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있는 한박’s 테크 #1] 베이글랩스, ‘킥스타터 135만 달러 펀딩’ 노하우
킥스타터와 인디고고 등 글로벌 크라우드소싱 서비스들이 하드웨어 스타트업에게는 제품을 알릴 수 있고 초기 고객을 유치할 수 있는 좋은 플랫폼으로 자리 잡아 가고 있다. 하지만, 캠페인을 성공시키고 바이럴을 끌어내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특히, 이제 막 시도해 보려는 스타트업에게는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도 막막하다.
최근 국내 스타트업으로서 킥스타터 캠페인에서 큰 성공을 거둔 베이글랩스에서 킥스타터 경험과 노하우에 대해 하드웨어 퓨처포럼에서 공유하는 자리를 가졌다. 하드웨어 퓨처포럼은 퓨처플레이 피투자사 중에 하드웨어 관련 스타트업들이 정기적으로 모여 경험과 노하우를 공유하고, 협력을 도모하는 모임이다.
퓨처플레이 하드웨어 퓨처포럼
베이글랩스에서 킥스타터에 올린 제품은 스마트줄자로서 스마트하게 길이를 측정하고 기록할 수 있는 제품이다. 6월 29일 캠페인을 시작하여 8월 3일 마칠 때까지 35일 동안 135만 달러를 달성했다. 처음 목표로 설정한 3만 달러의 4500%에 달하는 성과라고 할 수 있다.
베이글랩스 킥스타터 캠페인 최종 성과
이런 성과를 달성하기 위해 베이글랩스는 캠페인 시작 5개월 전부터 준비했고, 캠페인 기간에는 두 명의 담당자가 미국에 상주하면서 현지 대응하는 노력을 쏟았다. 그러면 베이글랩스는 어떻게 캠페인을 성공하게 되었는지 중요한 포인트를 짚어 보도록 하자. (주의 : 이 내용은 베이글랩스 캠페인에 국한되어 있기 때문에 다른 캠페인에서는 다를 수 있음)
1) 킥스타터 vs. 인디고고, 어디로 갈 것인가?
두 서비스는 각자의 장단점을 가지고 있다. 트래픽 측면에선 단연 킥스타터가 갑이다. 인디고고에 비해 3배나 많다. 반면, 인디고고는 편의성 측면에서 장점을 가지고 있는데 플랫폼 자체의 커스터마이징이 수월하고 트래픽 분석도 편리하다. 재밌는 사실은 두가지 서비스를 모두 이용할 수도 있다는 점인데, 킥스타터 캠페인에서 성공하면 동일한 제품으로 인디고고 InDemand로 캠페인을 계속 진행할 수 있다. 아쉽게도 킥스타터에는 그런 프로그램이 없다. (캠페인이 성공하면 인디고고에서 알아서 연락온다는 후문) 베이글랩스는 트래픽 측면을 고려하여 킥스타터를 선정했고, 135만달러로 성공적으로 캠페인 마친 후 현재 인디고고 InDemand에서 30만달러 이상의 추가 주문을 받고 있다.
베이글랩스 인디고고 InDemand 캠페인
2) 언제 시작할 것인가? – 대형 이벤트는 피하고 최소 3개월 전부터 준비
베이글랩스는 올림픽 기간을 피하고자 6월 말 시작하여 8월 초에 끝냈다. 올림픽이나 월드컵과 같은 국제적인 대형 이벤트가 있으면 관심이 그쪽으로 쏠리고 제품도 스포츠 관련 제품 위주로 관심을 끌기 때문에 피해야 한다. 또한 8월은 휴가철로서 트래픽이 현격히 줄어들기 때문에 피해야 할 시기다.
그리고 준비해야 할 사항들이 많기 때문에 최소 3개월 전부터 준비해야 한다. 특히 해외 미디어의 경우 프로세스가 오래 걸리기 때문에 런칭 3개월 전부터 미리 컨택하고 프레스 릴리즈 일정을 조율할 필요가 있다.
