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의 프레젠테이션을 준비하기 위해서는 무척 많은 품이 들지요. 프레젠테이션 기획부터 슬라이드 제작 및 디자인 그리고 발표까지 말입니다. 슬라이드에 넣을 단어 하나, 문장 하나, 배치 하나까지도 여간 신경 쓰이는 일이 아닙니다. 더구나 사업 구상하고 진행하기 바쁜 우리 스타트업이 IR까지 준비한다는 것 자체가 꽤 부담스러울 수 있는 일이지요.
그럼에도 매번 보게 되는 IR에는 아쉬운 부분들이 있습니다. 무척 고민한 흔적들이 보이는데 그게 표현이 잘 안 되는 거죠. 스토리 기획은 둘째치고라도, ‘아, 저것만 바꿔도 참 좋을 텐데’ 하는 발표 태도들이 꽤 있거든요.
이에 대해 몇 가지를 정리했습니다. 당신이 IR “순간”에 바꾸면 좋을 일곱 가지는 무엇일까요?
1. 인사, “제대로” 안하려면 하지 마라.
인사를 하지 말라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할 거면 제대로 해보자는 말입니다. 인사를 할 때 중요한 건 말이 끝난 후에 몸을 숙이는 것인데요. 말을 뱉으면서 몸을 숙이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렇게 되면 청중에게는 말도 제대로 들리지 않고 인사를 하는 모양도 어설프게 보인답니다. ‘발표자가 자리가 익숙하지 않구나’ 하는 생각은 바로 준비가 덜 됐다는 인상을 주게 되죠. 몸을 숙이지 않을 거라면 당당하게 멘트와 함께 눈인사를 하시고, 숙일 거라면 제대로 정중하게 하는 것이 방법입니다.
만약 몸을 숙여서 인사를 했다면 박수가 나올 텐데요. 잘해보겠다는 마음을 다지며 인사를 했는데 박수가 나올랑 말랑, 어색한 상황이어서 빨리 넘어가버린 경험, 한번쯤 있으시지요? 청중이 박수를 다 칠 때까지 기다려주는 여유는 센스입니다. 유독 박수에 박한 분위기라 한, 두 명 정도의 박수만 나온다면 박수를 아예 유도해보는 것도 좋고요.
제 경우는 주로 오프닝 때는 멘트와 눈인사만 하고 클로징 때 고개 숙여 인사하는데요. 이유는 이미 사회자가 발표자인 저를 소개하면서 청중에게 박수를 유도했기 때문입니다. 무대 위에 서서 박수가 그칠 때쯤을 기다렸다가 오프닝 멘트를 하는데 다시 인사를 하게 되면 청중은 박수를 치는 일이 번거롭게 느껴질 수 있을 거예요. “방금 쳤는데 또 쳐야 하나?” 하며 주변 눈치를 보게 되기도 하고요.
또한 대중 커뮤니케이션에서 이 태도가 자연스럽기도 합니다. TV뉴스를 한 번 떠올려보세요. 오프닝에서는 목례를 하지 않지요? “안녕하십니까, 앵커 OOO입니다.”라는 멘트 뒤에 바로 뉴스를 진행하고 클로징에서 “시청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말을 끝낸 후 목례를 하지요. 우리가 흔히 보는 대중연설도 같은 방법이고요. 물론, 꼭 인사를 하고 싶다고 여겨지는 자리(예를 들어 청중이 일반 대중이 아니라 소위 ‘심사위’ 라는 분들일 때 또는 박수를 유도하면서 조금 더 발표자에게 집중시키고자 할 때)에서는 천천히 정중하게 인사드리고 시작하기도 합니다.
2. 노래방 마이크 잡지 마라.
