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artup’s Story #491] 배형진 본작 대표 “세계 최고를 꿈꾸며 참고, 설득하고, 기다렸다.”
뷰티 스타트업 ‘본작’은 사업 기획 단계부터 글로벌에 방점을 두고 시작됐다. 세계 최고 수준의 제품력을 갖춘 브랜드 구축을 목표로 시장에 제품을 내놓기까지 2년이 걸렸다. 일반론이 없는 게 사업이지만, 여느 스타트업과는 다른 시작점이다. 사실 쉽지 않은 결정이었고 과정도 험난했다. 배형진 본작 대표는 프랑스 협력사를 설득하는 데 6개월이 넘는 설득 과정이 있었다고 회고한다.
“사업계획서를 작성해 조향 분야 선진국인 프랑스 기업들에게 구애했다. 콜드 메일을 보낸 것을 시작으로 현지 시간에 맞춰 직접 전화를 하거나 줌 미팅을 요청해 프레젠테이션을 하는 등 지속적으로 설득했다. 지금 파트너인 로베르테에서 긍정적인 회신을 받기까지 6개월이 걸렸다.”
본작의 뷰티 브랜드 ‘셀바티코(Selvatico)’는 리빙 헤리티지 컴퍼니인 프로벤디사(社)와 액상화한 마르세유 비누를, 세계적인 향료 회사인 ‘로베르테’와는 핸드 크림을 선보였다. 두 제품은 현재 시장에서 좋은 반응을 얻고 있지만 제품을 개발하는 과정은 공부와 기다림의 연속이었다.
“프랑스와 한국 화장품 법 기준에 맞춰 세밀하게 작업해야 했다. 프랑스 각 분야의 전문가들에게 튜터링을 받으면서 공부했고, 꾸준한 조사와 전문서적을 구입해 공부하고 연구하면서 하나하나 해결해 나갔다. 1년 6개월이 넘는 치열한 과정이었다.”
그렇게 2022년 5월 론칭된 셀바티코는 지난해 8월 서울숲 팝업스토어에서 처음 선보인 이후 백화점의 러브콜이 잇달아 현대백화점 신촌점, 더현대서울, 롯데백화점 본점 등 11개월 동안 총 14개의 팝업스토어를 운영했다. 또한 지난 7월 글로벌 액셀러레이터 스파크랩으로부터 제품력, 글로벌 성장 가능성 등을 인정받아 초기투자를 유치했고, 10월에는 현대백화점 판교점에 첫 매장을 오픈하기도 했다.
배형진 본작 대표에게 사업을 시작한 배경과 제품 개발 과정을 들었다.
패션 디자이너 출신 창업자입니다. 사업을 시작하게 된 계기가 있나요.
프랑스 에스모드(ESMOD)에서 꾸뛰르(맞춤복) 전공을 했고 현지 꾸뛰르 브랜드에서 커리어를 시작했어요. 그러다 서울디자인재단에서 개최하는 SFCS 패션콩쿠르에 참가했다가 최종 5인에 들어 얼떨결에 사업자를 내면서 한국으로 들어오게 됐어요. 이후 패션 디자인 회사에서 일했고 대기업을 상대로 ODM 비즈니스까지 뛰어들어 사업을 키웠죠. 오띄 꾸띄르(고급맞춤복)를 좋아하던 사람인데, 몇 십만 개씩 같은 옷을 대량 생산하기 위해 중국을 오고가는 생활을 했죠.
어느 순간 다시 꾸띄르가 떠올랐어요. 나만의 브랜드를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더라고요. 사실 패션을 공부했기에 이 사업을 할 수 있었어요. 프리미엄 화장품, 프리미엄 니치향수 등 브랜드 제품을 보며 오뜨 꾸뛰르 같다고 생각했거든요. 향수는 원료 재배부터 하나하나 공들여 만드는 제품이니까요.
프랑스 기업과 협력해 브랜드를 론칭했어요. 왜 프랑스였나요.
향기 조향에 있어서 프랑스가 세계 최고이기 때문입니다. 세계적인 브랜드를 만들고 싶었고, 그러려면 세계 최고와 일하는 것이 맞다고 판단했어요.
프랑스 조향 명가라 할 수 있는 ‘로베르테’와 손을 잡은 건데, 어떻게 설득했나요? 처음부터 우호적이진 않았을 텐데요.
거의 모든 프랑스 유명 조향 회사들에 연락했어요. 콘셉트를 정하고 사업계획서를 작성한 뒤 끈질기게 구애했죠. 콜드 메일을 보낸 것을 시작으로 현지 시간에 맞춰 전화를 하거나 줌 미팅을 요청해 프레젠테이션을 하는 등 지속적으로 설명하려 했고요. 설득의 시간이자 목표 달성을 위해서 어떻게 해야 할지 스스로 생각하는 시간이기도 했습니다.
