팹리스 유니콘 ‘파두’ 이지효 대표 “한국에 핵심 인재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올해 2월 반도체 팹리스 스타트업 ‘파두(FADU)’가 1조800억 원의 기업가치로 120억 규모 프리IPO(상장 전 지분투자)를 하며 유니콘 지위를 획득했다. 스타트업 펀딩 혹한기에도 불구하고 글로벌 시장에서 명확한 사업성과를 올리고 있다는 점이 높게 평가받았다.
파두는 주력 제품인 데이터센터용 SSD(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 컨트롤러와 이를 탑재한 SSD 제품군을 개발, 미국의 데이터센터와 메타 등 주요 빅테크 기업을 중심으로 고객을 확보했다. 양산 매출이 본격화된 지난해 매출은 2021년의 51억 원 대비 큰 폭으로 증가한 500억 원 후반대를 달성했고, 40억 원 수준의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흑자전환했다. 올해부터는 매출과 이익 실현이 본격화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2015년 설립된 파두는 한국 2세대 팹리스의 선도주자다. 앞선 세대 한국 팹리스들은 대기업에 납품하기 위한 제품을 개발하여 국산화, 단가 경쟁력 강화에 기여했으나 명확한 성장의 한계가 있었다. 파두는 처음부터 글로벌 시장을 타겟으로 제품을 개발했다. 특히 가장 큰 반도체 시장인 데이터센터 시장에 집중했다. 파두의 첫 제품군이자 현재 주력사업은 데이터센터용 SSD(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 사업이다. 파두의 제품은 읽기와 쓰기 성능은 물론, 최근 가장 중요한 화두로 떠오른 저전력, 저발열 측면에서 글로벌 최고 수준의 성능을 보이면서, 글로벌 선도 하이퍼스케일 데이터센터들에서 큰 관심을 받고 있다.
또한, 파두는 미국 빅테크 고객사들과의 돈독한 관계를 바탕으로 AI와 스트리밍(Streaming)이라는 데이터센터의 핵심 워크로드에 대응하는 다양한 반도체 제품군으로의 확장을 추진하고 있다. 해당 부문 개발 조직을 운영하고 북미 네트워크 반도체 업체 등에 대한 투자와 공동개발 프로젝트들을 진행중이다. 이를 바탕으로 2030년까지 데이터센터향의 다양한 반도체 제품군을 갖춘 매출 3조원 수준의 글로벌 팹리스 기업으로 성장한다는 계획이다.
파두는 한국 팹리스로서 역사를 써 내려가고 있다. 최초의 유니콘 팹리스는 물론이고, 이미 3개 제품을 성공적으로 상용화하여 미국 빅테크 업체들에 공급하고 있다. 2022년부터 양산을 시작해 첫 해 560억 원 매출, 영업이익은 46억 원을 달성했다.
파두는 지난해 초 NH투자증권을 대표 주관사로, 한국투자증권을 공동 주관사로 선정하고 특례 상장을 위한 기술성 평가도 진행해 지난해 하반기 AA 등급과 A등급을 받으며 상장 준비를 본격화했다.
이지효 파두 대표는 9일 전주 라한호텔에서 열린 ‘스타트업 생태계 컨퍼런스 2023′에서 회사의 핵심을 ‘인재’라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한국이라서 가능한 반도체 설계 인력이 회사의 핵심이다. 미국은 그간 반도체를 고민할 필요가 없었기에 20년 정도는 잊혀진 분야가 됐다. 근래 인공지능 기술의 발전이 가속화되며 반도체가 많이 필요해졌고, 기존 반도체 기술 혁신도 필요한 상황이 됐다. 한국은 반도체에 대한 관심과 인력, 역량을 충분히 쌓아왔기에 이들과 함께한다면 글로벌 반도체 생태계에서 큰 기회를 잡을 수 있다고 봤다. 한국에선 지속적으로 반도체 인재들을 양성해왔기 때문에 경쟁력을 갖췄다고 판단했다.”라고 창업 배경을 설명했다. 실제로 파두는 230여 명의 엔지니어가 재직 중이다.
창업 당시 함께한 30명 중 이탈한 인재는 한 명 뿐이다. 이는 명확한 성과 보상이 있었기 때문이다. 파두는 연초 통큰 성과급을 지급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고과에 따라 1000%를 훌쩍 넘는 성과급을 받은 직원도 있으며, 주니어급은 성과급만 5000만원에 달한다는 후문이다.
이지효 대표는 이상적인 팀을 만화 원피스에서 찾았다. 그는 “만화 원피스를 보면 주인공이 속한 해적단이 적과 싸우는 것이 자주 등장한다. 패턴을 보면 한 명 한 명이 거의 죽기 직전까지 싸우고 난 뒤 다음 인물에게 바톤 터치를 하고 들어온다. 자기 뒤를 이으러 가는 다른 동료에게 “나는 진짜 죽을 만큼 했다. 너도 죽을 만큼 안 하면 내가 뒤에서 죽여버리겠다”라고 독려한다. 나는 그게 되게 좋은 팀이라고 생각한다. 서로 최선을 다해서 할 걸 다 하고 믿는 거다. 파두도 그렇게 운영하려 노력 중”이라고 전했다.
이 대표는 “한국에서 어떤 산업이 가장 중요한지 물어보면 고민할 것 없이 반도체라고 이야기할 수 있다. 어떤 관점에서 보든 반도체만큼 중요한 사업은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사업 초기부터 글로벌 시장을 겨냥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 대표는 “국내 시장만 노릴 게 아니라 글로벌에서 경쟁한다는 생각으로 준비해야 한다. 팹리스 역시 큰 글로벌 시장이 있고 한국은 충분히 잘 해낼 역량이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8일과 9일 양일 간 열린 스타트업 생태계 컨퍼런스 2023에선 글로벌 스타트업 생태계 동향, 생태계의 다양성, 생성형 AI, 인구문제, 기후위기, 도시혁신 등 사회구조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스타트업의 역할 등 논의가 이루어졌다. 스타트업얼라이언스 주최로 매년 열리고 있는 이 컨퍼런스는 벤처투자자(VC) 및 액셀러레이터(AC), 대기업 CVC를 비롯해 공공 기관, 대학교 관계자들까지 참석하는 국내 스타트업 주요 이벤트 중 하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