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와 뉴스 유통의 미래 “혁신은 기존 플레이어들이 만들지 않는다!”
비론치2014 두 번째 날인 15일 미디어 관계자들이라면 주목할만한 세션이 진행되었다. ‘콘텐츠와 뉴스 유통의 미래’라는 주제로 치즈버거 네트워크 벤 허 대표, 에릭 알렉산더 플립보드 부대표가 진행한 패널토론이 그것이다. 사회자 역시 미디어 관계자로, 월스트리트저널 알래스테어 게일 한국 지사 국장이 맡아 진행했다.
토론자들을 간단히 소개 하자면, 벤 허 대표는 대표는 매달 4억 명이 방문하는 미국의 유머 사이트 ‘치즈버거 네트워크’를 키운 인물로 인터넷의 주요 문화 요소와 유행하는 것들을 주류로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에릭 알렉산더 부사장은 전세계 10억 명이 넘는 구독자를 확보한 플립보드의 아시아 지역 총괄 임원으로 최근 1~2년 사이에 급격히 시장이 성장한 한국, 일본, 중국 내 플립보드 관련 비즈니스를 담당자다. 진행자로 나선 알래스테어 게일 국장은 2011년부터 월스트리트저널(The Wall Street Journal)의 한국지사를 총괄해 온 인물로, 아시아 지역 전문가로 인정받고 있다. 각설하고.
이들이 전망하는 ‘콘텐츠와 뉴스 유통의 미래’ 패널토론을 일문일답 식으로 정리해서 소개한다.
두 분은 새로운 시대에 걸맞는 방식으로 콘텐츠를 유통하고 있다.
벤 허 대표(이하 허) : 우리 나름의 방침이 있다. PC와 모바일이 다르듯이, 각각의 디바이스에 걸맞는 콘텐츠와 그에 최적화된 콘텐츠를 제공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게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에릭 알렉산더 부사장(이하 알렉산더) : 우리도 디바이스를 우선적으로 고려한다. 우리도 서비스를 처음 기획했을 때는 고민이 많았다. 심지어 브라우저를 새로 만들어야 하는지까지 생각했다. 하지만 대중의 콘텐츠 소비 패턴이 달라질거라 예상했고, 아이패드가 그 중심이 될거라고 봤다. 단정적으로 말해 플립보드라는 서비스가 가능했던 배경에는 아이패드가 있다. 터치를 통해 구동되는 제품이기 때문에 사람들이 종이신문 대신 많이 활용할거라고 예상했다. 그래서 초기 플립보드는 아이패드에 최적화 시켜 내놓았다.
뉴욕타임즈와 같은 올드미디어 중에 제대로 잘 적응한 플레이어들은 누가 있다고 보나?
벤 : ‘이노베이터의 딜레마’라는 책이 있다. 그 제목 그대로 현재 우리가 현재 겪고 있는 것이 이노베이터 딜레마라고 본다. 기존 기술이나 트랜드에서 다른 기술과 트랜드로 변화와 혁신을 주도하는 것은 기존 플레이어들이 하는게 아니라 새롭게 등장하는 플레이어들이 한다고 본다.
질문과는 무관하겠지만, 한 가지 짚고 넘어갈 것이 있다. 미디어 기업들은 기술보다 콘텐츠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과연 그럴까? 오늘날 세상에는 너무나 많은 콘텐츠가 생산되고 있다. 미디어 기업에서도 생산되지만, 그보다 일반 사용자가 만드는 콘텐츠가 훨씬 많다. 그렇다보니 콘텐츠의 평균가치가 줄어들 수 밖에 없다. 제로를 향해 가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콘텐츠의 퀄리티보다는 제공하는 방식을 더 고민한다. 앞으로 대중은 콘텐츠에 비용을 지불하려 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물론 올드미디어에 여전히 많은 이들이 구독료나 콘텐츠 비용을 지불 하지만 금융적인 콘텐츠에 한정되어 있다.