3) 제품의 가격과 목표 설정은 어떻게 해야 하나? – 목표액, 가격, 수량 전략적인 결정
목표액 설정에 있어서 정답은 없다. 너무 작지도 않고 너무 크지도 않은 목표액 설정이 중요한데, 특히 추후 달성률이 지속해서 회자되기 때문에 마케팅 차원에서 너무 무리한 금액을 설정하지 않는게 낫다. 베이스 가격과 수량을 어떻게 정할지도 중요한데, 그 이유는 캠페인에 늦게 참여하는 사람들이 손해라는 느낌을 가지지 않도록 구조를 잘 만들어야 하기 때문이다. 또한 어느 정도 성과를 달성하면 백커(후원자)들이 스트레치 골을 요구하는 게 일반적이기 때문에 캠페인 시작 전에 미리 고려해 두는 게 필요하다. 왜냐면 색상, 액세서리 추가 등은 제조 단가를 높이는 요소이기 때문에 세심하게 설계하지 않으면 손해를 볼 수도 있다. 그래서 처음부터 너무 많은 옵션을 기본으로 제공하지 말고, 스트레치 골로서 제시하는 게 좋은 전략일 수 있다.
4) 무엇을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가? – 중요도가 다르다. 선택과 집중이 필요
베이글랩스의 경우 비디오 마케팅 > 언론 홍보 > 초반 부스트 > 캠페인 페이지 순으로 중요하다고 한다. 보통 캠페인 페이지 만드는데 리소스를 많이 쓰는데 생각보다 효과는 좋지 않았다고 한다. 이런 중요도에 따라 리소스 분배를 현명하게 해야 한다. 각 요소에 있어서 주의할 점을 살펴보자.
ㄱ. 비디오 마케팅: 퍼가는 사람이 편집하기 쉽게, 소리 없이도 이해하기 쉽게 제작해야 한다. (업무 시간 중에 보는 비율이 높음) 유사한 제품의 비디오를 연구하여 상황별로 콘티를 작성해서 외주 촬영 업체와 협의해야 좋은 결과물을 얻을 수 있다. 베이글랩스는 이를 위해 130페이지 파워포인트 콘티를 작성했다고 한다. 제작한 비디오를 어떤 채널에 뿌릴 것인지도 중요한데, 이번 캠페인 60% 이상의 트래픽이 페이스북에서 왔다고 한다. 특히, 타깃 고객층이 주로 방문하는 페이스북 페이지에 비디오가 플레이되도록 광고하는 것도 좋은 전략이다.
베이글랩스 킥스타터 캠페인 비디오
ㄴ. 언론 홍보: 캠페인 시작하는 시점에 해외 미디어와 접촉하면 이미 늦다. 런칭 3개월 전부터 미디어와 접촉해야 하고 이를 위해 미리부터 해외 유명 테크블로거나 기자들과의 네트워크를 만들어 놓아야 한다. 유명 전시회에 참석해서 기자들과 네트워킹하거나 콜드 이메일로 공략해야 한다. 해외 미디어를 찾으려면 Submit.co를, 관련된 분야를 커버했던 기자를 검색하려면 Hey Press에서 시작하면 도움된다.
베이글랩스의 기사가 나간 해외 미디어들
ㄷ. 초반 부스트 : 초반에 백커를 최대한 확보하여 Kickstarter Popular에 선정되는 것이 캠페인 성공의 지름길이다. 이를 위해 캠페인 오픈 시점에 집중하여 마케팅 및 세일즈할 필요있다. 언론 홍보부터, 뉴스레터 발송, 지인 찬스까지 할 수 있는 모든 노력을 쏟아부어야 한다. 베이글랩스의 경우 캠페인 오픈 15시간 만에 목표액을 달성하고 19시간 만에 200%를 달성했다. 이를 위해 오픈하는 시점도 중요한데, 킥스타터에서는 수요일이 가장 좋다고 하고, 한국 시간 오후 6시 정도 오픈하면 미국 서부 새벽 2시, 동부 새벽 5시로 세일즈가 순차적으로 이어질 수 있다.
