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최초의 휴대폰은 왜 개발되었을까?
러시아에 최초의 휴대전화(cellular phone)가 등장한 것은 지금으로부터 54년 전인 1958년이었다.
이 휴대전화는 국가의 소집에 의해 러시아(소비에트연방공화국) 각 지역에서 소집된 각계각층의 과학자들이 협업해 완성한 결과물이었다. 이러한 과정은 당시 러시아가 공산주의 국가였기에 가능했다고 볼 수 있다.
덩치가 제법있는 이 러시아 최초의 휴대폰은 오늘날 휴대폰과 마찬가지로 무선으로 통화하는데는 지장이 없었다. 근거리용 군사목적 무전기를 제외하고는 유선전화가 당연시되던 당시로써는 감히 상상할 수 없었던 획기적인 발명품이었다고 할 수 있다. 당시 러시아는 일반인이 전화를 걸거나 받으려면 우체국 등의 특정장소에 가야했던 시대였다.
다만 이 휴대폰은 일반인이 사용할 정도로 보편적이지는 않았다. 제작 목적 자체가 핵심 당원들간의 핫라인(hot line) 용도였기 때문이다. 소수만이 사용하는 디바이스였지만 이 휴대폰을 사용하기 위해 당시 러시아 전역에 꽤 많은 숫자의 송수신탑이 세워졌고 16개의 무선채널을 사용할 수 있었다. 지금으로 볼때 턱없는 숫자지만 이것만으로도 엘리트 당원들간 긴급 연락을 하는데는 충분했다.
들고다니기에 좀 부담스러운 크기와 무게였던 이 휴대폰의 일반적인 거치장소는 자동차의 트렁크였다. 엄격히 말하면 휴대폰이라기 보다는 카폰(mobile phone)이었던 셈이다. 이 휴대폰은 당시 IT계통 첨단 기술이었던 동시 송수신 방식(duplex link)을 사용했으며 150MHZ 대역에서 통화를 할 수 있었다. 통화가능지역은 송수신탑에서 약 40~50마일(80km) 내였다.
이 휴대폰의 개발은 1958년이었지만 최초로 간부들에게 보급된 것은 1963년 부터였다. 수도 모스크바를 비롯한 수도권부터 시작된 이 휴대폰은 1970년 전후로 전 러시아에 있는 엘리트들에게 보급되었다. 요즘말로 엘리트들간의 네트워크 혹은 이너서클이 완성된 셈이다. 이때부터 러시아는 소위 컨퍼런스 콜(conference-call, 전화회의)이 상시로 발생하게 된다. 하지만 앞서말했듯이 편리한 도구는 당시 계급이 높은 핵심 간부들만이 사용했기에 일반대중이 접근이 용의치 않았으며 기기자체의 존재여부도 널리 알려지지 않았다.
1970년대 후반기부터 이 휴대폰의 신형모델(위)이 나오기 시작한다. 이전 모델에 비해 다소 작아진 형태였다. 이 모델부터 이 휴대폰은 그간 자리잡았던 자동차 트렁크에서 탈출하기 시작한다. 이 모델이 나온뒤 당시 가장 선호되었던 휴대폰의 위치는 자동차 조수석이었다. 이것만으로도 통화를 주고받는데 상당한 불편함이 해소되었던 셈이다.
이들 휴대폰 모델들은 결국 일반 시민에게는 보급되지 않고 그 수명을 다하게된다. 이유는 당시 통제된 공산주의 국가에서 이러한 휴대폰이 널리 보급되면 중앙정부 입장에서는 통치하는데 지장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 예나 지금이나 소통이 부재된 사회는 통치하기가 쉬웠던 모양이다.