로베르테는 가장 함께 일하고 싶었던 회사였어요. 왜냐하면 이 곳은 씨앗부터 향, 원재료부터 최종 제품까지 개발과정의 모든 연결고리를 운영하는 세계 유일 회사거든요. 제가 가장 공을 들였던 회사였고, 설득과정만 6개월이 걸렸습니다. 기다리다 지칠 무렵 현지 시간에 맞춰서 전화를 했는데, 마케팅 부서 담당자가 ”우리가 너희 프로젝트를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으니 곧 담당자를 배정해 연락하겠다.“라고 말해줬을 때 정말 기뻤어요. 진짜 1주일 뒤에 담당자에게 메일이 왔는데, 꿈에 한 발자국 다가가는 느낌이었어요.
무작정 찾아간다고 해서 마음을 열지는 않았을 거에요. 로베르테가 본작의 손을 잡은 이유를 설명해 주던가요.
처음에는 외국인이 프랑스인들도 시도하지 않았던 콘셉트를 들고 와서 흥미를 가졌다고 하더라고요. 개발이 어느 정도 마무리 되어졌을 때, 자기네들도 우리에게 굉장히 많은 영감을 받았고, 모티베이션 되어서 실력의 120%까지 발휘했으니 제품에 자부심을 갖고 판매해도 된다고 말해주더군요.
프랑스 회사와 함께 일한건데요. 그쪽 문화는 어떤가요?
프랑스는 이너써클이 굉장히 강한 편이에요. 로베르테가 설득되니까 과거 저희 연락에 묵묵부답이었던 회사들도 관심을 가지더라고요. 로베르테의 추천을 받으니 일이 쉽게 풀리기도 했고요. 프랑스 문화 안에 들어가기가 힘든 거지, 한번 들어가게 되면 굉장히 편해요.
사업 준비기간이 2년이나 걸렸는데요. 의도한 기간은 아니었을 겁니다. 진행하면서 예상했던 것과 달랐던 점은 무엇이었나요.
6개월의 설득 과정과 1년 6개월의 개발 기간, 총 2년이 걸렸어요. 프랑스에서는 인체 관련한 제품이나 화장품에 관련한 기준들이 굉장히 까다로워요. 그래서 프랑스와 한국 화장품 법 기준에 맞춰 훨씬 더 세밀하게 작업해야 했어요. 프랑스 각 분야의 전문가들에게 튜터링을 받으면서 공부했고, 꾸준한 조사와 전문서적(프랑스어)을 구입해 공부하고 연구하면서 하나하나 극복했습니다. 프랑스 회사와 일해서라기보다는, 누군가와 함께 일할 때 서로 맞춰가는 과정에서 겪게 되는 과정이라고 봐요. 치열하고 힘들었지만, 지나 보니 즐거운 기억입니다.
제품 개발을 할 때 가장 신경 쓴 부분은 무엇이었나요.
스토리, 기승전결, 복합성, 일관성, 퀄리티, 포지셔닝 등을 지속적으로 고민했습니다. 메이드 인 프랑스 제품으로 고객들에게 좋은 이미지로 다가가려면 어떻게 해야 할지를 생각했어요. 개발 과정에서 제가 원하는 스타일과 한국 시장에 맞을 것 같은 텍스처와 향기 등 세부사항을 조율하는데 시간이 많이 들었어요. 프랑스 측에서 제가 제시했던 사항들을 완전히 이해하려고 노력했고, 그것을 뛰어넘는 더 좋은 제안을 주다 보니 예상보다 더 시간이 걸렸어요.
지금까지 사업을 해 오면서 가장 힘들었던 점은 무엇이었나요?
되돌아보면 매일 이 악물고 버티면서 나아가는 힘든 순간이었습니다. 저는 다른 창업자들처럼 스마트하거나 감각이 뛰어나지는 않아요. 다만 누구보다 자신 있는 것은 남들보다 더 오래 달릴 수 있고, 더 오래 앉아 있을 수 있다는 거예요. 끈기 있게 버티다 보니 여기까지 올 수 있었어요.
브랜드 론칭을 앞두고 온라인을 기반으로 할지, 오프라인을 기반으로 할지가 고민이었어요. 2년 동안 공들여서 만든 제품에 진심을 담아 전하는 것이 느리지만 가장 빠른 방법이라고 판단했어요. 오프라인으로 방향을 잡고 작년 8월 성수동에서 3일짜리 렌트프리 팝업스토어를 열었는데 예상보다 많은 분들이 찾아줬어요. 저희 제품을 잘 설명해 드리고 싶어서 고객 한 분 한 분께 제품 설명을 드렸었는데, 고객분들이 친구, 지인을 데리고 와서 도슨트를 해달라고 하더라고요. 그때부터 제품들에 대하여 도슨트 해주는 셀바티코만의 문화가 만들어졌어요. 3일간 진행했던 팝업스토어에 많은 분들이 찾아주신 덕분에 렌트프리가 두 달 연장되었어요. 이어 현대백화점, 롯데백화점 관계자 분들이 알아봐 주셔서 11개월 동안 14건의 팝업스토어를 운영한 뒤 지난 10월 현대백화점 판교점에 정식 매장을 오픈하게 됐습니다.