우리는 발표를 하기 위해 무대에 섰습니다. 노래 한 곡 뽑기 위해 마이크를 잡은 게 아니지요. 그런데 꽤 많은 분들이 노래방 용 마이크를 잡고 있습니다. 마이크의 가장 밑 부분을 잡고 마이크를 입에 딱 붙여놓고 말을 한다던가, 손가락을 쫙 펴고 벌려서 잡는다던가, 새끼손가락을 치켜세운다던가, 마이크 헤드를 손으로 감싸 쥔다던가 하는 것 말입니다. 알아요. 마이크 헤드를 손으로 감싸 쥐고 노래를 부르면 조금 더 잘 부르는 것 같은 느낌이 들지요. 에코가 ‘빵빵’해 지니까요. 사실 저도 제가 인지하지 못할 땐 자연스레 그러고 있더군요. 이해합니다. 우리는 프레젠테이션을 위해 마이크를 잡는 것 보다 노래를 부르기 위해 마이크를 잡는 것에 경험이 더 많았으니까요.
노래를 부르는 게 아닌 프레젠테이션을 할 때는, PT에 맞는 방법으로 마이크를 잡아봅시다. 그렇다고 뭐가 복잡하고 어려운 건 없습니다. 마이크 헤드가 아니라 마이크 잡는 곳을 그저 편안히 감싸 쥐시면 되지요. 마이크의 1/3 지점 또는 가운데 지점을 부드럽게 감싸 쥐라는 이야기를 하는데요. 저 숫자에 큰 의미를 두실 필요는 없습니다. 손잡이에서 ‘꽁지’를 감싸 쥐는 것만 아니라면 자연스럽게 보인답니다.
3. 스스로를 낮추지 마라.
청중의 입장에서 가장 힘 빠질 때는 발표자가 “제가 부족하지만…..”, “준비를 많이 못했습니다만……” 이라는 말이 나올 때입니다. 속으로 하나 같이 ‘부족한데 내가 왜 들어야 하지’ 혹은 ‘준비 많이 못했다면서 왜 나온 거지’ 라는 생각을 할 거예요. 전적으로 동감하고요. 이건 겸손이 아니라 실례가 될 수 있습니다.
이렇게 생각해봅시다. 우리가 청중 앞에 서서 PT를 한다는 건, 청중 한 명 한 명의 시간과 맞바꾼 거라고요. 5분 PT를 50명의 청중 앞에서 한다고 가정해본다면, 우리가 말하는 5분은 청중의 250분과 같은 시간이 되지요. 그런데 여기서 “제가 부족하지만..”이라는 말을 한다면 그 250분이라는 시간은 그 한마디로 인해 의미 없는 시간이 될 겁니다.
분명 PT를 열심히 준비했지만 우리 마음에 차지 않는 부분이 있을 때가 있어요. 그 상태에서 당장 PT를 해야 하다면 부담스러울 수 밖에 없지요. 청중에게 부끄러운 마음이 들 수도 있고요. 그럼에도 PT를 하는 순간만큼은 우리 서비스가 최고라고 믿고 이야기 해봅시다.
아, 오해의 소지가 있네요. ‘우리 서비스는 현재 부족한 부분 절대 없다, 무조건 잘 될 거다’ 라고 말하자는 건 아닙니다. 이건 거짓말이 되지요. 서비스의 부족함을 자각하고 있다면 솔직하게 인정하고 계획 하고 있는 해결 방향에 대해 언급하는 게 좋습니다. 해결점을 못 찾았다면 차라리 도움을 요청해보는 것도 방법입니다. ‘이런 어려움이 있는데 자문을 해줄 수 있는 분이 계시다면 무척 감사하겠습니다.’ 라는 등이요.
서두에도 말씀 드렸듯, 이 글에서 언급하는 부분은 커뮤니케이션의 관점입니다. 사업 상 어떤 어려움이나 부족함이 있더라도 청중에게 우리 서비스를 소개하는 것만큼은 당당한 마음으로 해보자는 거예요. 청중에게 최대한 좋은 경험을 만들어 주는 것이 발표자의 의무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4. 스마트포인터, 슬라이드를 향해 쏘지 마라.
PT에서 슬라이드를 넘길 때 활용하는 기기가 스마트포인터입니다. 레이저포인터라고도 하지요. 간혹 이 스마트포인트를 TV 리모콘을 누르듯 슬라이드를 향해 손을 뻗고 꾹꾹 누르는 경우를 보게 됩니다. 이는 ‘저 PT 해본 적 없습니다’ 는 말을 하는 게 됩니다. 혹 작동이 잘 안된다면 슬라이드가 아니라 컴퓨터 본체 쪽으로 누르시면 되거든요.
