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앤리의 스타트업×법] 인테리어 공사 하도급 업체의 직접지급 청구 거부할 수 있을까
고객사가 최근 계약도 하지 않았고 모르는 업체로부터 내용증명을 받았다고 급히 연락이 온 적이 있었습니다. 내용증명을 확인하니 내용은 이러했습니다. 고객사가 인테리어 시공업체에 공사를 맡겼는데, 그 시공업체가 철거공사 공정은 다른 철거 전문 업체에 맡겼고, 그 철거 업체는 철거공사에 대한 대금을 받지 못하였다면서 고객사에게 직접 대금을 지급하여 달라고 내용증명 우편으로 청구한 것이었습니다. 그 당시 인테리어 공사는 거의 완료되었고 이미 계약금과 중도금을 지급한 상태였는데요.
고객사는 이미 자신과 공사도급계약을 체결한 시공업체에게 중도금까지 지급한 상황에서, 자신과 계약을 체결하지도 않아 대금 지급을 할 의무도 없는 업체에게 요구하는 공사대금을 지급을 하여야 하는지 물어 보았습니다. 상식적으로 생각하면 계약을 하지도 않았고, 당연히 철거업체와 계약을 체결한 인테리어 시공업체가 대금을 지급하여야 할 의무가 있다고 보는 게 타당한데요. 고객사는 철거업체의 요구를 정당하게 거부할 수 있을까요?
수급사업자(하도급업체)에 대한 하도급대금의 직접 지급 의무
위와 같은 사안은 법적으로 전형적인 하도급거래에 해당하는 것으로 하도급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이하 ‘하도급법’)이 적용됩니다. 하도급법에 따르면, 고객사는 인테리어 공사를 인테리어 시공업체에게 도급한 ‘발주자’이고, 공사를 도급받은 인테리어 시공업체는 ‘원사업자’에 해당하며, 인테리어 공사 중 철거공사 부분을 원사업자로부터 위탁받은 철거업체는 ‘수급사업자’라고 합니다. 다르게 말하면, 고객사는 도급인, 인테리어 시공업체는 수급인, 철거업체는 하수급인이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이 사안에서 문제되는 수급사업자의 발주자에 대한 직접 지급 의무는 하도급법 제14조에서 정하고 있습니다. 하도급법 제14조 제1항에 따르면, 발주자는 특정한 사유가 발생한 때에는 수급사업자가 위탁받은 업무를 수행한 부분에 상당하는 하도급대금을 그 수급사업자에게 직접 지급하여야 합니다. 어떻게 보면 발주자 입장에서는 내가 부담하지도 않는 의무를 부담하여야 하는 것이므로, 부당하다고 주장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하도급거래의 특성상 수급사업자는 매우 불리한 지위에 있을 수밖에 없기 때문에 수급사업자의 보호를 위해 하도급법이 제정되었고, 특히 원사업자의 지위 남용으로 대금을 지급이 곤란해진 경우 수급사업자를 보호하기 위하여 수급사업자의 직접지급 청구 제도가 만들어진 것입니다.
하도급법 제14조 제1항에 따라 수급사업자의 직접지급 청구권이 발생하는 특정한 사유는 4가지가 있습니다. 주로 원사업자의 지급정지, 파산, 면허 취소 등으로 하도급대금을 지급할 수 없게 된 경우(1호)나 원사업자가 지급하여야 하는 하도급대금의 2회분 이상을 수급사업자에게 지급하지 아니한 경우(3호)에 수급사업자가 하도급대금의 직접 지급을 요청한 때가 있는데요.
위 사안에서는 원사업자인 시공업체가 하도급대금을 2회분 이상 지급하지 않은 상황에서 수급사업자인 철거업체가 발주자인 고객사에게 하도급대금의 직접 지급을 요청한 때에 해당하였습니다. 그렇다면, 고객사는 철거업체의 직접지급 요청을 그대로 수용할 수밖에 없을까요?
발주자가 원사업자에게 지급한 도급대금에 수급사업자의 하도급대금에 해당하는 부분이 포함된 경우라면
그러나 이러한 경우에도 발주자인 고객사가 무조건 하도급대금을 직접 지급해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하도급법 제14조 제4항은 “제1항에 따라 발주자가 해당 수급사업자에게 하도급대금을 직접 지급할 때에 발주자가 원사업자에게 이미 지급한 하도급금액은 빼고 지급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우리 대법원은 위 규정과 관련하여 “도급인으로서는 구 하도급법 시행령 제4조 제3항에 따라 수급인에 대한 대금지급의무를 한도로 하여 하도급대금의 직접지급의무를 부담하되, 구 하도급법 제14조 제4항에 따라 하수급인의 하도급대금에서 도급인이 수급인에게 이미 지급한 도급대금 중 당해 하수급인의 하도급대금에 해당하는 부분을 공제한 금액에 대하여 직접지급의무를 부담”한다고 설명하고 있습니다(대법원 2011. 7. 14. 선고 2011다142194 판결).
즉, 발주자가 원사업자에게 이미 지급한 도급대금에 하도급인이 진행한 공정에 대한 대금이 포함된 것으로 볼 수 있다면, 그 대금 부분은 빼고 직접지급의무를 부담한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위 사안의 경우, 발주자인 고객사가 이미 시공업체에게 계약금 및 중도금을 지급하여 전체 대금의 60% 이상을 지급하였고, 철거공사는 전체 인테리어 공사 중 초기 공정에 해당하여 이를 완료한 이후에야 본격적인 인테리어 공사가 이뤄지는데, 그렇다면 고객사가 시공업체에게 지급한 금액이 적어도 철거업체의 철거공사 부분에 해당하는 공사대금을 훨씬 상회하므로, 고객사는 철거업체가 시공한 철거공사 부분에 해당하는 공사대금의 지급을 이미 완료한 상태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래서 고객사는 철거업체에 대하여 하도급대금인 철거공사 대금의 직접 지급의무를 부담하지 않는다는 결론에 이른다고 할 것입니다.
사업을 하면서 다양한 도급계약을 체결하게 되고 이에 따라 불가피하게 하도급거래 관계의 당사자가 될 수 있습니다. 그러면 위 사안처럼 예상치 못하게 하도급 업체의 직접 지급 청구를 받을 수도 있는데요. 계약을 체결한 수급인에게 착실히 정해진 일정에 따라 공사대금을 지급한 경우라고 한다면, 이러한 직접 지급 청구를 정당하게 거절할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모르는 업체로부터 공사대금의 직접지급을 청구하는 내용증명을 받게 되더라도 당황하지 마시고 지금까지 지급한 도급대금과 그 하도급업체가 담당한 공정 및 청구하는 대금액수 등을 꼼꼼하게 살펴보신다면 불필요한 분쟁에 휘말릴 가능성은 거의 없을 것입니다.
최앤리 법률사무소 문재식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