알렉산더 : 파이넨셜타임즈나 가디언 등이 잘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로 봤을 때, 콘텐츠 분야는 여전히 유망하다고 본다. 하지만 10년 후 뉴스 매체에 가입해 구독하는 사용자들은 상당히 적을 것이라 본다. 사용자들은 뉴스매체에 들어가 뉴스를 소비하기 보다 SNS 등에서 콘텐츠를 소비하는 추세다. 콘텐츠에 기꺼이 비용을 지불하는 독자는 점차 줄어들 것이다.
벤 : 한 가지 예를 들어보자. 마이클 잭슨이 사망했을때, 수많은 팩트와 추측 보도가 있었다. 당시 구글에서 뉴스검색을 하면 1,800개의 유사한 기사가 있다고 검색이 됐다. 모두 같은 내용인데 1,800개의 복사본이 있었다는 것이다. 다시말해 1,799개는 쓸모가 없었다는 거다. 그래서 제대로된 제공방식이 중요한 거다.
월스트리트저널과 같은 미디어들은 어떤 이슈를 취재할 때 많은 작업이 필요하다. 사건 현장에 기자도 내보내야 하고 확인 과정도 거쳐야한다. 전통미디어의 방식이고 품이 많이 들어가는 작업이다. 하지만 써커(Circa)를 보면 다소 억울한 마음도 있다. 콘텐츠는 우리와 같은 미디어들이 만드는데 당신들은 유통만 해서 돈을 번다. (웃음)
벤 : 우리는 법이 허용한 범위, 인용이 가능한 범위 내에서 서비스하고 있다. 우리도 미디어들과 분배를 할 수 있을만큼 광고 수익이 많으면 좋겠다. 하지만 월스트리트 저널이 더 잘 벌지 않나? (웃음) 사실 우리만의 독자적인 콘텐츠를 갖고 싶지만 쉽지 않다. 그리고 전통미디어들의 방식에 비할바는 아니지만, 우리도 나름의 사실 확인 과정을 거치긴 한다.
알렉산더 : 게일 국장이 말했듯이, 월스트리트저널과 같은 미디어들은 많은 비용을 들여 취재를 한다. 그들이 없으면 우리도 어렵다. 우리가 잘하는 것은 소프트웨어를 만들고 디자인을 제대로 해서 소비자들을 모으는 것이다. 즉 기술적인 부분이다. 그래서 기존 미디어들에게 기술적이고 실질적으로 도움이 될 부분이 없는지 많은 매체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우리는 매체들이 우리와 함께해서 더 수익이 나게끔 도우려 한다. 이렇게 파트너사와 상생하는 동시에 사용자들에게는 좋은 경험을 제공하려 한다.
한국은 뉴스를 무료라고 생각한다. 몇몇 매체에서 유료 프리미엄 콘텐츠를 제공하고 있지만 실구매자는 미미하다. 월스트리트저널도 한국에서 어떻게 수익화를 할지 고민하고 있다. 뉴스 비즈니스를 통해 어떻게 수익을 낼 수 있을까?
벤 : 쉽지 않은 질문이다. 저널리즘 전체를 봤을 때 비즈니스 모델이 각자 다를 수 밖에 없다고 본다. 현재는 전환기라고 본다. 다만 취재비용 절감을 통한 방법은 어떨까 싶다. 뉴스 콘텐츠에서 가장 많은 비용이 드는 것은 현장에 찾아가서 취재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기자가 직접 내려갈 필요 없이 현지인을 활용하면 비용을 줄일 수 있다고 본다. 그리고 게일국장이 말한 뉴스는 현장 취재 뉴스를 말하는 것이지 전체 뉴스는 아니라고 본다. 경제 전문가의 분석이나 인사이트는 그런 과정이 필요없다.
알렉산더 : 어려운 질문이다. 플립보드도 많은 고민을 하고 있다. 대부분의 사용자들은 배너광고를 좋아하지도 일부러 누르려 하지도 않는다. 디자인적으로 흉측하기 까지 하다. 콘텐츠와 어울리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다른 예를 들어보자. 사람들은 광고를 좋아하지 않지만, 보그(패션잡지)는 다르게 본다. 보그에서 광고가 전혀 없다면 허전하게 여길 것이다. 왜 그럴까? 광고가 아름답고 콘텐츠에 녹아들어 있기 때문이다. 루이비통의 경우 안젤리나 졸리를 활용한 광고를 한다. 광고라기 보다는 훌룡한 콘텐츠다.