포인터를 누르는 행동은 최대한 티 나지 않게 하는 게 좋습니다. 포인터를 누르는 행동에 청중의 눈을 뺏기지 않고 최대한 우리 이야기에 집중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기 위해서지요.
리모콘처럼 쓰지 않겠다는 생각으로 포인터를 아예 뒤로 숨겨서 하는 경우도 있는데요. 이도 마찬가지입니다. 리모콘처럼 쓰지 말자는 건 집중력을 분산시키지 말자는 이유였지요? 열중쉬어의 자세에서 포인터를 쓰는 것도 보는 사람에게 어색하게 보여 집중력이 분산됩니다. 그저 손에 쥐고 있는 듯 없는 듯 누르기만 하면 되는데, 이는 스마트포인터에 손만 익숙해지면 금방 한답니다. 진부한 이야기일 수 있지만, 리허설을 강조드립니다.
5. 청중에게 등 돌리지 마라.
프레젠테이션은 커뮤니케이션의 일환이므로 서로가 소통해야 하는 자리입니다. 소통하는 방법이 다를 뿐이지요. 발표자는 목소리로 표현하고 청중은 눈으로 표현합니다. ‘당신의 이야기는 흥미롭습니다’ 혹은 ‘지루합니다’ 라고요.
이런 소통의 자리에서, 청중에게 등을 보인 채 슬라이드를 향해 서서 자료를 읽어버리는 경우가 있습니다. IR에서 의미하는 “Relationship”을 만들어야 하는데, 그냥 우리는 등만 보여주고 가는 게 됩니다.
이야기를 할 때는 청중을 향해 서고 소외되는 청중이 없도록 최대한 시선을 골고루 나눠주는 게 좋습니다. 청중이 꼭 인지해야 하는 내용에서 슬라이드를 활용하는 게 좋고요. 슬라이드의 자료는 내 이야기를 ‘위한’ 자료이니까요.
특히 슬라이드가 발표자의 오른쪽(왼쪽)에 있다면 발표자의 몸도 오른쪽(왼쪽)으로 향하게 됩니다. 이럴 때 발표자의 왼쪽(오른쪽)에 앉은 청중은 발표자의 등을 보게 되지요. 즉, 슬라이드의 반대편에 있는 청중은 의식적으로라도 시선을 더 주는 것이 좋습니다.
제 경우는 동선을 꽤 많이 움직이는데요. 제 이야기에 집중해야 하는 부분이라면 아예 무대 앞쪽으로 나와 제 이야기만 들을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듭니다. 슬라이드는 그저 배경으로 두고요. 반대로 슬라이드의 근거자료나 도식을 보고 이해해야 하는 부분이 있으면 슬라이드 옆쪽으로 빠져 제스처를 활용합니다. 이런 행동은 청중에게 ‘지금은 저를 보세요, 지금은 슬라이드를 보세요’ 라는 메시지를 주는 게 됩니다. 청중의 시선은 발표자의 시선과 제스처로 통제가 되기 때문입니다.
6. 애니메이션에 시선을 뺏기지 마라.
우리가 애니메이션의 기능을 활용하는 이유는 내용이 지루해지지 않도록 자극 변화를 주는 것과 강조하기 위함입니다. 즉, 애니메이션을 활용함으로써 내 이야기가 더 흥미롭게 느껴져야 하는데요. 애니메이션에 발표자의 이야기가 묻혀버리는 경우가 있습니다. 애니메이션의 속도가 너무 느려 다 나올 때 까지 기다려야 하는 바람에 발표의 흐름이 끊기는 경우지요.
여기서는 세 가지의 방법론을 말하고 싶습니다.
첫째, 아예 애니메이션을 쓰지 않는 방법이 있습니다. 애니메이션에 시선 뺏길 바에야 발표자 스스로 분위기를 주도해 보자는 시도가 될 수 있겠네요. 애니메이션 활용했을 때 호흡을 맞추기가 부담스러울 때 쓸 수 있는 방법이기도 하고요. 애니메이션이 나타내주는 것 대신에 발표자가 직접 제스처로 표현하면 되니까요. 레이저를 활용하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습니다. 다만, 너무 자극의 변화 없이 진행되면 PT가 자칫 지루해질 수 있으니 발표자의 역량이 중요한 포인트가 됩니다.
