개월이 되는 12월 4일까지 의견서를 통해 해당 거절이유에 대해 반박 등을 할 기회가 주어진다. 출원인 빅히트뮤직이 거절이유를 극복할 수 있을지에 대해 귀추가 주목된다.

‘보라해’와 관련된 상표적 사용에 대한 조사가 미흡한 부분이 있을 수 있음에 대해서는 미리 양해의 말씀을 구하고 싶다. 세계적인 우리의 아이돌 뷔가 탄생시킨 신조어이자, 널리 한글을 알리는 역할을 톡톡히 할 수 있는 “보라해”의 상표권이 정당 권리자에게 인정되어 BTS, K-POP, 나아가 대한민국을 빛내는 멋진 브랜드로 성장하길 응원한다.

원문 : “I PURPLE YOU” – BTS “보라해” 가 상표로 등록받지 못한 이유

choi필자 소개 : 노지혜 BLT 파트너 변리사는 국내외 대기업 상표 및 디자인의 국내 및 해외 출원 업무에 대한 경험을 가지고 있으며, 상표 및 디자인 분쟁 관련 컨설팅 업무를 진행하고 있다. 특허청 산업재산권 분쟁조정위원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현재는 중소기업의 상표, 디자인 출원 업무 및 관련 컨설팅 업무를 주로 진행하고 있다.

외부 전문가 혹은 필진이 플래텀에 기고한 글입니다. 외부기고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 기고문의 editor@platum.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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