그래서 우리는 광고를 아름답게 만드려 하고 콘텐츠와 붙여 놓는 것이 아니라 한 페이지 전체를 활용한다. 그리고 모든 디바이스에 최적화 시켜 내보낸다. 이런 전략이 나름 반응이 좋다. 심지어 광고만 따로 구독하는 사용자들도 있다. 광고가 또 하나의 출판 형식이 된 것이다. 물론 어려움은 있다. 광고주와 브랜드에게 우리의 의도를 잘 이해시키는 것이 녹록치는 않다. 이들과 협력해서 광고의 퀄리트를 높여야 한다고 본다.
벤 : 우리는 광고를 재미있게 만드려 한다. 우리 소비자들은 자신을 웃겨 달라고 한다. 우리는 그들이 원하는 광고를 만들려고 노력하는 동시에 콘텐츠와 동떨어지지 않은 광고를 만들고 있다. 소비자들은 그런 광고에 좋은 반응을 한다.
(이하 청중 질문)
두 사람이 보기에 종이신문이 언제까지갈거라고 보는가? 존속할까? 아니면 사라질까?
벤 : 포멧의 문제다. 시간이 지나면서 어떻게 포멧이 바뀌느냐다. 사라지기 보다 다른 형태로 재편될 것이다.
알렉산더 : 기술은 점점 발전하고 있다. 플랙서블 디바이스도 등장하는 중이고. 종이가 디지털 포멧으로 등장하지 않을까 싶다. 플립보드 사용자들은 일요일 오전에 가장 많이 콘텐츠를 소비한다. 일요일 오전 아이패드로 신문을 읽는 거다. 과거 일요일 아침에 종이신문을 읽으며 커피를 마시던 습관이 종이신문에서 아이패드로 대체된 것이다. 물론 종이 신문이 완전히 사라질 거라고 생각은 안한다. 하지만 독자들의 이탈은 분명 많을거라 생각한다.
UCC형태의 뉴스와 전통 매체의 결합이 가능하다고 보는가?
벤 : ucc가 전문 기자들의 콘텐츠를 대체하기는 어렵다고 본다. 과거 일반인을 기자를 만드려는 시도가 있었다. 하지만 성공적인 결과를 얻지는 못했다. 기존 매체와 UCC는 상호 보완적인 관계지 대체 관계는 아니라고 본다.
알렉산더 : 나도 벤의 의견에 동의한다. UCC만으로 뉴스매체를 대신할 수는 없다고 본다. 금융분석 기사를 보려할 때 대중은 뉴욕타임즈 등 기존 매체를 신뢰하지 UCC를 신뢰하지는 않는다. 더불어 윤리적인 부분에 대한 신뢰도 전자에 무게가 실린다. 나역시 UCC는 기존뉴스와 어우러지는 보완관계라고 본다.
나에게 최적화된 믿을만한 정보는 어떻게 얻을 수 있을까? 그리고 광고가 콘텐츠가 된다는 것은 수많은 양질의 광고를 만들어 독자에게 제공해야 한다는 것인데, 광고 제작 비용과 광고주가 지불하는 금액의 균형이 맞는지도 궁금하다.
벤 : 콘텐츠를 개인화시키면 된다고 본다. 미래에는 알고리즘으로 처리가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소프트웨어나 클라우드 등 기술을 활용하면 신뢰할 수 있는 콘텐츠, 개인에게 적합한 콘텐츠인지 알 수 있다. 이런 형태로 미래에는 더 많은 미디어 콘텐츠를 빠르게 소개하는 방향으로 갈 것이라고 예상한다. 3년안에 이런 변화가 있을 것이다.
알렉산더 : 실리콘밸리에서는 알고리즘을 통해 모든것을 다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도 알고리즘을 활용한다. 하지만 우리는 15명의 편집자들의 손을 거쳐서 콘텐츠를 내보낸다. 그렇게 해서 기사와 광고를 매칭시킨다.
벤 : 우리도 아직까지는 사람의 손을 더 믿는다. 아직까지 기술적인 알고리즘이 모든것을 해결할 수 있다고 보지는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