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리콘밸리 시대는 아직 저물지 않았다”…실리콘밸리의 한국인 2023 성료
미국 시장에서 활약 중인 한국인들의 경험을 공유하는 ‘실리콘밸리의 한국인 2023’이 11일 네이버1784 스카이홀에서 개최됐다.
2014년부터 시작해 올해 10주년을 맞은 실리콘 밸리의 한국인은 스타트업얼라이언스가 매년 주최하는 컨퍼런스다. IT의 중심지라고 불리는 미국 실리콘밸리를 비롯해, 뉴욕, LA 등 미국 전 지역에서 혁신을 만들고 있는 창업가, 실무자, 투자자들이 모여 인사이트를 공유한다. 지금까지 115명의 연사들이 실리콘밸리의 한국인에 참여했다.
올해 실리콘밸리의 한국인은 과거와 현재의 실리콘밸리, 글로벌 시장에서 성장하는 창업가, 글로벌 커리어를 쌓는 사람들이라는 3개 세션으로 구성됐다. 총 12명의 연사 및 모더레이터가 참여했다.
첫 번째 ‘과거와 현재의 실리콘밸리’ 세션에는 이진형 엘비스(LVIS) 창업가 겸 스탠퍼드대학교 교수, 김범수 트랜스링크인베스트먼트 파트너, 유호현 옥소폴리틱스 대표가 연사로 참여해 지난 10년 간의 실리콘밸리의 트렌드와 AI의 발전, 해외 진출에 대한 조언 등을 건넸다.
김 파트너는 “실리콘밸리도 옛날 같지 않다라는 시각도 있다. 하지만 실리콘밸리의 가장 큰 경쟁력은 인재가 대기업과 스타트업을 자유롭게 넘나드는 선순환 구조다. 미국의 다른 지역이 상향 평준화되었지만, 실리콘밸리도 꾸준히 성장 중“이라며 “10년 사이 한국 스타트업 생태계도 성공한 선배 창업가가 등장하고 투자자도 많아졌다. 가장 중요한 것은 미국에 대한 막연한 거리감과 심리적 장벽이 사라졌다. 앞으로 한국 스타트업들이 적극적으로 해외 진출을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어진 패널토크에서는 실리콘밸리의 한국인 1회 연사로 함께했던 윤종영 국민대학교 교수가 모더레이터로 함께했다. 세 명의 연사는 해외 진출을 꿈꾸는 창업가들에게 ‘다양성’과 ‘설득’을 강조했다. 이 교수는 “글로벌 VC로부터 투자를 받고 싶은 창업가들은 일종의 설득의 과정을 거쳐야 한다. 투자를 받기 위한 조건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니고, 궁합을 맞추는 것과 비슷하다. 글로벌 투자자들이 본인의 사업과 서비스를 잘 이해할 수 있도록 시간을 갖고 설득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두 번째 세션은 미국 시장에 진출해 글로벌 스타트업으로 발돋움하고 있는 창업가 세션으로 꾸려졌다. 올해는 VR, SaaS, 동형암호라는 글로벌 시장에서 주목하는 테크 스타트업들이 참여했다. 이승준 AmazeVR 대표는 글로벌 VR콘서트 플랫폼 스타트업으로서 에스파 등 국내 아티스트 및 글로벌 아티스트와의 협업 사례를 기반으로 미국 시장 진출 이야기를 공유했다.
이동희 딥블루닷 대표는 미국 액셀러레이터 와이콤비네이터(Y-Combinator)에 2023 겨울 배치를 졸업한 후 B2B 스타트업으로서 제품 개발과 고객 경험 제공에 대해 배운 것들을 공유했다. 이 대표는 “SaaS 시장이 넓은 미국에서 SaaS 서비스를 하려면 적극적으로 제품을 알리는 소셜 프루프(social Proof)를 쌓아야 한다”고 말했다. 딥블루닷은 수아랩 창업멤버 출신들이 모여 AI기반 고객 피드백 분석툴 ‘싱클리’를 운영하고 있는 스타트업이다.
이어 천정희 크립토랩 대표는 암호화된 상태에서 작업할 수 있는 동형암호 기술로 미국 시장에 도전하고 있는 이야기를 발표했다.
마지막 세션은 글로벌 커리어를 쌓는 사람들의 이야기로 청중들의 주목을 받았다. 커리어 세션의 연사로 선 백원희 구글 유튜브팀 UX리서처는 “사용자는 원하는 것을 먼저 말할만큼 프로덕트에 관심이 많지 않다. 좋은 UX 리서치는 사용자에게 원하는 것을 묻지 않는다. 먼저 고객의 행동을 파악하고 원인을 분석하며 궁극적으로 사용자의 경험을 향상시켜야 한다”고 본인의 역할에 대해 설명했다. 백 리서처는 스포티파이, 넷플릭스, 구글을 거치며 실리콘밸리의 UX리서치에 대한 커리어를 쌓아왔다.
커리어 세션 연사들은 ‘동료’와 ‘사람’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김혜숙 픽사(Pixar) 3D 애니메이터는 픽사에 합류하게 된 이야기부터 국내에서 700만 관객을 돌파한 <엘리멘탈>을 만들기까지의 이야기를 공유했다. 김 애니메이터는 “작은 것에도 겁을 먹는 평범한 직장인이었지만, 내가 좋아하는 것을 잘 알았고 좋은 기회가 있을 때 좋은 선택을 도와줄 수 있는 동료들이 옆에 있었다. 그리고 실력을 보여주기 위해 최선을 다해 노력했다”며 해외 커리어를 쌓기 위해 많은 실무자들이 도전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권경안 마이터(MITRE) 소프트웨어 엔지니어 또한 “미국에 와서 달라스, 보스톤, 뉴욕을 거쳐 다양한 경험을 쌓았다. 몇년 전만 해도 평범한 개발자였지만 여러 도전을 통해 뉴욕까지 진출하게 됐다”며 “실무적인 경험만큼 중요한 것은 적극적인 네트워킹이다. 세상에는 다른 사람에게 도움을 주려고 하는 사람이 많다. 적극적으로 묻고, 도움을 요청했으면 좋겠다”고 조언했다.
한편 이번 컨퍼런스를 주최한 스타트업얼라이언스는 “실리콘밸리의 한국인의 주요 메시지는 동기 부여”라며 “실리콘밸리의 한국인은 지난 10년 동안 실리콘밸리를 비롯해 미국 시장에 도전하는 한국인들의 생생한 이야기를 공유했다. 이 컨퍼런스를 들었던 창업가, 대기업 임직원, 실무자, 대학생들이 글로벌 시장에 적극적으로 도전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