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거 내가 해봐서 아는데 안 돼요” 당신은 팀원의 아이디어를 어떻게 관리하고 있는가?
어느날 경천동지할 아이디어를 들고 왔다는 자신감으로 한껏 고무된 팀원이 당신을 찾아왔다. 본인은 획기적인 아이디어라고 열정을 다해 이야기 하지만, 별것 아닌 내용이다.
대표님, 이번에 우리 서비스를 이렇게 바꾸면 어떨까요?
그거 예전에 내가 해봐서 아는데 안 돼요.
여러분이 경영자라면 이런 상황이 없었나 기억을 되짚어 보라. 이럴때 당신은 어떻게 대처해 왔는가? 바쁘다는 핑계로 단답식, 부정적 답변을 했는가? 아니면 팀원이 제시한 아이디어를 발전시킬 수 있는 피드백을 했는가?
수많은 스타트업 팀원과 직장인들이 자신의 아이디어를 발전시켜 조직에 필요한 가치있는 결과물을 만들기 위해 노력한다. 하지만 이들의 아이디어를 받아들이고, 제대로 관리하는 시스템이 있는 조직은 의외로 드물다. 시쳇말로 ‘혁신적인’이라는 수식어가 붙을 정도의 아이디어가 아니면 쉽게 그자리에서 무시되거나 흘려듣게 된다. 또한 회사는 자체적인 조직구조, 업무 프로세스, 비전 등이 있기에 아무리 혁신적인 아이디어라 해도 회사의 방향성과 다른 것을 지향한다면 반영이 안될 수 있다. 하지만 요점은 아이디어의 퀄리티가 아니다. 직원이 회사에 도움이 된다고 판단되는 아이디어를 꾸준히 내게끔 유도하는지, 아니면 다시는 아이디어를 내지 않는 수동적인 피고용인이 되게 하느냐 이다.
팀원의 모든 아이디어에 대한 피드백은 경영자를 피곤하게 한다. 경영인은 그것 외에 할 일이 너무나 많다. 24시간이라는 제한된 시간 속에서 경영활동 외 팀원에 대한 친절하고 구체적인 피드백은 현실적으로 어려울 수도 있다. 하지만 팀원의 아이디어가 자연스레 묵살되는 구조는 개인과 조직을 모두 망치는 요인이다. 스타트업의 경우 시키는 일만 하거나 자신의 업무 영역에 제한을 두는 직원은 어울리지 않다. 2~5명 규모의 초기 스타트업은 명함상 역할의 구분이 있지만, 역할의 구분은 경계가 따로 없게 마련이다. 너나 구분없이 적재적소를 스스로 찾아 함께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팀원의 아이디어나 의견이 무시되거나 묵살하면서 위와같이 능동적인 팀원이 되게 바라는 것은 어찌보면 과한 욕심이다. 또한 당장에 필요한 아이디어나 설익은 아이디어라고 해서 쉽게 간과해 버린다면, 스타트업에게 있어 가장 필요한 부분이자 회사 발전에 원동력이 되는 창의성이 떨어지게 된다. 다시말해 회사에서 팀원의 아이디어를 극대화 시키거나 관리하지 않는다면 장기적으로 봤을때 큰손해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직원이 설익은 아이디어나 회사의 방향성과 전혀 다른 아이디어를 가지고 당신을 찾아온다면 어떻게 해야할까? 제일 좋은 방법은 회사업무에 피해를 보지 않는 선에서 그가 생각한 아이디어를 개선할 여건을 마련해 주는 것이다. 차선책으로는 팀원의 아이디어에 대해 제대로 피드백을 줄 수 있는 내-외부 인물(혹은 행사, 서적 등) 을 소개시켜 주는 것도 있겠다.
직원 복지로 유명한 핸드스튜디오 안준희 대표는 이런말을 했다.
우리 회사에 방송국 PD를 하다 입사한 직원이 있다. 회사에 워낙 콘텐츠가 많다보니 제대로 활용하기 위해 그를 선택했다. 하지만 이 직원의 가슴 속에는 방송과 영상 제작에 대한 꿈이 컸기에 회사의 방향을 바꿨다. 그가 가장 잘하는 것이 영상 연출 기획을 하는 것이라고 생각해 ‘예산과 시간을 줄테니 3D 방송 콘텐츠를 직접 만들어봐라’라고 주문했다. 1년간 같이 사업을 해서 키워보기로 한거다. 그렇게 사업이 커져서 이 직원은 우리 자회사(현재 독립 법인)인 코뉴의 디렉터로 가게 됐다. – ‘직원의 꿈이 바로 회사의 꿈’ 핸드스튜디오 안준희 대표 중
핸드스튜디오의 직원에 대한 방향성은 스타트업들에게 시사하는 바가 있다. 이 회사의 방식을 그대로 따라하라는 의미가 아니다. 직원에 대한 회사의 태도를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이런 조직의 팀원은 회사에 어울리는 인재가 되기 위해 매진하기 때문이다.
수많은 경영자들이 가지는 잘못된 생각 중에 하나가 ‘우수한 특정인 몇몇이 일반인보다 더 뛰어난 아이디어를 낸다’라는 것이다. 더불어 회사의 혁신이 되는 아이디어를 내부가 아닌 외부에서 찾으려는 경향이다. 필요에 따라 외부의 조언과 도움이 필요할 때도 있겠지만, 그 전에 내부에서 자신의 팀원들과 아이데이션을 하고 있는지 자문해 보자. 왜 멀리 돌아가서 도(道)를 구하려 하는가? 당신 사업이 무엇인지 팀원만큼 잘 아는 사람은 외부에 없다. 물론 내부 팀원의 역량이 부족해서 도움이 되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역량 부족한 팀원은 당신이 뽑았고, 그 팀원의 역량이 부족한 것은 그가 속한 회사의 대표인 당신의 책임이다. 당신은 그들이 자유롭게 아이디어를 낼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하고 있는가? 그들의 아이디어를 관리하고 발전시킬 수 있는 피드백을 주고 있는가?
팀원에게 주인의식과 능동적 태도를 바란다면, 먼저 당신의 자세와 회사의 아이디어 관리체계가 바뀌어야 한다. 말로만 주인의식을 강조하던 시대는 끝났다. 팀원 스스로 이 회사를 키워야 겠다는 자발성을 북돋아 줘야 한다.
기업가 정신은 경영인에게만 필요한 덕목이 아니다. 팀원들 역시 기업가 정신이 필요하다. 그리고 그들에게 기업가정신을 불어 넣는 역할은 회사의 대표인 당신의 역할이다. 창업자와 팀원이 각자의 길을 걷거나 바라보는 곳이 다르면 그 조직은 어긋나게 마련이다.
당신의 사업이 성공하기를 바란다면, 열정에 넘친 표정으로 ‘대표님 이거 어떻게 생각하세요?’라고 묻는 팀원의 아이디어를 허투루 듣지 말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