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기술벤처 대표주자 3인이 말하는 한국형 기술 기반 스타트업의 현재와 미래
국내 최대 스타트업 테크 컨퍼런스, 비론치(beLAUUNCH) 2014의 오후 세션에서 주목한 부분은 <한국형 기술 기반 스타트업의 현재와 미래> 패널토론이었습니다. 이 세션의 패널들이 성공한 한국 벤처이자, 한국형 테크 스타트업의 대표주자, 엔젤 투자자, 멘토 등으로 불리우기 때문입니다. 바로노정석 파이브락스(5Rocks) CSO와 한재선 카이스트 교수, 그리고 류중희 퓨처플레이(FuturePlay) 대표인데요.
이들이 이날 진행한 패널토론 내용을 그대로 정리해 소개합니다.
류중희 대표(이하 류) : 소개 먼저 하고 시작하자.
노정석 CSO(이하 노) : 스무 살에 벤처를 처음 시작했다. 지금까지 총 네 번의 창업을 했는데, 2002년에 IPO 했고 두 번째 창업은 망했다(웃음). 세 번째는 구글에 M&A를 했고 지금은 파이브락스에서 CSO를 맡고 있다.
창업하면 선택안이 세 개다. IPO를 하거나 망하거나 M&A를 하거나. 이 세 가지를 다 겪어본 사람이다.
한재선 카이스트 교수(이하 한) : 카이스트에서 박사 과정을 마친 후에 넥스알이란 회사를 창업했다. 클라우드나 빅데이터라는 단어가 없었을 때인데, 그 두 가지를 포인트로 잡은 플랫폼 회사였다. 2011년에 KT에 인수시켰고 최근에는 투자 쪽에 있다.
류 : 저는 2000년에 첫 창업을 했고 2006년에 올라웍스를 창업했다. 올라웍스는 인텔에 인수돼 인텔에서 2년 정도 경험을 했다. 그 뒤 현재 퓨쳐플레이를 창업했다.
오늘 나눠보고자 하는 이야기는 국내 기술 기반 스타트업에 대한 것이다. 노대표님이 투자한 최사 중에 기술 기반 회사는 어떤 게 있나?
노 : 지금 있는 파이브락스도 기술 기반 회사다. 아주 극단적인 기술기반 회사는 2006년에 키웠었던 다이알로이드라는 곳이 있다.
류 : 기술기반 회사의 어려움은 무엇이라 생각하는가?
노 : 한국적인 환경이라고 말 하는데, 아무리 기술이 좋아도 기술 벤처는 살아남아야 한다. 그런데 시장의 수요가 없는 걸 무조건 차려가지고 최고의 기술이라고 말하는 건 애매하다. 기술이 기반이되 현재 수요가 있는 서비스와 융합돼야 한다. 다이알로이드는 운이 좋게 마켓 상황이 딱 맞물려서 가능했지만 오로지 기술만으로 승부하는 회사는 리스크가 크다.
한 : 저도 기술 기반 회사를 했지만 굉장히 어렵다. 다시 하라 그럼 안 할 것 같다(웃음). 소프트웨어 현실과 맞닿아 있는 건데, 고객이 소프트웨어에 대해 원하는 게 많다. 사용은 편리해야 하는데 가격은 낮아야 하고 그런 것 말이다. 기술만 있으면 할 수 있을 거라고 처음부터 시도한 건데 이런 문화적인 부분에서 어려움을 겪은 적 있다.
류 : 아무리 기술이 좋아도 팔 수 없으면 힘들다는 게 결론인데, 기술로 승부 보겠다고 창업하는 건 어리석은 일인가?
노 : 그 마음으로 한다면 머리를 잘 써야 한다. 우리나라가 기술 기반 산업이 안 된다고 하는 건 시장의 규모가 작기 때문이다. 시장 규모가 큰 나라의 경우는 다른 회사나 고객이 있고 연결할만한 기회가 많기 때문에 가능하다.
류 : 기술 회사가 서비스 회사보다 규모는 작아도 M&A될 기회는 크다고 보는데?
한 : 정말 머리를 잘 써서 좋은 아이템만 찾으면 당연한 말이다. 경험을 사례로 들자면, 지금에야 빅데이터가 이슈화 되고 있지만 제가 창업할 때만 해도 빅데이터라는 말 없었다. 그런데 4, 5년이 지나니까 대부분이 다 쓰고 있다. 즉, 당장 어떤 이익을 발생시킨다는 게 아니라 향후에 꼭 필요한 기술을 개발할 수 있다면 다른 서비스 벤처보다 훨씬 승률이 높다고 생각한다. 어려우니까 시작을 많이 하지 않는데, 이를 기회로 삼을 수 있고 말이다.