두 번째 방법은 이야기를 시작하기 전에 해당 슬라이드의 애니메이션이 모두 나오게 하는 겁니다. 애니메이션에 청중의 시선을 뺏기는 게 아니라, 이전 슬라이드에서 다음 슬라이드로 넘어오면서 호흡을 가다듬게 되는 시간을 활용하는 방법인데요. 이 때 중요한 건, 그 슬라이드에서 내가 이야기할 순서대로 애니메이션이 나오게끔 하는 겁니다. 이는 청중에게 ‘이번 슬라이드에서는 이 순서로 이야기 하겠습니다’라는 메시지를 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또한 슬라이드 내의 모든 애니메이션의 총 속도가 2, 3초 이상을 넘기지 않는 게 좋습니다. 그러나 하나의 슬라이드에서 말하는 내용이 그리 길지 않은데 모든 슬라이드에 이 방법을 쓰게 되면 무척 번잡스러울 수 있습니다.
그래서 세 번째 방법은요. 꼭 강조하고 싶은 부분에만 애니메이션을 쓰는 겁니다. 한 슬라이드 내에서도 결론 메시지가 있을 거예요. 예를 들어 시장 상황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면, 데이터에 대한 이야기를 한 뒤에 ‘여기서 우리가 노리는 기회는 어떤 부분입니다’ 와 같은 내용이 결론 메시지가 될 텐데요. 이 부분만 애니메이션을 활용하는 거예요. 청중이 꼭 기억해줘야 할 포인트에만요. 이 때 역시, 속도 조절이 중요합니다. 특별한 의미가 없다면 하나의 애니메이션은 0.25초 정도의 속도가 무난합니다. 기다릴 필요는 없지만 자극의 변화는 충분히 느낄 수 있는 시간이거든요. (더불어 무난한 애니메이션 기능은 ‘닦아내기, 나타내기, 밝기변화’ 정도입니다)
7. 슬라이드와 다른 이야기 하지마라.
슬라이드는 내 PT를 위한 수단이라 말씀드렸지요? 청중을 발표자에게 집중시키고 슬라이드는 이해를 ‘돕는’ 기능으로 활용해자는 이야기인데요. 그런데 슬라이드에 적혀있는 말과 발표자가 하는 말이 다를 때가 많아요.
발표장에 앉아 있는 청중은 주로 슬라이드를 먼저 보게 됩니다. 발표자가 특별히 청중의 시선을 끌어주지 않는다면 말이지요. (그래서 무대 앞으로 나와 시선을 집중시키는 방법을 언급했습니다) 발표자보다 슬라이드를 먼저 보는 이유는 간단합니다. 인간의 감각기관 중 가장 먼저 반응하는 게 시각이니까요. 청중은 슬라이드가 나오면 자연스레 텍스트를 읽게 됩니다. 그러면 발표자의 이야기는 청각으로 들어옵니다. 그런데 내가 읽고 있는 내용과 들리는 내용이 다른 겁니다. 생각해보면 같은 의미일지라도 일단 들리는 단어가 다르면 인지 과정에서 혼란이 생깁니다. 청중 스스로가 그 두 단어를 연결해 이해한 다음 다른 이야기를 따라가야 하거든요. 그 과정이 반복되면 슬라이드나 발표자 중 하나를 선택해 수용하거나 슬라이드와 발표자 모두를 거부하게 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최대한 같은 표현을 쓰는 게 좋습니다. 발표자의 이야기를 먼저 듣고 같은 내용을 슬라이드에서 확인할 수 있게 하거나, 슬라이드에서 본 내용을 발표자가 다시 친절히 설명해주는 과정인 거죠. 내용의 반복은 강조가 되고 강조가 되면 말하는 바가 명확해지니까요.
영상 출처 : 11회 달콤한PT데이를 마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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