셀바티코 제품의 특징, 경쟁력은 무엇인가요.
한 우물을 더 깊게 파고, 한 걸음 더 깊이 들어가자는 이념을 담은 제품군, 전통 제조 기술을 계승한 포뮬러와 우수한 향기 퀄리티를 꼽고 싶습니다. 회사마다 소비자에게 다가가고자 하는 스타일이 있잖아요. 저희는 재료 하나하나 고민하고 저희만의 색을 더 뾰족하게 잘 보일 수 있도록 노력했어요.
어떤 제품이 가장 인기가 많나요. 이유는 무엇이라 생각하세요.
호기심으로 많이 구매하는 건 ‘퍼퓸 핸드 크림 솔루션’, 재구매는 ‘마르세유 리퀴드 솝’입니다. 퍼퓸 핸드크림 솔루션은 에센스 같은 제형에 촉감과 향기가 발현되다 보니 재미있어 하세요. 마르세유 리퀴드 솝은 리빙 헤리티지 컴퍼니인 프로벤디와 파트너십을 통해 개발했어요. 프로벤디는17세기 루이 14세의 칙령에 따라 전통 제조 방식을 계승, 보존, 발전시켜 온 기업이에요. 이 제품들의 인기 배경은 시간이라는 힘을 담은 프랑스 전통을 계승한 제품력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두 제품 외 정말 오랜 기간 공들인 향수가 출시를 앞두고 있습니다. 로베르테 조향사의 감각을 담은 향수입니다. 까다로운 기준의 프랑스에서 6개월 간 테스트를 진행했고, 곧 완료될 겁니다. 내년 3월 론칭을 목표로 하고 있어요.
처음부터 본투글로벌을 지향하고 비즈니스를 하고 있어요. 해외 진출 계획이 있을텐데요.
일본 라인 기프트에 론칭할 예정입니다. 라인 기프트가 베타 론칭했을 때 저희에게 제안을 해왔습니다. 롯데면세점 본점과 신라면세점 온라인몰에도 연내 입점 계획이고, 조만간 아마존 프랑스와 아마존 미국에도 출시할 겁니다. 장기적으로 프랑스 현지에 법인을 설립하고 유럽 시장 문을 두드리려고 해요.
투자 IR을 진행하고 있어요. 요즘 투자 난이도가 많이 올랐는데, VC를 어떻게 설득할 건가요.
저희의 첫 번째 계획은 회사 역량을 총동원해 리스크 테이킹을 해가면서 MVP(최소요건제품)로 이 사업을 증명해 내는 것이었어요. 다행스럽게도 지난 1년간 모든 뷰티 브랜드가 하고 싶어 하는 것들을 초기에 달성해 의미 있는 성과를 올렸다고 봅니다. 메이드 인 프랑스 제품이기에 전 세계 고객들에게 더 빨리 다가갈 수 있고, 시장의 흐름을 봤을 때 분명히 세계인들이 좋아할 만한 제품이라고 전망합니다. 이에 공감하는 VC 파트너를 만나 큰 그림을 같이 그려나가길 바랍니다.
쉴 새 없이 달려야겠네요. 장단기 계획을 이야기해 준다면요.
최근 현대백화점 판교점에 매장을 오픈했기 때문에 운영을 잘해서 제품력을 계속 증명해서 안착하려 해요. 여러 백화점에서 입점 문의가 오고 있는데, 숫자를 늘리기보단 내실 있게 풀어나가려고 합니다. 장기 계획은 글로벌 시장 안착입니다. 화장품계의 BTS와 같은 브랜드를 만드는 것이 목표입니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요.
제가 프랑스에서 유학했을 때 스스로가 이방인이라고 느껴졌어요. 그런데 음악과 영화 등 K-컬쳐가 전 세계적으로 퍼져나가면서 한국인이라는 게 도움이 되더라고요. ODM 비즈니스를 할 때 K-컬쳐의 글로벌 성공으로 알게 모르게 기회를 많이 잡을 수 있었어요. K-컬쳐에 이어 스타트업이 다음 주자로 나서 의미 있는 역할을 할 수 있는 시대라고 생각해요. 본작이 K-브랜드 모델이 되어 일조하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