ㄹ. 캠페인 페이지 : 유사 제품 캠페인 페이지 몇 개를 참고하여 제작하면 된다. 외부 미디어/블로그가 퍼가기 좋게 만들고 SEO를 위해 텍스트는 최대한 이미지에 넣지 않고 텍스트로 두어야 한다. 해외 인터넷 속도를 고려하여 이미지는 10MB를 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5) 캠페인 진행 중 관리는 어떻게 하나? – 다양한 분석툴 활용
킥스타터 트래픽을 Google Analytics로 관리할 수 있다. 이를 통해 실적이 좋지 못한 나라별 타깃 마케팅을 진행하거나 미디어 기사 트래킹 및 대응 등 보다 적극적인 마케팅을 진행할 수 있다. 이외에도 Kicktraq 같은 킥스타터에 특화된 관리 서비스가 있으니 활용하면 좋다. 그리고 캠페인 페이지에 꽤 많은 댓글이 달리고 문의가 들어온다고 한다. 이에 대한 대응을 건건이 할 수는 없지만, 그렇더라도 불성실하다는 이미지가 들지 않도록 정기적으로 답변해 줄 필요가 있다. 베이글랩스는 이를 위해 2명의 실무자가 교대로 적극적으로 대응했다.
베이글랩스 Kicktraq 캠페인 화면
6) 킥스타터 백커들의 특징은 무엇인가? – 경제력 있는 직장인
베이글랩스에서 트래픽을 분석해 봤을 때 오후 4시에서 7시 사이가 가장 트래픽이 많았다고 한다. 아마 경제력 있는 직장인들이지 않을까 유추해 볼 수 있다. 주말에 트래픽이 확 줄어드는 것도 이러한 추측을 뒷받침해 준다. 그리고 국가별로는 미국이 40% 가까이로 가장 많고 영국, 캐나다 등이 그 뒤를 잇고 있다. 즉, 영미권 시장이 중요함을 알 수 있다. 또한 후원의 절반 가까이는 킥스타터 내에서 나오는 것으로 봤을 때 킥스타터 유저의 후원 비율이 매우 높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들에게 잘 어필할 수 있도록 캠페인을 설계하고 마케팅하는 게 좋은 전략일 수 있다.
7) 어떻게 배송할 것인가? – 복잡한 요소가 많으므로 미리 계획해 두는 게 좋음
운송방법, 박스 부피와 무게, 대상 국가 등에 따라 운송 비용이 천차만별이다. 캠페인 시작하기 전에 포장에 대해서도 대략 결정해서 견적 받아보고 운송 비용 계획을 수립해 두는게 좋다. 소량인 경우 항공운송이라 비용이 높기 때문에 가급적 해상을 통한 대량 운송이 유리하다. 하지만, 백커들의 국가가 다양하므로 우리가 컨트롤하기 쉽지 않다. 또한 지역별로 부가세 기준과 방법이 다르고(유럽의 경우 본인이 부담), 해상 운송의 경우 사업자가 받아 최종 배송해야 하기 때문에 인증 절차(미국 FCC, 유럽 CE 등)가 필요하므로 리드 타임을 고려해야 한다.
마케팅 이전에 제품이 성공의 핵심
이런 노하우들을 미리 숙지하고 잘 준비하면 킥스타터 캠페인 성공에 한 걸음 다가갈 수 있다. 이 과정에서 대행사(에이전시)의 도움을 받을 수도 있다.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대행사의 도움은 방향을 잡아주고 시간을 절약해 주는 역할을 할 수 있지만, 분명히 염두에 두어야 할 점은 킥스타터를 전담으로 맡는 담당자를 회사 내에 꼭 두어야 한다는 점이다. 아무리 외부 업체가 도와준다고 해도 우리 회사 직원만큼 제품과 회사를 잘 이해하고 있는 사람이 없고, 그만큼 애정을 가지고 일할 수 없기 때문이다. 또한 대행사에서 무리한 성공보수를 요구하지는 않는지도 잘 판단해야 할 점이다.
베이글랩스 박수홍 대표의 마지막 조언이 결국 핵심일 것 같다. “마케팅으로 아무리 조미료를 쳐도 결국 제품이 형편없으면 말짱 소용없다. 제품이 가치 있고 잘 나와야 캠페인도 성공할 수 있다. 베이글랩스는 이를 위해 1년을 준비하고 세 번의 시제품을 거쳐서 캠페인을 시작한 것이다.” 역시 모든 성공에는 이유가 있는 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