류 : 최근 업계에 대기업 출신들이 많이 생기는 것 같다.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나?
노 : 데이터를 근거로 말할 순 없지만, 체감 상 정말 많이 나오는 것 같다. 이건 결국 선택의 문제다. 안정성이냐 모험이냐의 선택. 2년 전만 해도 안정성을 벗어나는 걸 꺼리는 분위기였는데 최근에는 한 살이라도 젊었을 때 모험 한번 해보자는 생각이 많이 퍼지는 것 같다. 이는 최근 엑싯의 케이스가 많이 나오는 것도 영향이 있다고 본다. 그런 관점에서 개인적으로는 앙트러프러너들의 엑싯(Exit, 투자회수)을 많이 도와주고 있다.
류 : 특정 분야에 대해 공부를 했다. 그런데 이걸로 당장 사업을 하기엔 어려움이 있다. 즉 안 팔리는 기술을 갈고 닦은 사람은 만났다면 어떤 조언을 해줄 것인가?
노 : 일단 그러면 안 된다(웃음). 사실 그런 분들 많이 보기는 한다. 그러나 기술로만 이야기 하면 안 된다. 내가 가진 기술력과 시장이 원하는 것의 핏(Fit)이 잘 맞아야 한다. 또한 어떤 계획을 하고 그게 안 됐을 때의 플랜들이 있어야 한다. 주로 내가 조언하는 것은, 첫 3년 동안 시장에서 어떤 일이 일어날지 시나리오를 한 번 써보라고 한다. 그러면 생각보다 리스크나 변화에 대한 대비가 가능해진다. 앞으로 어떤 타이밍이 올 것이고, 그때 우리는 어떤 포지션을 가지면 되겠다는 판단 같은 것 말이다.
한 : 동의한다. 기술을 가진 사람을 만나면 진짜 기술만 하더라. 고객이 어떻게 쓸 수 있는 지는 관심을 두지 않는다. 내가 말하는 건 도메인 먼저 정하라는 것이다. 파이브락스의 경우 애널리틱스를 하는 회산데, 애널리틱스의 객체가 게임이다. 이것 저것 하지 않는다는 말이다. 이렇게 이렇게 집중시키는 게 중요하다. 일반적인 기술 가지고 투자해달라고 하는 건 시장개척의 한계가 분명하기 때문에 성사되지 않는다. 도메인을 선택하고 집중해야 고객이 생기고 확장되는 거다. 기술만 하는 사람들이 정말 어려워하는 부분이 이 부분이다. 포지션을 잡는 것 말이다.
노 : 기술 창업이라면 ‘창업’에 무게가 더 있어야 한다. 기술만 내세우면 안 된다는 말. 파이브락스 예를 들어주셨는데 우리 역시 포지셔닝에 대한 시행착오가 있었다. 지금에야 성과가 있으니까 잘 말할 수 있는 건데, 당시만 해도 엄청난 두려움과 고민이 있었다.
류 : 엔지니어가 시장을 이해하기 위해 공부하려면 어떻게 하면 좋은가?
노 : 답이 없다. 결국 다 잘해야 하기 때문이다. 창업에서 대표의 포지션을 가장 중요하게 보는데, 대표는 종합예술가여야 한다. 엔지니어면서 기획도 해야 하고 영업도 할 줄 알고 인문학적 가치를 가지고 있어야 하고 말이다. 앞에 언급한 것처럼 미래에 대한 시나리오를 쓸 줄 알아야 하는데 그러려면 다방면에 대한 이해가 깊어야 하기 떄문이다.
한 : 내가 가진 기술이 이 세상에 어떤 기여를 할 수 있는지에 대한 고민을 하다보면 디벨롭할 부분이 보일 거다. 이게 고객의 니즈를 파악하는 과정이다. 이를 하려고 하면 속도가 너무 느리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꼭 필요한 과정이다.
류 : 오늘 이야기는 기술 기반 스타트업을 만들려면 기술 외적인 것에 더 관심을 많이 가지고 내가 가진 기술과 융합해야 한다는 것으로 요약할 수 있을 것 같다. 참여해주셔서 감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